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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5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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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4쪽 | 388g | 146*210*16mm |
ISBN13 | 9791186900864 |
ISBN10 | 11869008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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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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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어디까지 사실을 말해주는지 모르겠지만, 드라마 <허준>에서 허준의 스승 유의태는 자기가 죽으면 자기 몸을 해부하여 공부하라고 허준에게 말한다. 감히 인간의 몸을 해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허준은 스승의 말을 거역하려 하였으나, 스승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깨닫는다. 그렇게 스승이 죽은 후 스승의 몸을 해부하여 인간의 몸 구석구석을 확인하고 살펴보며 의술의 깊이에 좀 더 다가간다.
인체라는 우주를 여행하면서 장기나 조직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길을 가르쳐주고, 그 작용과 성질 등을 알려주는 인체 지도, 그것이 바로 해부학이다. (6페이지)
인간의 몸을 해부할 수 없다고 여긴 건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일본의 문화도 그랬지만, 오래전 서양의 문화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의 의학은 그저 눈으로 보고 판단하여 제대로 된 처방을 하지 못했거나, 종교나 미신에 의지한 해결이 전부였다. 고대 로마에서는 혈액에 영혼을 담겨서 몸 전체로 이동한다는 설도 있었다고 하니, 의학이 어느 정도의 수준이었는지 상상이 된다. 그런데 웃기게도, 이 황당한 가설은 과학적인 논리까지 갖추었고 실제 학자들이 그렇게 믿기도 했다. 그런 치료를 믿고 따르는 게 전부였던 시절을 지나 조금씩 의학의 발전을 이룬 시기가 왔다. 해부가 시작되면서 인간의 몸을 제대로 알고 발전하기 시작했고, 르네상스 시대가 되면서 해부학은 빠르게 발전한다. 인체를 탐구해 온 역사는 꽤 길지만, 지금의 우리가 겪는 기술이나 지식의 역사는 길지 않다고 한다. 청진기나 마취제, 소독법이 개발된 19세기에 비로소 지금의 지식과 기술에 이르렀으니, 본격적인 의학의 수준에 이른 건 그리 길지 않은 역사다.
듣고 보면 해부학은 의술의 발달에 어마한 영향을 미친 학문인데, 우리는 종종 해부학을 무섭고 잔인하거나, 의학에 종사하는 사람만 경험하는 전문 분야로 인식하기 쉽다. 이 책은 일반 독자가 해부학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면서, 우리 몸에 관한 이해를 돕는다. 죽을 때까지 평생 끌어안고 살아가야 할 내 몸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계기를 만든다.
처음 해부를 대하는 자세부터 언급한다. 해부 실습의 사전 준비 작업부터 시작해서, 해부의 대상을 한 명의 인간으로 대하는 것을 배우는 것까지 설명한다. 결국 해부학의 발전은 기증된 시신으로부터 시작된 게 아니겠는가. 의학의 역사가 그렇게 오래되었는데도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는 게 해부 여부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보니, 시신 기증이 없다면 아마도 우리는 고대의 의학 수준에 머물러 있을지도 모른다. 처음 해부를 시작하면 보통 6개월 동안 계속된다고 한다. 몸의 구석구석을 자르고 펴보고 꺼내 보면서 확인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은 거다. 이러한 해부학은 19세기 서양 의학을 바꾸면서 거듭 발전했고, 인쇄술은 해부학의 발전을 도왔다. 파피루스나 양피지에 적어서 기록했던 것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수명이 다해 다시 기록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인쇄술의 발달은 대량 문자와 그림을 같이 넣은 책으로 만들 수 있고, 대량 인쇄로 이러한 기록을 널리 보급할 수 있게 했다.
이 책에서 조금 더 눈여겨보게 하는 내용이 있는데, 저자가 일본인이어서 그런지 일본의 해부학에 관한 설명도 많이 담았다. 그중에서 해부의 대상, 즉 기증된 시신에 관한 설명이 있다. 시신 기증이 거의 없던 시절에는 사형수의 시신으로 해부를 했다고 한다. (이것은 동서고금 막론하고 인체를 해부할 때는 사형수의 시신을 이용했다) 에도 시대에는 기증된 사형수의 시신에 따라 해부의 부분도 달라졌는데, 책형이나 톱질형, 화형은 시신을 상하게 하므로 해부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었다. 참수나 재산몰수형에 처한 시신은 부처 장관의 허가를 받아 사형수의 시신을 해부할 수 있었다. 사형의 방식에 따라 시신의 해부가 불가능한 부분도 있었기에, 남아 있는(가능한) 부분을 해부했다.
