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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STOK 보스토크 매거진 (격월) : 11호 [2018]

타임 슬립(TIME SLIP)

편집부 | 보스토크프레스 | 2018년 09월 18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 판매지수 138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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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STOK 보스토크 매거진 (격월) : 11호 [2018]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8년 09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770g | 170*240*20mm
ISBN13 9791170370086
ISBN10 117037008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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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235 윤원화(시각문화연구자), 「김경태: 비(非)투시도법적 종합」 중에서

출판사 리뷰

다채로운 시간의 이미지를 사진으로 여행하는 법

보스토크 매거진 11호 〈타임 슬립〉은 ‘시간’을 다룹니다. 시간은 사진과 뗄 수 없도록 단단히 묶여 있는 존재죠. 사진은 본질적으로 과거의 한 순간을 동결시켜서 이미지의 형태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독특한 기술입니다. 사진으로 인해 우리는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이제는 늙어버린 이들의 젊고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약 사진이 없었더라면 우리의 일상이 지금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시간의 이미지로 가득하지는 못했겠지요.
또한 사진은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SF 소설가 윌리엄 깁슨은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다만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지요. 디스토피아 소설을 줄창 써대던 깁슨의 평소 성향을 생각하면 그리 밝고 명랑한 의미는 아닐 거 같긴 한데 일단은 접어두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깁슨의 말이 우리가 ‘현재’, 혹은 ‘동시대’라고 부르는 지금의 시공간이 사실 과거와 미래가 복잡하게 섞여 있는 영역이라는 것을 드러낸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카메라를 들고 같은 서울을 돌아다니더라도 어떤 사진가는 빛나는 초현대적 건물로 가득한 미래의 이미지를, 다른 어떤 사진가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나올 법한 음울한 도시의 이미지를 가져옵니다. 물론 그 두 모습 모두 지금 우리의 ‘현재’에 이미 존재하는 미래의 가능성이지요. 사진가들이 지금 여기에서 과거와 미래의 흔적을 사진으로 발견해 내면서, 우리가 바라보는 시간의 이미지는 점점 더 복잡하고 다채로워집니다. 즉 사진은 과거의 여러 순간들의 기록물이며, 한편으로는 미래에 도래할 유토피아를 보여주는 수정 구슬 같은 존재입니다. 어쩌면 사진을 찍고 보는 재미와 경이로움은, 이 다양하고 변덕스럽게 펼쳐지는 사진 속 시간의 이미지를 여행하듯 즐기는 데 있는 게 아닐까요?


움직이던 것이 멈출 때, 멈춰 있던 것이 움직일 때

자, 그렇다면 이 중요한 ‘시간’을 어떻게 멋지고 재미있는 사진 잡지의 특집으로 묶어낼 것인가? 주제와 세부 편집 방향을 정하는 과정에서 보스토크 매거진 편집부에서는 격렬한(혹은 감정적인)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회의론자(이 글을 쓰는 접니다)는 뭔가 어렵고 안 예쁜 잡지가 될 것 같다고 걱정했지요.(결론적으로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긴 고민과 토론 끝에 이번호 보스토크 매거진은 〈타임 슬립〉이라는 조금 기묘한 제목을 달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독특한 눈을 지닌 사진가들은 우리의 일상이 낯선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을 놓치지 않습니다. 즉 시간의 복잡한 흐름이 잠시 뒤엉키거나 미끄러지는(slip) 듯한 모습을 정확히 포착해 냅니다. 그들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뭐랄까, 시간이 정지되거나 기묘하게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요. 이번호 특집은 시간의 존재감을 독특하게 드러내는 사진가들의 멋진 작업을 화보로 구성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번호 맨 앞에 수록된 모모미와 정멜멜, 자크 오렐리옹 브룅 같은 이들의 사진이 바로 그렇습니다. 그들의 사진 속에서 찰랑거리는 물과 빛, 섬세하고 풍부하게 드러나는 사물을 보고 있으면 왠지 멈춘 듯한데 움직이고, 움직이는 듯한데 멈춘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자신이 셔터를 누르는 순간을 ‘움직이던 것이 멈출 때, 멈춰 있던 것이 움직일 때’라고 표현하는 사진가 모모미의 말은 그 이상한 순간을 잡아내는 독특한 감각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시간 속에서 조용히 정지해 있는 아이들을 찍은 플로리안 봉길 그로세의 사진은 세상이 멈춘 듯 꼼짝할 수 없는 유년의 어떤 기억을 불러옵니다. 중국 사진가 뤄양은 송곳 같은 말과 가시 같은 장면이 각자의 작은 세계를 찌르고 베어오던 어느 시절을 묘사하고, 마리엘라 싱카라는 자살한 아버지와 같은 나이의 노인들을 카메라로 찍으며 아버지가 살지 못한 미래의 시간을 더듬습니다. 까미유 레베크는 다양한 시공간에 찍혀진 각자의 가족사진을 퍼즐처럼 맞추며 접합되지 않는 시간의 파편의 어긋난 이음새를 드러냅니다.
이외에도 서울의 지속되는 순간을 찍은 패션 사진가 김현성의 스냅 사진과 서울의 미래적 속성을 현란하게 드러내는 KDK의 사진, 쇼와 시대가 지금도 지속된다면 일본의 모습은 어땠을까? 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기묘하게 뒤섞은 이미지 세계인 카즈요시 우스이의 〈쇼와Showa〉 시리즈, 매일 작은 방 안에서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다 작은 창문 유리에 조금씩 다르게 깃드는 빗살을 발견하는 미즈키 킨의 사진, 다양한 시간대의 사진을 콜라주해 독특한 이미지를 만드는 신지효의 작업 등이 다채로운 화보로 펼쳐집니다.


