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 서평
성공도 권력도 사랑도, 모두 내 것!
줏대 있는 여자가 이끄는 시원시원한 인생 개척기
쥴리에타는 그 몸에 빙의한 지 오래된 한국 처자로, 전생에서도 고아였고 빙의 후에도 버림받은 사생아로 성장한지라 생활력이 강하고 담대하다. 온당하지 않은 몸값을 갚기 위해 욕을 먹을 만큼 추한 변장을 한 채 시녀 일을 하게 되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손에 넣을 수 있는 행복을 최대한 애써서 소유했기에 만족했을 뿐. 이처럼 쥴리에타의 세상은 건실했다. 사랑이나 남자는 그다지 끌리는 사항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녀에게도 봄바람이 스쳐 가기 시작했다. 사업에 도움이 되니 못 어울려 줄 만한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눈길이 가는 그런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오만하고 싸늘하지만 그래도 될 만큼 출중하고 뛰어난, 무엇보다도 그녀의 능력과 매력을 알아봐 주는 황자 킬리언이.
킬리언에게도 그녀라는 여자가 새롭긴 마찬가지. 그의 시선을 온통 빼앗고 만 이 거짓말쟁이는 마치 신비의 늪 같다. 스스로가 그 늪에 발을 들였다는 것을 믿을 수 없지만, 그녀를 소유하고 말겠다는 독점욕은 꺼질 줄 모른다. 계속해서 밀어붙이는 그의 열정은 보는 이의 마음도 흔들리게 하는데, 그 순정을 받는 당사자는 어쩌랴. 다소 방법이 거칠고 직선적이긴 해도, 네 일을 응원하고 네 삶을 지지한다는 그의 태도는 여자에게 같이할 수 있다는 ‘신뢰’를 안겨 주는 진정한 남자다움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사랑받는 꽃이 활짝 피는 것처럼 쥴리에타는 그의 지지를 밑거름 삼아 변한다. 스스로의 욕구에 충실해지고 인생을 건 결정에 대해서도 대담해진다. 변화를 맞는 것은 킬리언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그녀를 위해 자신의 미래를 재설계할 것을 결심한다.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사랑의 시작점, 그들은 서로의 삶을 새로운 개척지로 인도해 나간다. 미지의 영역에서 방황하던 이들이 정착지를 찾을 때까지의 이야기, 온전히 즐겨 주시길 바란다.
◆ 책 속으로
“밥은 먹었느냐?”
이상하게 싱글거리는 고용주를 보자 쥴리에타는 왠지 불안해졌다. 여행 내내 혹시 모를 암살자를 대비해 자신을 장애물 삼아 침대 옆 바닥에서 자게 하던 인물이 왜 저리 다정해졌을까.
“아, 아직이요.”
떨떠름하게 대답하는 모습에 킬리언의 눈이 더욱더 요염하게 휘어졌다.
‘나왔다, 저 색기.’
아주 오래되지 않은 어느 날, 극장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도 목소리가 저리 색스럽게 낮아졌고,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둔 사람처럼 혀로 입술을 느른하게 핥으며 자신을 집어삼킬 듯이 바라보았었다. 어서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으나 문 앞을 가로막은 늘씬한 몸은 비켜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킬리언은 잔뜩 긴장한 채로 빠져나갈 기회만 엿보는 쥴리에타의 모습에 더욱더 느른한 미소를 지었다. 뺏기지 않으려면 제 것으로 만들면 될 것이고, 놓인 자리가 위태로우면 아늑한 우리를 만들어 주면 될 일이었다. 그는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그래, 그렇다면 아주 배가 고프겠구나. 도착하자마자 그런 고초를 겪었으니 힘들었을 거야. 저녁 식사를 가져오라 할 테니 맛있게 먹고 푹 쉬는 것이 어떨까?”
‘내 침대에서 말이야.’
언제나 여자가 먼저 다가오는 것에 거만하게 응하기만 하던 킬리언이 처음으로 진심을 다해 눈앞의 여자를 유혹하고 있었다.
-1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