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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12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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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08쪽 | 634g | 148*210*34mm |
ISBN13 | 9788950959005 |
ISBN10 | 8950959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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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상대하는 게 직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설득'이라는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그건 일을 할 때마다 언제나 떠올리게 되는 말이기도 하다. 일을 잘 한다는 말을 듣기 위해선 늘 사람을 보다 잘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득 실력이 그리 잘 늘지 않아 여간 걱정이 아니다. 노력은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결과는 신통치 않아 고민이 깊어진다. 자연히 설득을 잘 하게 만드는 비결을 찾아 다니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설득의 심리학'으로 우리나라에 그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미국의 애리조나 주립대 심리마케팅학과 명예교수 로버트 치알디니의 '초전 설득'이란 책이다. 원제는 PRE-SUASION.
'초전'이란 말이 실생활에서 잘 쓰이지 않으므로 어떤 분들에겐 좀 어색하게 들릴 수 있겠다. 그러나 좀 옛 세대라면 제목에서 얼른 '초전박살'을 떠올리지 않을까 한다. 과거 박정희 유신 시절, 만들어진 말로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처음부터 아예 상대방을 제거한다는 의미다. 알고보면 '초전 설득'의 의미도 이와 유사하다. 대화 중에 상대방의 진심을 알아 거기에 맞춰 설득 기술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가진 의중에 상관없이 내 쪽에서 먼저 설득이 잘 먹히게 이런 저런 설계를 미리 해 놓는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로버트 치알디니는 그것을 '오프너(opener)'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존 장벽을 없애는 역할인데, 이것이야말로 오프너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 굳게 닫힌 상대방의 마음을 활짝 열어 설득하려는 사람의 메시지가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되게 하는 것이다.(p. 38)
상대방 마음의 장벽을 허문다.
이 말만큼 초전 설득을 잘 나타내는 말도 없어 보인다. 이렇게 장벽을 허무는 일에 대하여 그동안 나는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깊이 깨닫게 되었다. 원래 난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선 그가 납득할 수 있게 수많은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과학적 혹은 역사적으로 검증된 자료 증거로 내 말의 신빙성을 담보하고 그걸 반박 불가능한 논리로 잘 구성하면 된다고 말이다. 경제학에서 그렇게 가정하듯이, 이성적인 인간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히 설득될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로버트 치알디니는 사람에 대한 나의 근본적 관점이 잘못되었다는 걸 초장부터 밝힌다. 최근까지 연구된 인간의 심리와 행동 방식에 대한 자료들을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것 중의 하나를 선택하도록 실제로 이끄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라고 말이다. 우리의 두뇌는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았다. 체계적으로 굳건하지도 않았다. 꽤나 유연했으며 아주 사소한 것으로도 중요한 것에 대한 판단이 휙휙 바뀌어버렸다.
외부 세계의 어떤 속성들은 우리의 주의를 우리 내부의 속성인 특정한 태도, 신념, 특성, 기억, 감각과 같은 것으로 옮겨 가도록 하기 쉽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런 주의 전환에는 그에 따른 효과들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주의를 전환하는 순간 내부의 주요 요소에 중요성을 부여하고, 인과관계를 할당하며, 그와 관련된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p. 189)
여기서 치알디니가 말하는 '초전'의 상황이 중요해진다.
왜냐하면 인간의 판단과 선택은 대부분 처음에 무엇을 보고 들었느냐에 강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질문을 우선 긍정적인 표현으로 하면 사람들의 대답 역시 긍정적인 것을 더 많이 선택했고 반대로 부정적인 질문으로 시작하면 부정적인 것을 더 많이 선택했다. 우리는 나름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답하는 것 같지만 이렇게 처음에 내가 어떤 인상을 갖고 인지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졌다. 되도록 시작할 때 긍정적인 인상과 인지를 주어 상대방의 말이 쉽게 들어올 수 있게 내 마음의 벽을 허무는 것. 그것이 바로 '초전 설득'이 하고자 하는 바였다.
그런 인상과 인지는 어떻게 줄 수 있는가? 그것이 바로 초점의 설정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상대방이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 '주의'가 특별히 중요한데, 그것은 행동경제학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의 다음과 같은 말로 일견이나마 설명할 수 있다.
