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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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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그림자

김혜리 그림산문집

[ 양장 ]
김혜리 | 앨리스 | 2011년 10월 07일 리뷰 총점9.2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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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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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1년 10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510g | 148*205*20mm
ISBN13 9788961960953
ISBN10 896196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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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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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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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여름 큰비가 쏟아진 아침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중요한 사건이지만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대신 그녀는 3년 후 동생이 태어난 비 내리는 겨울날 풍경이 최초의 기억으로 남는다고 말한다. 심심풀이로 뒤져본 바에 의하면 같은 날짜에 탄생한 ‘재미있는’ 사람으로는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화가 키리코, '성난 황소'의 모델인 권투선수 제이크 라모타, 스탠리 큐브릭의 '롤리타'에서 딱 한 번 빛을 발하고 시들어버린 배우 수 라... 여름 큰비가 쏟아진 아침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중요한 사건이지만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대신 그녀는 3년 후 동생이 태어난 비 내리는 겨울날 풍경이 최초의 기억으로 남는다고 말한다. 심심풀이로 뒤져본 바에 의하면 같은 날짜에 탄생한 ‘재미있는’ 사람으로는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화가 키리코, '성난 황소'의 모델인 권투선수 제이크 라모타, 스탠리 큐브릭의 '롤리타'에서 딱 한 번 빛을 발하고 시들어버린 배우 수 라이온이 있으며 대체로 쾌활한 인상을 남기는 인물들은 아니라고 평한다.

세 곳의 초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보도블록 금을 밟으면 불행이 온다는 강박을 떨치지 못해 등하굣길이 고역이었다고 한다. 불분명한 이유로 선화예술학교 미술부에 진학해 진짜배기 창의적 재능과 모조품 재능의 차이를 배웠으며 말죽거리 잔혹사에 나온 한가인의 학교로 짐작되는 인문계 여고에서 수월치 않은 3년을 보냈다고 한다.

1994년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휴학 없이 마쳤으며 성과는 회의(懷疑)하는 법을 배운 것이라고 자평한다. 내가 상상한 역사가 역사학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당황한 2학년 무렵, 영화가 휙 휘파람을 불었고, 비디오 잡지와 프리랜서 생활을 거쳐 1995년 한겨레신문사의 [씨네21] 창간팀에 짐작도 할 수 없는 이유로 채용되었다. 영화 글 쓰는 일을 오래도록 하고 싶어서 ‘밑천’을 마련하고자 2년 후 퇴사하여, 영국 UEA(이스트 앵글리아 대학) 석사과정에서 1년간 영화학을 공부하며 더불어 혼자 생활하는 법, 결핍과 화해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이듬해 11월 《씨네21》에 두 번째 입사하여 현재는 《씨네21》 편집위원. 2008년 로테르담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었다. 그녀는 인터뷰어로서 붙임성과 순발력은 좋지 않지만, 어딘가 ‘절박해’ 보이는 인상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한다. 새로운 약속 장소로 향할 때마다 팔뚝에 잔소름이 돋을 만큼 긴장하면서도, 언젠가 한번쯤 대화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름을 수첩 한 페이지에 남몰래 적어넣고 있는 오늘도 열정적인 인터뷰어이다.

2010년 9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씨네21>에 개봉작과 드라마에 관한 칼럼「김혜리의 영화의 일기」를 연재했고 팟캐스트 <김혜리의 필름클럽>과 <조용한 생활>을 진행하고 있다.『영화야 미안해(2007)를 시작으로『영화를 멈추다』(2008),『그녀에게 말하다』(2008),『진심의 탐닉』(2010),『그림과 그림자』(2011),『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2017)까지 총 여섯 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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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필립 거스톤, 「머리와 술병」中)

출판사 리뷰

물끄러미,
그림 앞에서, 그 너머를 들여다보며
그림 뒤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겹쳐보며
감정의 수많은 결을 하나하나 쓰다듬어 감지하는,
김혜리 이미지 에세이


