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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술애호가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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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 조르주 페렉 선집-01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

[ 양장 ]
조르주 페렉 저/김호영 | 문학동네 | 2012년 01월 10일 리뷰 총점9.5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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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년 0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300g | 144*216*20mm
ISBN13 9788954617178
ISBN10 8954617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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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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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2명)

1936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1920년대에 프랑스로 이주한 폴란드계 유대인이었다. 1940년 이차대전에 참전한 아버지가 전사한 후 1943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어머니가 목숨을 잃자, 고모에게 입양되었다. 소르본 대학에서 역사와 사회학을 공부하던 시절, 『라 누벨 르뷔 프랑세즈』 『파르티장』 등의 문학잡지에 기사와 비평을 기고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1959년 군복무를 마친 뒤 국립과학연구센터CNR... 1936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1920년대에 프랑스로 이주한 폴란드계 유대인이었다. 1940년 이차대전에 참전한 아버지가 전사한 후 1943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어머니가 목숨을 잃자, 고모에게 입양되었다. 소르본 대학에서 역사와 사회학을 공부하던 시절, 『라 누벨 르뷔 프랑세즈』 『파르티장』 등의 문학잡지에 기사와 비평을 기고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1959년 군복무를 마친 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신경생리학 자료조사원과 파리 생탕투안 병원 문헌조사원으로 일하며 글쓰기를 병행했다. 직업상 다양한 자료와 방대한 기록을 다루어야 했던 이 경험은 그의 작품세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65년 『사물들』로 르노도 상을 받았다. 1967년 작가와 화가, 수학자 등으로 구성된 실험문학모임 울리포OuLiPo에 가입하고, 예술적 창조의 근간을 형식 제약에 두는 울리포의 실험정신을 수용해 매 작품마다 새로운 세계를 구축해낸다. 그중 프랑스어에서 가장 자주 쓰는 모음 e만 빼고 쓴 소설 『실종』(1969)과 e만 쓴 『돌아온 사람들』(1972)은 ‘언어’와 ‘기억’에 천착한 작가의 특별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1978년 메디치 상을 수상한 『인생사용법』은 10차 직교그레코라틴제곱방진과 체스 행마법을 도입해 완성한 명실상부한 걸작으로 손꼽힌다. 이 독특하고 방대한 작품으로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서지만, 1982년 45세의 이른 나이에 기관지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길지 않은 생애 동안 『잠자는 남자』(1967), 『어두운 상점』(1973), 『공간의 종류들』(1974), 『W 혹은 유년기의 추억』(1975), 『나는 기억한다』(1978),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1979), 『생각하기/분류하기』(1985), 『겨울 여행』(1993) 등 다양한 작품을 남기며 독자적인 문학세계를 구축한 페렉은, 오늘날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실험정신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조르주 페렉 연구로 문학 박사학위를, 고등사회과학연구 원EHESS에서 영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프랑스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지은 책으로 『아무튼, 로드무비』 『영화관을 나오면 다시 시작되는 영화가 있다』 『영화이미지학』 『패러디와 문화』(공저), 『유럽 영화예술』(공저), 『프랑스 영화의 이해』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공간의 종류들』 『미지의 걸작...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조르주 페렉 연구로 문학 박사학위를, 고등사회과학연구 원EHESS에서 영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프랑스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지은 책으로 『아무튼, 로드무비』 『영화관을 나오면 다시 시작되는 영화가 있다』 『영화이미지학』 『패러디와 문화』(공저), 『유럽 영화예술』(공저), 『프랑스 영화의 이해』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공간의 종류들』 『미지의 걸작』 『겨울 여행/어제 여행』 『인생사용법』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 『시점: 시네아스트의 시선에서 관객의 시선으로』 『영화 속의 얼굴』 『프랑스 영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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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100

