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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칼이 되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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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칼이 되어줘

다비드 그로스만 저/김진석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04월 06일 리뷰 총점9.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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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8년 04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478쪽 | 638g | 145*210*30mm
ISBN13 9788901222578
ISBN10 8901222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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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2명)

이스라엘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노벨문학상 후보로 지명될 만큼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다비드 그로스만은 이스라엘 정부의 대팔레스타인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쉼 없이 낸 평화 운동가이기도 하다. 1954년 예루살렘 출생으로 히브리 대학교에서 철학과 연극을 공부했으며, 이스라엘 라디오 방송국에서 기자로 일했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동안 소설 두 권과 단편집 한 권을 출간했다. 소설과 희곡, 논픽션, 아동서 등 다... 이스라엘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노벨문학상 후보로 지명될 만큼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다비드 그로스만은 이스라엘 정부의 대팔레스타인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쉼 없이 낸 평화 운동가이기도 하다. 1954년 예루살렘 출생으로 히브리 대학교에서 철학과 연극을 공부했으며, 이스라엘 라디오 방송국에서 기자로 일했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동안 소설 두 권과 단편집 한 권을 출간했다. 소설과 희곡, 논픽션, 아동서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집필한 그로스만은 “국가적 갈등 상황이라는 외줄 위에서 끝없이 비틀대며 중심을 잡으려는 줄타기 곡예사_[가디언]”라는 평을 받으며, 힘과 정의의 균형이 위태로운 이스라엘의 현실을 과감히 작품으로 옮겨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 에메트상,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독일 북스테후더 불레상, 프랑크푸르트 평화상 등을 수상했으며,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에서 아들이 사망하는 비극을 바탕으로 집필한 소설 『땅끝까지To the End of the Land』로 전미 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리고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A Horse Walks into a Bar』로 2017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으며 다시금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 그의 작품들은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핀란드, 러시아 등에서 36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으며, 국내에는 『사자의 꿀(Lion’s Honey)』, 『시간 밖으로(Falling Out of Time)』가 소개되었다.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에 있다. 스릴러, 호러 소설을 전문으로 번역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 『검은 비밀의 밤』, 『블루존』, 『연쇄살인범 파일』,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댈러웨이 부인』 등이 있다. 특히 스릴러, 호러 소설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생동감 넘치는 그의 번역스타일은 독자를 몰입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에 있다. 스릴러, 호러 소설을 전문으로 번역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 『검은 비밀의 밤』, 『블루존』, 『연쇄살인범 파일』,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댈러웨이 부인』 등이 있다. 특히 스릴러, 호러 소설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생동감 넘치는 그의 번역스타일은 독자를 몰입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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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460

출판사 리뷰

“진실을 말하는 소설의 거장”이자
“보복 매커니즘의 도구가 되기를 반대한 작가” 다비드 그로스만


이스라엘이 웨스트뱅크와 가자지구를 점령한 지 20년이 되는 해를 기억하기 위해, 1987년 이스라엘 시사주간지 [Koteret Rashit]는 젊은 소설가 다비드 그로스만을 7주간 웨스트뱅크에 파견한다. 그로스만은 한 세대 동안 영토가 점령당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일상에서 잔인한 고통을 겪는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고 글로 밝혔다. 특집 기사는 이스라엘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왔고, 이때의 기록은 『황색 바람The Yellow Wind』으로 출간되었다. 『양의 미소The Smile of the Lamb』, 『사랑 항목을 참조하라See Under: Love』를 시작으로 30년 넘게 이스라엘 안팎에서 자행되는 비극과 부조리를 작품에서 다룬 다비드 그로스만은, 2017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A Horse Walks Into a Bar』를 통해 “진실을 말하는 소설의 거장”으로 우뚝 섰다.

