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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4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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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44쪽 | 488g | 147*220*22mm |
ISBN13 | 9791157061587 |
ISBN10 | 11570615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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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01일 ~ 2024년 0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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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가 한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현대사에 해당하는 기간 자체가 짧은 것도 있지만, 당장 현대사에 대한 역사적인 재평가는 보다 신중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주된 이유라 할 수 있다. 하지만 1945년 이후 지금까지의 한국의 역사를 가만히 살펴보면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이 유사한 흐름으로 반복되고 있으며, 현재에도 진행중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현대사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역사가 특정한 시점 또는 개인에 의하여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중에 많은 논쟁을 통하여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논쟁으로 읽는 한국 현대사]는 그간 금기시되면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의 현대사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읽어볼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분단 원인 논쟁'부터 '수저 계급론 논쟁'에 이르는 총 40개의 논쟁을 통하여 1945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현대사는 그와 연관된 사람 또는 그의 후손들이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첨예한 의견 대립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그러한 논쟁 자체를 허용하지 않기 위하여 아예 평가 자체를 후대에 맡겨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사실 이러한 논쟁은 그간 꾸준히 진행되어 왔으며 한국 사회가 나아가는 과정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다. 다만 그러한 논쟁이 학자를 비롯한 전문가 영역에만 머물러 왔기 때문에 우리는 그러한 논쟁의 실체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이 책을 통하여 어떠한 점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을까?
먼저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에 대한 진실을 보다 깊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대의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불리울 정도로 철저히 승자의 입장에서 역사가 서술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패배자의 반론 자체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사에는 바로 논쟁을 통하여 하나의 사실을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하여 그간 정설로 알고 있던 부분에 대한 오류마저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1945년 12월 28일 모스크바 3상 회의에 따른 한반도의 찬탁과 반탁의 움직임을 들 수 있다. 3상 회의에서 소련이 한반도의 신탁을 주장하면서 국내에는 소련의 입장을 지지하는 찬탁과 그에 반대하는 반탁의 목소리가 커진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미국이 신탁 통치를 주장한 것이었고, 당시 동아일보가 실수인지 고의인지 알 수 없으나 소련이 주장하였다는 오보에 의하여 빚어진 것이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찬탁을 공산주의자로 몰아가는 과정은 애초부터 성립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반탁운동은 일본의 식민지 전쟁 정책에 협력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정치적으로 민족주의자로 포장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친일을 하지 않았던 좌익이 갖고 있던 해방정국의 주도권을 우익쪽으로 돌려놓고자 한 정치적 시도였다고 분석한 것이다. (중략) 해방이 된 한국사회에서 민족운동을 한 세력과 일본 제국주의와 그들의 전쟁을 지지한 세력 사이의 대립구도가 3상 회의의 결정으로 인해 좌우익 간의 대립으로 재편된 것이다.
- p. 24 中에서 -
신탁통치에 대한 국론 분열의 과정에 대한 위와 같은 논쟁은 확실히 우리가 알고 있던 내용과는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저 찬탁을 하면 빨갱이, 반탁을 하면 민족주의자라는 내용을 별다른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인데, 이러한 논쟁을 접한다면 신탁통치에 대한 민족 분열이 과거 친일 세력이 교묘히 우파로 위장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후 친일파 단죄는 공염불이 되었으며, 오늘날까지 우파 또는 보수라는 이름으로 친일의 이미지를 세탁한 인물들이 기득권으로 자연스레 녹아들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친일파 논쟁' 역시 이와 연관지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광복 이후 곧바로 분단과 전쟁으로 인하여 혼란한 시기였음을 감안해도 일본에게 철저히 농락당한 그 긴 세월에 대한 재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친일파들이 득세하였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천황에게 충성했던 경찰과 군인들이 다시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역사학이나 정치학이 아닌 문학 전공자인 임종국이 1966년 [친일 문학론 : 일제암흑기의 작가와 작품]을 출간할 때까지 '친일'이라는 용어의 사용은 금기시됐다.
