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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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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심윤경 | 한겨레출판 | 2019년 01월 24일 리뷰 총점9.6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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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9년 01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90g | 150*210*20mm
ISBN13 9791160402247
ISBN10 116040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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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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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72년 서울 출생. 서울대 분자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대학을 졸업 후 얼마간의 직장생활을 거쳤으며, 1998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02년 자전적 성장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제7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달의 제단』으로 제6회 무영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소설 『이현의 연애』 『서라벌 사람들』 『사랑이 달리다』 『사랑이 채우다』... 1972년 서울 출생. 서울대 분자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대학을 졸업 후 얼마간의 직장생활을 거쳤으며, 1998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02년 자전적 성장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제7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달의 제단』으로 제6회 무영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소설 『이현의 연애』 『서라벌 사람들』 『사랑이 달리다』 『사랑이 채우다』, 동화 『화해하기 보고서』 등을 펴냈다. 『설이』는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주인공 동구와 세상 아이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고자 쓴 작가의 두 번째 성장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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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271

줄거리

설이는 태어나자마자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풀잎보육원에서 자란다. 처음 발견된 순간도 극적이다. 눈 오는 새해 첫날 보육원 앞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오물을 뒤집어쓴 채 발견됐고 우연히 TV에 그 장면이 고스란히 방영된다. ‘설’이라는 이름도 그렇게 갖게 됐다. 덕분에 보육원에는 성금이 쏟아지고 설이는 원장으로부터 ‘특별대우’를 받는다. 좋은 조건의 가정에 설이를 입양시키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세 번이나 파양되며 설이는 함묵증을 앓는다. 원장은 설이가 파양된 사실이 알려져서는 안 된다며 무리해서 유명사립초등학교인 우상초로 전학시킨다.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열정이 [SKY 캐슬]의 초등 버전인 우상초에서 설이는 온몸에 가시가 돋친 채 악착같이 살아남는다. 설이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우상초의 짱 시현이 어릴 때부터 자신을 애정으로 돌봐주던 소아과 의사 곽은태 선생님의 아들임을 알고는 충격에 빠진다.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아버지에게 저런 아들이라니…. 급기야 시현이 설이의 출생비밀이 담긴 동영상을 퍼뜨리고, 이 때문에 몸싸움을 벌이다 설이가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한다. 학교 측에서는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현의 부모에게 설이의 위탁부모가 되어줄 것을 요청한다. 시현의 부모는 야무지고 똑똑한 설이와 함께 지내면 시현이 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설이를 키우기로 결정한다.

완벽한 부모, 완벽한 가정을 상상했으나 현실은 달랐다. 항상 웃는 얼굴로 아이들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던 곽은태 선생님은 유독 자신의 아들에게만은 엄격했다. 좋은 조건을 안고 태어난 아이는 그만큼 훌륭한 사람이 돼서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면서….
시현이네 가족의 갈등을 함께 겪으면서 설이는 조금씩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시현에게도 연민을 느낀다. 그 와중에 설이의 출생에 얽힌 사연이 방송국과 원장이 연출한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갈등은 극에 달한다. 어른과 세상에 대한 환멸로 힘들어하는 열세 살 설이는 우리에게 묻는다. 무엇이 진짜 부모의 사랑인지, 부모의 사랑이라고 주장하는 그것 속에 보이지 않는 이기심의 커다란 가시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

출판사 리뷰

“가족이란 내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세상이다”
열세 살 설이가 견뎌낸 성장의 시간, 세상을 향한 집요한 물음


12년 전 함박눈이 쏟아지는 새해 첫날 새벽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진 갓난아기로 발견된 소녀 설이. 가족을 찾기 위한 여정에서 세 번의 입양과 파양을 겪으며 상처받고 영악해진 설이는 영원한 의문을 가슴에 안고 세상의 가족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날카롭게 관찰한다. 부모와 자식의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지친 얼굴로 시선을 TV에 걸쳐둔 저 젊은 여자의 가슴속에는 지금 엄마의 사랑이란 것이 끓어오르고 있는 것일까?

설이를 구조한 풀잎보육원 원장은 설이가 잘 살아갈 수 있는 길은 훌륭한 교육뿐이라 믿고 설이를 우리나라 최고 부유층의 사립초등학교인 우상초등학교로 전학시킨다. 약자를 향한 교묘한 학대와 차별에 익숙한 부유층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설이는 위탁모 ‘이모’의 늙고 초라한 사랑과 대한민국 최상류층 학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 사이의 선명한 대비를 경험한다.