“내 안에 고인 물을 조용히 흔들었던,
때로 신경을 마비시키거나 불붙였던 그림들을
마음 속 화랑의 허랑한 빈 벽에 하나씩 걸었다.
한데 모아놓으면,
그들은 어쩌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하여 내 ‘상상의 미술관’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그림과의 인터-뷰
김혜리는 말을 건다. 사람에게, 사물에게. 말을 건네기 전, 그녀는 대상을 세심하게 바라본다. 관찰하고 질문하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이면, 예컨대 대상의 그림자 너머까지 시선을 던진다. 그러고는 대상과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 인터-뷰의 장엔 언제나 독자를 위한 자리가 마련돼 있다. 어렵사리 자신을 내보이며 진심으로 대상에게 다가가는 순간, 그녀는 항상 독자가 나란히 걸을 수 있도록 어깨 옆을 내준다. 김혜리와 동행하면, 그림 한 점을 둘러싼 이야기를 공감각적으로 감지해내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감정의 결을 하나하나 쓰다듬은 손길로 빚어낸 듯 유려하기 짝이 없는 그녀만의 감성과 문장에는 특출함이 있다. 그림 앞에서, 그림 뒤에서 우리가 느꼈던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알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김혜리의 문장을 통하면 흐릿하나마 피와 살을 얻게 된다. 그림에게 묻고 싶었던 것들이, 실마리의 서두를 드러내는 것이다. 결국, 이를 통해 우리는 정의할 수 없던 감정의 실체라는 해답을 찾게 된다. 김혜리의 독백과 방백이 점점이 흩어진 그림 앞의 고백은, 점묘화처럼 그렇게 뒤늦게, 조용히,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먼 고장과 이국 도시의 크고 작은 미술관들은 내가 주민인지 나그네인지 결코 묻지 않았다. 정문에 들어서서 표나 기부금을 내고 라커룸에 배낭을 맡기고 나면, 나는 인생의 어느 때보다 자연스럽고 가볍게 혼자가 될 수 있었다. 수첩 한 권을 쥐고 한나절을 그림이 걸린 방에서 방으로 소요했고, 생수 한 병으로 끼니를 족히 대신하며 남중했던 태양이 서쪽 창으로 서서히 저무는 광경을 전시실 벤치에 앉아 충만한 심정으로 지켜보았다.” _서문 中

“근본적으로 오늘날 한 인간이 본업과 취미를 따로 둘 만큼 풍부하게 살기란 불가능하다고 믿어온 내게 그림 보기의 즐거움은 귀족놀이에 가까운 무엇이었다. 끝내 내가 등록된 주소로부터 도망칠 수 없음을 알기에 더 달콤한 도피였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터다. 아,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게 사치를 열망하는가! 희고 중립적인 벽, 더위도 추위도 의식할 수 없는 적정 온도와 습도, 적당한 고요와 속삭임. 많은 현대 아티스트들이 갤러리라는 방습, 방취된 인공의 제도로부터 뛰쳐나오고자 몸부림쳐왔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지만, 평범한 한 관광객에게 미술관의 회랑은 평생 내게 달라붙어온 모든 조건?불온하게도 시대와 국적까지?을 잠시 잊게 하는 희귀한, 그래서 매혹적인 무중력 공간이었다. 그림 한 점 한 점이 독립된 장소였고 국가였다.”_서문 中

마음속 빈 벽에 그림을 걸어 완성한 상상의 미술관

여기 마흔 점의 그림, 마흔 편의 이야기가 있다. 그림과 이야기, 그 사이의 그림자를 오가는 이 묶음에는 경계가 없다. 지은이는 그 자신이 그리워하는 어린 시절, 즉 소설과 그림 속 세계와 현실을 가르는 벽이 훨씬 부드럽고 투명해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었던 시절로 돌아간 양 그림이란 2차원을 통과하며 주섬주섬 이야기의 파편들을 저장한다. 그러곤 집에 돌아와 미술관에, 갤러리에 두고 온 그림들을 상상의 미술관으로 소환해 한 점씩 걸어보고, 이야기의 파편을 하나하나 조각한다.

우리는 그림 앞에 서면,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한다. 화가가 몇 번의 붓질로 축약한 수천의 상념이 가진 의미에 목말라 한다. 그림 앞에 서면, 우리는 거칠게, 매끈하게, 때로는 희부옇고 흐릿한 붓질로 세운 삶과 죽음의 세계 위에 자신의 그림자를 겹친다. 상상하는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김혜리는 인터-뷰의 당연한 준비과정을 우리 대신 기꺼이 해준다. 한 점의 그림이 가진 이야기 조각들을 더듬어 찾아온다. 그러곤 화가의 취향, 배경, 생각, 의미, 드라마, 빛과 색 사이를 고르며 마치 거미처럼 가느다란 씨줄과 날줄을 몇 가닥 뽑아내 마음의 풍경을 직조해낸다.

얼굴 없는 니케 상부터 인물의 감정과 피로가 팔뚝 아래 핏줄처럼 선명하게 비치는 루치안 프로이트의 그림까지 김혜리가 주목하는 그림엔 어쩔 수 없이 고독하고 공허한 틈이 많이 엿보인다. 그녀는 풍경화건 인물화건 그 안에서 어떤 ‘마인드스케이프’ 즉 심상을 한 움큼 잡아내, 책 밖으로 손을 펼치며 공감을 구하는 눈빛을 보내온다. 그 눈빛은 어쩐지 슬퍼 보여, 읽는 이로 하여금 책 속으로 들어가 그녀와 어깨를 나란? 하고 그림 앞과 뒤를 오가게 만든다. 김혜리가 흩트려놓은 단어들을 주섬주섬 그러모아 그림 같은 산문을 함께 완성하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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