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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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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내리는 마지막 결정에 대한 이야기

허대석 | 글항아리 | 2018년 01월 19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 판매지수 534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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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8년 01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75g | 140*210*20mm
ISBN13 9788967354770
ISBN10 8967354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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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내과 전문의 · 전 서울대병원 암센터소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내과전문의를 취득했다. 진행기 암 환자를 항암제로 치료하는 종양내과학을 세부 전문 분야로 30여 년간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로 일하면서 많은 환자의 죽음을 지켜보았다. 말기 암 환자 가족상담 모임을 1990년대 초반에 시작해 ‘등불모임’이라는 봉사 조직으로 발전시켰고, 1998년부터 2010년까지 12년간 서울대학교병원 호스... 내과 전문의 · 전 서울대병원 암센터소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내과전문의를 취득했다. 진행기 암 환자를 항암제로 치료하는 종양내과학을 세부 전문 분야로 30여 년간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로 일하면서 많은 환자의 죽음을 지켜보았다. 말기 암 환자 가족상담 모임을 1990년대 초반에 시작해 ‘등불모임’이라는 봉사 조직으로 발전시켰고, 1998년부터 2010년까지 12년간 서울대학교병원 호스피스실 실장을 맡았다. 현재 서울대학교병원 의료기관 윤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고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제도화를 위해 1998년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창립에 기여했으며, 회장직을 맡아 활동했다. 의료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가져 2005년부터 ‘사회 속의 의료’ 블로그에 다양한 글을 올리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암센터 소장, 대한종양내과학회 회장, 한국의료윤리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2008~2011년에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원장을 맡아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근거중심보건의료를 확립하는데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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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우리는 어디서 죽는가?

한국에서는 매년 28만여 명이 죽는다. 이 중 74.9퍼센트는 집이 아닌 병원에서 삶을 마감한다. 집에서 임종하는 이는 단 15.3퍼센트다.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1990년대 이전만 해도 한국인 대부분은 집에서 죽었다. 집이 아닌 다른 데서 죽는 것은 ‘객사客死’라 하여 꺼렸고, 병원에서 오랫동안 투병했더라도 집으로 모셔와 최후를 맞게 했다.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상황은 역전됐다. 병원은 사람을 살려내는 곳이자 죽음을 맞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로 병원에서 마지막을 장식하길 원하는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16.3퍼센트뿐, 대다수는 집에서 삶을 마무리 짓길 원했다. 나는 내가 죽고자 하는 곳에서 결코 죽지 못하는 게 한국인이 생의 끝자락에서 맞닥뜨리는 경험이다.
이런 흐름은 혹시 선진국의 전형적인 패턴일까.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미국은 9.3퍼센트, 영국은 54퍼센트가 병원에서 죽고 나머지는 집이나 호스피스 시설 등에서 편안한 최후를 맞는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임종에 다다라서 연명의료를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가의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새로운 죽음의 문화를 논하고 합의점을 찾는 일을 더는 미룰 수 없다.

사례 1.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할머니의 마지막 삶: 보호자와 의료진 사이의 갈등
82세 할머니의 사례를 보자. 한겨울 할머니는 빙판길을 걷다가 미끄러지면서 오토바이와 부딪쳤다. 그로 인해 양쪽 골반 뼈와 대퇴골 골절이 생겨 입원했고,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폐렴이 생겼다. 호흡곤란은 점점 더 심해졌고, 폐색전증도 의심할 만했다. 할머니는 사고를 당하기 전에 이미 만성호흡기질환, 당뇨, 만성신부전증을 앓았었다. 2주 넘는 기간 동안 항생제가 투여되었다. 하지만 호전될 기미는 없었고, 저산소증까지 발생해 고농도의 산소를 공급받았다. 의사 표현도 거의 못해 중환자실로 옮겨 인공호흡기를 달아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 처해 가족은 평소 건강이 좋지 못한 할머니가 회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그녀는 평소 TV나 신문을 보면서 자신은 연명 장치에 의존해 삶을 연장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의사를 밝혔었다. 반면 의료진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환자는 아직 ‘말기’에 접어들지 않았을뿐더러 일시적으로만 나빠진 것일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를 시도해볼 만했다. 인공호흡기를 적용하면 일시적이나마 상태가 좋아질지 몰랐다. 즉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2018년 2월부터 시행되는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환자가 회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명확한 판단을 전제로 연명의료 결정(유보 혹은 중단)을 논의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할머니의 사례는 연명의료 중지를 결정하기엔 몹시 어려운 상황이다. 환자의 가족은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준까지 회복할 가능성”을 의료진에게 물어보며 환자의 뜻을 존중해 연명의료를 반대했지만, 의료진조차 정확한 회생 가능성을 판단하기란 어렵다. 의학엔 언제나 불확실성이 있고, 의료진과 보호자의 입장차는 언제든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은 의료 현장에서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갈등 사례 중 하나다.