시간의 묘한 감각을 일깨우는 에세이와 비평, 소설

사진 외에도 이번 보스토크 매거진은 시간의 묘한 감각을 다양한 스펙트럼의 글쓰기로 드러내는 열두 편의 글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와 미래가 동시적으로 얽히는 시인의 행성에서 소설가 최인훈 선생과 평론가 황현산 선생을 기억하며 말을 거는 김혜순 시인의 에세이, 광주와 서울을 오가는 기차 안에서 보내는 한 시간 사십오 분의 시간 동안 유령처럼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과 감각에 대해 생각하는 유희경 시인의 에세이는 천천히 적요롭게 읽힙니다.
또한 피아니스트를 찍은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생의 감각으로 충만한 콘서트홀의 음악과 산문 글쓰기를 대비하는 소설가 김봉곤과, 자신의 인생을 ‘죽음이라는 마감이 있는 장기 프로젝트’로 간주하며 마감이 주는 ‘시간이 잘게 쪼개지는 감각’에 대해 묘사하는 창작자 최서윤, 시간을 채집하는 저널리스트로서 되돌릴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한 세계의 감각에 대해 말하는 기자 김인정, 허블 망원경이 찍은 한 장의 사진을 응시하며 우주의 광대함과 장구한 시간의 심연을 설명하는 물리학자 이강영의 글 들이 사진가 박현성의 반짝이며 명멸하는 일상의 사진과 함께 독특하게 교차됩니다.
뿐만 아니라 기묘한 평행우주를 다루는 김동식의 소설,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사물을 담는 아카이브로서의 예술의 기괴한 욕망에 대해 쓰는 영화평론가 유운성의 묵직한 비평, 미술가 최진욱과 이혜인, 이은새의 ‘사진적 회화들’에서 회화가 상기시키는 사진의 시간성을 읽어내는 안소현(아트스페이스 풀 디렉터)의 비평, 타임라인에서 오가는 사진들의 작동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에 대한 비평가 이기원의 글, 서른한 살의 나이에 트럼프 타워의 건축 책임자가 되었던 능력 있는 어머니가 트럼프의 교묘한 성차별을 고발하고 투쟁하는 긴 시간이 낳은 다양한 사진 이미지를 책으로 엮은 서른한 살의 미국 사진가 레스(RES)의 작업을 소개하는 감정사회학 연구자 김신식의 글, 미치오 카쿠의 〈초공간〉에서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 그리고 SF 소설가 필립 K. 딕, 테드 창에 이르는 열한 권의 책으로 구성한 출판 편집자 최원호의 시간여행에 대한 도서 목록까지, 이번 보스토크 매거진은 시간의 독특한 감각을 일깨우는 다채로운 읽을거리가 마치 여행하듯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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