출판사 리뷰

세상의 모든 그림을 하나의 캔버스에 담고 싶었던
어느 부유한 미술애호가의 그림 같은 그림 사기극

사실과 허구, 진실과 거짓, 복제와 재현의 경계를
자기 파괴적 몸짓으로 지시하는 텍스트의 건축학


“인문 서가에 꽂힌” 두번째 작가, 조르주 페렉

문학동네는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의 두번째 작가로 ‘조르주 페렉’ 선집을 펴내며, 그 첫 책은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이다. 첫번째 작가 빌헬름 라베의 『포겔장의 서류들』에 이은 시리즈 두번째 책이다.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은 문학과 인문학의 경계에서 지성과 사유의 씨앗이 된 작품들을 위한 상상의 서가다. 문학과 인문학을 두루 포섭하는 창의성과 실험성, 작품성을 갖췄으나 뚜렷한 범주로 분류되지 않는 애매한 위상 때문에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작품들을 모았다. 경계를 허무는 동시에 생성해나가는 다채로운 작품들의 향연,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은 라베와 페렉을 넘어 〈레몽 루셀 선집〉〈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선집〉〈안토니오 타부키 선집〉 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조르주 페렉은 20세기 후반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위대한 작가다. 작품 활동을 펼친 기간은 15년 남짓이지만, 소설과 시, 희곡, 시나리오, 에세이, 미술평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전방위적인 쓰기를 시도했다. 페렉 문학의 정수를 담고 있는 일곱 작품 -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인생사용법』『공간의 종류들』『겨울여행 & 어제여행』『생각하기/분류하기』『나는 기억한다』『잠자는 남자』- 으로 구성된 〈조르주 페렉 선집〉은 20세기 후반 프랑스 문학이 걸어온 쉽지 않은 도정을 축약해 제시하는 충실한 안내도 역할을 해줄 것이다. 나아가 20세기 후반에도 프랑스 문학이 치열한 문학적 실험을 벌였고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생생히 전해주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미술에 대한 깊고 오랜 애정이 만들어낸, 글로 쓴 그림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
1972년 페렉은 “나는 오랫동안 화가가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목록을 작성하면서 그림 그리기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그림을 향한 이러한 열망은 그의 작품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미출간 첫 소설 『용병대장』에서 『W 혹은 유년의 기억』『인생사용법』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품이 하나의 그림에서 받은 강렬한 인상에서 비롯되었으며, 그림이나 화가, 그림 그리기는 주요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소재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림에 대한 페렉의 애착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은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이다. “그림 이야기histoire d'un tableau”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어느 화가의 그림 속에 재현된 수많은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다. 페렉은 브뤼셀 왕립미술관에서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이라는 그림을 본 후 이 작품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미술애호가의 방쿤투스캄머Kunstkammer: ‘예술의 방’이라는 뜻의 독일어’은 안트베르펜을 중심으로 한 플랑드르 회화에서 발달한 특별한 유형의 그림으로, 16세기 말 귀족이나 부유한 상인이 부를 과시하기 위해 예술품이나 고상한 취향의 물건을 모아놓은 방을 재현하는 데서 유래했다.) 페렉은 ‘미술애호가의 방’ 계열의 그림이 재현의 재현(현실을 재현한 그림을 재현)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재현과 복제의 수단으로서의 예술, 이전 작품과의 관계 속에서 가치와 의미를 갖는 예술의 상호텍스트성 등의 문제를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을 통해 탐색한다. 그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노박을 빌어 “모든 작품은 다른 작품의 거울이다. 모든 그림들의 진짜 의미는 이전 작품과의 관계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다. 기존의 작품은 새로운 작품 안에서 전체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단순 복제되거나 훨씬 더 암시적인 방식으로 암호화되어 삽입된다”고 말한다. 이는 예술가를 ‘창조자’가 아닌 ‘참조자’의 자리에 위치시키는 페렉의 예술관을 반영한다. 페렉이 시도한 ‘인용의 문학’, 즉 ‘다시 쓰기’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페렉은 기존 작품의 참조와 인용, 분해와 재구성을 통한 ‘다시 쓰기’에 새로운 문학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기존의 작품들에서 잘라낸 조각들을 조합해 새롭게 구성하는 글쓰기를 시도했다.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은 페렉의 ‘다시 쓰기’가 그림을 매개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여기서 문학 작품은 회화로, 텍스트는 캔버스로 전환된다. 작품에 나오는 그림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 속에 재현되어 있는 수많은 그림들은 “다시 쓰인 글”의 변형인 “다시 그린 그림”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이는 화가가 되고 싶었던 페렉이 글로 쓴 그림이기도 할 것이다.

