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평론가 고성국
박제된 정치학을 넘어
꿈틀대는 현실 정치를 포착하다!
6월 민주항쟁 이후, 정치는 청와대와 국회의 구석진 밀실에서 벗어났다. 정부와 법정은 물론이고 우리의 일상생활과 가정, 학교, 직장, 지역 사회에서 정치가 논의되고 각 정치 세력의 주체들이 서로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1987년 이후 한국에서 정치 아닌 것이 없고 정치 아닌 때가 없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어렵게 달성한 정치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지속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해졌다. 이러한 경향은 어떤 지지 정당도 갖지 않는 무당층과 매 선거마다 보이는 낮은 투표율로 나타났고, 대의제 정치체제의 대표성에 의구심마저 갖게 했다. 평소 한국 축구에는 관심도 없다가 국가대표 경기에만 열을 올리는 것처럼 우리는 한동안 대통령 선거 같은 굵직한 정치적 이슈에만 온 신경을 곤두 세웠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자꾸만 반복되는 정책 실책과 양극화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급부로 사람들이 조금씩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특히 20~30대가 정치를 묻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이 모든 문제점들이 사회적 문제이며 따라서 사회가 변해야 하고, 이 사회가 변하려면 정치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알아갔다. 내 스트레스의 원인 대부분이 정치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아채기 시작한 그들은 이제 정치가 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궁금해 한다.
이런 사회 변화의 흐름 속에서 그간 몇 종의 정치 관련 책들이 출간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책들은 특정한 정치 성향을 기저에 두었고, 그 어조는 사뭇 자극적이었으며 어떨 때는 선동적이기까지 했다. 물론 이러한 점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진짜 문제는 정치가 무엇인지 모르던 사람들에게 차분하게 정치가 무언지, 한국 정치의 실체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려주는 데에는 이들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정치를 보고 듣고 느껴라!
고성국이 말하는 한국 정치 로드맵
우리는 정치적 시스템으로 구성된 사회 안에서 살아가기에 엄밀히 말하면 우리의 결단과 행위 중 정치적 선택과 행동 아닌 것이 없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므로 한국 정치를 오류 없이 바라보고 이해하며, 자신의 정치적 가치관을 정립하는 가운데 자신의 정치적 이해에 걸맞은 행위를 하기 위해 자신을 정치 이론으로 완벽하게 무장시킬 필요도 없다.
하지만 사유 없는 이론은 엉성하고 빈약하며, 이론 없는 사유는 언제나 위험하다. 정치에 대한 관심과 올바른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기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지금, 바로 이 시점이 이론과 사유가 적절히 균형 잡힌 정치적 감각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라고 할 수 있다.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꿈틀대는 한국 정치판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속내를 냉철하게 읽어내며,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스스로 정립해 나가면서, 그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정치적 행위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 힘.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시사평론가이며 정치학 박사인 저자는 오랜 정치 평론 기고와 시사 프로그램 진행을 하면서 선거 예측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정치의 판세를 읽어내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 왔다. 이는 아카데믹한 정치학과 현실로서의 한국 정치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매순간 냉철한 판단을 위해 노력한 그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는 정치가 언제나 우리의 피와 살로 만들어가는 현실이자 냉정한 사실임을 말한다. 심지어 정치가 공익과는 무관하며, 적나라한 경쟁과 투쟁의 행위이자 그 산물이라고까지 말한다. 우리가 정치와 공익을 연결시키는 것은 정치가 단지 그렇게 보일 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거침없이 정치의 실체를 바로보고 우리 스스로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가치관을 정립하여 이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 정치를 현실로 인정하고, 그 이해 위에서 단순히 환경과 조건에 순응하지 말고 개인 각자가 자신의 의사와 행동으로 내린 결단을 이 현실에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단하고 행동하라!
이 시대 정치의 주인공은 당신이다
고성국의 신간 『정치 타파』는 한국의 정치 현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주진 않는다. 다만 정치와 정치 행위라는 단어를 둘러싼 개념과 역사를 찬찬히 살펴보는 가운데 한국 정치의 현실을 들춰보고 때론 그 속살을 밝히면서, 한국 정치의 현실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본서는 1장 정치는 현실이다를 통해 현실로서의 정치를 자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권력과 인간 본성 사이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추적하면서 법과 권력, 그리고 나아가 4장 국가는 할 일이 많다에 이르러 국가의 경계와 역할에 대한 논의를 ?해 주제를 확장해 간다. 1~4장을 통해 정치 이론적 틀을 제공한 본서는 이 기초를 바탕으로 한국 외교와 전쟁, 통일이라는 구체적이며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5장 외교와 전쟁 그리고 통일에서 본격적으로 다룬다. 복잡다단한 국제 역학 관계와 한반도 통일의 당위성을 역설한 저자는 이 장을 분기점으로 이론적으로 갈고닦은 냉철한 이성의 눈으로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5장을 시작으로 전개된 현실 정치 이야기의 절정은 아마도 정치 공학의 꽃인 선거를 주제로 한 7장과 8장 그리고 정치의 미래를 고민한 마지막 10장이 될 것이다. 아직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정치 공학 또는 선거 공학이라는 영역에서 선거를 어떻게 공학적으로 접근하고 다루는지를 설명한다. 선거 판세를 이루는 세 요소인 인물, 구도, 이슈를 소개하고, 각 비중의 정도와 역할을 상세히 다룬다. 그리고 그것을 실제로 적용한 선거 기법 등을 노태우, 노무현, 이명박 전현직 대통령들의 선거 전략을 통해 설명한다.
정치의 미래를 고민하는 10장에서는 정당정치의 불신과 대표성의 흔들림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의 미래가 여전히 정당에 있음을 주장하고, 그 이유를 풀어낸다. 그리고 시민단체야말로 우리 정치, 아니 우리나라의 미래임을 독자를 향해 강하게 호소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정치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을 차례로 설명하면서 정치의 큰 틀을 독자로 하여금 파악하게 한다. 권력을 구성하는 조건과 자유주의의 기원, 참된 민주주의는 무엇인가에 대한 오랜 논쟁을 간결한 문장과 깊이 있는 주제의식을 통해 설명한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정치가 무엇인지, 각 개인이 시민으로서 감당해야 할 몫과 역할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저자 고성국은 말한다. 주어진 조건과 환경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과 재능, 열정을 바탕으로 한 대담한 결단과 행동을 하는 것이 ‘위대한 개인’이라고. 이 위대한 개인들이 만들어가는 역사 하나하나가 진정한 진보를 이루는 바퀴를 돌릴 것이라고 말이다. 한국의 정치 현실은 지금 갈등과 위기의 꼭대기에서 마구 흔들리고 있는 형국이다. 저자는 지금이야말로 위대한 개인들이 과단하게 자신의 뜻과 의지로 일어서야 할 때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