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제정세의 판이 한눈에 보인다
국내 저서 최초, 본격 지정학 교양서
지구상의 모든 나라들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오늘날, 국제 뉴스와 이슈들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개인의 비전도 국가의 전략도 생각할 수 없다. 브렉시트와 유럽의 분열, 이슬람국가(IS)의 전지구적 테러,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무엇보다 북핵과 사드를 둘러싼 한반도의 팽팽한 긴장 상황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는가.
이 책 《지정학의 포로들》은 갈등과 분쟁이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된 오늘날의 혼란스러운 세계를 ‘지정학’이라는 도구로 명쾌하게 해석한다. 저자 정의길은 국내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의 역사를 다룬 유일무이한 저서 《이슬람 전사의 탄생》으로 세계질서의 본질을 날카롭게 파헤치며 국제 문제에 관한 한 독보적 저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번에도 이 책 《지정학의 포로들》에서 국내 저서로는 최초로 ‘지정학’이라는 개념을 통해 세계의 큰 흐름을 담대하게 조망한다. 〈한겨레〉 국제 분야 선임기자로 30여 년간 국제 문제를 분석해온 저자의 내공이 총망라된 저서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국제분쟁의 양상을 짚고 현안을 분석하는 데 완벽한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
2. 어떻게 세계를 읽을 것인가
국제정세를 해석하는 핵심 도구, 지정학
‘지정학’은 국제정세를 해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그 핵심은 위치와 공간이다. 지정학은 인류에게 숙명적으로 주어지는 첫 조건으로서 위치와 공간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인간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와 공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인류의 역사는 그 위치와 공간에 대해 인류가 대응한 결과이다. 특히 영토를 확보해 세력을 확장하려는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은 위치와 공간에서 출발한다. 즉, 국가의 행태는 그 국가가 어디에 위치했느냐에 뿌리를 둔다.
“유럽 한가운데 위치했으나 바다로의 진출이 막혀 있는 독일은 지정학적 이점과 제약을 동시에 안고 있다. 유럽 대륙 내에서 동서로 팽창하기 유리한 조건을 가졌으면서도, 자신을 포위한 주변 국가들의 집중 견제 대상이 됐다. 독일의 팽창에는 주변국의 견제라는 지정적 선택이 뒤따랐다. 유럽의 다른 민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인구와 잠재적 국력을 가진 독일의 위상은 유럽에서 평화와 전쟁을 결정하는 요인이었다.” (47쪽)
국제 관계를 움직이는 모든 사건들은 이처럼 위치와 공간의 개연성을 가지고 있어서,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보지 않고서는 그 본질을 이해하기가 불가능하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지정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3. 지정학으로 살펴보는 종횡무진 근현대사
세계지도를 뒤바꾼 패권 쟁탈의 역사
이 책은 국내에서 시사 현안을 말할 때 수사적 표현에만 머물던 지정학의 구체적 내용을 20세기 이후 벌어진 역사적 사건을 예시로 소개한다. 특히 20세기 이후 세계 패권 싸움의 플레이어들이던 미국, 러시아, 영국, 독일, 중국 등의 지정적 위상과 전략을 나라와 지역별로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그 나라와 지역들이 어떠한 지정적 위상에 처해왔는지, 그 조건에서 어떤 전략들을 추구했는지, 이후 역사는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역사적 흐름에 따라 살펴보고 맥락을 짚는다.
“유라시아 대륙의 심장부에 위치한 러시아의 광대한 영토와 지정적 위상은 양날의 검이다. 러시아의 팽창은 외부세력에 맞서는 전략적 종심을 제공했으나, 내부에 끊임없는 반발과 불안의 원천을 심었다. 러시아가 정복한 완충 지역은 내부적으로 이민족들의 반발과 소요에 항상 노출됐다. 러시아에게 제국의 유지와 확장은 이런 이민족들에 대한 단속과 제어의 역사였다. 제국의 역량은 항상 내부의 불안과 반발을 제어하는 데 상당 부분 소모됐다. 러시아제국, 소련, 푸틴의 러시아가 전체주의 체제와 공포정치로 일관하게 된 배경이다.” (75쪽)
더 넓고 더 좋은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열강의 충돌은 일련의 ‘그레이트 게임’을 촉발시키며 역사의 흐름을 바꿔왔다. 세계의 역학관계를 뒤바꾼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을 알지 못하고는 현대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 저자는 저널리스트로서의 냉철한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근현대사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인 장면들을 예리하게 포착해내며 선 굵고 정제된 필치로 현장감 있게 되살려낸다.
