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대륙이다.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경제규모도 어느새 유럽, 북미를 따라잡으려고 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지정학적으로도 여러 세계인들의 관심을 집중할 만한 이슈가 많다. 이전이 유럽과 북미가 주도하는 세계였다면, 앞으로의 세계는 바야흐로 아시아를 주목해야 하는 시대이다. 아시아 국가의 일원인 우리나라도 미국, 유럽만 추종하고 나머지 아시아 국가를 우리보다 후진적인 곳으로 치부한 경향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시아 국가 하나하나를 제대로 알고 함께 가야 할 국가들로서 인식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프랑스의 정치지리학자로서, 지도를 통해 세계의 여러 지리적인 이슈를 정치지리학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글을 써왔다. 10여년 전에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 정치지리의 세계사>라는 책으로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었고, 이 책도 이전 책과 큰 틀에서는 유사한 관점이다. 이전의 책이 여러 대륙을 걸쳐 세계의 여러 분쟁, 갈등의 지역을 소개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책은 공간적 스케일이 아시아로 국한된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프랑스인인 저자도 아시아의 지리적 잠재력과 연구필요성이 있어서 이러한 책을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책에서의 '아시아'는 몬순아시아(동부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라고 부르는 지역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서,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은 일부 통계를 제외하면 다루지 않는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역시 지도이다. 이 책은 지리책 답게 시작부터 지도투영법에 대한 소개를 해 준다. 여러 지리적 이슈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투영법의 지도를 사용하겠다는 의도로 느껴져서 좋았다. 시원시원한 크기로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는 지도, 그리고 다채로운 색상과 눈에 잘 띄는 지명 및 지리현상들이 돋보인다. 익숙하지 않은 지역도 지도를 통해서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지도와 그래프를 결합한 형태, 여러 왜상통계지도(Cartogram)등을 통해 다양한 시각적 자극으로 주의를 끌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 세계의 부패인식지수를 지도와 그래프로 함께 표현하니 지리현상의 패턴을 한눈에 파악하기도 좋고 심미적으로도 좋아 보인다.

  그리고 이 책은 지도와 시각자료에만 충실한게 아니라, 지도에 곁들인 설명도 소홀하지 않다. 정치지리학자로서 저자의 아시아를 보는 안목의 깊이도 있고, 또 여러 지역 이슈에 대해 균형있는 관점으로 설명해 주는 부분이 좋았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국제 이슈 및 지정학 관련 책들 중에는 미국의 시각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 많은 편인데, 이 책은 비교적 중립적이고 균형 있는 시각으로 아시아를 바라보려고 한 내용이 많은 것으로 보였다. 

* 미국과 중국이 어떻게 아시아 스케일에서 동맹을 맺고 파워게임을 하는지 주목하는 시각은 꽤 많이 봐왔는데, 이 책에선 아시아 여러 나라들이 미중 관계에서 주도적인 선택을 한다는 서술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 미국과 중국이 패권경쟁을 한다는 시선도 의미있지만, 한편으로 두 나라가 경제적으로 상호의존성이 크다는 부분에 주목하는 점도 좋았다. 두 나라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가 너무 패권경쟁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는 점도 시사할 수 있어서 좋았다.

* 페미니즘이라는 시선으로 보면 아시아 여러 국가들에서 출현하는 여성지도자가 위대해 보이고 이곳이 '양성평등의 신대륙'처럼 보이기도 하겠다. 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이 '독재자의 딸'이라는 점을 종종 간과하곤 하는데 이 책에선 그 부분도 균형있게 다룬다. 물론 우리나라의 전 대통령도 언급된다.

  책에서 소개된 여러 지리현상들은 다양한 스케일에서 조명된다. 예를 들어 중국의 일대일로는 유라시아적인 스케일에서 중국이 교통로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지만, 한편으로 주요 에너지 수송로가 신장위구르자치구 일대로 대부분 통과한다는 점에서 중국 스케일에서의 지정학에 주목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 유라시아-아프리카 스케일에서의 일대일로 정책의 개관 지도

* 중국과 주변국 스케일에서의 에너지 보급 유선도. 신장위구르자치구 일대의 에너지지정학적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 신장위구르자치구와 관련한 여러 현재 이슈를 다양한 스케일의 관계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좋은 점 중 하나는, 평소에 지리교과서나 국제뉴스에 잘 거론되지 않는 국가에 대한 이야기들도 균형있게 다룬다는 점이다. 잘 모르거나 더 알고싶던 여러 나라의 지리적 특성 및 지정학적 이슈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되어 좋았다. 

* 경제 및 산업수준이 낮은 라오스는 바다도 없고 메콩강 수력발전, 열대림밖에 자원이 없으니... 국경 접하고 있는 중국의 투자라도 적극 유치할수밖에 없겠다.

* 카슈미르 분쟁을 우리네 교과서나 언론에선 '힌두교-이슬람교 분쟁' 정도로 간략하게 소개하는게 아쉬웠다. 이 책은 카슈미르가 지난 몇십년간 인도와 파키스탄의 정치지리가 얽여있는 복잡한 장소라는 점을 상세한 지도와 설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 타이의 정치지리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이 부분을 통해 잘 알게 되었다. 우리가 동남아시아를 뭉뚱그려 적당히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다양한 각국에 대해 하나하나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겠다.

* 우리나라 일부 책이나 언론에서 '행복의 나라 부탄'이라는 이미지를 종종 자본주의 이념의 대안으로서 제시하는 글을 종종 본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선 부탄의 제안을 소개하면서도 한편으로 객관적인 시각은 유지하는 모습이다.

* 아시아의 일원인 우리나라도 책에서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국가의 학자가 한반도에 대해 서술하는 것을 읽는 것도 좋았다. 두 나라가 분단되고 냉전 시대에 대립한 역사, 그리고 최근에 평화와 교류가 있지만 여전히 핵의 위험이 존재하고 있다고 서술한다. 

  하나의 지리적 단위에서 여러 시각을 균형있게 제시하여 설득력 있었다. 그리고 지리학이 국제 이슈와 지정학을 다룰 때 이 책에서처럼 시각적으로 효과적인 지도화, 다양한 스케일에서의 입체적인 이슈 바라보기 등을 핵심적으로 다루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시아 여러 지역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싶다면, 그리고 지리학의 시선으로 아시아를 입체적이면서도 균형있게 바라보고 싶다면 이 책이 좋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 있는 국가들의 얘기이고, 우리와 앞으로 더욱 교류가 많아지면 많아지지 적어지진 않을 국가들이다. 그러기에 학생, 일반인의 교양 독서로 이 책이 많이 읽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