부모의 사랑이란 무엇인가? 아이가 잘 자라기 위해 필요한 좋은 환경이란 어떤 것인가?

사랑의 진정한 의미와 속성을 찾고자 하는 설이의 탐구는 집요하고, 성공을 담보로 한 사랑의 천박한 이중성과 이기주의는 설이의 가차 없는 추궁 앞에 가면을 벗는다. 코칭이라는 이름의 조건적 사랑이 추하고 유해한 민낯을 드러낼수록 사랑과 가족의 의미에 대한 환상은 깨져가고 설이는 상처를 받지만, 겸손하고 소박한 이모의 사랑, 아무 바라는 것 없이 한결같이 베풀어진 이모의 따뜻한 사랑을 깨닫는 순간 설이는 자부심으로 이 땅에 당당한 두 발을 내디딜 용기를 얻는다.

설이가 묻는다.
당신의 아이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물론 우리 아이들을 사랑한다.
설이가 다시 묻는다.
그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가?
우리는 모두 설이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어른’이 된 아이들과,
‘어른’이 될 아이들에게


“나는 사나운 아이다. 하고 싶은 소리를 모두 퍼붓고 그걸로도 부족하면 팔뚝에 이빨을 박아버린다.” _본문 중에서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주인공 ‘동구’가 결국 인왕산 집과 동경하던 아름다운 정원을 떠나야 했다면, 『설이』의 주인공 ‘설이’는 우상초등학교를 떠나지 않는다. 사납게 버티어 서서 이모의 곁에 머물고야 만다. ‘동구’와 ‘설이’ 사이에는 17년의 시간차가 존재한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읽고 자라 어른이 된 아이들은 『설이』를 읽으며 어떤 생각을 할까? 아니, ‘동구’는 ‘설이’를 보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작가는 말한다.

나는 동구의 희생과 사랑을 칭송했지만 그 아이가 행복한지 아닌지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읽은 나의 독자들에게 특히 어린 독자들에게 나는 무슨 말을 했던 것일까.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아이들은 묵묵히 자기 인생조차 내걸어야 한다고 동구처럼 그래야 마땅하다고 말해버린 것 아닌가. _‘작가의 말’ 중에서

그사이에 변한 건 무엇일까? 어른들은 그대로인데 아이들만 변한 걸까. 아니면, 어른들이 그대로이기에 아이들이 변해야만 했던 걸까. 아이들이 침묵하는 세상은 옳지 않다고. 아이들의 되바라진 자기주장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는 어른이 많아질 때 세상은 지금보다 좀 더 나은 곳이 될 거라고. 설이는 말한다.

『설이』를 읽는 내내 독자들은 분명 ‘어른’이 된 아이들과, ‘어른’이 될 아이들을 향한 작가의 귀한 바람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성장을 기억하고, 아픔을 연대하려는 작가의 굳은 의지, 작가의 이런 마음 씀이 ‘우리’를 조금 더 행복하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올해의 책 추천평 (3개)

매년 진행되는 올해의 책 선정 행사에서 고객님들이 직접 작성해주신 추천평입니다.
2021
올해 읽은 책중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먹먹한 기분
asj***** | 2021.11.02
2021
눈이 오던 크리스마스날 음식 쓰레기통에 버려진 아이 ... 설이의 아픔과 명석함에 속이 시원했고 비뚤어진 어른들의 사회를 대하는 작고 어린 설이의 당당함!
mmj***** | 2021.11.01
2021
가슴을 울리는 책
sou***** | 2021.10.25

회원리뷰 (7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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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세상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참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나*이 | 2019-02-27

오늘의 세태를 잘 파악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초등 6학년의 눈을 통해서 만나는 우리들의 세상은 화려하진 않다. 이기가 넘치고 거짓과 탐욕이 가득한 곳이다. 어린아이의 눈에도 그것은 비치고 있다. 아이는 그것을 자신의 입장에서 잣대를 대고 조소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아이가 글 속에서도 나오지만 애어른이다. 아이의 시선으로 어른들의 생각이 가미되어 표현되고 있는 듯하다.

 

아이의 이름은 설이다. 설이는 보육원에서 자란다. 보육원에서 자라면서 몇 번이나 입양되고 파양된다. 좋은 곳에 입양되지만 상황이 되지 않아 파양이 된다. 가장 최근엔 외국인들에게 입양되어 그곳에서 살지만 그들의 냄새에 견디지 못하고 설이는 실어증에 걸린다. 그리고 몸도 쇠약해 진다. 그래서 다시 보육원으로 돌아오게 되고, 자신을 돌보는 이모와 함께 살게 된다.