우리 팔의 상완골 뒤쪽에는 요골신경구(노신경고랑)라고 불리는 고랑이 있는데, 바로 요골신경이 이 고랑을 통과한다고 한다. 팔베개를 한 채로 잠자리에 들었을 때 손이 저린 이유는 머리의 무게가 이 신경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능하면 애인이나 남편에게 팔베개해달라고 하지 마라. 머리가 무거울수록 요골 신경을 압박하는 강도가 세지 않겠나? ^^ 그리고 상완골의 뒷면 아래쪽에도 척골신경구(자신경고랑)가 있는데, 척골신경이 이 고랑을 통과한다. 팔꿈치의 바깥쪽을 눌렀을 때 저리는 느낌이 나는 부위가 바로 이 척골신경구다. 엎드린 상태에서 팔꿈치를 세워서 책 등을 읽으면 아래팔이 저리는 이유가 바로 이 신경 때문이다. 이 부분의 설명을 들으면서 뜨끔했는데, 엎드려서 책을 읽는 버릇이 있어서다. 책상에 책을 펴놓고 의자에 허리 펴고 앉아서 책을 읽으면 좋겠지만, 나는 방바닥이나 소파에서 뒹굴면서 책을 읽거나 바닥에 엎드린 채로 책을 읽곤 한다. 특히 바닥에 엎드려서 읽을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한참 지나면 팔이 저리고 팔꿈치가 아파서 후회하곤 하면서도 어느 순간 엎드려서 책을 보고 있더라. 이 두 신경은 신경이 통과하는 통로라도 뼈 주변을 지나는 부위는 약점이 되기 때문에 손상되기 쉽다고 한다. 아무래도 습관을 고치는 것 말고는 다른 치료가 없을 듯하다. ㅠㅠ (133~134페이지 설명 참고)
실제로 해부를 하면 우리의 몸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고 한다. 그동안 그림으로 봤던 장기의 생김새나 위치도 조금씩 다르고, 시신이 생전에 어떤 생활을 했는지 어떤 질병에 걸리고 치료를 받았는지에 따라 장기의 형태가 다르다. 그래서 보편적으로 알려진 우리 몸의 상태는 막상 해부에 임하다 보면 다른 점이 있다.
우리의 눈과 신장이 단단한 뼈가 아닌 지방에 둘러싸여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움직일 때 무릎의 뼈가 튀어나오면서 잘 뛰고 걷게 하는 건 뼈 사이를 연결하는 십자인대 때문이다. 실제로 무릎은 인체의 신비를 보여주는 부위 중 하나인데, 크고 작은 관절과 힘줄, 근육으로 견고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무릎은 체중의 다섯 배나 되는 무게를 버틸 수 있고, 자유롭게 걷고 달리게 한다. 복부에는 지방을 다량 함유한 대망(大網, 큰 그물막)이라는 얇은 그물막이 있는데, 그 대망은 복부 어느 부위에 염증이 생기더라도 그 염증이 주변으로 퍼지지 않게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 우리의 귀의 내이(內耳)는 미로처럼 작고 섬세한 기관들이 모여 있는 분위로 소리를 듣는 것뿐만이 아니라, 우리 몸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고 기압의 균형을 조절한다. 가끔 엄마가 어지럼증을 느껴서 신경과에서 치료를 받고 오곤 하는데, 귀의 전정기관 불균형 때문이라고 한다. 왼쪽 신장은 오른쪽보다 조금 높은 곳에 있는데, 이는 오른쪽 신장이 간 때문에 조금 아래로 내려간 거다. 우리의 목은 머리를 받치고 있지만 가늘어서 부러지기 쉽고, 목이 더 두껍고 단단한 뼈대 용기에 둘러싸인다면 안정적일 수 있지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살과 근육은 우리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면서 사방을 잘 둘러볼 수 있게 하고, 몸을 구부릴 수 있게 하는 기능을 한다. 우리의 폐는 피부색과 비슷하다고 설명하는데, 막상 해부하고 폐를 보면 거뭇거뭇하단다. 이는 오랫동안 흡입해온 공기 속 매연 같은 게 폐에 쌓여서 그렇다. 아무리 공기가 깨끗한 환경에서 살았던 사람이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예전에 담배를 오랫동안 피운 사람의 폐를 본 적이 있는데, 처음 작은 검은 반점처럼 시작된 폐가 나중에는 전체적으로 검은색을 보이더라. 일반적으로 공기만 마셔도 폐의 색이 변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겠다.
인류가 살아온 시간의 도덕 때문인지 아니면 생각을 못 했던 것인지, 아마도 처음부터 해부할 수 있었다면 의학의 발전은 더 빨리 이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몸을 가르고 안을 들여다보면서 구석구석을 살펴본다는 생각은 쉽게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지속하여온 문화를 무시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해부학은 늦게나마 인체의 탐구에 관심을 두고 허락되었기에 가능한 일이 되었다. 인간의 병과 치료에 한 발짝 더 다가간 것이다. 지금은 병에 걸리거나 상처가 생기면 의사에게 보이고 치료받는 게 당연한 일이 되었지만, 이런 과정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인체의 신비를 밝히려는 시도가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해부학은 그러한 시도의 결과물이면서, 인간의 몸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게 하는 학문이다. 저자는 해부학을 통해 인체의 신비가 밝혀지면서, 해부학이 문명의 발달 과정을 함께 해왔다는 것을 설명한다.
저자는 해부학을 ‘선의의 학문’이라고 말하면서, 시신을 기증하는 사람과 그 기증자의 뜻을 소중하게 여기며 연구해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발전해왔다고 말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가 지식을 얻기 위해 여러 가지 경험을 해야만 하는 것처럼, 우리 몸에 관한 연구도 우리 몸을 살펴봐야 가능한 일이다. 해부학은 그러한 경험을 바탕에 두는 학문이기도 하기에, 해부학에 담긴 뜻을 받들고, 우리 몸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말한다. 해부학이란 인체라는 우주를 여행하면서 장기나 조직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게 길을 가르쳐주면서 각각의 역할과 성질을 알려주는 인체 지도라고. 이 책으로 우리는 그 지도를 따라가며 우리 몸을 탐험했다. 이 한권으로 우리 몸 전체를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의료 기술로 우리 몸의 건강을 유지하고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해부학 때문이었다. 인체의 구조에는 저마다 그렇게 생긴 이유가 있고, 무엇하나 쓸모없는 부위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일 만나는 우리 몸과 더 친해지고 생명의 존엄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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