4. G2 시대 미중대립,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이슬람국가와의 전쟁…
굵직한 국제 이슈의 본질을 파헤친다
이 책은 1991년 소련 붕괴와 냉전 종식 뒤 더 만연해진 세계의 분쟁과 무질서를 지정학적 관점에서 살피고 설명한다. 특히 근대 이후 지정학의 핵심 주제인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의 대결’이라는 관점에서 역동적인 세계의 흐름을 예리하게 분석해낸다.
“중국의 부상은 매킨더 이후 서방의 지정학자들이 경고하던 바였다. 러시아에 비해 양호한 해안 접근성을 가진 중국이 국력을 키우면, 서방 해양세력에게는 러시아에 비할 수 없는 유라시아 대륙세력이 될 것이라고 매킨더 등은 경고했다. 중국이 유라시아 대륙 내부뿐만 아니라 해양으로도 진출할 수 있는 세력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부상한 대륙세력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등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 내부 및 주변부 국가로의 진출을 가속화하는 한편, 바다로도 진출하고자 한다. 이는 여전히 서방 해양세력의 패권을 쥔 미국과의 충돌을 부르고 있다. G2 시대, 미국과 중국의 지정적 대결의 본질은 바로 이것이다.” (376~377쪽)
현재의 세계를 만든 역사적 이정표들을 대담하게 짚어가다보면, 최근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우크라이나 내전, 이슬람권에 만연한 분쟁,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G2 시대의 미중 대립 등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국제 문제들의 본질이 결국 무엇인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책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국제 문제들이 결코 외따로이 떨어져 있는 개별 사안들이 아님을 밝히고, 씨실과 날실로 복잡하게 상호 연결된 현안들의 본질을 조목조목 짚어준다.
5. 열강의 대립과 각축의 장, 한반도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 거대한 지정학의 역사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과거의 지정학적 사건들은 현재에 영향을 미치며, 한반도 분단처럼 현실 속에서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이 책의 근본 목적은 결국 열강의 대립과 각축의 장 한반도의 지정 상황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분단 체제의 해소를 모색하는 것이다. 저자는 지정학을 통해 한반도에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현실주의(realism)’를 말한다.
“한국의 보수와 진보 진영은 모두 이상주의자들이다. 특히 북한 문제에서는 거의 100% 이상주의자들이다. 북한을 기본적으로 박멸해야 한다거나, 같은 민족이니 무조건 껴안아서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이상주의자들이다. 각 진영 내에서도 편차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렇다. 그런데 북한을 우리를 위협하는 적이나 같이 살아야 할 민족 어느 한쪽이 아닌, 생존과 국익을 챙기기 위해 몸부림치는 집단으로 볼 수 없을까? 그래서 그런 집단을 놓고 우리가 상정할 수 있는 손해를 계산하고 이익을 챙길 수는 없을까?” (8쪽)
저자는 한반도의 분단과 지금의 북핵 위기도 러시아-중국-북한으로 연결되는 유라시아 대륙세력과, 미국-일본-남한으로 연결되는 서방 해양세력의 계속되는 갈등과 충돌의 일환일 뿐이라고 말한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지금 한반도의 분단 체제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열강이 자국의 이해에 따라 타협해서 한반도에 강제한 완충지대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한반도의 지정학은 먼저 이 분단 체제를 인정하는 현실주의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남북한의 두 정권 모두가 주변 열강과 안정적 관계를 구축하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반도가 특정 열강 진영의 교두보가 아니라 양 진영의 완충지대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게 해야 한다. 이는 결코 분단 체제의 영구화가 아니다. 주변 열강의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공존 체제로의 안정적 전환이야말로 분단 체제의 평화적 해소로 가는 길이다. 분단 체제의 극복은 분단 체제가 생겨나고 작동하는 현실을 인정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482~483쪽)
갈수록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는 한반도에 사는 우리는 현세계의 판과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야만 한다. 그래야 오늘 직면한 국제 현안들에 체계적으로 대처하고 스스로 미래를 주도할 수 있다. 깊이 있는 통찰과 날카로운 현실 감각으로 현대 세계질서의 본질을 냉철하게 파헤친 이 책은, 도대체 지금 여기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디를 바라보고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길잡이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