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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2년 07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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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00쪽 | 520g | 140*210*30mm |
ISBN13 | 9788976962829 |
ISBN10 | 8976962826 |
2024년 4월 30일(화) 저녁 7시 30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024년 03월 18일 ~ 2024년 04월 30일
4월의 굿즈 :책가도 독서대/스마트폰 거치대/우양산/북 스토퍼/우드 센서 무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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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1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적도에 묻히다/ 우쓰이 아이코, 무라이 요시노리 /김종익 /역사비평사
책을 읽다보면 내용이 어렵지도 않는데, 읽기가 힘든 책이 있습니다. 행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휘가 까다로운 것도 아닌데 말이죠.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다큐멘타리를 보면서도 그런 걸 느낄 때가 있죠. 진실은 나름 성실하게 산 사람들에게도 부끄러움을 줍니다. 저는 그리 성실하게 살지도 않은 사람이니 그 부끄러움이 배가되었던 거 같네요.
우연히 인터넷에서 읽게 된 글이 있었습니다. 양칠성이라는 한국인이 일제에 의해 인도네시아에 징용을 왔다가 해방 후에도 거기에 눌러 살게 된 뒤 인도네시아 독립운동에 투신하였다가 게릴라 전 중에 죽게 되었고 이후 인도네시아의 독립영웅으로 묻히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때는 그런 일도 있었구나 하고 지나쳐갔는데 조선을 떠나며 라는 책을 읽다가 그 책의 뒷날개에 소개된 다른 책들 중에 이 적도에 묻히다 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잠깐 소개된 내용을 보고 아, 이 책을 읽으면 그 내용을 좀 알 수 있겠다 싶어 책을 구입했는데, 당연히 불편한 내용일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선뜻 읽을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어쨌거나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펴들었습니다.
일제의 만행이라고 한다면 위안소라는 끔찍하고 추악한 것을 만들어 한국 여성들을 동원한 것도 있지만 강제 징용을 당해 끌려간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태평양 전쟁 발발 이후 수많은 조선인이 군인으로 징발 당했고, 사할린 같은 곳에 징용을 가거나, 태평양의 수많은 섬에 노역을 하기 위해 끌려 간 이야기를 알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연합군에 의해 일본인과 똑같은 취급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래봐야 노동자였기 때문에 특별히 전범 취급을 받았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는데. 세상에, 군무원이라는 게 있었더군요.
군무원은 군대에서 병사가 아닌 군 사무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조선인 중에서도 지원을 받거나 징발을 했다고 합니다. 일제 시대에 태어난 10대 후반에서 20대의 젊은 남자들은 솔직히 배움의 길도 막히고, 배워도 제대로 써먹을 수도 없는 세상이었던 지라, 2년 계약으로 남국으로 떠나는 군무원 생활은 급여도 좋은 편이라 자의반 타의반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2년 기간은 무기한으로 연장되고 어떤 이들은 연합군이 들어오는 때에 맞춰서 일본군을 타도할 기회를 엿보기도 하고, 무모한 거사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인도네시아는 장기간 네덜란드 식민지였고, 네덜란드 인 뿐 아니라 영국인이나 미국인 그리고 현지인들이 포로로 있었습니다. 2차 세계 대전인 만큼 그야말로 포로들도 글로벌했던 시대지요. 포로를 보호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거의 전무한 일본인들, 아니 포로를 괴롭히기를 원했던 군무원들 아래에서 일을 했던 우리 군무원들은 전쟁이 끝나고 나서 오히려 전범으로 몰리게 됩니다. 책임자인 일본인들은 오히려 빠져 나가고, 직접 일을 맡아 관리해 왔던 이들에게 포로 개개인의 적개심은 더 있기 마련이라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식민지 국민이 그 책임을 지게 되었다는 현실은 정말 아이러니 하더군요. 물론 연합국 수장들이나 장성들도 이런 것에 대한 자세한 인식은 없었을 시대이긴 했습니다. 패전국인 일본은 자기들 먼저 도망가기 바빴고, 전범으로 몰리지 않은 우리 군무원들은 일부는 돌아왔지만 일부는 전범 수용소에서 사형을 당하기도 하고, 장시간 억류되기도 했으며 갇혀 있다가 나온 이들 중에서는 인도네시아아 정착해 살면서 혼란 격동기의 인도네시아 한복판에서 이들의 독립운동에 투신하게 됩니다.
인도네시아 독립운동도 참으로 희한하게 돌아갑니다. 일본도 사실상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식민지 세력이었죠. 그런데 그 이전에 백인들의 횡포가 극심하다 보니 일본의 대 아시아 연합이라는 이론이 오히려 먹히는 슬로건이 되었죠. 일본은 패망해서 돌아가고 남아 있게 된 일본인들 상당수가 오히려 인도네시아 독립운동에 투신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그 와중에 중국인이나 조선인들 역시 합류하게 되죠. 양칠성 역시 인도네시아에 남게 된 일본인 두사람과 함께 독립영웅으로 인정받아 그 나라에 국립묘지에 안장됩니다. 지금으부터 40년도 더 전 이야기네요.
전쟁이 뭐냐라는 질문에 요즘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높은 자리에 있는 놈들이 무책임하게 저지르고, 새파랗게 젊은 남자들이 책임을 지고, 여자와 어린 아이들이 그 뒷감당하는 것이 바로 전쟁이라고. 전쟁의 민낯은 전쟁 그 이후에도 지속되지만,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외면하게 되지요. 그러는 사이에 전쟁의 본모습은 망각되고, 무책임한 위정자들은 또 일을 저지르곤 합니다.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일본인들이 우리를 아래로 보는 것에 적개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우리 군무원 역시 인도네시아인들을 그렇게 보았다는 구절에서는 지금도 우리 안에 있는 인종 차별의 그림자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 나라 사람이 아니라, 양심있는 일본인들이 이 책을 썼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고, 이 책이 처음에는 해적판으로 번역되었다는 것에 한번더 안타까운 맘이 들었습니다. 이 책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도 안타까웠구요. 아무래도 읽고 행복해지는 책은 아니니까요. 그래도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소중한 역사 한 조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들의 투지와, 번역가의 고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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