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위기는 항상 기업보다 빠르다
식품기업 A사는 모니터링 중 모 동호회 갤러리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음식물 포장 속에서 말라버린 쥐가 나왔다는 내용의 충격적인 사진이다. 홍보팀은 게시물을 올린 네티즌을 직접 찾아가 만났다. 홍보팀장은 게시물을 삭제해줄 수 없는지 물었다. 네티즌은 ‘회사 측에서 생산시설 개선이라든가 재발 방지 대책을 해당 동호회 사이트에 올려준다면 관련 게시물은 즉각 삭제하겠다’고 약속했다. 홍보팀장과 고객관리팀장은 회사로 돌아와 긴급 대책회의에 참석했다. CEO는 ‘해당 사진이 너무 자극적이니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삭제하라’는 이야기를 반복한다. 다른 임원들도 우리가 생산시설 개선 대책 등을 공개하는 것은 곧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문제의 게시물에 댓글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A사 공장 생산 담당자들이 자발적으로 댓글 전투에 나선 것이다. 네티즌들은 A사 고용한 알바로 의심된다며 증거자료로 캡처한 IP를 공개했고 육두문자가 오가며 댓글 수가 이전보다 20배 이상 늘어나고 있었다. 상황이 더 악화되어 버린 것이다.
개인이 각자 움직이는 인터넷 여론의 스피드와 기업이라는 조직이 대응하는 스피드에는 격차가 있다. 어느 기업에 대해 트위터로 부정적인 대화를 시작하는 시간은 10초면 충분하다. 이 트윗을 통해 대규모 안티 환경을 구축하는 데에는 1시간이 안 걸릴 수도 있다. 반면 회사 내에서 대응을 논의하는 그룹의 의사결정 속도는 매스미디어에 대응하던 10년 전과 별반 다름이 없다. 기업이 위기를 감지하고, 분석하고, 보고하고, 논의하고, 결정해 대응을 실행하는 데에는 아무리 빨라도 최소한 반나절 이상이 걸린다. 온라인상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해당 위기에 대한 전략적 대응 논의 시간은 최소화되어야 하는 데도 현실은 아직도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이러한 문제는 매번 반복되지만 항상 새롭다.
온라인 위기관리, 가이드라인이 없다!
회사에서 소셜미디어를 담당하는 조 대리는 자정경 잠이 오지 않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들어가 타임라인을 읽고 있었다. 타임라인 중 ‘A사의 어린이 제품 OOO에서 유리조각으로 보이는 이물질이 나왔다’는 멘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사 멘션을 찾아보니 아무래도 조대리 회사 제품에 무슨 문제가 발생한 것 같았다. 조 대리는 늦은 시각이지만 상사인 마케팅팀장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전화를 했다. 그러나 팀장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 다른 과장들에게도 전화했지만 시끄러운 술집 소리만 들릴 뿐 전화 연결이 여의치 않다. 고민 끝에 대표에게 전화하려다 며칠 전 해외 출장을 떠난 것이 기억나 그만 둔다. 새벽 2시가 되니 문제의 멘션이 RT에 RT를 거듭하면서 타임라인을 장악해가고 있다. 조 대리는 회사 트위터 계정으로 어떤 이야기라도 하고 싶지만, 위기 시 회사 허락 없이 트위터 메시지를 전달하지 말라는 마케팅 상무의 지시사항이 기억나 다시 계정에서 로그아웃했다. ‘위기에 대응하고 싶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 이걸 어쩌나.’
‘가이드라인이 없다.’ 기업 소셜미디어를 생각하는 많은 실무자의 고민이다. 기업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각각의 운영을 위한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은 부족하다. 특히 위기 발생 시 소셜미디어는 어떤 위기를 관리해야 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누가 의사결정을 하고, 어떤 프로세스로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내에 공유된 가이드라인은 더더욱 부족하다. 한마디로 내부에서 통제 불가능한 기능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인터넷 위기를 돌파하는 실전 전략
‘온라인 위기관리’ 최초의 책인 『소셜미디어 시대의 위기관리』는 한 기업의 소셜미디어 담당자 ‘조 대리’가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며 겪는 다양한 위기 사례를 통해 인터넷 위기를 돌파하는 실전 전략을 제시한다. 또한 타블로의 학력위조 논란, 안철수연구소 백신 프로그램 장애, A사 제품 석면 검출, 구라청이라는 비아냥을 들은 기상청의 해당 글 삭제 요청,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트위터를 관리하는 트위터 담당자,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유명 한복디자이너의 뷔페 레스토랑 입장을 금지시킨 호텔신라 등 국내외 기업과 정치인, 연예인 등의 위기 사례를 소개하고 대응 방식의 장단점을 분석해 인터넷 위기관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경영진의 잘못된 인식이 인터넷 위기를 악화시킨다
기업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진은 위기 시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상황 분석을 진행하고 실무진들의 실행을 리드하며 지원하는 그룹이 그들이다. 그러나 소셜미디어가 낯선 경영진 중 일부는 소셜 퍼블릭을 ‘할 일 없는 호사가들’이라거나 ‘불평만 하고, 경품만 찾아다니는 잉여인간들’로 폄하하기도 한다. 심지어 ‘우리가 왜 그런 쓰레기들에게 휘둘려야 하는가?’ 라며 무시하기도 한다. 또한 경영진 개인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위기에 사적으로 개입해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소셜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경영진에게 소셜미디어를 통한 위기관리의 완전한 이해와 지원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소셜미디어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경영진의 소셜미디어에 대한 이해와 소셜 퍼블릭에 대한 인식 제고, 위기관리 전략과 방식, 시스템에 대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소셜미디어 위기관리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투자를 통해 성공적인 기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최고 경영진의 소셜미디어에 대한 이해와 지원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다.
온라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Do's and Don'ts
소셜미디어를 통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핵심은 전략을 가지고 훈련된 인력들이 회사를 대표해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오프라인 미디어를 대상으로 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도 항상 강조되는 것이 ‘조직을 대표해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은 평소 훈련 받아야 하고,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이 원칙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상의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소셜미디어의 운영과 상관없는 모든 직원에게 익숙해져야 하는 원칙이라기보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임무를 맡은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그들 스스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을 받으면 아주 쉽게 이해되고, 경험에 의해 익숙해지는 원칙들이다. 그들로 하여금 소셜미디어를 통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리드하게 하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라 일컬어지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 속에서 기업과 유명인들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위기관리 개념과 시스템, 자세를 소개한다. 또한 기존의 해외 사례 중심의 위기관리 서적과 달리 국내 사례를 중심으로 위기관리를 이해하기 쉽게 표현했다. 인터넷 위기에 문외한인 사람도 이 책을 읽다 보면 인터넷 위기관리에 대한 빠르고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