필생의 대작 『인생사용법』을 완성하는 최후의 조각
페렉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경향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문학 세계에 있다. 그는 현대를 살아간 한 서구 작가가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모든 특징을 그리 많지 않은 작품 속에 녹여냈다. 누보로망 Nouveau Roman의 열풍이 지나간 후 이렇다 할 대표 작가를 찾지 못하던 프랑스 문학계는 페렉이라는 천재작가를 발굴하면서 어느 정도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다. 페렉의 필생의 대작인 『인생사용법La Vie mode d'emploi』(1978)은 도전적인 실험정신과 탁월한 언어감각, 해박한 지식, 풍부한 이야기, 섬세한 감수성 등 다채로운 문학 세계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한 편의 ‘총체적인 소설’이다. 『인생사용법』이 출간된 후 바로 다음 해에 발표된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1979)은 99개의 장 7으로 이루어진 『인생사용법』의 “100번째 장”이라고 불리우며, 그만큼 전작과 밀접하면서도 복합적인 관계를 갖는다. 이는 페렉이 어느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공들여 작업했던 『인생사용법』과 쉽게 작별할 수 없어 이 작품을 썼다고 밝힌 데서도 드러난다.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에 나오는 수많은 그림은 『인생사용법』의 각 장에 등장하는 요소를 직간접적으로 지시한다.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에 등장하는 첫 회화 작품 〈성모방문화〉는 『인생사용법』 제1장에서 윙클레의 아파트를 ‘방문’하는 ‘여인’을 지시하며, 제27장에서 발렌의 그림 안에 등장하는 가구세공인 그리팔코니의 ‘파란색 에나멜 커피 주전자’는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에서 가르텐의 그림 〈탁자 위의 찻주전자〉와 교묘하게 연결된다. 이 그림은 퀴르츠가 그린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 그림 속 수많은 모작??중 하나로 등장하고, 그 모작에서 찻주전자는 파란색 에나멜 커피 주전자로 변형되어 나타난다.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은 어떤 의미에서, 『인생사용법』의 다시 쓰기라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예술적 창조의 근간을 형식상의 제약에 두는 실험 문학 그룹 울리포Oulipo의 강령을 창의적인 방식으로 이행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인생사용법』이라는 틀 안에서 가능한 실험과 유희, 참조와 변형을 시도하고 두 작품이 교묘한 방식으로 조화를 이루어 서로를 반향하게 만든다.

