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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2시, 동네 청년이 중학생들과 책 읽습니다

차명식 | 북드라망 | 2019년 07월 02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 판매지수 414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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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2시, 동네 청년이 중학생들과 책 읽습니다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9년 07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00g | 145*210*20mm
ISBN13 9791186851999
ISBN10 118685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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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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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90년생, 대학에서 전공한 건 문화인류학. 고등학생 때부터 인문학 세미나와 강좌를 전전하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야 ‘문탁네트워크’에 자리를 잡았다. 2016년 봄부터 중학생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하는 <중등인문학교>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2018년 봄에 마무리했다. 지금은 문탁네트워크에서 함께 공부하는 20대 친구들과 청년 인문학스타트업 <길드다>*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다시 청소년들과 만나는 인... 1990년생, 대학에서 전공한 건 문화인류학. 고등학생 때부터 인문학 세미나와 강좌를 전전하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야 ‘문탁네트워크’에 자리를 잡았다. 2016년 봄부터 중학생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하는 <중등인문학교>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2018년 봄에 마무리했다. 지금은 문탁네트워크에서 함께 공부하는 20대 친구들과 청년 인문학스타트업 <길드다>*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다시 청소년들과 만나는 인문학 교육프로그램들을 운영 중이다.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또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며 문득 이 시간들을 그저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동안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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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4부 겨울에 읽은 세상 이야기_1940년 폴란드 남쪽의 기억」 중에서

출판사 리뷰

지은이의 말

실제 수업을 진행하면서는 ‘중학생’들을 만난다는 게 생각 이상으로 난감한 일이란 걸 깨달아야 했다. 내 딴에는 녀석들에게 더 쉽게 책 내용을 설명하고자 준비했던 예시들조차 녀석들에게 낯선 경우가 있었고(『원피스』가 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의 당황스러움이란!) 녀석들에게서 무언가 말을 이끌어 내는 것 자체가 어려울 때도 많았으며 녀석들이 일상에서의 진지한 고민을 털어놓을 때 마땅한 대답을 주기 어려웠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어려움이 있었기에 나의 말이 녀석들에게 가닿을 때, 녀석들의 말이 나에게로 와닿을 때의 짜릿함 또한 느낄 수 있었다.

그 어려움과 짜릿함, 그것이야말로 동네 청년인 내가 중학생을 만난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시, 나와는 다른 일상을 살고 다른 책임과 의무를 가지며 다른 것들을 고민하는 그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시, 우연하고 낯선 만남을 통하여 서로의 삶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더 많은 변화가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일수록 삶 속에서 더 많은 것들을 해낼 수 있다. 이 일련의 이야기를 구태여 책으로까지 옮긴 것은 바로 그 경험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더 많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어서이다. 얼핏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는 이 말들을, 조금이나마 더 구체적이고 생생한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들께 전하고 싶어서이다.

『일요일 오후 2시, 동네 청년이 중학생들과
책 읽습니다』 지은이 인터뷰

1. 『일요일 오후 2시, 동네 청년이 중학생들과 책 읽습니다』는 1년 동안 선생님께서 중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고 나눈 이야기들을 글로 옮긴 것입니다. 중학생이라니! ‘중2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악명이 높은 존재들이 중학생 아닌가요?^^ 선생님과 함께 책을 읽은 중학생 친구들은 어떤 친구들이었는지, 어떻게 해서 선생님과 책을 함께 읽게 된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중학생들과 함께 책 읽는 수업을 한다고 말하면 늘 받는 질문이 그거였어요. “힘들지 않아? 걔들이 감당이 돼?” 중2병, 질풍노도의 시기, 그리고 기타 등등……, ‘중학생’이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때마다 전 이렇게 대답했죠. “애초에 책 읽는 수업 들으러 오는 애들이면 어느 정도는 다 얌전한 애들이야.” 그럼 또 다들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납득하더군요.

