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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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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세계사

일본, 유럽을 만나다

신상목 | 뿌리와이파리 | 2019년 04월 22일 리뷰 총점9.3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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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세계사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9년 04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572g | 152*215*20mm
ISBN13 9788964621158
ISBN10 896462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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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1996년 제30회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외교부에 입부하였다. 외교부 근무 중에는 와세다대학 국제대학원 연수, 본부 동북아1과 및 주일대사관 근무 등 일본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하였다. 2010년 G20 정상회의 행사기획과장,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의전과장 등 굵직한 국제행사의 실무를 담당하기도 하였다. 한국과 일본의 숙명적 관계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바탕으로 한일관계에 기여할 ...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1996년 제30회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외교부에 입부하였다. 외교부 근무 중에는 와세다대학 국제대학원 연수, 본부 동북아1과 및 주일대사관 근무 등 일본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하였다. 2010년 G20 정상회의 행사기획과장,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의전과장 등 굵직한 국제행사의 실무를 담당하기도 하였다. 한국과 일본의 숙명적 관계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바탕으로 한일관계에 기여할 수 있는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외교부를 퇴직하고 현재 서울에서 ‘기리야마본진’이라는 우동가게를 경영하고 있다. 안정된 조직을 벗어나 냉엄한 현실 속에서 홀로서기에 여념이 없는 와중에도 틈틈이 일본 관련 기고와 저술 활동을 통해 한일관계 증진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에 도전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일본에도 알려져 2018년 ‘일한문화교류기금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현재 『조선일보』에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월간조선』에 ‘우동집 주인장의 일본 모노가타리’를 연재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일본은 악어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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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374~375

출판사 리뷰

유럽인들은 왜, 어떻게, 머나먼 일본까지 오게 되었는가?
대항해시대가 촉발한 도전과 기회의 역사에서 조선과 일본은 어떻게 다른 길을 걸었는가?


16세기 중반 이후 유럽 세력의 진출과 함께 동아시아에서는 새로운 물결이 일렁이고 있었다. 기술과 물자가 정치적 권위에 의한 배분이 아니라 상업 논리로 거래되는 환경의 변화를 맞아, 고유의 문물이 얼마나 우수한가가 아니라 타자他者의 문물을 어떻게 유입시켜 자기의 것으로 소화하느냐가 국력의 척도가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대한 개방성과 수용성이 이후 동아시아 3국의 번영 또는 쇠퇴의 길을 갈랐다.

‘자신의 역사’를 알고자 한다면 ‘타자의 역사’를 공부하라!

한국에서는 역사를 국사와 세계사로 분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자신의 역사’인 국사는 역사의 ‘왕관보석(crown jewel)’과 같은 존재로 각광받지만, 세계사는 자국 역사와 연관성이 미약한 ‘타자의 역사’로 인식되어 관심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다. 서울대 입시에서 3%의 수험자만이 세계사를 수험 과목으로 선택한다고 한다. 인문학 붐 속에서도 세계사는 상대적으로 찬밥 신세이다. 이 지점에서 의문 하나. 역사를 자신의 역사와 타자의 역사로 분리해서 인식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 또는 바람직한 것인가? 이 책에 의하면 답은 ‘아니오’이다. 직업 외교관 출신의 저자는 외교관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가 고립되고 폐쇄적인 역사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역사는 서로 다른 문명 간의 인력(引力)과 반발력이 상호 작용하는 양방향의 진화 과정이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역사를 알고자 한다면 타자의 역사를 알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 전편에 걸쳐 자신의 주장을 독특한 구성으로 전개한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세계’의 역사 감각을 전달하기 위해 일본의 유럽 교류사를 일종의 가상 체험 교재(敎材)로 활용한다는 아이디어이다. 저자는 16세기 중반부터 17세기 중반에 걸친 한 세기 동안 생각보다 강한 변화의 추동력을 동반한 농밀한 이문명 간 교류가 일본 땅을 무대로 펼쳐졌다고 주장한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유럽 간 교류의 연원과 과정이 흥미를 자아내고, 당시 조선에는 누락된 유럽의 동아시아 진출 역사를 일본을 통해 간접 체험하는 재미도 신선하다. 일본을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일본은 ‘잘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나라’인 측면도 있다. 그동안 피상적이나 단편적으로만 알려졌던 근세 초기 일본과 유럽의 만남을 생생하게 전하는 다채로운 역사적 사건과 그를 세계사적 맥락에서 조망하는 배경 설명은 동아시아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듯하다.