“우리가 증오하며 위협으로 여기는 적들 역시 사람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2006년 8월, 제2차 레바논 전투에서 헤즈볼라군의 미사일 폭격으로 아들을 잃은 다비드 그로스만은 평화에 대해 말하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아들이 전쟁에서 사망했고, 많은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에게 평화라는 것이 환각에 불과해져버린 지금까지도. 그로스만은 전쟁이라는 운명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글쓰기를 통해 무력감에 대항하는 길을 찾았다. 쳐다보기를 겁내지 않는 것, 현실을 똑바로 보고 제대로 모순을 말하는 것, 그로스만에게는 그것이 전쟁의 공포에 마비되지 않고, 역사적 피해의식을 극복하는 길이다. 그는 어떤 것을 서술하는 것이 이스라엘에서 개인에게 남은 유일한 자유임을 깨달았다. “자신에게 닥친 끔찍한 운명을 자신만의 단어로 묘사하는 자유”인 것이다. 동시에 자신의 글이 보복 매커니즘의 도구가 되는 것에 극렬히 반대했으며, 불안한 시대의 책임을 함께 감수하기 위해 행동했다. 전쟁이 마지막 결정권을 쥐는 것을 허락하지 않기 위해 글을 쓰고 목소리를 높이는 행위는 여전히 그로스만에게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는 건 당신이 처음이에요.”
오직 편지로만 토로할 수 있는 인생의 가장 은밀한 순간들
다비드 그로스만의 어느 소설보다 섬세하고 열정적인 작품


“완전히 상대의 몸으로 들어가는, 그 속에서 길을 잃지도 않고 자신을 포기하지도 않으면서 오직 단 한 번, 이방인이 되는 경험”을 꿈꿨던 야이르는 동창회에서 스쳐간 수수께끼 같은 미소를 가진 미리엄에게 편지를 보낸다. “당신 생활에 끼어들려는 게 아니라, 그저 내 편지를 받아주면 좋겠다”라고 청하는 야이르. 만나지 않은 채 오직 편지로, 잔인할 만큼 솔직한 갈망을 담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허락해달라는 남자에게 미리엄은 화답한다. 그렇게 둘은 “서로의 삶에 가담”하기 시작한다. 각자 배우자와 아이가 있음을 알기에, 끝이 보이는 관계를 선택한 이들은 점차 서로에게 “한 번쯤 이런 비밀을 소리쳐 털어놓을 수 있는, 땅에 파놓은 구덩이”이자 “내 영혼을 누군가의 손에 건네주고 싶었던 사람”이 되어간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 봄부터 가을 끝자락까지 계속되는 야이르의 편지로, 2부는 미리엄의 일기로 구성되어 각각의 관점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짐작하게 하고, 3부에서는 뒤섞인 두 사람의 욕망이 마주하는 순간이 그려진다.

시대와 국가라는 화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가진 작가 다비드 그로스만은 『나의 칼이 되어줘』에서는 예외적으로 거대한 역사적, 문화적 진공 상태에서 사랑 이야기를 펼친다. 이 책은 이미 자신에게선 스쳐지나갔다고 여겼던 감정을 서로로 인해 일깨우는 남녀의 이야기로, 사랑, 책망, 불안, 자책, 연민, 집착 등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감정들이 편지를 사이에 두고 봇물처럼 쏟아진다. 누구나의 인생에서 종종 숨기고 싶은 은밀한 순간들을 목도하면서, 우리는 폭넓고 복잡한 슬픔을 가진 인간이란 존재를 들여다볼 수 있다. “인간의 어두운 얼굴을 발견해내는 낭만적인 이야기다. 수많은 매혹적인 오후를 선사할 작품._[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 “쓰기에 관한 탐구인 동시에 절대적인 자유의 한순간을 탐구하는 책._[가디언]”이란 평을 받으며, 그로스만 소설 가운데 가장 섬세하고 열정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누군가의 비밀을 알게 된다고 해서
그 사람을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자기 바깥의 삶을 이해하는 것의 어려움에 관하여


오로지 글로 대화를 나누었기에 두 사람은 더욱 스스럼없이 자신의 일그러진 모순들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부모님의 잔소리가 듣기 싫을 때 고안해 낸 안젤루스라는 존재를 통해 비참했던 어린 시절을, 마개가 꽉 닫힌 항아리 속에 갇힌 것 같은 따분한 결혼 생활을, 아버지로서 겪는 갈등과 일찍이 깊게 골이 난 정서적 결핍까지도 낱낱이. 그렇게 누구도 알지 못하는 비밀을 공유한 야이르와 미리엄은, 그래서 서로를 더욱 이해하게 되었을까. 애석하게도 우리는 그들이 쌓아온 극적인 친밀함 자체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지난 몇 달간의 편지 속 세상은 현실에 쉽게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다는 걸 결국 확인하게 된다.