 

하나 마나 한 생각이었지만 나는 조금 더 옛 기억에 집착했다. 원장님이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나를 꺼낸 그 일에는 사람들이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중요한 지점이 있었다. 그때 내가 운 덕분에 반대로 세상은 부끄러움을 조금 덜었다는 점이다. 예쁜 옷을 입은 아기가 음식물 쓰레기통 속에서 얼어 죽은 채 발견되었다면 이 세상은 지금보다 좀 더 부끄러운 곳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예쁘고 아무 생각 없는 별이 되는 대신 피곤하고 부끄러운 유기아동이 되어서 세상의 몫이 되어야 마땅할 창피함을 대신 짊어졌다. 과연 이 바보 같은 세상은 그런 생각을 해보기나 했을까? 자기들이 나에게 얼마나 큰 빚을 지고 있는지 알기나 하려는지.(p27)

 

설이의 삶은 그야말로 기구하다. 그가 어떻게 보육원에 오게 되었는지는 위의 글에서 조금 읽을 수 있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예쁜 옷을 입은 아이를 원장님이 발견해 보육원에서 자라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것을 설이의 소재로 하여 매력적으로 사회에 메시지를 던진다. 아이들이 제대로 보호 받으면서 자라는 사회, 그래야 건강함 사회가 됨을 말하는 것이다. 사회가 참으로 악하다. 그것이 설이의 출발점부터 제시되어 나타난다. 인륜이 마비된 가정, 사회의 모습은 아픔이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가지 거듭해왔던 바로 그 일, 지겹지만 어쩔 수 없이 나의 일인 그것, 고민을 했다. 이대로 침묵할까. 아니면 다시 소리를 낼까. 나는 이 학교가 뿜어내는 단호한 배척의 기운에 벌써 질려서 다니던 학교에 다시 돌아가는 편이 차라리 낫겠다는 결론에 거의 도달에 있었다.(p42)

 

파양하고 돌아온 설이가 같은 학교에 들이기가 꺼림칙하여 보육원에서는 마음을 쓴다. 그리고 주민의 도움을 받아 오늘날 강남의 이름 난 학교 같은 우상초등학교로 전학한다. 그 전학 과정 속의 학부모들의 갑질은 예상을 뛰어 넘는다. 설이가 그 학교에 와서 도움이 될 것이 없고 오히려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많은 부모들이 반대를 한다. 하지만 설이는 자신의 능력으로 당당하게 그들의 얘기를 잠재우고 전학을 한다. 그 학교엔 시현이라는 남자 아이가 있다. 그는 설이가 좋아하는 곽은태 의사 선생님의 아들이다. 설이는 시현이 옆에 앉게 된다. 시현은 키가 크고 잘 생겼다. 집에서는 공부를 강요하지만 그는 춤추기를 좋아하고, 아이들처럼 학교에서 인기가 있다. 학예회 때 공연을 통해 크게 분위기를 휘어잡기도 한다. 설이는 이 학교에서 시현이를 통해 자신의 어릴 적 쓰레기통에서 나오던 모습이 담긴 영상물이 돈다. 설이는 마음이 많이 상한다. 그래서 시현이와 크게 싸운다. 그리고 쓰러지게 되고. 함묵증에 빠진다. 그는 자신이 편한 대로 자신을 갈무리해 가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내 상상속의 혈연이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강력하고 흔들릴 수 없는 자연의 힘이라서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던 나의 엄마나 아빠는 나를 한눈에 알아보고 과거의 어리석은 선택을 후회하며 나를 힘껏 껴안곤 했다. 나를 쓰레기통에 넣은 사람이 그런 포옹을 한다는 게 도무지 앞뒤가 안 맞는데도 나는 무안함을 애써 떨치며 길거리 상봉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p88)

 

설이는 마음속에 늘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그것이 주변의 괜찮은 부모들을 보면 자신의 부모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자신을 버려도 피붙이에 대한 애끓은 정을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드는 글귀다. 설이의 희망, 아마 가정을 잃은 모두의 희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지금 바비큐가 구워지고 있는 이 차양막 아래 이모가 있다면?