서구는 왜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는가?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유럽이 일본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유럽의 역사를 압축하여 살펴본 점이다. 저자는 일본-유럽 교류사를 세계사의 맥락에서 조망하기 위해서는 ‘유럽은 왜 일본에 왔는가’, 그리고 ‘유럽은 어떻게 일본에 올 수 있었는가’라는 근원적 의문에 대한 답을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2000년에 이르는 유럽 역사를 축약하면서 저자는 결과가 아니라 동기와 과정에 서사의 강조점을 둔다. 저자는 중세 후기까지 대등한 수준이었던 동아시아 문명과 유럽 문명이 분기한 것은 문명의 ‘수준’이 아니라 ‘욕망’의 차이였다고 주장한다. 즉 동아시아는 서방 진출에 흥미가 없었지만, 유럽은 어떠한 고난과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동방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강한 의욕이 있었으며, 이러한 욕망의 차이가 두 문명이 서로 다른 발전 경로를 진행하게 되는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유럽의 동방 진출을 견인한 동기를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 빗대어 ‘료料, 금金, 신神’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내는 발상이 흥미롭다.

대항해시대라는 인류 문명사의 일대 전환이 유럽에서 촉발된 과정을 근대 유럽 문명의 요체인 각종 기술적·도구적 성취를 중심으로 살펴본 것도 이 책의 서사를 입체적이고 풍부하게 하고 있다. 100여 쪽에 유럽 문명사 전부를 담을 수는 없겠지만, 복잡하고 어렵게만 여겨지던 유럽의 역사를 대항해시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머릿속에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외교관 출신 우동집 주인장’, 대항해시대와 일본을 말하다

저자의 전작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가 전직 외교관의 시각으로 일본의 근대화 성공에 기여한 에도시대를 사회문화적으로 해부했다면, 이 책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형성하는 기본 틀을 만든 대항해시대 일본과 유럽의 농밀한 교류의 역사를 훑어낸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의 목표를 일본이라는 무대에서 벌어진 동?서양 간 만남의 주요 장면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놓음으로써 독자들이 이異문명 간 교류의 원리와 과정을 보다 생생한 임장감臨場感을 느끼며 감상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를 일종의 가상현실(VR) 디바이스로 삼아 한반도에서 누락되었던 역사적 경험을 간접 체험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보자는 것이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을 빠른 정보 처리가 가능한 스토리텔링으로 구성하거나, 마치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듯 텍스트가 이미지화되어 정보가 처리되는 인상을 주는 서사 스타일도 인상적이다. 젊은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역사교양서를 쓰고자 했다는 저자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외교현장에서 느낀 경험과 자각이 바탕이 되어 형성된 탓인지 책 전편에 흐르는 저자의 역사관은 현실주의적이고 실용주의적이다. 책을 읽다보면 잔인하리만치 냉엄했던 국가관계의 역사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과연 현대 국제사회는 그러한 속성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 것인지,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이어지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의 하나이다. 복잡하고 다층적인 관계망 속에서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역사의 원리와 과정을 독자와 공유하고 싶다는 저자의 희망이 흥미로운 소재와 흡입력 있는 문체에 잘 배어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추천평

“저자의 전작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의 신선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야심찬 신작이 또 한 권 출간되었다. 이번에는 거침없이 동·서양의 시공을 넘나들며 풀어내는 세계사 이야기이다. 400쪽에 가까운 짧지 않은 분량임에도 읽는 내내 흥미로운 소재와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무엇보다 세계사의 맥락에서 한국과 주변국의 위치 좌표를 찍고 향후 방향성을 찾는 데 새로운 시각과 지적 자극을 얻을 수 있다.”
- 선우정 (칼럼니스트, 조선일보 사회부장)

“서구 문명의 주도로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세계가 하나의 단위로 연결되는 과정에 대한 이해 없는 동양 고전古典 읽기는 고목枯木에서 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도 같다. 16세기 일본의 유럽 교류사를 소재로 세계사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도록 접근하는 저자의 발상이 기발하다. 정치·이념 일변도가 아니라 상업과 교역, 도구적·기술적 발전을 중심으로 동·서양 교류의 연원과 과정을 풀어내는 서사도 일품이다. 도덕론, 이상론이 아닌 실용론, 현실론에 입각한 역사 독해법은 나의 고전 해석 지론과도 일맥상통한다.”
- 임건순 (신세대 동양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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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일본과 유럽의 교류사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r*****0 | 2019-05-29


