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그림을 그리거나 감상하고, 영화를 보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거나 연주하는 것. 혹은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나’라는 세계를 풍요롭게 만드는 일이에요. 그래서 어렸을 땐 심심한 시간이 많을수록 좋은 거예요. 내가 원하는 질문의 씨앗들을 골고루 뿌릴 수 있으니까요. 씨를 뿌려 두어야 물을 주고 가꾸어서 키워 낼 열매들이 열리는 법이죠.
- ‘들어가는 글’에서
삐뚤빼뚤 생각하다 보면,
알록달록 다양한 문화를 만나게 됩니다!
누군가 “개성 있구나!”라고 했던 말이 칭찬으로 들리지 않고 ‘혹시 나를 놀리는 거야?’ 신경 쓰였던 적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혼자만 취향이 독특한 것 같아 괜히 눈치가 보이고 ‘내가 이상한가? 비정상인가?’ 고민스럽다. ‘인싸’와 ‘아싸’가 유행처럼 번져 나가지만 단순히 웃을 수만은 없는 현상이기도 하다. 남과 다르면 어딘가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는 현실 속에 ‘나다움’을 지켜 가기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르다. 겉모습이 똑 닮은 쌍둥이라고 해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점이 많다. 다른 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인데 지금 여기의 어린이들이 이러한 차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렵다. 자칫하면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차별과 혐오, 무시와 견제가 급속도로 퍼져 나간다.
이런 현실을 바라보며, 목수정 작가는 어린이들에게 자신만의 목소리로 들려줄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직감했다. 무엇보다도 세월호의 비극을 잊지 않으려면 교육, 즉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부터 다시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에 깊이 공감한 것이다. 그리하여 목수정 작가는 지난 2014년부터 어린이 교양 잡지『고래가 그랬어』에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문화적 · 사회적 현상을 연재하며 어린이 독자들과 소통해 왔다.
목수정 작가는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작가, 번역가, 칼럼니스트 등 경계를 넘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동시대 여러 나라의 이슈와 사건을 누구보다 가까이 마주하는 저자는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다. 입시 사회 속에서 스스로 자유로울 권리를 잃어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기만의 질문을 품으라고 진심을 담아 힘주어 전한다. 자기 삶의 중심을 남의 시선에 두기 시작하면 엉뚱한 궤도에 자신의 삶을 맞추게 되기 때문이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질문과 답변을 기계처럼 암기하며 수동적으로 살게 되면 내면을 살피지 못한 채 무기력한 어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문화를 제대로 알아 가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사실 그동안 ‘어린이 문화 책’이라고 출간되어온 도서들을 보면 나라마다 시대마다 환경적 특색과 차이를 두루 훑어보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아삭아삭 문화학교』는 관점을 조금 달리해, 문화를 바르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면 사회적 · 철학적 · 인문학적 사고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기본 삼는다. “남과 다른 건 나쁜 걸까?” “예술에도 민주주의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 “왜 우리의 전통문화가 낯설고 어려울까?” “게임보다 재미난 게 뭐가 있을까?” “우리는 왜 다양한 나라의 영화를 보지 못할까?” “100년 후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까?” 등 삐뚤빼뚤 예리한 질문들을 ‘꼭꼭 씹어 먹으며’ 어린이들이 문화적 정체성을 기를 수 있도록 이끈다.
“한 권의 책을 통해 드넓은 세상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반갑고 고마운 일입니다. 바로 이 책 《아삭아삭 문화학교》가 그렇습니다. 익숙한 일상과 당연하게만 여겨진 생각들을 새롭게 살펴볼 수 있게 건네준 질문들을 통해 반짝반짝 빛나는 세상의 다채로운 모습과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과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_배성호(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공동 대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만드는 문화의 세계!
우리는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아삭아삭 문화학교』는 한국과 세계의 여러 이야기를 네 개의 카테고리로 구분하여 서로 다른 차이를 받아들이는 법, 예술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환경, 나만의 생각과 취향을 배려받고 존중받는 사회에 대해 알아 간다. 각 장의 내용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보아요’ 코너를 마련하여 책에서 다룰 개념들을 먼저 살펴보고, 교과 연계를 통해 책에서 배우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익히며, 필요에 따라 토론과 독후 활동을 자유로이 진행하도록 했다. 또한 각 장의 내용을 마치고 나면 ‘다시 보아요’ 코너를 통해 본문 내용을 읽으면서 알게 된 용어와 개념, 키워드 등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정리하도록 도왔다.
단, 책에서 제안하는 독법을 그대로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 개념 정리를 먼저 살펴본 뒤 이야기를 읽어도 좋고 차례대로 읽지 않고, 궁금한 꼭지들부터 들춰 보아도 괜찮다. 누구든 마음이 가는 대로 ‘아삭아삭 문화학교’를 꼭꼭 씹어 먹으면 되는 것이다. 그럼 본문을 좀 더 들여다보도록 하자.