글쎄, 정말로 그래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함께 수업한 친구들 중에서는 대놓고 수업 중에 떠들어 댄다거나 일부러 방해를 한다거나 하는 아이들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다들 그다지 말이 없는 편이었지요. 자기 스스로 온 경우보다 부모님의 뜻에 따라온 경우가 많았고, 힘겹게 책을 읽어 오기는 해도 적극적으로 자기 감상을 말하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말이 없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고 생각합니다. 성격이 내성적인 친구도 있었고,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쉽게 말을 꺼내기 힘들어하는 친구도 있었고, 자기 의지로 온 게 아니다 보니 의욕이 별로 없는 친구도 있었고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자기 말을 하려고 노력하는 친구들도 있었고요.

아마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같은데 그 침묵이 난감하긴 해도 그리 당황스럽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그럴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거든요. 비단 중학생이 아니더라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하는 자리를 갖는다고 하면 누구나 처음엔 어색하고 어쩔 줄 모르지 않겠어요? 그건 당연한 것이고, 다시 말해 평범한 것이죠. 그 당연한 침묵 속에서 어떻게든 아이들 저마다의 목소리를 이끌어 내는 것이 제가 할 일이었고요. 그렇게 각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관계가 되면 비로소 서로가 조금은 특별해지는 것이겠죠. 그러니까 저는 평범한 중학생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었고, 그 애들이 저에게 있어 평범한 친구들이 아니게 하기 위해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2. 중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었다는 점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이 책은 차례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봄에 읽은 학교 이야기’, ‘여름에 읽은 집 이야기’, ‘가을에 읽은 마을 이야기’, ‘겨울에 읽은 세상 이야기’ 이렇게 4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일단 집보다 학교가 앞서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여기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 궁금하고요, 또 어떻게 이런 주제로 책읽기를 하게 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 제가 이 수업을 맡았을 때 가장 먼저 제게 주어진 과제는 일 년 동안의 커리큘럼을 짜는 것이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일 년 사계절 동안 네 개의 서로 다른 주제들로 커리큘럼을 구성하되, 그 네 개의 주제들을 하나로 관통하는 흐름이 있을 것’을 과제로 삼았죠.

그 과제에 맞춰 저 스스로도 몇 가지 단서들을 달았습니다. 첫번째로 제가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제 힘으로도 어젠다를 구성할 수 있는 주제여야 했어요. 수업 초반에 아이들이 어색해할 때에는 여차하면 제가 주도적으로 수업을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두번째로는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주제,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주제여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그렇게 단서들을 달아 놓고 보니 생각보다 답이 쉽게 나오더군요. “아이들에게 가장 익숙할 주제인 아이들이 삶을 영위하는 공간과 인간관계에 대하여 이야기하자. 저마다에게 가장 익숙하고 가장 중요한 공간과 관계들을 다른 관점에서 한번 볼 수 있도록 하자.” 그런 것이라면 아이들도 관심을 가질 것이고, 저도 말할 거리가 많다고 생각했어요. 어쨌거나 저도 십수 년 전에는 중학생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가장 먼저 나온 게 학교와 집이었습니다. 집보다 학교가 먼저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중학생 즈음 되면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수면 시간을 제외한다면―슬슬 더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죠. 중학생이 일상을 보내는 공간, 관계라는 게 학교랑 집 빼면 뭐가 있을까? 그게 도시이고 마을이었습니다. 분명 아이들의 삶의 기반을 구성하는 곳이면서도 학교와 집을 오가면서 지나치는 중간경로로만 인식되는 곳. 그리고 마을을 인식할 수 있게 되면 그 너머, ‘국가’, ‘민족’, ‘세계’와 같은 것도 인식할 수 있게 되지요. 마을과 마찬가지로 자신들 삶의 기반을 구성하지만 평소에는 인식 밖에 있는 영역들.

그러니까 이 네 개의 주제는 인식이란 층위에서는 단계적입니다. 마치 계단을 밟아 올라가듯, 내 세계를 구성하는 영역들 중 가장 가깝고 좁은 영역에서 시작해 더 멀고 넓은 영역을 인지하는 것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영역들은 단계적으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을-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이 ‘가정’의 풍경에 영향을 주고, ‘세상’―국가에서 결정된 교육 정책이 바로 ‘학교’ 생활에 영향을 주죠.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은 연결망들이 있고요. 그 연결망이 바로 아이들이 지금 살아가고 있는 각자의 세상일 것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어렴풋이나마 그러한 자신들의 세상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고 있고 자신은 그것을 어떻게 느끼는지 감을 잡길 바랐습니다(물론 수업 시간에는 이렇게 어려운 말들로 풀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게 결코 자신의 실제 삶과 별개의 것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도록, 그럼으로써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각자에게 즐겁고 유의미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말이죠. 제가 수업에서 바랐던 건 그것이었습니다.