  일본은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 이 질문에 대한 개인적 또는 특정 분야에서의 정답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대중적인 인식과 관련한 정답은 정해져 있다. 바로 "일본은 나쁜 나라"이다. 한일전 축구 경기가 있거나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와 같은 한일 라이벌 관계 상황이 있으면, 꼭 "나쁜" 일본을 "물리쳐야만" 한다는 언론과 대중들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 경험으로도, 지리 수업시간에 독도와 동해 문제에 대해 다루게 되면 이러한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학생들에게 매우 만연하고 있다는 점을 실감하곤 한다. 일본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대중적으로 너무 강하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이 또 하나 있다. 학교 교육에서 일본의 역사 분량이 소략하고 특히 일본의 근대화와 관련한 내용이 극히 적다는 부분이다. 아무래도 일본의 근대 발전상과 관련한 이야기를 언급하다 보면 일본에 대해 긍정적으로 서술을 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연장선에 우리나라 침략과 식민지배가 있게 된다. 아무래도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정서를 고려해서 그 부분을 교육과정에서 뺀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교육과정이 만들어진 것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 우리는 이 때문에 일본을 잘 모른다. "미개한" 섬나라 일본이 갑자기 임진왜란을 일으켜 우리를 침략하고, 또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어서 착취하는 현상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래서 더더욱 일본에 대해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한편으로 일본의 근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단순히 일본을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근대에 일본이 얼마나,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합리적으로 따져보아야 우리가 일본을 넘어설 수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상투적인 표현을 굳이 쓰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외교관으로서 근무하다가 뜻이 있어 퇴직을 하고, 서울에서 우동가게를 경영하면서 일본과 관련한 글을 쓰고 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특이한 이력에 관심이 가서 우동가게를 한번 들려보기도 했다. 우동가게 사장인 저자가 쓴 이전 책으로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 훈련된 외교관의 시각으로 풀어낸 에도시대 이야기>이다. 저자는 일본에서 공부하고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앞서 언급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문제의식이란, 우리가 일본에 대해서 무지한 것과 관련하여 폐쇄적인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도 세계를 바라보는 데 편향된 해석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저자의 에도시대의 일본사 책에서 한발짝 더 이전으로 돌아가서, 에도시대 일본이 발전할 수 있었던 토대 중 하나였던 "근세 일본-유럽의 교류사"에 대한 세계사적인 의의에 대해 살펴본다. 일본이 어떻게 조선과 달리 서양 세계와 만나면서 적극적으로 문물을 수용 및 자기화하고, 이를 어떻게 이어질 사회경제적 발전으로 승화시켰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유럽이 왜 대항해시대를 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일본-유럽 교류사를 이해하기 위한 유럽 중세-근대 역사의 일부를 다룬다. 저자는 "왜 유럽은 동쪽으로 가려고 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향신료, 금, 기독교 선교라는 세 가지를 거론한다. 유럽이 동쪽으로 가야만 하는 이유, 그리고 가고싶어 했던 이유 등의 해답을 물자와 사상의 교류사에서 찾고, 그 과정에서 지리적 인식이 확대되고 포르투갈과 에스파냐가 한 역할에 대해서 주목한다. 유럽 문명의 변방에 있던 두 나라가 대항해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었던 우연적이면서도 필연적인 배경에 대해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포르투갈의 항해 기술의 상징 칸티노 세계지도. <세계지도의 탄생>에서 인상깊게 본...


  포르투갈이 발전시킨 항해술은 따지고 보면 유럽의 독자적인 기술이 아니다. 그 원천 기술의 대부분은 중국, 인도, 아랍, 유대로부터 온 것이다. 원천이 어디건 원조가 누구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새로운 쓸모와 유용성을 찾아내는 지적 흡수력과 개방적 태도는 중세 후기 이후 유럽 문명의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대항해시대는 그러한 유럽의 실용적이고 목적지향적인 사고가 당시 가용한 세계의 지식 자산을 융합하여 창출해낸 시너지의 산물이다. (p.125)