사례 2. 40대 가장의 최후: 나의 죽음을 둘러싼 가족의 권리
마흔세 살의 사내는 위암 진단을 받았다. 암은 이미 뼈와 폐로 번져 수술이 어려웠기에 항암치료에 들어갔다. 1년간 치료 효과가 있었지만 그 뒤 약에 내성이 생겨 암은 서서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뼈 전이는 통증을 유발했기에 마약성 진통제로도 잘 조절되지 않았고, 폐 전이로 늑막에 물이 고이자 호흡은 점차 어려워졌다. 환자는 과거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많은 사람의 최후를 지켜봤던 터라 더 이상의 치료를 원치 않았고 호스피스에서 편안한 최후를 맞길 바랐다.
그를 놔주지 못한 것은 가족이었다. 그렇게 보내기엔 남편이, 아버지가, 아들이 너무 젊다는 게 부인, 외동딸, 그리고 부모님의 생각이었다. “이제 40대 초반인데 치료를 포기하고 호스피스로 가는 건 도리에 맞지 않아요.” 가족은 이렇게 말했다. 특히 아내는 “치료를 멈추면 한이 될 것 같다”며 끝까지 치료하길 원했다. 의료진이 보기엔 확률이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시적으로 호전될 가능성은 있어 치료를 계속하기로 했다.
죽음을 맞는 것은 환자 본인이지만, 많은 이에게 이것은 가족과 얽혀 있다. 그는 생의 끝자락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호스피스에서 보내고 싶어했지만, 가족은 강하게 저항했다. 이런 일에 맞닥뜨리면 환자는 반대 의견을 물리치고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최선을 다하고 싶어하는 가족의 진심이 읽히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가족의 뜻을 따랐던 그는 치료 도중 9일 후 사망했다. 그렇지만 마지막 수개월 동안 받았던 항암치료는 환자에게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사례 3. 연명의료를 택하지 않은 18세 남학생: 가족 사이에 견해가 다르다면?
아직 학생인 열여덟 살의 소년은 육종 진단을 받았다.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하자 처음에는 차도를 보였지만 1년 뒤부터는 더 이상 반응이 없었고 병세는 점점 더 나빠지기만 했다. 급기야 암은 폐로 전이됐으며, 늑막에 물이 찬 그는 입원치료를 하게 되었다. 늑막의 물을 조절하려고 흉관을 삽입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게다가 세균 감염까지 발생해 항생제를 썼지만 나아지지 않았고, 소변을 잘 보지 못할뿐더러 혈압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 담당 의사는 부모에게 아들이 임종 과정에 접어든 것 같다며 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알렸다. 또한 심폐소생술이 별 도움이 안 되니 시행하지 않는 게 낫다는 의견이었다. 이에 아버지가 심폐소생술금지 동의서에 서명을 했다.
반면 어머니의 입장은 달랐다. 그녀는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면 뭐든 다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의료진이 이를 시행하지 않으면 진료 거부로 법적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나섰다. 의료진은 혈압을 상승시키는 약제를 투여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밤 11시, 소년의 호흡은 멎고 심장박동도 중지됐다.
이처럼 가족 간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는 과연 누구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하는 것이 가장 타당할까?

나의 죽음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죽음을 둘러싼 자기결정권 존중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말기 환자에게 과도한 연명의료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아이러니하게 의료기술의 발전, 방어 진료, 의료보험 저수가 정책과도 관련되는데, 회생 가능성이 없는 많은 이들이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고 있다.
더욱이 한국과 같이 가족이 모든 문제를 대리결정해온 사회에서는 환자가 자기 죽음에 대해서도 의사를 제대로 표명한 적이 없어 임종기에 들어선 환자의 가족들은 당사자의 생전 가치관을 확인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기 일쑤였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연명의료 여부에 대해 우선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말기 환자에게 죽음을 직접적으로 알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 가족들이 그 의사를 존중해 대리결정하는 문제까지 함께 고려하고 있다.
이번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기까지는 분기점이 될 만한 커다란 사건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이다. 당시 한 환자가 뇌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로 연명하게 되자 그의 부인은 남편을 퇴원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의사는 ‘퇴원하면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고 알렸지만 보호자는 퇴원을 강행했고 이로 인해 환자가 사망하자, 보호자에게는 ‘살인죄’가, 보호자의 요구에 따라 환자를 퇴원시킨 담당 의사에게는 ‘살인방조죄’가 적용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병원 의료진들은 법적으로 실형을 받을 것을 우려해 방어 진료를 하게 되었고, 이것은 질적인 죽음과 병원 운영 시스템 등에서 여러 문제를 야기했다. 두 번째는 2009년 연세대학교병원 김 할머니 사건이다. 2008년 2월 15일 폐렴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사흘 뒤 폐 조직 검사 중 과다 출혈이 일어났다. 환자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자 인공호흡기를 적용했는데, 가족은 할머니의 연명의료를 중지해달라며 3개월 후 가처분 신청을 냈다. 2009년 5월 대법원은 이를 인정해 6월 23일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도록 했다. 이 일로 인해 한국은 무의미한 연명의료는 중지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게 됐지만, 그 이후에도 방어 진료의 관행은 나아지지 않았다.

호스피스와 완화의료의 문제

연명의료결정법은 호스피스·완화의료까지 포함한 법안이다. 인생의 마지막에 있어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가족이나 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삶을 마감할 시간을 갖는 것임은 여러 사람이 증언해왔다. 따라서 말기 환자의 경우 더 이상 치료로 호전되거나 회생할 가능성이 없다면, 호스피스 기관으로 옮겨 고통을 덜 받는 가운데 생의 마지막을 꾸미는 것을 바랄 터이다. 하지만 한국은 호스피스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하기에 앞서, 환자에게 말기로 접어들었다는 병황 통보를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해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연명의료결정법의 가장 큰 관건은 다른 무엇도 아닌 환자의 가치관과 자기결정권 문제다. 환자가 자신의 임종과 관련해 병의 진행 상태를 알고, 연명의료 결정 여부와 완화의료 문제까지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만 우리의 ‘죽음의 질’은 한 단계 올라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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