'당신이 그것을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는 그것 외에 어느 것도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삶에서 중요하지 않다.'(p. 70)
카너먼에 따르면 사람은 지금 자신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을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언론은 자신이 원하는 여론 조성을 위해 사람들에게 없는 주의를 일부러 만들기도 한다. 그것을 커뮤니케이션 학에서는 '어젠다 설정 이론'이라 일컫는데, 이것은 설득력 있는 증거를 앞세워 대중이 새로운 입장을 취하도록 하는 직접적인 설득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특정 주제와 관련된 사실 정보를 다른 주제와 정보보다 훨씬 더 많이 보도하여 마치 그것이 가장 중요한 사건인 것처럼 사람들에게 인지시켜 주의를 모으고 그것으로 보도가 마치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최근 SBS가 손혜원 의원의 목포 주택 구입을 두고 보여준 보도 행태가 딱 여기에 들어맞는다. 진실이 아니라 나의 말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 초전 설득의 목적이다. 그런 관심이 내게 중요한 것이 상대에게도 중요한 것이 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지난 날,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를 두고 언론사들이 보도한 행태가 딱 이랬다. 오직 소수의 사람만이 그 정책의 대상이었지만 언론들은 '어젠더 설정 이론'에 따라 시민들을 자극할만한 제목으로 수많은 보도를 쏟아내었고 그 정책과 별 상관없는 사람들까지 자기 문제로 인지하게 만들어 급기야 정책마저 거꾸려뜨려 버렸다.
우리의 마음은 이렇게 마치 껍질이 없는 갑각류처럼 바깥 요인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존재라 스스로 아주 확고한 가치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여기지만 알고보면 여기저기 많은 틈이 존재한다. 초전 설득은 바로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기법이다. 그 열린 틈을 재빨리 포착하여 타이밍을 잡는 기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타이밍은 '초전 설득의 1단계'에 불과하다. 온전한 설득을 위해선 2단계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우리 마음의 진실된 상태와 관련있다. 그 상태란 우리의 마음이 우리가 생각하듯이 그리 명징한 모습으로 있지 않고 대부분 안개에 휩싸인 것처럼 모호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은 미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 그 순간 존재한다. 그렇게 일시적이고 임의적으로.
그 해답은 정신 활동의 다소 과소평가된 특성과 관련이 있다. 즉 정신 활동 요소들은 준비를 한다고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준비가 완료됐을 때 나타난다. 우리가 어느 구체적인 개념에 주의를 집중하면 그것과 밀접하게 연결된 다른 개념들도 우리 마음속에서 특혜를 받는다. 그것과 연관 없는 개념들과 비교해서 그야말로 필적할 수 없는 영향력을 획득하면서 말이다.(...) 의식 속에서 새롭게 강화된 개념은 우리의 인식을 좌우하고 생각을 주도하며 동기부여에 영향을 미쳐서 그것과 관련된 행동을 변화시킨다.(p. 207)
이처럼 이토록 모호한 마음에다 내가 원하는 특별한 인식을 심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초전 설득의 2단계'다. 이런 인식이 한 번 강하게 심어지면 그것이 마치 닻이라도 된 것처럼 계속 상대방을 집중하게 만들어 마침내 없던 동기도 형성시켜 내가 이끄는 쪽으로 자발적으로 따라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그런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가? 물론 거기에 대해서도 치알디니는 답이 준비되어 있다. 그는 가장 광범위한 초전 설득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일곱 개념이 있다고 하면서 3부에서 그걸 설명한다. 초전 설득을 위해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개념들에 대해서 말이다. 그 일곱 가지란 다음과 같다.
1. 상호성
2. 호감
3. 사회적 증거
4. 권위
5. 희귀성
6. 일관성
그리고 마지막 연대감의 형성이다.