『나의 칼이 되어줘』에서는 소통에 대한 강박적인 갈망과 그 한계를 통해 자기 바깥의 삶을 이해하는 것의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조명한다. 늘 사람들 간의 거리에 천착했던 그로스만은 그동안의 작품들을 통해 어머니와 아들, 남편과 아내, 혹은 연인 사이를 갈라놓는 친밀함의 한계를 추궁해왔다. 나와 타인은 완전히 하나로 겹쳐질 수 없는 다른 존재이기에, 우리는 늘 어긋난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상대에게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거리가 존재할까. 그만큼의 거리에 다다르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까. “글을 통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상처를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뿐.” 자신도 상처의 일부임을, 상처로 만들어진 존재라고 말하는 그로스만은 이 작품에서 이 작품에서 인간의 내밀하고도 개인적인 욕망과 관계의 불완전함에 대한 질문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추천평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이야기. 당신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발견하기 어려운 독창적이고 재능을 갖춘 작가의 소설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_[뉴욕 타임스]

“열정적이고 선정적이며 아찔할 뿐 아니라 황홀하다.” _[가디언]

“쓰기에 관한 탐구인 동시에 절대적인 자유의 한순간을 탐구하는 책.” _[가디언]

“인간의 어두운 얼굴을 발견해내는 낭만적인 이야기다. 수많은 매혹적인 오후를 선사할 작품.” _[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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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당신의 정체성은 얼마나 무거운가요?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봄*****리 | 2018-05-15


 그래요, 내가 바라는 건 그거예요. 나의 칼이 되어주세요. 그럼 맹세코 나도 당신의 칼이 되어줄게요. 예리하지만 연민이 깃든, 내 것이 아닌 당신의 단어들로요.(p. 19 ~ 20)

 

 다비드 그로스만이 98년에 발표한 '나의 칼이 되어줘'는 편지로만 이루어진 서간체 소설이다.

 그러고 보니 같은 이스라엘 작가인 아모스 오즈가 쓴 '여자를 안다는 것'이 생각난다. 이 소설 역시 서간체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밌게도 이 '아모스'란 이름이 '나의 칼이 되어줘'에서도 나온다. 남자 야이르에게 편지를 받는 미리엄의 남편 이름이 바로 '아모스'인 것이다. 오즈의 소설은 89년에 나왔는데, 그렇다면 '나의 칼이 되어줘'는 '여자를 안다는 것'의 오마쥬일까? 그냥 재미로 떠오른 생각만은 아니다. '나의 칼이 되어줘'의 야이르 역시 파티에서 우연히 한 번 보았을 뿐, 일면식도 없었던 여자에게 장장 6개월에 걸쳐 편지를 보내는 이유가 다름아닌 미리엄을 알기 위해서이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이 소설을 단순히 연애 소설로 보면 곤란하다.

 비록 야이르와 미리엄이 사랑의 밀어를 속삭인다고 해도 그건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소설이 정말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고정된 정체성'이란 덫에 갇혀버린 자의 비애 혹은 절규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다. 미리엄 보고 칼이 되어 끊어달라고 하는 게 아니다. 미리엄에게 편지를 쓰는 것 자체가 칼인 것이다. 인용한 문장에서 우리가 '칼'말고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당신의 단어들'이란 말이다. 바로 이 말에서 우리는 편지 자체가 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당신의 단어, 그건 곧 나를 벗어나 타자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이니까. 그렇게 이 소설은 자신을 가두고 있는 정체성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야이르가 벌거벗은 몸이 되는 것도 이와 연관 있을 것이다.



 다시 아모스 오즈의 '여자를 안다는 것'을 가져오고자 한다.

 여기서 '여자'란 단순히 성별의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남자에게 있어 '절대적 타자로서의 여자'이다. 다시 말해, 아모스 오즈의 '여자를 안다는 것'은 그 타자성을 받아들이고 헤아리는 것을 뜻한다. 다비드 그로스만의 '나의 칼이 되어줘'도 마찬가지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이미 신체로 육화되어 도저히 자신의 힘으론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의 정체성에서 타자의 도움으로 벗어나고자 한다. 바로 타자에게 글을 쓰는 것으로 말이다.


