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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0년 05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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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19.10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889364001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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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언제까지 존재할 수 있을까. 생존 기반인 유한한 지구를 마치 무한 자원이라도 되는 양 펑펑 갈취하고 있는 인류에게 과연 미래가 있을까. 미국식 생활양식을 본받아야 할 모델로 삼는 지금의 자유 자본주의가 대오 각성하여 큰 방향을 틀지 않는 한 인류에게 미래는 없어 보인다. 멀지 않은 미래에 인류는 공룡이 순식간에 절멸되었듯이 그렇게 절멸될 지도 모른다. 올해 들어 우리랑 가까운 일본에서 강도 높은 지진이 연달아 일어나고 쓰나미가 육지를 덮치며 원자력발전소가 방사능을 뿜어내는 현상은 바로 인류의 절멸을 예고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미래소설이다.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인류를 공격한 뒤 벌어진 이야기다. 당시 시안에 본부를 둔 초국적 제약회사인 바이오옥토퍼스는 백신을 개발, 바이러스 퇴치에 성공하는가 싶었지만 바이러스는 변이를 계속하면서 인류를 몰살 지경으로 몰고 간다. 마침내 시안은 봉쇄를 선언하고 지상 세계와 단절한다. 지표면은 급속도로 얼어붙어 빙하기에 접어들고, 시안은 지상을 잊은 채 평화를 구가한다. 바이오옥토퍼스는 자사가 개발한 장수 유전자의 특허를 무상으로 시안 시민들에게 내놓았고, 이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그룹의 회장 파에타는 시안의 초대 시장으로 취임한다. 그리고 퇴임한 후에도 시안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로 군림하게 된다. 기업인이 이끄는 미래의 지하 도시 이야기인 셈이다.
시안의 모습은 우리가 애써 추구하는 사회의 미래처럼 보인다. 수명이 연장되면서 아이들은 성장기가 길어지고 2차 성징도 늦게 나타난다. 추위에도 무척 약하다. 작은 체구와 발육부전의 몸, 그리고 허약한 면역 체계. 덕분에 시안 아이들은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비슷비슷해 보인다. 유전자 귀족은 예외다. 그 애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그리고 일생에 걸쳐 온갖 값비싼 유전자 상품들을 시술받으니까. 그리하여 이집트 벽화 속 왕과 노예처럼 시안의 사회계층은 외모에서부터 확연히 구분된다. 이들 계층은 거의 분리되어 있다. 귀족이 되려면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그러려면 어려운 시험을 수도 없이 치르면서 길고 힘겨운 시간을 견뎌야 한다. 하지만 어른들이 도무지 은퇴할 줄 모르는 장수 사회에서 미래로 향한 기회의 문은 절망적으로 좁다. 젊은이들에게는 그리고 유전자 귀족이 아닌 사람에게는 음울한 사회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음울한 사회로 속수무책으로 따라가야 하는가. 시안 같은 사회를 벗어날 길은 없는가. 작가는 시안의 대안을 ‘싱커’(syncher, 동조자)에서 찾는다. 싱커를 단순하게 해석하면 게임이다. 뇌파 동조를 통해 직접 아마존을 체험하는 것이다. “하나의 육체에 두 개의 영혼이 공존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반려수에 동조하는 것일 텐데 의미를 좀 더 확장하자면 타자에 대한 동조라고 할 수 있겠다. 그것의 극명한 예는 싱커들이 힘을 모아 황금날개 칼리퀴를 살리는 장면이다.
원숭이들은 다흡이 싱커 통신으로 알려준 좌표대로 새 둥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스틸트 나무 중간 높이에 난 주인 없는 아늑한 구멍이었다. 원숭이들은 새끼들을 조심스럽게 새 둥지 안에 넣어주었다. 역시 앞발을 손처럼 쓸 수 있는 영장류가 작전 수행에 앞장섰다. 다흡은 새끼의 냄새가 둥지에 밸 때까지 제 반려수의 마음을 다독이며 허공을 배회했다. 낯선 냄새를 거부한 나머지, 새끼까지 버리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였다. 다흡은 새끼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오늘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을 했는지 제 반려수에게 마음으로 속삭여주었다. 반려수의 불안은 차츰 가라앉았고 잠시 후 새 둥지의 새끼들을 보자 반갑게 울었다. (115쪽)
결국 다른 존재에 대한 동조가 세상을 구할 것이라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으리라. 미마를 비롯한 싱커들이 지하 도시 시안을 벗어나 지상 세계로 가는 통로를 발견하였듯이 말이다. 실상 인류가 지구의 자원을 약탈하며 인류에게만 쓰는 한 다른 존재의 파국은 불을 보듯 뻔하고 그것은 마침내 인류에게도 파국을 가져올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 아닌 존재들에 공감이다. 아주 예민한 사람들이 다른 존재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듯이 다른 존재에 대한 지극한 공감의 감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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