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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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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

최혜진 | 은행나무 | 2019년 01월 10일 리뷰 총점9.2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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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9년 0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50g | 145*215*20mm
ISBN13 9791188810833
ISBN10 118881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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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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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서울에서 활동하는 작가이자 잡지 편집자입니다. 그림과 그림책을 보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집니다. 『우리 각자의 미술관』,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등을 쓰고, 『빈센트 반 고흐』와 『프리다 칼로』, 『클로드 모네』를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작가이자 잡지 편집자입니다. 그림과 그림책을 보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집니다. 『우리 각자의 미술관』,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등을 쓰고, 『빈센트 반 고흐』와 『프리다 칼로』, 『클로드 모네』를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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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257

출판사 리뷰

삶이 굳고 엉킬 때 가만히 말 걸어오는 그림들

―“인생의 모호함이 우리를 발전시킵니다”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의 화가, 빌헬름 하메르스회이는 저자를 북유럽 그림의 세계로 이끈 장본인이다. 우직하게 회색만 탐구한 화가. 그리하여 회색의 가능성을 열어준 화가. 이것 아니면 저것, 찬성 아니면 반대, 내 편 아니면 적, 1등 아니면 루저라고 단정 짓는 마음이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 상처의 연쇄 가 될 때, 하메르스회의의 그림은 ‘회색’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고 닫힌 시야를 확장한다. 그림 속에 답이나 해석은커녕 결정적인 순간을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그의 그림은 삶의 본질을 일러주기도 한다. 삶은 아무것도 모른 채 나아가는 것. 우리를 발전하게 만드는 건 인생의 그 모호함이니 말이다.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자각은 화가 페데르 발셰가 남긴 광활한 북구의 풍경화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압도하는 대자연 앞에서든 삶의 불가해함 앞에서든 나의 연약함, 미미함, 무력함을 확인하고 ‘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 어쩌면 우리가 성장하는 순간은 계속 나아가는 순간이 아니라 멈춰 선 순간일지도 모른다. 이의를 달 수 없는 한계 앞, 내 뜻과 상관없이 멀어지는 모든 것들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기보다 불확실성을 마주하고 받아들일 때, 트롱프뢰유의 거장 헤이스브레흐트의 그림이 여실히 보여주는 것처럼, 당연하게 누리던 생을 달리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생의 감각은 ‘살림’으로부터 옵니다”
북유럽의 그림들은 무엇보다 거대한 대의와 관념의 세계가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의 세계인 집, 밥, 일상을 몸으로 그려냈다. 구멍난 천을 기우고, 뜨개질을 하고, 야생화를 꺾어와 화병에 꽂고, 은은한 불빛 아래 옹기종기 모여 대화하고, 아이들과 식탁에 빙 둘러앉아 저마다 그림 연습을 하는 온기 가득한 순간들. 특히 17세기 네덜란드 장르화 화가들은 아름다움이 거대한 십자가, 웅장한 성당 기둥, 근엄한 성자와 위인의 조각상에만 깃든 것이 아니라 숱한 걸레질로 반짝반짝 길들인 나무 수납장, 양파 까는 아낙의 어깨에도 깃들 수 있음을 그림으로 증명했다. 이 그림들 앞에서, 우리는 전 세계를 강타한 북유럽의 생활 방식 ‘휘게’‘라곰’을 읽는다. 조바심 내지 않는 마음, 서로의 고민을 헤아리는 농밀한 대화,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 지친 몸을 기대 누우면 안도감이 느껴지는 공간…… 이런 것은 저절로 되지 않는다. 그 안에 아름다움을 부여하겠다고 선택하고 가꾸어야 가능하다. 결국 ‘살림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 아나 안셰르, 비고 요한센 등 북유럽 화가들이 집안일하는 하는 사람들의 바지런한 몸짓, 담백한 표정, 공간의 질서 정연함을 통해 포착하려 했던 가치도 이것이 아닐까? 살림하는 마음으로 몸과 마음, 관계를 가꿀 때 우리는 삶을 더 생생히 감각할 수 있다.

