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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08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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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224쪽 | 438g | 145*200*20mm |
ISBN13 | 9788963722771 |
ISBN10 | 89637227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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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라는 이름을 떠올리자마자, 읽기도 전에 눈물부터 왈칵 난다.
코끝이 움직이고 목까지 무언가가 차올라 컥 막힌다.
할머니는 나한테 그런 존재다.
사실 우리가 아는 그런 할머니 정을 받으며 자라지는 않았다.
마냥 다 좋다 하는 할머니는 아니셨다.
나를 무릎에 앉히고는 행복해 하신 적도 있으셨지만, 대체로 엄한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항상 깔끔하시고, 품위가 있으셨으며, 아버지의 그것과 같은 꼿꼿함을 가지고 계셨다.
내가 할머니를 기억하는 대부분은 어른이 되어서다.
어른이 되어 가만 살펴보니 우리 할머니의 삶이 보여 호기심이 갔고 흥미로웠다.
1919년 3.1운동 전날에 태어나신 할머니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시절을 모두 건너오신 분이었다.
여자의 몸으로 어찌 그리 했을까 싶은 일도 많이 하셨다.
그렇게 아버지를, 삼촌을, 고모를 자수성가할 수 있는 사람으로 튼튼하게 키우셨다.
나는 그것이 참으로 멋지고 경이로웠다.
삼천포의 귀한 집 양반가 딸이었던 할머니가, 그래서, 바느질을 참 잘했던 할머니가,
결국엔 바느질로 온 집안을 먹여 살린 그 할머니의 이야기들이
그 어떤 역사책보다도 생생했고 진실되었으며 감동적이었다.
할머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은 할머니가 돌아가기 1~2년 전부터였다.
그 전에야 철 없는 손녀가 뭘 알았을까, 내 삶이 중요하지.
임용공부 준비하며 함께 살게 된 그때,
공부 말고는 딱히 할 것이 없던 나는, 자주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었다.
돌아가시는 그 순간까지 병원 한 번 제대로 간 적 없이,
늘 일하시고, 부지런하시고, 그래서 또렷하게 자주 이야기를 해주셨다.
할머니는 할머니의 정을 나에게 선물해주시지는 않았지만,
당신이 살아낸 그 삶으로서 내게 큰 배움을 주신 분이었다.
나는 자주, 할머니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성격이나, 식성, 엄마아빠보다 할머니를 닮았다고 했는데, 그걸 나는 몰랐다.
돌아가시고, 곰곰이 곱씹다보니, 아, 나는 할머니를 닮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는 본인이 늘 말씀하신 대로,
장례치르기 힘들지 않게, 따뜻한 봄날의 늦은 밤에,
저녁 식사까지 맛있게 하시고, 조용히 거실에 앉아 돌아가셨다.
그때 할머니는 93번째 봄을 맞이하고 계셨고,
그 어떤 죽음보다도 조용하고 깨끗하고, 여전히 경이로웠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어내면서 많이 울었다.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났다.
그 시절의 할머니들이란, 어쩜 이렇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을 흘리게 하는지.
나는 내가 듣지 못 했던, 아니 귀기울이지 않았던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듣지 못 하는 할머니의 진짜 마음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서 읽었다.
그래서 고마웠다. 다 읽고 참 고마웠다.
그리고 죄송했다. 할머니가 살아 계셨을 때 그 마음을 알아드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늘 그렇다. 지나고나야 후회다.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알아차려준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하고 귀한 일이다.
이 책은, 그 귀한 일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저 한 할머니의 일기일 뿐인데,
부모님을 생각하게 하고, 고향을 생각하게 하고, 가족을 생각하게 한다.
그래, 일상적인 이야기이고, 뻔해보이는 마음이지만,
그것이 부모의 마음이고, 그것이 혼자 남은 사람의 마음이구나, 했다.
담담하게 써내려간 글이 더 슬프다.
눈물이 안 보이는 종이라서 더 슬프다.
행복한 때도 많았겠지만,
그 잠깐 이후에 얼마나 외로웠고, 또 얼마나 기다렸을까.
우리 할머니는 언제나 창 밖을 바라보셨다.
따로 아픈 곳은 없었지만, 굽은 허리와 약해진 다리로 인해
원하시는 만큼 여행을 다니시지 못 했다.
2층이었던 집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것도 도움이 필요했다.
그런 할머니를 위해 아버지는 거리로 낸 창 앞에 편안한 의자를 놓았고,
힘드시지 않게 아예 2층과 3층 옥상으로 흙을 옮겨,
할머니가 참 좋아하시는 식물을 가꿀 수 있게 해드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늘 죽으면 '새'가 되고 싶다고 하셨다.
훨훨 날아 마음껏 다니고 싶다고 하셨다.
그 시절에 태어나 그 시간을 보내온 여인의 삶에 자유란 없었으니까,
그러니 아마도 그러셨겠지.
사후 세계를 알지 못 하지만, 나는 자주 하늘을 나는 새를 보면 할머니를 생각한다.
지금은 자유로우시려나, 그런 생각도 하고.
이 책을 보며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할머니 생각을 했다.
나만의 경험이었기에 어떤 사람에게 추천해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는데,
추천보다는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고맙습니다, 정말로.
이옥남 할머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계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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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소개하려 사진을 찍었는데,
나의 이야기를 하느라 책 안을 보여주지 못 해 따로 쓴다.
아마도 할머니의 자필.
엄마도 생각나고 할머니도 생각나고,
나에게는 복잡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첫 시작이었다.
할머니, 저자 소개.
우리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우리네 할머니들,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이 아닐까.
이렇게 할머니의 이야기들이, 조금 큰 글씨로 나와있다.
나는 조금 큰 글씨라서 참 좋았다.
엄마에게 이 책을 보여주고 싶은데 환갑이 된 엄마는 눈이 나빠 잘 안 보인다고 했다.
이정도 글씨면 엄마도 읽을 수 있을 테지.
시어머니가 아니라 진짜 엄마처럼 할머니를 좋아했던
시어머니를 30년동안 모시고 살았던 우리 엄마와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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