예술가, 그 “우울한 운명”을 자발적으로 살아내는 긍정적인 시도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에 등장하는 부유한 미술애호가 헤르만 라프케는 화가 하인리히 퀴르츠에게 자신이 수집한 수많은 그림들을 걸어놓은 방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게 한다. 이 주문을 실행에 옮긴 퀴르츠의 그림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은 관람객을 단숨에 사로잡고 전시회를 혼란에 빠트린다. 그가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 속에 그림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을, 그 그림 속에 또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을 그렸기 때문이다. 그림 속 복제는 미세한 붓터치만 남을 때까지 계속된다. 놀라운 것은 퀴르츠가 정확성을 유지하면서도 복제의 각 단계마다 미세한 차이를 만드는 일종의 유희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첫번째 복제그림에서 강인해 보였던 권투 챔피언이 두번째 그림에서 강력한 어퍼컷을 맞은 후 세번째 그림에서는 바닥에 쓰러지거나, 카니발 가면으로 가득 찬 광장이 다음 그림에서는 텅 비거나 하는 식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학자 노박은 퀴르츠의 그림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을 다루는 논문 「미술과 반사」에서 이를 두고 “모사화와 모사화 사이의 미세한 차이들이야말로 예술가의 우울한 운명에 대한 최후의 표현”이라고 밝힌다. 그리고 “다른 작품의 이야기를 통해서만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예술가”는 이러한 “차이”를 통해서나마 “예술의 기존 질서를 어지럽히는 척할 수 있”고, “나열을 넘어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인용을 넘어 영감을 분출하며 기억을 넘어 자유를 되찾는 척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예술에 대한 노박의 아이러니컬한 조소 뒤에는 예술 자체에 대해 다시 사유할 것을 요청하는 페렉의 목소리가 숨어 있다. 그가 주장하는 것처럼 모든 글쓰기가 이전 작품의 다시쓰기이며 예술작품의 창조가 차이의 생산에 있다 할지라도, 그것에 오히려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의의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예술가가 기존의 작품들을 참고하고 변형하고 인용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 때, 인용된 작품의 조각들은 하나의 텍스트(캔버스) 속에서 다른 조각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다. 예술가는 기존 작품들의 일부를 다른 공간 속에 재배치함으로써 그것들에게 다른 시간과 다른 공간을 주는 셈이다. 한 번 산 작품에게 다른 이름으로 한 번 더 살 기회를 주는 것. 여기에는 페렉의 예술관을 넘어서는 어떤 것, 그의 인생 경험이 깃든 성찰이 배어 있다. 유년 시절, 제2차 세계대전의 광기 속에서 부모를 잃고 유대인 고아로 살아가야 했던 페렉이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 앞에서 무기력했던 것처럼, 인간은 이미 주어진 현실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직면해야만 하는 현실이 과거가 되었을 때, 그것을 담아내는 기?의 재배치는 가능하다. 그렇게 과거를 한 번 더 살게 함으로써 우리는 “기존 질서를 어지럽히는 척할 수 있고, 기억을 넘어 자유를 되찾는 척할 수 있다.” 페렉이 노박을 통해 말하는 예술가의 “우울한 운명”은 이런 우리 삶의 모습을 예술에 빗댄 뼈아픈 은유다. 그러나 페렉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창조’가 아닌 ‘참조’와 ‘차이’뿐이라 할지라도, 동일한 것을 다르게 살아내려 애쓰는 몸짓에 긍정적인 저항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명화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무명의 그림들에 대한 애틋한 헌사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은 온갖 그림들에 대한 건조하고 중성적인 묘사로 점철되어 있다. 비단 그림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소소한 사물들과 공간들에 대한 나열과 묘사는 다른 여러 작품에서도 나타나는 페렉 글쓰기의 중요한 특징이다. 이는 페렉의 작가의식의 한 축을 이루는 ‘일상의 사회학’적 사고를 반영한다. 그는 삶의 중요한 사건들, 물건들, 인물들에 가려 우리가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무수한 ‘나머지들’에 대해 상세히 기록하고자 했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보이지 않는 것들, 우리 시선의 무의식 지대에 놓여 있는 것들을 세심한 묘사와 끈질긴 나열을 통해 복원함으로써 우리 삶을 이루는 요소들에 ‘존재론적 평등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을 채우고 있는 길고 무미건조한 그림 묘사는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세상의 모든 그림들에게 공평한 이름을 나누어주는 것……. 청년 시절부터 품어왔던 그림에 대한 애정은 수많은 명화들에 가려 소리 없이 사라져야 했던 무명의 그림들에 대한 애정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그는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을 통해 유명 화가의 그림이 아니라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한 채 사라진 그림들, 소박한 목적으로 그려졌지만 우리 일상의 한 공간을 따뜻하게 채우고 있는 그림들에게 애틋한 헌사를 바친다.

이름도 없이 걸려 있는 그림들, 이름도 없이 사라진 그림들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자세히 묘사하는 페렉의 행위는 역사가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 시간과 더불어 소멸한 사건들, 기억들을 복원하고 또 소묘하고자 하는 소망의 실천에 다름 아니다.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에 인용된 푸생의 명구 “나는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는 결국 페렉이 이 작품을 통해 건네는 하나의 제안일 수도 있다. 그것은 ‘나머지들’까지 평등하게 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나아가 ‘나머지들’을 만드는 보이지 않는 시선까지 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어쩌면 지키기 어려운 암묵적 명령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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