  2부에서는 일본이 유럽 세력과 만나는 과정과 그 의의를 설명한다. 포르투갈에 의해 일본에 뎃포(화승총)가 '전파'된 게 아니라 '전래'되었다고 주목하는 부분에서 일본의 실용적인 태도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이것이 우리나라를 침략한 임진왜란의 양상과도 관련이 깊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자국사 중심의 역사교육의 한계에 대해서 새삼 느꼈고, 일본의 실용적인 기술 수용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또한 16세기 동아시아 바다의 '왜구'가 이전과는 차별되는 특성, 포르투갈의 무역 팩토리 설치와 교역 네트워크 구축, 일본의 기독교 수용과 탄압 등이 모두 연계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16세기에 이미 일본에서 소년사절단이 유럽에 가서 교황을 만나고 왔다는 점도 놀라웠고, 일본이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글로벌화'가 빠르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하카타, 사카이, 나가사키 등의 교역 중심지로서 항구도시 발달을 보면, 당시 조선의 상황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아쉬움이 들었다.


*근세에 발달한 일본의 주요 교역항 사카이


  이처럼 일본은 16세기 중반 이후 형성된 동아시아의 비공식 해상무역망에 한 꼭지로 편입되면서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하던 전략물자를 무역을 통해 입수할 수 있는 환경을 맞이한다. 일본의 뎃포 전력화는 그 환경 속에서 이루어진 일종의 전략적 '아웃소싱'의 결과물이다. 외부와의 통교를 통해 가용해진 자원을 결합하여 즉각적 전력화를 기하는 한편, 기술의 흡수와 내재화를 꾸준히 병행한 것이 기존의 폐쇄체제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속도와 효율성으로 달성한 부국강병의 비결이었다. 신문물을 이념으로 배제하기보다는 이용가치로 평가하고 개방적 태도로 수용한 실리주의가 그 바탕에 깔려 있었다.(p.193~194)




  3부에서는 17세기 새로운 해양강국 네덜란드의 등장에 주목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조선산업이라는 하드웨어, 지도제작 기술이라는 소프트웨어, 또 자유를 찾아 모인 경제인 유대인들이 모이면서 동인도회사라는 첨단의 자본주의 경영 구조가 발달한다. 네덜란드의 해양강국 등극 스토리는 여러 책에서 파편적으로 접한 적이 있었는데, 저자 특유의 스토리텔링으로 술술 읽혀서 좋았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네덜란드가 포르투갈을 제치고 일본과 교역 파트너가 된 과정도 설명한다. 그리고 같은 시기 일본의 정세는 물론 타이완, 류큐, 조선과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순신장군이 없었다면 조선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간담이 서늘한 상상도 있었다. 책은 17세기 초에서 "막부의 쇄국정책"으로 끝난다. 그리고 그 이후의 에도시대 사회경제적 번성에 대한 이야기는 저자의 이전 책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의 지도제작 기술을 상징하는 <오르텔리우스 지도>. 저자가 여러 지리학사와 관련한 이야기를 해주어서, 개인적으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포르투갈의 대항마로 떠오른 네덜란드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불신의 앙금이 남은 일본-포르투갈 관계의 틈을 파고들었다. 네덜란드가 일본에 접근하는 방식은 포르투갈과는 다른 성질의 것이었다. 국가(또는 왕실)가 아니라 수익 창출에 최우선 목표를 두는 상업조직인 동인도회사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취한 순응적 태도와 실용적 접근은 일본과의 교역관계 수립에 유리하게 작용하였다. 유럽과의 교역을 원하되 기독교를 배척하고자 하는 막부의 의향에 이보다 더 잘 들어맞는 교역 파트너는 없었다.(p.326)



  한국사 중심의 교과내용과 세계인식에서 벗어나고자 최근에 개설된 교과인 '<동아시아사>의 상세한 내용은 잘 몰라서, 이 책의 내용이 현행 동아시아사에는 얼마나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까지 평가는 못하였다. 하지만 이 책은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한국사/(중국 및 유럽 중심)세계사 이원적 교육, '국사' 중심 교육의 관점에선 분명 놀랍고도 신선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서문에서 자신이 역사학자는 아니라는 한계를 언급한다. 하지만 전문 역사학자 버금가는 자료 수집 및 해석, 글쓰기 능력으로 근세 일본-유럽 교류사에 입문할 수 있도록 해준다. 얼핏 저자가 일본에 대한 깊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서 약간 경계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특정 국가의 이야기에 치우친다기보다, 우리민족이 지향해야 할 실용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를 일본-유럽 교류사를 도구삼아서 말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저자의 이전 책과 함께 읽으면 효과적인 계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우리가 습관적인 '반일(反日)'이 아닌 합리적인 '극일(克日)'을 하기 위해 어떤 태도가 필요할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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