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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6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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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440쪽 | 1,256g | 190*236*28mm |
ISBN13 | 9788949189536 |
ISBN10 | 89491895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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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비행기 여행을 하다 보면 눈 아래로 보이는 세상을 보고 경이감을 느낄 때가 있다. 내가 땅에 다리는 대고 있을 때는 커다랗게 느껴지던 건물들이 막상 하늘 위에서 보면 작은 성냥갑처럼 보일 때가 있다. 거대하던 강줄기도 마치 동네 하천처럼 작게 보인다. 그제서야 내가 살던 세상에 대해 무언가를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역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 가지 사건을 보면 이 사건이 도대체 왜 일어났는지 알지를 못할 것이다. 지금 한참 시끄러운 한일간의 분쟁도 외국인의 시각에서는 그냥 자존심 싸움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알고, 일본의 제국주의적인 만행의 과정을 알고, 또 그들이 다시금 그 야망을 버리지 못하고 부활을 꿈꾸는 과정의 커다란 역사의 줄기를 알게 되면 조금은 이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곰브리치의 세계사]라는 책은 바로 이런 시각에서 세계사를 조망하고 있는 책이다. 곰브리치는 이미 [서양미술사]라는 책을 통해 오래전에 만났다. 미학과 미술사에 관심이 있어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구입해서 읽었고 지금도 미술에 관련된 책을 읽을 때면 이 책을 같이 읽는다. 덕분에 이 책은 이 책 읽을 수 없을 만큼 너덜너덜해졌다. [서양미술사]를 읽으면서 예술과 역사, 철학을 넘나드는 곰브리치의 깊이 있는 시각과 그의 뛰어날 묘사력에 감탄했었다. [곰브리치의 세계사] 역시 이런 기대로 읽기 시작했다.
[곰브리치의 세계사]는 [서양미술사]와 같이 전문적인 지식으로 깊이 있게 들어가지는 않는다. 대신 세계사의 큰 흐름을 한 권의 책에 담고 있기에, 한눈에 세계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문체 역시 쉬우면서도 이해력이 뛰어난 문장으로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이 읽어도 이해하기 쉬울 정도로 쉽게 쓰였다.
곰브리치는 이 책의 초반에서 인류 문명의 시작을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으로 본다. 두 문명은 서로 대립하면서 역사의 흐름을 이끌어 갔다.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 등이 건설되면서 태양신을 종교로 한 문명이 성립되었고, 메소포타미아의 바벨론이나 앗시리아와 같은 거대한 제국들이 세워졌다. 두 제국의 틈바구니에서 팔레스타인의 유대인과 페니키아와 같은 나라에서 종교와 문화의 근원이 발전되었다. 특히 페니키아인들은 뛰어난 항해술과 알파벳을 통해 지중해에 문명을 전파했다.
이런 페니키아의 문명의 영향을 받아 그리스의 도시 국가들이 발전했고, 그 발전 방향이 페르시아의 범위까지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제는 그리스 문명과 페르시아 문명이 충돌하게 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이다. 이 책에서는 당시의 전쟁을 비교적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라톤 전투나 살라미스 해전 등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다리우스는 새로 정비한 함대를 사위에게 맡겨 아테네로 보냈다. 페르시아 함대는 도중에 수많은 섬을 정복하고 여러 도시를 파괴했다. 마침내 아테네에서 아주 가까운 마라톤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이곳에 상륙한 페르시아군은 아테네로 진군하기 시작했다. 그 규모는 7만 명에 이르렀으니 아네테 전체 주민보다도 많았다. 아테네군의 숫자는 페르시아군의 7분의 1 정도인 1만 명에 불과했다. 아테네군의 운명은 이미 결정 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전혀 다르게 전개되었다. 아테네군의 사령관은 밀타이데스라는 용감하고 영리한 사람이었다. 밀티아데스는 오랫동안 페르시아인들 사이에 살았기 때문에 그들의 전투 방식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아테네인은 이 전쟁에 자신들의 자유와 생사와 가족들의 운명이 걸려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아테네군은 마라톤 근처에서 대오를 편성해 페르시아군을 급습했다. 페르시아군은 예상치 못한 기습을 받아 많은 병사를 잃었고 살아남은 자들은 다시 배에 올라타 얼른 도망쳐 버렸다." (P 74)
이렇게 역사의 커다란 줄기를 이야기하며 알렉산더의 정복과 로마의 팽창에 대해서 이야기로 전개된다.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읽었던 부분은 로마사의 부분이다. 워낙 로마사에 관심이 많기도 하지만, 요즘 로마사에 관련된 책들을 읽다 보니 그 책들과 곰브리치가 보는 로마사의 관점의 차이가 궁금했다. 이 책은 특별한 부분을 제외하고 역사에 대한 평가나 저자의 개인적인 시각이 깊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로마를 정복 국가로 보고 그런 정복을 통해 국가가 유지되는 시각으로 보는 것은 다른 책들과 비슷한 부분이었다. 그는 로마제국의 특징은 앞의 알렉산더의 헬레니즘 제국과의 차이를 통해 설명한다.
