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미국의 작가 가브리엘 탈랜트(Gabriel Tallent)가 2017년에 첫 데뷔작으로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4시간 정도 차를 달리면 나오는 태평양 연안의 작은 도시 멘도시도가 이 소설책의 배경이다. 이 소설책이 발표되기 1년전 봄에 냄비뚜껑 만한 큰 전복을 따러 멘도시노로 여행가는 일행에 합류했던 나는 발목만 담구어도 몇 초를 못견딜 정도로 시렸던 멘도시노의 차가운 바닷물과 해변가의 황량한 모래언덕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멘도시노의 자연을 너무도 생생하게 표현한다. 작은 벌레의 다리 털과 소화기관이 보일듯한 통통한 배의 움직임을 징그러울 정도로 세밀하게 눈앞에 그린다. 작가는 이 지역에서 2년간 산림감시단 활동을 하면서 겪었던 경험으로 바닷가 바위틈으로 휘몰아치는 바람, 바람에 꺾일듯 날리는 풀잎, 찬 바닷 바위에 붙어 있는 홍합 끝에 부디쳐서 갈라진 등의 깊은 상처, 칼에 등을 찍혀 파르르 떠는 전갈 꼬리의 움직임 등, 이 소설의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더하여 작가의 디테일한 경험을 함께 버무린 세밀한 장면 묘사는 눈앞에 보이듯이 생생하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터틀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나이의 사춘기 여학생이다. 엄마를 잃고 아빠와 단둘이 해변가에 외따로이 떨어져 있는 집에서 살아가는 그녀는 또래의 아이들과 전혀 다른 세계의 삶을 살아간다. 여러 종류의 총기를 다루며 매일 집안에 설치된 표적에 사격 연습을 하고, 거친 산과 들판을 맨발로 뛰어 다니는 그녀는 짐승 같이 거친 몸으로 환경에 적응하고 단련되어 있다. 그녀는 매일 정기적으로 시골길을 다니는 스쿨버스로 학교에 등교는 하지만 공부가 전혀 재미있지도 않고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않는 학교생활을 계속한다.
어느날 자신을 속박하는 아빠로 부터 벗어 나고 싶은 충동에 홀로 집을 떠난 터틀은 폭우가 쏟아지는 한밤중 숲속에서 길을 잃은 또래의 남학생 두명을 우연히 만나면서 이 소설은 전개된다.

딸에 대하여 절대적인 애정을 보이는 아빠인 마틴은 머리속이 편협한 세계관으로 차있는 사람이다. 딸인 터틀에 대한 소유에 극도로 집착한 나머지 심하게 왜곡된 사랑으로 딸에게 향한다. 아빠인 자신을 제외하고는 할아버지를 포함한 다른 누구와도 감정을 나누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는 마틴은 중학교 졸업 파티에 입고 갈 드레스가 필요하다는 딸을 부지깽이로 무참하게 때리고 폭력한다. 딸의 남자 친구라는 존재를 결코 허용할 수 없는 아빠인 마틴에게 딸인 터틀은 마이 앱솔루트 달링(My Absolute Darling)이다.
아버지의 섬뜩한 물리적, 정서적, 성적인 폭력으로 괴로워하면서도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딸의 현실과 여기서 살아 남기 위하여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터틀의 심리묘사는 독자가 이 소설에 빠져들게 되는 격렬한 드라마 이다. 파국으로 치닫는 종말적인 비극 가운데서 새로운 삶을 찾게 되는 여주인공의 마지막 스토리는 소설속의 어둡고 긴 터널로 부터 빠져 나온 느낌이다.

나에게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프랑스 친구가 한 명 있다. 5년전에 한강 잠실 남쪽의 수상스키 바지 2층 데크의 햇볕 아래에서 우연히 첫 말문을 튼 그의 이름은 올리비에(Olivier) 이다. 그와는 여름의 수상스키장과 겨울의 스키장에서 가끔 시간이 맞으면 만나서 함께 운동을 즐기곤 한다.
젊은 시절 방황끝에 발길이 머문 한국에서 인연을 만나 결혼하고 사업도 성공적으로 일군 그는 나와 만나면 질문이 많다. 그가 나의 살아가는 방식의 많은 부분에 대하여 궁금해 하는 것을 알기에 나는 사업 경험과 살아 오면서 깨달은 지혜를 가능한 솔직히 대답해 주려고 한다. 비지니스 이해관계로 엮인 남자들의 세계와는 달리 좋아하는 운동을 함께하면서 친해진 그와는 좋은 친구로 삶을 재미있게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와는 어쩌다 가끔 저녁에 술을 나누면서 나쁜 정치인 욕도하면서 나이들면서 겪는 몸의 변화와 일과 취미가 섞인 다양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내가 평소에 다양한 책을 읽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는데 가끔 외국 유명 작가의 책을 알려주면 프랑스어 번역본을 구해서 읽겠다고 하였다. 코로나19로 만남이 뜸한 후 오래간만인 지난 10월의 저녁 만남에서 그는 자기가 읽은 소설중에 너무나도 흥미진진한 책이 있다고 하면서 나에게 꼭 읽어 보라고 이 책을 추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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