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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09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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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28쪽 | 531g | 138*210*30mm |
ISBN13 | 9791160401967 |
ISBN10 | 11604019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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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9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그런 소설을 좋아한다. 해석되지 않는 뒷모습을 품고 있는 소설, 인생의 얼굴에 스치는 표정들 중 하나를 고요하게 보여주는 소설. 한
사람의 표정들을 모두 모은다고 그 사람의 얼굴이 되지는 않는다. 한 소설이 건드리는 '작은 진실'은 독자적인 것이고, 과학이나
철학이 제시하는 '큰 진실'(진리)의 한낱 부분들이 아닐 것이다. 전체로 환원될 수 없는 부분들, 그런 것들의 세계이니까, 소설이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소설을 읽으면 겸손해지고 또 쓸쓸해진다. p.56
누군가의 뒷모습은 많은 것을 보여준다. 어른이 되어 바라보는 부모님의
뒷모습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작아서 나이듬이라는 것의 쓸쓸함을 보여주고, 연인의 뒷모습은 상대를 자각하지
않을 때의 무방비한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해주고, 아이의 뒷모습은 기쁨과 슬픔 등의 감정이 고스란히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담담하지만 애처로운, 심플하지만 슬픔이 묻어나는
표지와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이라는 제목에 책을 읽기도
전에 마음이 사로잡혀 버렸다. 그는 말한다. '인간이 배울
만한 가장 소중한 것과 인간이 배우기 가장 어려운 것은 정확히 같다고. 그것은 바로 타인의 슬픔'이라고. 인간이란 무엇인가. 타인의
슬픔에 대해서라면 인간은 자신이 자신에게 한계지만, 그 한계를 인정하되 긍정하지는 못하는 것이 또 인간이다. 그래서 슬픔에 대한 공부는, 슬픈 공부이다.
산문집 <느낌의 공동체>, 평론집 <몰락의 에티카>, 영화에세이 <정확한 사랑의 실험> 이후 4년 만에 만나는 신형철의 산문집이다. '한겨레21'에 연재됐던 '신형철의 문학 사용법'을 비롯해서, 각종 일간지와 문예지 등에 연재했던 글과 미발표 원고를 모아 엮었다고 한다. 문학평론가이지만 시와 소설에 국한되지 않고 영화, 노래, 사진 등 다양한 작품을 정확히 읽고 듣고 보는 글들이라 굉장히 다채롭고 풍부한 산문을 맛볼 수 있는 책이다.
독서로 여행을 대신하기 시작한 지 오래되었지만 삶이 이 지경이 된 것에 불만은 없다. 내게는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보다는 읽지 못한 책에 대한 갈급이 언제나 더 세다. 그러니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다. '마이
소울 시티'가 어디일까 떠올려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가본
곳이 없어서만은 아니었다. 생각을 시작하자마자 소설 속의 한 장소가 떠올랐는데, 도무지 거기서 벗어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자고 결심했더니 코끼리만 생각하게 된 꼴이다. 도리 없이 '그곳'에 대해서 쓰기로 한다. p.382
1부는 슬픔을 공부한 글들을 묶었고,
2부는 소설과 작가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는 글들이다. 3부는 탄핵, 남북문제, 태극기 부대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4부는 시를 주제로 하며, 5부는 그 외의 글들을, 부록으로는 읽은 만한 짧은 소설, 그간 써온 추천사, 인생의 책 베스트 5 등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이 책에 묶은 글들이 자신의 8년 동안의 생명 중 일부를
주고 바꾼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그는 이 글들을 쓰면서 죽어왔다고.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누구나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니, 그의 말은
순리처럼 들리기도, 뭔가 절박하고 처참하게 들리기도 한다. 문학작품을
읽어 내는 그의 수려한 문장도, 세상 전반을 고찰하는 그의 시선도, 단단하고
진지하고 성실해서 그의 생각과 일상, 삶과 철학 또한 그러리라 짐작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소설 앞에서 겸손해지고 쓸쓸해진다는 저자의 모든 글들이 마음을 빼앗았지만, 특히나 좋았던 것은 시를 읽고, 시를 분석하고, 시를 추천하는 글들이었다. 사실 은유로 점철된 시 속에 내재된 의미를
일반 독자들에 제대로 읽어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처럼 서사 문학을 유독 편애하는 독자라면 더욱
그럴 것이고 말이다. 김경후의 <열두 겹의 자정>, 진은영의 <훔쳐가는 노래>, 김혜순의 <슬픔치약 거울크림>, 신철규의 <유빙>
등 이 책을 읽고 나서 따로 찾아 읽어야겠다고 메모한 시들이다. 평론이라는 것이 어려운
용어로, 정확히 분석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감성적이지만
적확한 문장으로, 어렵지 않지만 놀라운 문장으로, 평범한
에피소드를 통해서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법하게 써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신형철 평론가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은 걸 테고 말이다. 그의 글을 전부터
좋아했었지만, 이번 산문집은 정말, 너무, 좋다. 매 페이지마다 느껴지는 진심이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이어져 충만함을 느껴지게 하는 책이다. 언젠가는 신형철 평론가가 읽어 주는 시에 대한 글들만 모아 놓은
책도 만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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