"로마인은 알렉산드로 대왕과는 사고방식이 전혀 달랐다. 그들은 정복한 지역들을 단 하나의 제국으로 통일하여 모든 주민에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할 생각이 없었다. 로마군단이 정복한 나라들은 모두 로마의 속주가 되었다. 그리고 제국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팽창했다. 이런 속주에는 로마 군대가 주둔했고 토착민은 로마 관리의 지배를 받았다. 로마군이나 관리들은 훨씬 더 우월한 존재로서 토착민에게 군림했다. 개중에는 페니키아인이나 유대인 혹은 그리스인처럼 로마인보다 훨씬 더 오랜 문화적 전통을 가진 민족들도 있었지만 그런 것은 아무 소용 없었다. 로마인에게 이들은 그저 세금을 바치는 존재일 뿐이었다." (P 132)
이후 중세와 근대, 현대를 이야기한다. 물론 그 사이에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양문명과 이슬람 문명도 이야기한다. 이 책의 커다란 줄기는 1차 세계대전에서 마친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저자의 시각으로 그동안의 역사를 돌아본다.
"우리가 이제 비행기를 타고서 시간의 강물을 따라간다고 상상해 보자, 뒤를 돌아보니 뿌연 안개 사이로 매머드 사냥꾼들의 동굴과 최초의 곡식이 자라는 들판이 눈에 띈다. 멀리 점처럼 작게 보이는 건물은 피라미드와 바벨탑이다. 그곳의 평지에서는 유대인들이 가축을 몰고 있다. 근처의 바다로는 페니키아인들의 배가 지나간다. - 중략 - 저기 피어오르는 연기는 삼십 년 전쟁에서 불타는 마을과 마녀 화형장의 연기다. 커다란 정원이 있는 저 화려한 궁전이 바로 루이 14세가 지은 베르사유 궁전이다. 오스만 제국 군이 빈을 포위하고 있으며 좀 더 나아가자 프리드리히 대왕과 마리아 테레지아의 간소한 궁전이 보인다. 저 멀리서 파리 시민들의 함성이 들려온다. 모두 자유, 평등, 박애를 외치고 있다. 이제 불타는 모스크바가 눈에 들어오고 마지막 정복자의 대군을 패배시킨 겨울 나라 러시아가 보인다.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공장 굴뚝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기차가 기적을 울린다. 베이징의 여름 궁전은 폐허가 되었고 일본의 항구에서는 일장기를 단 전함들이 출항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의 포성이 아직도 들려온다. 독가스가 땅 위에 흐르고 있다. 우주 망원경 앞에 선 과학자의 눈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먼 우주를 훑고 있다. 하지만 우리 아래와 앞에 보이는 것은 여전히 짙은 안개뿐이다. 우리가 아는 것이 있다면, 시간의 강물이 계속 흘러가 미지의 바다와 하나가 되리라는 사실뿐이다." (P 403-4)
이 책을 읽으면서 감탄한 것은 방대한 세계사의 역사를 이처럼 한눈에 들어오도록 설명할 수 있는 저자의 놀라운 통찰력이다. 어느 한 부분의 역사를 세밀하게 저술하는 것도 뛰어난 역사가이지만, 몇 천 년의 방대한 역사를 하나의 강물의 흐름으로 이야기하듯 이렇게 바라보고 묘사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얼마나 역사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과 시각을 가졌는지를 알게 한다. 역사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도 이 책을 읽으며 곰브리치의 시각을 따라 하나하나 바라보면 역사의 흐름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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