상호성은 쉽게 말해 상대에게 먼저 베푸는 것이다. 사람은 상대에게 어떤 혜택을 받게 되면 그 사람이 나의 보답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가지게 하면 나의 말을 중히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치알디니는 오사마 빈라덴의 전 경호팀장인 아부 잔달의 예를 들어 이걸 설명한다. 9.11 테러 이후, 예맨에서 체포되어 심문 받을 때 그는 완강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한 심문관이 그가 당뇨 때문에 식사로 제공되는 쿠키를 먹지 않는다는 걸 알아채고 그에 따라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쿠키를 일부러 마련해주자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여긴 그는 필요한 모든 정보를 기꺼이 제공했다고 한다. 이런 게 바로 상호성의 원칙이다. 호감은 말 그대로 상대가 날 호감 가는 존재로 여기도록 하는 것이며 사회적 증거는 나의 제안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많은 이들이 원하고 따르고 있다는 걸 상대에게 인지시키는 것이다. 귄워란 나의 전문성과 신뢰 받을만한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이 내 말을 진중하게 듣도록 하는 것이며 희귀성은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이란 걸, 일관성은 지금 나의 말이 조석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늘 한결 같은 것임을 주지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여섯 가지를 이용해서 만들어야 하는 게 바로 연대감이다. 당신과 나와 다르지 않으며 함께 존재하고 함께 행동하는 관계라는 걸 상대방도 생각하도록 하는 것.
치알디니는 특히 이 연대감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며 따로 특별히 한 장을 할애하여 설명하는데 읽다보니 2016년 겨울에 참여했던 박근혜 탄핵을 위한 촛불 집회가 생각났다. 함께 촛불을 들고 같은 노래를 부르고 행진하다 보니 연령, 성별, 직업, 성향이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곳에서 모였지만 그 모두가 나와 결코 다르지 않다는 걸 아주 깊이 깨달았던 것이다. 같은 꿈을 꾸고 그것을 함께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형제요, 가족 같았다. 치알디니는 나와 닮은 존재에게 쉽게 설득된다고 하면서 그 자아는 비단 개인적인 것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적 자아로도 확장된다고 말했는데 정말 그랬던 것이다. 이렇게 곁에서 똑같은 곳을 바라보며 걷는 이들이 내게 뭔가 말한다면 쉽게 수긍할 것 같았다. 이처럼 몸소 겪은 경험까지 있고 보니 로버트 치알디니의 말에 더욱 설득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번 읽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내내 곁에 두고 반복해서 읽어서 책에 있는 모든 걸 뇌리에 단단히 새겨두자고 작정할 만큼.
나는 업무적인 문제로 이 책을 찾아 읽었지만 사실 설득은 거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의 일상이란 어느 자리에 있듯 사람들과 항상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이상 이런저런 의견 충돌을 겪을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내 미래의 꿈을 위해 가족을 설득해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나라가 시행하는 정책의 성공을 위해 국민들을 설득해야 할 때가 있고 선생님 또한 수업 시간에 학생들을 잘 설득해 집중시킬 필요가 있듯이 말이다. 이렇게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에서 설득의 필요성은 늘 있기 마련이다. 인간이 사회적 존재인 이상 설득하는 존재이기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니 '설득'은 꼭 잘 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라 그것이 진정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 역시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왜냐하면 나도 이 책을 읽고나서야 깊이 깨닫게 된 것인데, 설득은 '진정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결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설득을 오직 상대방을 어떻게 헤아릴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만 바라보는 우리의 시야를 더 넓혀 그것이 곧 나 자신을 보다 잘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걸 알게 한다. 이 책은 남만 잘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나 자신 또한 아주 세세한 것까지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투영하는 거울인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 결과와 사례를 토대로 '설득'과 그와 관계된 인간 마음의 초상에 대해 아주 깊이 있는 분석을 들려주기에 정말 좋은 거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굳이 설득에 국한하지 않고도 우리가 잘 모르고 있엇던 우리 내면에 있는 심연을 더듬어 본다는 생각으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꼭 한 번 접해보시기를...
앞서 이 책이 다양한 분야의 연구 결과와 사례를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걸 증거하기 위하여 책의 옆 사진을 이렇게 찍어 보았다. 아래의 하늘색 부분이 바로 미주와 참고 문헌의 목록이다. 거의 4분의 1 분량이니 내 말이 그저 허튼 소리가 아님을 알아주시지 않을까 싶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었다. 예전에 길을 걷다가 “인상이 정말 좋으시네요, 잠깐 차 한 잔 하시면서 얘기 좀 할까요?”라며 접근하는 사람들을 자주 접했다. 하지만 난 거기에 한 번도 넘어가지 않았다, 절대로. 난 그렇게 어리숙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나는 비싼 수업료를 치른 적이 있다.