3. 함께 읽은 책 목록을 살펴보면 중학생들이 읽기에 버거웠을 책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도 그런 점을 짐작하셨을 텐데, 그런 책도 함께 읽어야겠다고 생각하신 이유는 뭘까요? 혹시 그렇게 읽기 힘든 책을 읽을 수 있게 한 노하우 같은 것도 있을까요?

- 네, 그런 책들이 분명히 있었죠. 나름대로 청소년 추천 도서 목록도 보고 하면서 최대한 어려운 책들을 빼려고 노력했습니다만 분명 그런 책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책들을 굳이 함께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제 욕심입니다. 그런 책들을 읽을 수 있게 한 노하우는, 마음을 비우는 겁니다. 죄송합니다. 욕심이랬다가 마음을 비우랬다가, 이랬다저랬다 한 꼴이 됐네요(^^). 그렇지만 저게 사실입니다.

음, 저는 아직도 제가 고등학생 때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을 읽었던 충격을 잊지 못합니다. 이건 프란츠 파농이라는 학자가 쓴 책인데요. 식민제국주의를 정신분석학적으로 분석한 책입니다. 저는 이걸 제 선생님의 권유로 고등학생 때 읽었습니다. 맙소사! 정확히 말하면 읽었다는 표현은 옳지 않네요. 그냥 까만 건 글씨고 흰 건 종이고 딱 그 두 가지만 확인하면서 페이지를 넘겨 댄 거죠. 심지어 그 책만이 아니었습니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원전과, 홉스봄의 『제국의 시대』 등등……, 『사생활의 역사』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었죠. 충격적인 책들이었습니다. “왜 분명히 한국어로 써 있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지?” 그래도 그 선생님은 고등학생인 저희에게 계속 그런 어려운 책들을 읽게 하셨습니다. 물론 저희는 그 책들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후하게 쳐서 20%나 이해했을까?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그 책들을 읽은 것에는 분명 의미가 있었습니다.

본디 있던 자신을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책읽기가 있습니다. “그래, 역시 내가 알고 있던 게 옳아.” 하고 확신을 얻기 위한 책읽기입니다. 이러한 책읽기는 새로운 책을 읽을 때도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신념에 따라 책 내용을 해석합니다. 그리고 애초에 자신의 본래 가치관과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책만 골라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그러한 책읽기가 전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분명 또 다른 방식의 책읽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앎을 만나는 책읽기 말입니다.

그러한 책읽기를 할 때면 이 책이 대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고 태어나서 평생 써 왔던 한국어가 낯설게만 읽힙니다. 그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둠 속에서 벽을 더듬거리듯 간신히 이해할 수 있는 짧은 부분들을 곱씹으면서 어떻게든 읽히지 않는 부분들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죠. 인터넷이나 선생님의 도움을 받고, 이미 내 안에 있는 지식과 내가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들을 총동원하고, 그러면서도 대담한 추측과 임시방편의 정의들을 시도해야 합니다. 그렇게까지 해도 결국 이해할 수 없거나 오독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이야말로 ‘이미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닌’ 새로운 무언가, 낯선 무언가를 비로소 마주한다는 것이며, 책을 통해 내 안에 새로운 무언가가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다소 어려운 책들을 굳이 커리큘럼에 넣은 이유입니다. 그 책들이 아이들에게 그러한 ‘만남’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 것이죠. 그러니까 살짝 욕심을 부린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까닭으로 어려운 책을 넣었으면서, 아이들이 그 책을 모두 이해하고 술술 자기 것으로 소화하길 바라는 건 터무니없는 바람입니다. 그러니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좋아, 되든 안 되든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해보자.” 대개는 그런 자세로 함께 읽었습니다.

4. 학생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을 하나 소개해 주신다면요?