 야이르도, 미리엄도 상대에게 주는 편지에 자신의 곤경을 지속적으로 기입한다.(이 소설은 3부로 되어 있는데, 1부는 야이르가 미리엄에게 보낸 편지로만 채워져 있고 2부는 미리엄이 야이르에게 보내는 편지로만 채워져 있다. 그리고 마지막 3부는 둘이 직접 만나는 과정을 그린다.) 그런데 그 곤경의 원인을 알고보면 대부분 내부에 확정된 정체성에서 비롯된다. 특히 야이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싫어한다. 그는 어떻게든 거기서 탈피하려고 하는데, 그런 그를 좌절시키는 존재가 있다. 바로 자신의 아들이다. 그는 평생 부모와 다른 사람이 되고자 했건만 아들에겐 부모와 똑같은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아들 앞에서, 아들에게 행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사회화를 통해 형성된 그 정체성이 얼마나 완강하게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지 발견한다. 그토록 벗어나고자 하였지만 여전히 그림자처럼 들러붙어 있는 정체성을. 이로 인한 그의 절망이 일면식도 없는 미리엄에게 편지를 쓰게 했던 것이다. 글을 쓰는 그 순간만큼은 자신의 정체성에서 달아나 타자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의 칼이 되어줘'는 글쓰기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그대로 '사랑 항목을 참조하라'가 문학의 의미를 물었던 것과 이어진다. 문학이 글쓰기의 한 형태인 것을 감안하면 다비드 그로스만이 포착하고자 하는 범위가 넓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다비드 그로스만이 글쓰기의 의미 가운데 중시해서 불러내는 것은 바로 '타자- 되기'로써의 글쓰기다.


 사실 어떤 대상에 대해 글을 쓰면 글을 쓰는 자신은 쓰면서 늘 그 대상에 대해 생각해야 하므로 바로 그 대상, 타자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이건 내 말이 아니라 프랑스의 철학자 들뢰즈의 말이다. 그는 단적으로 말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타자가 되는 것이다'라고. 그렇게 들뢰즈는 동물에 대해 글을 쓰면 '동물 되기'이고 여성에 대해 글을 쓰면 '여성 되기'라 말했다. 글쓰기에는 그러한 탈주의 힘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매혹적이고 지금도 지속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편지란 '타자 - 되기'의 가장 대표적인 글쓰기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다른 어떤 글보다 편지를 쓸 때 가장 많이 상대인 타자를 생각하는 까닭이다. 누구도 자신의 감정과 생각만 고려하여 편지를 쓰는 사람은 없다. 늘 이 편지를 받은 상대의 기분과 반응을 염두에 두고 쓰게 된다. 편지는 지극히 타자 중심적인 글쓰기인 것이다. 바로 이러한 편지의 성격 때문에 다비드 그로스만은 '나의 칼이 되어줘'를 서간체 소설로 만든 것이라 본다.


 사실 정체성 탈피에 관해선 누구보다 할 말이 많은 것이 다비드 그로스만이다.

 그는 현재 가장 활발하게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태도를 비판하는 작가이니까 말이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는 근본적으로 정체성 때문이다. 종교로 더욱 강화된 그들의 고정된 정체성이 타자를 전혀 인정 안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확고한 정체성 앞에서 타자란 공존해야 할 사람이 아니라 그저 제거해야 할 적에 지나지 않는다. 바로 그런 마음이 얼마전 전 세계에 보도되어 충격을 주었던, 비무장 민간인 팔레스타인을 웃으며 저격하는 이스라엘 병사를 낳은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이스라엘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다비드 그로스만이 고정된 정체성을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그 문제 의식이 바로 '나의 칼이 되어줘'로 만개한 것이다.


비단 이스라엘만이 아니다.

 특정한 사회 속에서 형성된 정체성을 절대시하는 바람에 빚어지는 갈등은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갈등과 대립 속에서 무고하게 희생되는 목숨들을 보노라면 하루빨리 이러한 정체성의 중력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는 정체성은 선험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삶면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만들어진다고 말한 바 있다. 그게 바로 수행적 정체성이다. '나의 칼이 되어줘'는 이제 우리도 정체성을 너무 무거운 것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기분에 따라 옷을 바꿔 입듯, 가볍게 여길 때가 되었다는 걸 생각하게 만든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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