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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19년 03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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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16쪽 | 450g | 137*197*30mm |
ISBN13 | 9791189015503 |
ISBN10 | 1189015501 |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황석영 『철도원 삼대』 최종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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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읽기 시작하면서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의 원작이란 걸 눈치챘습니다. 읽고 나서, 영화를 다시 보니, 영화에서 놓쳤던 부분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같은 팬더믹 시대에 가장 가능성 있는 인류 멸망 시나리오를 꼽으라고 한다면 흔한 핵전쟁이나 외계인 침공 보다는 유행병이 더 가까워보입니다.
과학소설은 현실에서 지금 있을 것 같지 않은 어떤 만일 가정합니다. 이 소설에서 가정한 만일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바이러스가 폐 대신 생식기 계통을 공격하여 생식이 불가능하게 한다면? 이라는 가정입니다. 바이러스가 전 인류를 휩쓸었음에도 폐가 아닌 생식기 감염이기에 아프지 않고 죽지도 않으며, 그래서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는 긴 시간 동안 천천히 인류 전체를 감염시켜 버렸다면? 이라는 가정입니다. 더 이상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인류는 희망을 잃은 후입니다.
디스토피아가 끔찍하고 파괴적인 방법으로 다가올 때 공포에 휩싸인 인류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파괴적 재앙은 언제나 늘 우리 곁에 크고 작은 형태로 존재해 왔습니다. 우리는 태퐁과 지진과 폭설과 폭우와 해일과 가뭄과 수많은 자연 재해를 겪으면서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섰던 사람들과 죽음으로 사라진 사람들의 소식에 늘 노출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10년이 머다한 주기적 전쟁과 각종 내전도 매체를 통해 묵도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만일 신이 있고, 인류를 멸망하기로 작정했는데, 쟝르적으로 하드한 걸 싫어하고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디스토피아를 가장 평화롭고 조용하게 만들려면 이런 방법이 가장 적합할 것 같습니다. 누구도 죽일 필요가 없으니까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그냥 아이들이 없을 뿐이지, 핏빛 가득한 세상이 부서지고 쪼개지는 모습으로 스러지는 인류가 아닌, 그저 모든 사람들이 점점점점 늙으면서 하나 둘 씩 죽어가며, 천천히 소멸할 테니까요.
작가는 이런 가정 속의 소멸해가는 사회, 늙고 병들고 염세적인 사회를 그렸습니다. 아이들이 없어서 인류가 자신들을 끝으로 멸종하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체념하며 적응하며 그 나름대로의 질서를 찾는 사회를 그렸습니다. 곧 멸종하는 인류는 앞으로도 영원히 번성하리라 믿는 인류와는 다릅니다. 멸종에 다달은 각국은 질서를 잃고 점점 무정부사회에 가까워갑니다. 유일하게 질서가 살아있는 영국에서는 주인공 테오의 사촌 젠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손에 쥐고 나라를 컨트롤해갑니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그 질서를 가능하게 한 건, 노예제에 버금가는 이민자 착취 및 차별, 범죄자 추방, 자발적 자살을 빙자한 노인 살해 등입니다.
책에서 주인공 테오는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고 다소 이기적인 모습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의 인상적이지 못했던 결혼 생활은 자신의 차로 후진하다가 자신의 아기를 치어죽인 후 곧 파경을 맞았습니다. 옥스포드의 역사학 교수지만, 학교는 대학생 아이들이 없어서 시민을 위한 교양강좌 같은 걸로 바뀌었습니다. 미래가 없다면 역사를 연구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도 그게 직업이므로 따분한 강의를 맡아, 이제 더 이상 아이를 낳지 못하는 어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합니다. 여기서 줄리엣이라는 한 여성을 만나는데 그녀는 테오를 통해 통치자 젠을 만나, 사회의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기를 원합니다. 이 때부터 테오의 인생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소설은 선과 악을 가르지 않습니다. 범죄자가 늘어나고 사회의 질서가 점점 어지럽혀져 방화와 약탈과 무정부적인 무질서만이 남아있는 사회에 범죄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강력한 통치자의 출연으로 어느 정도 사회 전반에 안정을 주었다면, 남아있는 생존 기간이라도 다수가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되니까, 탄압으로 다소 억울한 소수의 피해자가 있다면 그건 감수해야 하는건지, 멸종하는 마당에 범죄자를 포함한 노약자 동의 모든 사람들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건지.. 책을 읽으면서도 어느 편에 서야 할지 모릅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영화 칠드런 오브 맨에서 어리버리한 다섯 명의 저항 그룹 대신 저항군이라는 거대 집단을 만들고 그 유명한 15분의 롱테이크 전쟁신을 삽입하였습니다. 아기 울음 소리에 전쟁이 멈추는 장면은 다시 봐도 감탄이 나옵니다. 원작에서 테오라는 주인공의 성장 과정(?)과 내면, 그리고 드라마에 집중하였다면 영화에서는 멸망도 하기 전에 스스로를 멸망시키는 인간의 본성이 사회에 드러나는 현상과 비주얼에 집중했습니다. 몇번 봐도 디스토피아는 저런 형태가 될 것이라고, 현실적인 디스토피아라고 생각하게 합니다. 신이 만일 파괴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이렇게 인류를 멸망하기로 했다고 해도, 결국 남은 인간은 멸종이 오기 직전까지 서로를 죽이며 싸우게 될 것이라는 원작에 대한 재해석은 어쩐지 숙연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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