-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하나만 꼽으라면 아무래도 첫 시즌―학교에 관련된 책들을 가지고 수업했던 ‘봄’ 시즌의 마지막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시즌 동안 함께 읽을 책들 중 하나를 골라서 그 책 내용과 자신의 생각 혹은 경험을 연결시켜 짧은 ‘에세이’를 써오는 날이었어요. 어떤 글들을 가져올지 기대도 되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내심 걱정도 되었습니다. 만약에 이 수업이 아이들에게 그 무엇도 전하지 못했고, 그래서 아이들이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몰라 대충대충 글을 써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죠. 아니, 그전에 아예 글을 안 가져오는 아이들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수업 당일이 되자, 아이들은 모두 빠짐없이 글을 써 왔고, 글 하나하나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게 보이는 글들이었습니다. 모든 글들이 저를 놀라게 만들었죠. “중학생이 이런 글을 쓸 수 있다고?” “저 애는 수업 시간에는 별달리 말이 없었는데, 이렇게까지 깊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아, 저 애는 이런 경험이 있었고, 수업 시간에 이런 생각을 했겠구나.” 그 모든 글들을 매우 즐겁게 읽었고, 용기와 의욕을 얻었습니다. 좀더 이 아이들과 많은 책들을 읽고 싶다, 더 많은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아마도 그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그해, 그리고 이듬해까지 수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수업 마지막 날도 기억에 남네요. 수업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고민하다가, 아이들 한 명 한 명 모두에게 각기 다른 책들과 편지를 선물했습니다. 그동안 수업을 쭉 함께하면서 제가 그 아이에 대하여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다 담았지요. 그 아이가 썼던 글들, 수업시간에 했던 말들,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꿈을 가지고 있고, 어떤 책들을 재미있게 읽었으며 어떤 방식의 글을 쓰는지 등등을 편지에 썼어요.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유명한 축구 감독의 자서전을 선물했고, 가장 깊이 자기 고민을 하던 아이에게는 그 고민에 도움이 될 만한 학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선물했습니다. 선물할 책을 고르고 편지를 쓰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두 해 동안 이 아이들과 꽤 많은 책들을 읽었고, 일주일에 두 시간씩 수업하며 아주 작은 조각이나마 이 아이들과 삶을 나누었는데, 돌이켜보면 그 저마다의 삶의 이야기 또한 하나하나 전부 한 권의 책이었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특히 기억에 남는 듯합니다.

5. 중학생들과의 책 읽기를 마치고 선생님께서는 청년들과 함께 책을 읽는 프로그램을 시작하셨는데요, 중학생들과 함께 읽을 때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또 앞으로는 어떤 책을 누구와 어떻게 읽으실 계획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게까지 큰 차이는 느끼지 못했어요. 다만 나이가 많을수록 어색함을 깨고 자기 이야기를 할 때까지의 시간이 좀더 단축되는 듯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약간 더 풍부한 맥락을 동원한다는 느낌은 듭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느낌’ 혹은 ‘대체적인 경향’ 정도이지 결코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해두고 싶습니다. 그게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요. 우리는 대개 중학교에서 공부하던 방식으로 고등학교에서 공부하고,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던 방식으로 대학교에서도 공부하니까요. 중요한 것은 중학생과 하느냐, 청년과 하느냐가 아니라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 이 공부의 현장을 어떤 방식으로 구성할 것인가라고 생각되어요. 무슨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나누고, 그 속에서 무엇이 만들어지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책을 누구와 어떻게 읽을 것인가……. 글쎄요, 이것이 어떤 미래의 ‘계획’에 대한 것이라면 사실 당장은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는 지금도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선생님들과 제 또래의 친구들이 섞인 그룹에서 질 들뢰즈의 『천 개의 고원』 및 『장자』를 읽고 있고, 그에 더해 제 또래의 예술가 친구들이 모인 그룹에서 현대 미학과 예술에 대한 여러 책들을 읽고 있어요. 또 언제든 청소년들과 새로운 책을 읽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고요. 제게 있어 누군가와 함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딱히 계획을 세우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항시적인 일상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 순간들을 무심코 흘려보내지 않기 위하여, 매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기 위하여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아무쪼록 이 책을 읽어 주실 독자 여러분께도 이 책이 그러한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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