- p. 43 中에서 -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 아닌가? 그 시기에 어떻게 '친일'이라는 용어가 금기시됐으며, 우리 국민들이 스스로 그것을 따랐다는 점은 오히려 현대사에 대한 평가가 시급하게 진행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더구나 이러한 모습은 과거 노무현 정부가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 시행 당시 특정 정치 세력이 국민들 앞에서 대놓고 반대를 하면서, 친일파의 재산 환수법마저 당장하게 거부하는 행동으로 재현되었으니 현재 우리의 상황 역시 그때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친일 세력의 맥을 잇고 있는 한국사회의 주류는 비주류에 의한 청산작업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친일파 척결을 주장하는 그룹은 보수 언론과 정치인들에 의해 '좌익 빨갱이'로 규정됐고, 친일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청산을 위한 조직들은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모두 해산됐다.
- p. 46 中에서 -
최근 정권에서도 적폐척결을 내걸고 있지만, 이에 저항하는 세력들은 불과 몇 년 전에도 친일파 청산 작업에서 보여주었던 동일한 패턴으로 반대를 하였다는 점을 떠올려 본다면 더이상 이러한 논쟁은 학계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청산되지 않은 현대사의 짐이 갈수록 우리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논쟁을 통하여 우리도 깊은 관심과 더불어 그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반응을 해야 그들이 국민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까?
또한 이러한 현대사의 논쟁이 현재의 상황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한일 국교정상화 청구권 자금논쟁'은 그러한 대표적인 사례인데, 최근 커져가는 일본과의 갈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박정희 정권과 한일협정을 체결하면서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하며 과거사에 대한 청산이 끝났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면 당시 군부정권의 졸속한 협정 체결로 인하여 오늘날까지 고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일본이 당시 한국에 지급한 자금은 배상금이 아닌 축하금(격려금)으로 규정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이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독립을 축하하는 형식으로 자금을 전달하였기에 진정한 배상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일방적으로 자신들은 한일협정 및 위안부 합의로 모든 사과가 끝났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일본을 옹호하는 듯한 보수 언론과 내부 정치 세력들에게 동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사에 대한 논쟁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현대사에 대한 논쟁이 국민들의 정치와 경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이 책의 '무상급식 논쟁'과 '수저계급론 논쟁' 등을 통하여 확인하게 된다. 언론 및 정치권의 일방적인 비판에 의해서 다뤄질 수 있는 이러한 논쟁들은 우리의 삶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논쟁이 아닌 일방적인 주장에 따라 한 방향으로 몰아가려는 그들에 의하여 우리 역시 휘둘리거나 아예 관심을 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모든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하는 것에 대하여 재정 문제를 들어 선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면 타당하다. 문제는 그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않은 채 반대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를 통하여 선거로 심판을 받겠다는 정쟁의 요소로만 이용하는 경우가 있으니 이는 논쟁을 통하여 국민들을 설득하려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오로지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우고 있는 부분이다. 이쯤되면 논쟁으로 가득한 한국의 현대사는 오히려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함을 우리는 느낄 수 있게 된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은 그 과거를 반복하기 마련이다."라는 조지 산타야나의 발언은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이다. 역사는 무수한 반복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한국의 상황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찾는 것은 현대사를 짚어보는 것으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현대사는 바로 논쟁을 통하여 의미 부여 및 해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논리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하는 이러한 논쟁을 단순히 다툼으로 치부하면서 아예 논쟁조차 허용하지 않으려는 특정 세력의 의도는 앞서 언급한 논쟁만 보더라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TV를 통하여 청문회 및 정책 입안 과정에서 상대방의 의견에 대한 경청 및 논리적인 반박도 하지 못한 채 그저 핏대를 울리는 정치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논쟁의 의미도 제대로 모르는 그들이 과연 국민들이 논쟁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을 막을 이유는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하여 보다 깊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논쟁이 시들해졌다. 논쟁이 없었다는 게 아니다. 논쟁은 진행돼 왔으되 치열함이 약화됐다는 의미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한편으론 그만큼 우리 문화가 세련되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문화 내 소통이 활기를 잃은 까닭도 있다. 사회의 제도화와 다양성이 증가할수록 논쟁이 부드러워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논쟁은 치열할 때 그 쟁점이 선명히 드러나고, 이 선명성은 생각의 넓이와 깊이를 더하게 한다.
- p. 83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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