1장 ‘모든 아이의 안에는 예술가가 들어 있어’에서는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마주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왜 문화와 다문화를 구분 지어 이름 붙였을까? 일상 속에서, 다문화라는 뿌리가 열등감이 요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바라보는 시선을 접할 때가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여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태어나면서 두 개의 뿌리를 가진 사람은 자연스럽게 훨씬 더 풍요로운 문화적 토양을 갖는 셈이니까 말이다. 또한 대통령, 공무원, 회사원, 의사, 변호사, 아이돌,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과 같이 예술가도 직업을 뜻하는 걸까? 예술가는 고정된 월급을 받는 직업이 아니기에 때때로 생활이 안정되지 않기도 하다. 그렇다면 예술가는 좋은 직업일까, 아니면 나쁜 직업일까? 이러한 차별적 시선과 씁쓸한 사회 현실을 들여다보면서 ‘문화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과 시도를 소개한다.
2장 ‘취향이 같을 수만은 없잖아?’에서는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방법을 함께 모색한다. 사물놀이나 국악을 좋아하는 이를 가까이 만난 적이 있을까? 우리의 전통문화는 왠지 무겁고 어렵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저자는 우리 현대사에 있었던 단절의 시기와 변화기를 살펴보며 우리의 것을 우리가 친근하게 여기려면 어떠한 태도가 필요할지 생각해 본다. 그와 반대로, 태어날 때부터 익숙하게 영어를 받아들이는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 왜 영어를 공부하는 걸까? 좋은 학교에 가려고? 영어가 세계 공용어니까? 저자는 그동안 당연하게만 여겨 온 것들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차근차근 그 답을 찾아 나간다. 또한 저자는 나만의 취향을 기르기 위한 마음가짐을 더없이 강조한다. ‘취향’과 ‘욕망’을 잘 구분해야 한다. 남들이 다 신는 운동화를 신거나 점퍼를 입고 가방을 들으라는 게 아니다. 유행을 좇아 맹목적이고 충동적인 소비를 하지 말고,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을 만들어 보자. 나의 취향을 알아 가는 과정 속에서 자기 자신을 조금씩 발견할 것이다.
문화와 예술이 세상을 움직일 때
나다운 취향과 표현의 자유가 한 걸음 나아간다!
3장 ‘모든 미운 오리 새끼는 백조였던 거야’에서는 표현의 자유 속에서 ‘나’를 지켜 가는 방법을 고민해 간다. 어른이든 아이든 누구나 살아가면서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다. 남과 다른 차이를 스스로 존중하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남다름은 언제나 주변과의 일정한 거리를 만들어 내기 마련이다. 다른 이들과 다르다는 사실이 멸시와 조롱의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경외와 감탄의 계기가 된다. 저자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잃지 말고 여유롭게 간직하기를 청한다. 이 넓은 세상에는 나와 마음을 같이하고 뜻을 함께 나눌 또 다른 사람들이 있다고 전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지켜 낼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 또한 역사 속에 늘 존재했다. 10월 12일은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날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류가 겪은 최악의 사건으로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이 꼽힐 만큼 새로운 관점에서 재평가되고 있다. 우리는 거대한 힘과 세력에 의해 스스로 원하지 않아도 굴복당하게 되는 일들을 겪게 된다. 거대 자본에 의해 문화 다양성과 균형감이 사라지는 것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저자는 최근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영화관의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상을 통해 ‘스크린 독과점’의 실체와 문화 다양성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마지막으로 4장 ‘심심해? 그럼 다행이야’에서는 지금 여기의 어린이들이 잘 먹고, 즐겁고 바르게 사는 방법을 찾아 나간다. 공부에 대한 압박을 끝없이 받으며 살아가는 대한민국 아이들……. 성적이 좋아야 우수한 학교에 진학하고, 그래야 연봉이 높고 복지 좋은 큰 기업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자란다. 그런데 공부를 잘하면 정말 훌륭한 어른이 될까? 그렇지 않은 어른들이 더 많아 보이는데, 우리는 어떠한 기준과 판단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삶’을 권할 수 있을까? 저자는 다른 무엇보다 요한 하위징아가 만든 ‘놀이하는 인간’의 개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고 말한다. 철학은 수수께끼 놀이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수수께끼는 지혜와 교양을 뽐내기 위해 벌이는 놀이였다. 이 세계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상상하는 과정에서 신화가 태어났고, 예술은 아름다운 것을 표현하고 서로의 솜씨를 뽐내는 놀이에서 탄생했다.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정해진 트랙을 달리는 경주마로 태어나지 않았기에, 심심함을 누릴 권리를 지켜야 한다. 그래야 우울증과 무기력에 빠진 어른이 되지 않고, 휴대폰과 게임기 말고는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어른이 되지 않는다고, 저자는 간절히 이야기한다.
조금만 시선을 딴 데로 돌리면, 풍부하고 재미있는 놀이가 세상에는 여전히 가득하다. 특정한 생각에 머물지 말고 ‘더불어 사는 세상’의 즐거움을 하나둘 알아 가면 어떨까? 내 삶에 대한 책임과 권리, 의무를 다하면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이해하다 보면 세상 속 다채로운 모습들을 마주할 것이다. 그것이 곧 문화의 시작이자 세계 시민 의식의 바탕이기도 하다. 아삭아삭 문화학교를 꼭꼭 씹어 먹으며 맛있고 즐거운 지식을 배 속 가득 든든히 채워 가기를 바란다. ‘아삭아삭 학교’ 시리즈는 첫 책 ‘문화학교’를 시작으로 경제, 환경, 역사, 과학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들려줄 것이다.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