아이들이 어릴 때였으니 꽤 오래된 이야기다. 어느 날 현관문을 열어둔 채 집안 청소를 하고 있는데 절에서 온 보살이라며 중년의 두 여자가 쑥 들어오더니 남편의 운을 재운을 좋게 하고 액땜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혼을 쏙 빼놓는다. 앞으로 10년 동안은 돈을 잘 벌게 된다나. 평소 입는 내복을 가져오라 하더니 불로 태우고 진지한 듯 나름의 의식을 치르고 나더니 50만원을 요구하는 게 아닌가. 그 시절에 그 금액은 적은 돈도 아니다. 깜짝 놀랐지만 안 줄 수도 없고 이런 상황에서 경찰에 신고한다거나 하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돈을 지불한 다음에 내가 지금 뭘 한 거지 멘붕이 왔고 부끄러워서 털어놓지도 못하고 꽁꽁 싸매고 있던 비밀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우습기도 하고 어떻게 그렇게 깜빡 넘어갔을까 싶다. 준비도 없이 무방비상태에서 그들의 초전 설득에 넘어간 것이다. 다행인 것은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나름의 위로였다고 할까.
이 책 『초전 설득』은 전 세계 30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설득의 심리학』을 쓴 로버트 치알디니의 신작이다. 가만히 책상 앞에 편안하게 앉아서 쓴 책이 아니다. 33년 동안 연구하고 현장을 누비며 증명한 기록이다. 다단계 프로그램 교육 현장 속으로 들어가고, 자동차 영업사원을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에 등록하여 직접 수강하는 등 다양한 직업군의 훈련 프로그램에 비밀 요원처럼 잠입하여 온몸으로 체험한 경험이 생생하게 들어있다. 한마디로 ‘실천적 삶과 소통의 지혜로 재탄생한 심리학’이라는 역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설득이란 개념은 꼭 마케팅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눈만 뜨면 신문, 미디어 등을 통해 쏟아지는 광고와 홍보의 홍수 속에 둘러싸여있는 우리에게 있어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을. 우리 일상생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행동과학의 정보가 들어있고 예상외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1. 초전 설득이란 무엇인가
2. 초전 설득 상황을 설계하라
3. 초전 설득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이렇게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전 설득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초전 설득이란 무엇인가. ‘초전 설득(pre-suasion)’이란 ‘상대방이 메시지를 접하기도 전에 미리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과정’(P31)을 말한다. 그러니까 나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초전 설득을 당한 것이다. 현관문이라도 잠가 두었다면 거절의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열려 있는 상태에서 그들은 발을 들여 놓았고 회색 옷을 입은 종교인이라는 외관에 큰 의심도 없이 물리치지 못한, 아무런 준비도 없는 나를 휘어잡을 수 있었고, 의도하던 대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정통한 의사전달자들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것을 납득시키기에 앞서 무엇을 하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며 그것이 핵심이라고 한다. 날카로운 타이밍의 본질을 알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새로운 점이다.’(P20)
‘납득시키기에 앞서 무엇을 하는가’의 의미를 들여다보면 사전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게 단순한 말은 아니다. 긴 시간 동안 쌓아야 하는 ‘신뢰감’도 있겠고 거기서 싹튼 친밀감이 있다면 더욱 금상첨화일 것이다. 컨설턴트들의 말을 빌리자면 먼저 ‘신뢰할 수 있는 조언자’의 지위를 획득한 후 고객으로부터 일을 받으라고 한단다. 이것과 더불어 타이밍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면 초전 설득을 위한 준비는 완벽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의 행동을 예측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다. ‘확실한 설득 비법’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설득하는 사람과 설득당하는 사람이 합의점에 도달할 확률을 꾸준하게 높이는 몇 가지 방법이 존재할 뿐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러한 확률을 어느 정도만 높여도 결정적인 경쟁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P34)