상상조차 어이없는 일이었다. 차양막 아래 엄마들은 뚱뚱하기도 하고 날씬하기도 하고, 젊은 엄마도 있고 나이가 꽤 많아 보이는 엄마도 있었지만 그들 모두 통들어 표현하는 한 단어가 있다면 귀부인이었다. 나는 그 단어가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지 우상초등학교에서 확실하게 깨달았다. 전학 첫날 나를 놀라게 했던 그 은은한 윤기를 두른 사람들이었다. 세상 모든 호의를 다 끌러온다 하더라도 이모를 저 테이블에 앉힐 수는 없었다. 이모는 바비큐를 나르는 서빙 인력으로도 쓰일 수 없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주방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조차 젊고 멋있었다.(p94)

 

설이의 이모는 혼자 살면서 보육원에서 설이를 만난 사람이다. 설이에게는 지극 정성이다. 원장님이 아파 요양원에 간 후 설이를 도맡아 키우고 있다. 설이의 얘기를 모두 들어주는 할머니 같은 인상의 이모로 불리는 사람이다. 설이에게는 부모나 다름없는, 어느 누구보다도 친밀한 사람이다. 이 이모가 학부모들과 어울리는 일은 개발에 편자와 같은 일이다. 도무지 어울리지가 않는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집단이 있을까? 그것은 설이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스스로 민망해 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아니나 다를까 담임은 우리 집을 한번 둘러보고 눈이 아롱아롱해졌다.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담임은 나의 가난을 업신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가난하고 불쌍한 처지라서 특별히 더 잘해주려 애를 썼다. 하지만 그것도 몹시 싫었다. 담임의 친절도 함박웃음도 모두 싫었다. 왜 싫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었다. 이 학교에 전학 오고 나서는 무엇이 좋은 것이고 무엇이 싫은 것인지 모두 헷갈려 버리고 말았다.(p111)

 

한 번은 설이에게 일이 있어 담임이 집에 까지 찾아오는 일이 생긴다. 담임은 설이의 집을 방문하고 그 보잘 것 없음에 놀라워한다. 설이는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 그리고 자신이 다니는 학교, 자신이 살고 있는 집, 그들의 미묘한 어울리지 않은 모습에 혼란스러워 한다. 학교에 가면 똑똑한 학생인데, 집에 오면 허름한 어린아이가 되는 모습을 인지하는 것이다. 설이는 모든 것들이 혼란스럽다. 하지만 설이에게도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꿈은 있다. 그 꿈은 자신을 너그럽게 웃으면서 돌봐준 의사 곽은태 선생님에게서 희망을 본다.

 

우리는 그곳에 속하지 못할지언정 그런 세계와 그런 사람들이 어딘가에 존재하고, 언젠가 운이 좋아지면 어쩌면 우리도 그 세계에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은 중요했다. 곽은태 선생님은 그런 곳이 존재한다는 눈에 보이는 희망이었다. 우리 마음속에 있던 그 작고 보잘것없는 평화의 세계가 와장창 깨진 것은 부러진 뼈보다 더 크고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었다. 곽은태 선생님의 비참한 모습을 보느니 차라리 내가 잘못해서 사죄하는 쪽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p145)

 

설이는 시현과의 다툼으로 상처를 입고 힘겨운 상황이 된다. 그러면서 시현의 아버지인 곽은태 선생님의 다른 모습도 본다. 시현에게 능력 있는 성장을 위한 과도하게 요구하는 모습을 본다. 그것을 통해 곽은태 선생님께 가졌던 환상이 무너져 가는 듯한 모습을 만나며 설이는 아프다. 그런 가운데 설이는 곽은태 선생님 집에 들어가 살게 된다. 학습 능력은 있는데, 환경이 어려워 배우지 못하고 있는 설이를 시현과 함께 공부시키며 키워보자는 그들의 생각에서이다. 그것이 실제로 옮겨지고, 설이는 시현과 한 집에 살게 된다.

 

시현 엄마가 곽은태 선생님과 이야기하는 나직한 목소리를 듣고서야 나는 내가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격렬하고 갑작스러운 변화를 감당하기 힘들 때 늘 그랬듯 나는 함묵증이라는 편안하고 몽롱한 구름 속에 숨었다. 내 귀와 뇌는 정상이었고 필요한 소리는 모두 들었지만 내가 대답을 해야 하는 타이밍에는 적당한 딴 생각에 자연스럽게 정신을 실어 날려 보냈다. 그런 식으로 나는 별다른 죄책감이나 부담감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낼 수가 있었다.(p155)

 

설이는 시현이 집에 들어가 살게 되는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자기방어기재로 함묵증을 택했다. 그는 어려운 일이 있으면 말문을 닫아 버린다. 그러면 타인들이 자신에게 요구할 것이 있어도 하지 못한다. 당연히 상대의 주문에 응답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은 설이의 큰 무기다. 지난 번 파양 때도 이 함묵증이 큰 역할을 했다. 말도 못하고 시름시름 앓아가는 아이를 집에 둘 수가 없어 보육원을 다시 데리고 온 것이다.