―“경쟁과 위계를 지워요, 지금 내 안에서부터”
근대 북유럽 화가들의 공동체인 해변 마을 스카겐에서는 일상과 예술을 분리하지 않고 본인이 살아낸 내용을 순도 깊게 담아낸 그림들을 만났다. 내가 삶과 맞부딪쳐 얻어낸 단단한 알곡만을 가질 것, 부족한 대로 긍정할 것. 이는 스카겐을 중심으로 활동한 화가부터 현대 디자이너들까지, 북유럽의 예술을 꿰뚫는 주제이기도 하다. 유럽 역사에서 주인공 자리에 서본 적 없으면서도 지금의 삶이 꽤 그럴싸하다는 자기 긍정은 북유럽 사람들을 삶에 온전히 밀착시켰다. 이 ‘자족’의 태도는 P. S 크뢰위에르, 크리스티안 크로그, 비고 요한센 등의 그림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위계를 만들어놓고 건강, 외모, 부, 사회적 성취까지 무엇이든 하기 나름이라고, 목표를 크게 잡으라고, 쉬이 만족하지 말라고, 더 열심히 자기 착취를 하라고 속삭이는 목소리에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노출된 것 아닐까. 북유럽 그림이 보여주는 일상성에 대한 긍정은 ‘더 잘했어야지’에서 ‘지금 이대로 충분해’로 건너가게 한다. 성과주의의 목소리를 지운다. 더 근본적으로는 자기 운명에 만족하며 스스로를 들들 볶지 않는 자족의 태도를 갖게 한다.

―“고정된 미의식, 노릇과 역할을 벗어던져요”
꽃처럼 응시하고 감상하는 대상으로서의 ‘여성’이 아니라 노동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여성’. 북유럽 그림에서 만나는 여성은 여느 그림과 달랐다. 거울 앞에서 치장하거나 스스로를 점검하는 여성을 그려온 서유럽 그림에는 뇌쇄적인 눈빛으로 관람객을 바라보고 있는 누드 여성이 곧잘 등장한다. 그러나 동시대 활동한 북유럽 화가들의 그림 속 여성들은 요리를 하거나 혼자 있는 시간에는 무언가를 읽고 쓴다. 화가 안데르스 소른이 남긴 누드화에서조차 보는 이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옷을 벗은 느낌이 아니라, 거추장스러운 사회적 자아를 벗고 자연의 일부로서 자기 자신에게 다가간 여성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 다름은 어떻게 가능할까? 북유럽 여성 화가의 활약을 보면 이해된다. 한 기록에 따르면 1858년 핀란드예술협회가 수여한 신진 화가상을 받은 열두 명의 화가 중 무려 열한 명이 여성 화가였다. ‘딸’로 살기보다 ‘화가’로 살기를 선택하고 일생을 통해 자신의 선택을 올곧게 증명한, 화가 하리에트 바케르처럼 북유럽 여성 화가들의 그림은 고정된 미의식, 노릇과 역할에 지친 우리를 깨운다. 여자로서의 본분 너머로, 울타리 바깥으로, 행실을 제약하는 온갖 목소리가 사라진 곳으로, 자기 언어로 세상에 대해 읽고 말할 수 있는 자리로, 똑같은 1인분의 무게로 견해가 존중되는 장소로 떠나라고 등을 떠민다.

“계속 살아낼 힘을 내기 위해 많은 것이 필요한 건 아니야”
누가 뭐라든 내 속도로, 온전히 나답게 삶을 건너가는 법


소확행의 열풍에서, 온갖 사소한 소품에도 ‘북유럽풍’이라는 딱지를 가져다 붙이는 대유행으로부터 우리가 정말 읽어야 할 것은 무얼까? 총 2만 4870킬로미터의 여정, 저자 최혜진이 조금이라도 시간의 틈이 생길 때마다 북유럽 도시로 날아가 미술관을 순례하며 발견한 것은 북유럽 근대 그림들은 ‘미’와 ‘생활’을 분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활이 한없이 아름다웠을 리 없다. 무탈했을 리도 없다. 그 안엔 고단함이, 쩨쩨함이, 갑갑함과 괴로움이 분명 있었지만 북유럽 그림 속에는 현실을 긍정적으로 응시하는 시선의 힘이 있다. 소확행 열풍, ‘북유럽풍’ 열풍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것은 이제는 좀 다르게 살고 싶다는 열망, 한계를 인정하고 작은 의미-작은 행복부터 구하고 싶다는 소망, 스스로를 갈아 넣어야 겨우 유지되는 일상이 아니길 바란다는 희망일지도 모른다. 누가 뭐라든 내 속도로, 온전히 나답게 삶을 건너가는 법 말이다.

자기 앞가림 하는 존재로, 밥벌이 노동자로,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이중 삼중 역할을 해내느라 매일이 버거운 사람들, 그럼에도 묵묵하게 나다움을 잃지 않고 일상을 긍정하는 시선의 힘을, 자신만의 고유한 감각들을 붙잡아두고 싶은 사람이라면 잠시 멈춰 서서 이 책을 펼쳐봐도 좋다. 화가 뭉크가 그랬던 것처럼, 삶은 전혀 상냥하지 않지만 그저 당하는 게 아니라 겪고, 이해하고, 납득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궁극에는 내 삶의 주인 자리에 오롯이 서게 될 날이 머지않아 찾아올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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