특별한 비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히려 비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라도 배우고 익혀서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전통적인 의미의 설득은 일종의 ‘예술’로 여겨왔지만 타고난 설득력이 있든 없든, 방법에 있어 통찰력이 있든 없든, 화려한 언어적 재능의 유무에 관계없이 과학적으로 잘 정립된 설득의 기술을 배우면 누구나 더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연구자들의 결과로 말해주고 있다. 오히려 화려하고 세련된 방식보다는 좀 고리타분한 방식이 설득의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밝혀냈다는 것을 보면 설득이란 이론보다는 상호간의 심리와 분위기에 좌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설득을 위한 사전 행동을 일컫는 용어가 나온다. 이것은 행동 과학자에 따라 다양하게 불리는데, 프레임frame, 앵커anchor, 점화primes, 마인드셋mindset, 첫인상first impression을 통틀어 ‘오프너opener’로 부른다. 이것은 설득 과정을 ‘오픈’하는 것이므로 그렇게 부르는데 한 가지는 설득 과정을 시작하는 역할이며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전에 먼저 운을 떼는 출발선이다. 두 번째 방식은 기존 장벽을 없애는 역할인데 오프너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며 굳게 닫힌 상대방의 마음을 활짝 열어서 설득하려는 사람의 메시지가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설득은 타이밍이다. It’s About Time(ing)(P43)
적절한 타이밍이야말로 설득에 성공할 수 있는 핵심 요소가 아닐까. 저자는 자신이 어이없이 설득에 넘어간 사례를 이야기한다. 설득이란 이렇게 상대적인 것이다. 설득에 성공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설득에 넘어간 사람이 있는 재미있는 아이러니. 저자는 유명한 경영대학원에서 이 책을 집필할 계획을 갖고 연구실을 배정받는 등 일련의 과정에서 부학장으로부터 마케팅 수업 강의를 맡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전화를 통한 설득이었다면 거절의 여지가 있었겠지만 대학원 측의 제반 사항의 혜택을 들은 직후 감사의 말을 전하고 마주한 상황에서는 절대 거절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설득이란 이렇게 절묘한 상황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설득은 자신에게 ‘유리한 순간을 포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아는 사람이 없더라도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친화력 또한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설득에 넘어가면 손해 본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설득은 ‘사기도 속임수도 아니고, 초점’이라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도 집중하여 범인을 잡아내는 탐정 홈스처럼 어느 것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설문조사에 응하게 될 때 ‘싱글-슈트single-chute질문’이나 ‘유도된 주의channeled attention’처럼 한쪽으로 치우친 질문이나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도록 상대방의 주의를 유도하는 전략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엘리자베스 2세의 기념 축제에서 있었던 사례는 눈에 띄는 것의 중요성, 즉 관심이 집중될수록 중요한 것이 되는 사례인데, 이것은 여왕의 타고난 친절함이라기보다는 인간의 기본 성향이라는 것을 연구 결과로 보여준다. 초점의 대상이 원인이 되는 타이레놀 사건과 피터 라일리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분석한다. 바로 당사자에게 불리한 ‘초점의 대상이 곧 원인이 되는 현상’을 허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카메라를 찾고 의자를 움직여서 질문자와 나란히 카메라에 잡히도록 위치를 잡아야 혼자서 초점의 대상이 되는 불리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압박과 고통스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거짓 자백을 하는 것은 더 큰 위험에 봉착하게 된다며 그러한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적절한 조언까지 들어있다. 이렇게 유머러스하고 기발한 해결책을 알려주는 친절함에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초전 설득 상황을 설계하라
초전 설득 상황을 설계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연상의 힘’을 예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신경활동과 같은 내부적인 작용보다는 인간의 평가와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의사소통과 같은 외부적인 결과에 더 관심을 두고 연구해왔다고 한다. 부정적인 말, 나쁜 말은 나쁜 생각과 행동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설득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올바른 언어를 신뢰해야 한다고 한다. 당연한 말이 아닐까.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말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러한 분위기를 조장하기 마련이다. 어떤 조직의 성취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달리기 경주에서 승리하는 사람 등의 관련 이미지를 붙여놓고 보게 했을 때 초전 설득효과가 발휘되어 좋은 결과를 유도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직장이나 조직 내에서 활용할 만한 이런 유용한 정보가 가득하다.