 

수학과학, 논술, 영어 학원에 다니게 되었는데 세 학원에서는 각자 경쟁이라도 하듯 숙제를 쏟아냈다. 각자의 학원은 내가 학교도 다니고 다른 학원도 다니는 형편을 고려해 주지 않았다. 각자 자기 분야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제 겨우 시작이었는데도 벌써 압도되는 기분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이 모든 걸 해내는지 곁눈질해 보았지만 그들은 모두 덤덤한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나만 놀라고 나만 겁에 질려 있었다.(p163)

 

학원 문제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설이는 시현의 집에서 부담해 주는 경비로 학원을 다니게 된다. 그런데 학원이라는 것이 자신의 학원만 소중한지, 학생들의 한계와 다른 배움도 있다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요즘 모든 학원들이 이러한 모습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정말 경쟁이라는 괴물이 나은 이상한 현상이다. 설이라는 똑똑한 아이도 힘겨워 하는 일을 어느 아이가 해낼 수 있을까?

 

분노의 안경을 쓰고 보니 원장님이 나에게 해준 다른 일들도 사랑이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태어난 날 발견되었는데 두 돌이 되도록 입양을 하지 않고 풀잎 보육원에 있었던 것도, 아마 내가 있어야 기부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부러 입양을 보내지 않고 최대한 늦추었을 것이다. 내 덕분에 풀잎보육원은 번성했고, 원장님은 중요하고 힘 있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p251)

 

설이는 이모를 통해 자신이 보육원에 왔을 때 실체가 어떠했는가를 알고 보육원 원장님도 불신한다. 원장님이 자신을 상품으로 만들어 기부금을 많이 받도록 하고, 보육원을 운영한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매스컴의 힘은 세다. 설이가 새해 첫날 쓰레기통에서 발견되어 보육원에 자라게 되었다는 시나리오는 일반인들에게 매력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설이의 실제는 그렇지 않았는데 결국 원장님에 의해 그렇게 각색되어 보육원을 선전하는 도구로 사용된 것이다. 이 일을 알고 원장님에 대한 원망이 강해 진다. 그리고 원장님이 돌아가신 후에 묘소도 찾지 않는다. 그런 시간이 흘러가면서 설이의 앙금이 무디어 지고 결국 이모와 함께 원장님의 납골당을 찾는다. 그리고 지난 일들을 모두 이해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즉 이모가 하는 말을 통해 세상의 거짓말이 선의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용인은 되지 않더라도 이해를 하면서 세상의 거짓말을 더러는 수용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곽은태가 시현의 졸업식 공연을 인정하는 내용을 통해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많은 얘기를 하고 있다. 어린아이를 통해 하는 얘기가 한계가 있으련만 개의치 않고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아이의 의식이라고 할 수 없는 난이도 높은 내용들이 언급되어 있고, 그것은 이 이야기의 장점이자 약점이 되는 듯하다. 장점은 세상을 잘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단점은 너무 가식적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아이가 개연성을 가지려면 이렇게 초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 글속의 설이는 학습적인 능력, 다른 것들의 인지 능력이 놀랍게 나타난다. 즉 어른이 아이의 눈을 통해 애기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난 이 글을 읽으면서 이런 점들을 생각해 보았다.

* 학생들의 과외 열풍, 학부모님들의 치맛바람의 문제

* 동물 사랑, 함부로 애완용 동물을 버리지 않기

* 자식을 함부로 버리는 몰상식한 부모

* 이중인격을 보이는 어른들의 세계

* 학원들의 교육 문제

* 갑들의 횡포

* 거짓으로 조작하여 세상에 동정을 호소하는 문제

이들의 문제들을 곳곳에서 제기하고 있으면서도 긍정적인 시선을 놓지 않고 있다. 따뜻한 안목은 미래의 밝은 길에 대한 회복을 제시하고 있지 않나 마음에 왔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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