전설의 보험왕 펠드먼은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했음에도 보험왕의 자리를 놓치지 않는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바로 “당신이 퇴장할 때 당신의 생명보험금이 입장합니다.(P173)”라는 은유적 설명으로 경이로운 성공을 거둔다. 문학작품에서 볼 수 있는 은유 표현이 이렇게도 적용된다는 것이 놀라웠다. 새로운 언어심리학적 분석에 따르면 언어의 주요 기능은 표현이나 묘사가 아니라 ‘영향력의 행사’라고 한다. 적절하게 사용된 은유가 얼마나 강한 특권을 발휘하는지 연구사례에서 알 수 있었고 최근에도 은유에 내재된 연상을 이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놀라운 설득 효과가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연상 작용의 예를 들어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부정적인 연상을 피하라고 한다. 하루에도 끊임없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가운데 걱정거리로 가득한 머릿속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긍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가 있었다. 2007년 7월의 한국 교회의 후원을 받은 21명의 봉사자가 납치되었는데 그쪽의 언어인 파슈툰족 말을 유창하게 하는 한국인을 투입하여 협상한 결과 석방을 이루어낸다. 바로 ‘친밀감’으로 성공의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자신들의 언어를 구사하는 장면을 보고 친밀감으로 느끼면서 마음을 열었던 것이다. 쉬운 이름이나 발음하기 좋은 상호가 우세한 위치를 갖고 실적도 월등히 좋았다는 부분도 있어서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또 공간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내는 설득의 지리학 부분도 있다. 사무실이냐 자신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냐에 따라 심리적인 감정이 좌우되고 성취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과제나 작업을 할 때 공간과 장소에 따라 심리적인 부담감과 편안함 사이의 괴리를 느껴봤으리라 생각한다. 이밖에도 초전 설득은 우리가 항상 열망하는 ‘행복’에도 적용할 수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도 ‘행복을 느낌으로써’ 행복한 삶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좋았던 일과 감사할 일을 생각하며 내용을 적는다거나 ‘주의’를 의식적으로 집중시키는 일련의 행동을 습관화 하는 것이다.
초전 설득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상호성 Reciprocation
호감 Liking
사회적 증거 Social Proof
권위 Authority
희귀성 Scarcity
일관성 Consistency
-여섯 가지 초전 설득 원칙-
타인을 설득하려는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인 중요한 목표는 무엇일까. 바로 ‘동의’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 여섯 가지 원칙은 듣는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요소이다. 여기서는 다양한 예시와 함께 세부적인 사항을 보여준다. 이 여섯 가지 원칙은 『설득의 심리학』에서 다룬 주요 원칙이며, 새롭게 일곱 번째 보편적 원칙으로 ‘연대감’을 들어 ‘함께 존재하기’와 ‘함께 행동하기’에 대한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인간이 사회적동물이라는 명제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역사적인 사건의 사례를 보여주는 풍부한 자료수집에 감탄하게 된다.
상호성의 원칙에서 오사마 빈라덴의 경호팀장이었던 아부 잔달이 비밀을 털어놓은 것은 ‘개인 맞춤형’으로 호의를 베풀었다는 재밌는 이야기가 있었다.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끌고 있는 버핏이 50주년 기념 편지에 ‘가족’이라는 단어를 써서 투자를 지속시키는 긍정적인 결과를 낸 것을 보면 진정 초전 설득의 대가라고 할 수 있겠다. 또 세계대전 당시 나치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었던 일본의 외교관인 스기하라가 수 천 명의 유대인들을 일본으로 탈출하도록 도운 이야기다. 야심찬 경력을 쌓아왔던 그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어렸을 때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 부모의 모습을 보며 강력한 영향을 받았다는 사례로 우리는 연대감의 중요성을 상기하게 된다.
설득이란 개념은 이제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분야에서 꼭 필요한 것은 그 일이 과연 윤리적인 것에 바탕을 두었느냐에 있을 것이다. 부정한 사람이 있는 조직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누군가 그것을 눈감아주고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된다면 그런 조직은 언젠가는 붕괴하게 될 것이다. 범죄 예방 분야의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예로 든다. 자신들은 잡히지 않으리라고 믿기 때문에 범법 행위를 저지르게 된다는. ‘부정직한 조직에서 나타나는 3대 종양’을 들어 그 폐해를 세세하게 분석한다. 끝으로 설득의 효과를 지속하는 방법으로 ‘강력한 약속’을 언급한다. 예를 들면, 예약을 해놓고 병원에 나타나지 않아 의료 복지 분야에 커다란 비용 손실을 초래하는데 이것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환자 스스로에게 기록하게 하여 비용을 줄인 사례다.
『설득의 심리학』이 설득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의 요청에 의해서였다면 『초전 설득』언급한 여섯 가지 원칙에 윤리의식과 과학적 접근법을 규칙으로 한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무엇’이 아니라 ‘언제’에 초점을 맞추느냐하는 ‘설득의 타이밍’에 대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빛과 그림자가 존재하듯이 설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필수적인 정보를 먼저 알고 제대로 활용함으로써 초전 설득의 엄청난 위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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