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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단어

유희경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06월 06일 리뷰 총점8.8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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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1년 06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153쪽 | 230g | 129*205*20mm
ISBN13 9788932019802
ISBN10 8932019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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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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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에서 문예창작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극작을 전공했다.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이 되었으며 시집으로 『오늘 아침 단어』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이 있다. 시를 쓰는 틈틈이 작은 글을 썼다.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은 그렇게 10년 동안 모은 글이다.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에서 문예창작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극작을 전공했다.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이 되었으며 시집으로 『오늘 아침 단어』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이 있다. 시를 쓰는 틈틈이 작은 글을 썼다.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은 그렇게 10년 동안 모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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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98

출판사 리뷰

짐짓, 말하지 못했던 우리의 감정에 대해
“참을 수 없는 감정
말은 그렇게 배우는 것이지”


“느낌은 어떻게 오는가”
당신의 설렘은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당신의 느낌은 어느 순간 손아귀에 감싸인 채 분명해지는가? 당신 가슴의 요동과 눈자위 현기증은 무엇으로 인해 증폭하는가? 구태의연한 질문 몇 가지로 시작하는 데는 시를 읽고 쓰는 이유가 결국 여기에 담겨 있다 생각해서다. 무수한 시인이 나름의 시를 쓰고, 시집을 묶고, 평자와 독자들이 읽어내는 일의 전모가 그러하다. 여기에는 2000년대 초중반, 탈서정과 탈문법, 전위와 키치와 그로테스크, 자폐와 불화로 주목받기 시작한, 비주류이면서 어느 틈에 주류가 되었던 그 흔한 명명인 ‘미래파’도, 그들의 시적 세례와 전위를 배반으로 모색하며 무리지어진 ‘포스트-미래파’도, 세계와 내면의 황홀한 폐허를 겸손한 서정으로 끌어안는 시인들 모두가 함께한다. 그들 모두 세계와 끊임없이 불화하며 자존감을 지켜내는 시 문학과 함께한다.
그렇게 10년을 지나 오늘에 이른 한국 시는, 여전히 자신의 시작에 몰두하고 하나하나 온전한 세계로 그려가는 데 열심인 새로운 靑年들이 등장했다. 끝없이 새로운 언어를 찾아 실험하고 부딪치고 좌절하고, 낯익은 것을 낯설게 변주하고, 세상의 무수한 비밀을 캐물으며, 연대기의 한 페이지를 날것 혹은 문학적 상상력으로 갱신하는 일이 詩라면, 이 시의 다른 이름은 싱싱하고 푸른 靑春, 少年의 눈이다. 다시 한 번, 시 속에서 마음의 동요와 궤적을 좇고 또 시에 투영된 읽는 이 자신의 모습을 목도하는 일은 평범한 일상을 눈부신 빛으로 거듭나게 한다. 그래서 여기,
문학과지성 시인선의 393번째 선택은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로 당선하며 등단한 유희경의 첫 시집 『오늘 아침 단어』(문학과지성사, 2011)다. 문학과지성 시인선을 통틀어 첫 1980년대생 시집이다.


소년의 눈물, 청년의 사랑, 그의 연대기
2008년 벽두, 신춘문예 당선으로 첫 선을 보인 시인 유희경은 “지금 손에 쥔 내 손의 온도가 낯설다. 이것은 누구의 것일까. 모든 두근거림의 뿌리를 보고 싶었다”라며 당선소감을 밝혔다. 그렇게 ‘모든 두근거림의 뿌리’를 살펴보고자 했던 시인의 일상은 고백과 묘사, 대화와 앞서간 이의 시선을 두루 관통하며 반복된다. 그 흔한 유머나 집요한 말놀이, 이미지의 극단이나 그로테스크한 상징 대신, 익숙한 언어로 익숙한 감정을 묘사하고 세련하는 일상의 방식으로 먹먹한 슬픔, 그 통증에 대해 말한다.


밤이 되면 누구나 혼자 눕는다 이 익숙한 일을 해내기 위해 아침이면 길고 가는 선이 놓이고 하지만 그렇게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윽고 모든 것이 깜깜해지면

바깥이란 얼마나 흐릿한 것인가 오늘,처럼 쓰기 쉬운 단어가 또 있는가 누군가의 냄새, 누군가의 감촉, 누군가가 놓고 내린 체온 이 우스운 일들을 얼마나 반복해 뒤집어야 하는지―「오늘의 바깥」 부분

그리고 자주, 마치 생각이 덩어리진 형태로, 눈물이 그렁그렁 눈에 그리고 귀에 매달린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이반은 귀를 발견했다 늦은 밤 놀이터 구석진 벤치에 앉아 귀를 기울였다 자기 울음소리를 끝없이 듣고 있었다

이반은 수염을 깎았다 어머니는 너른 억새 숲이 되었고 이반은 그 발밑에서 늪이 되었다 그것 말고는 부석거리는 어머니를 설명할 길이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귀에는 낡고 흔한 울음이, 알 수 없는 애를 쓰며 매달려 있었다 ―「소년 이반」 부분


검은 건반이 내 손가락을 누른다
발가벗은 음들이 내 귀를 당긴다
듣는 감각 쏟아진다
통증이 나를 아파한다
들어가 나오지 않는 추억이여
이런 일을 참을 수 있겠는가
나는 내 부끄러움에 찬성하지 않는다 ―「불행한 반응」 부분


“비극에는 용기가 필요하다”(「한편」)고 적는 시적 화자는 자신이 보고 듣는, 혹은 자신에게 매달리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슬픔’을 그대로 드러내놓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일에는 용기나 모종의 결의가 필요한 법인데, “나는 내 짐승의 일부/이 그림자를 밟고 서서”(「빛나는 시간」) “나는 나로부터 날카”(「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로워진 시적 화자의 목소리에서 우리는 “없어진 나날보다/있었던 나날이 더 슬프다”(「텅 빈 액자」)로 짐작되는 아버지의 부재, 소년의 통증, 회한의 기억을 더듬는다. 그러는 중에 소년이 눈물 속에서 바라본 세상을 “은빛인 은빛이어야 하는”으로 점찍을 때, 슬픔에 소진되고야 마는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 어쩌면 인간의 고유한 감정으로 기록될 ‘상실감’을 적극적으로 바라보고 곱씹어보고 종국에는 감싸 안는 성장의 기록에 우리는 한 뼘 더 다가서게 된다. 물론, 소년의 성장에는 무거운 상실의 슬픔 한편에 애틋한 설렘, 사랑도 함께한다.


우리는 빗방울만큼 떨어져 있다 오른뺨에 왼손을 대고 싶어져 마음은 무럭무럭 자라난다 둘이 앉아 있는 사정이 창문에 어려 있다 떠올라 가라앉지 않는, 生前의 감정 이런 일은 헐거운 장갑 같아서 나는 사랑하고 당신은 말이 없다
[......]

불가능한 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당신이 뒤를 돌아볼 때까지 그 뒤를 뒤에서 볼 때까지 ―「내일, 내일」 부분


나의 마음을 강요하지 않고 당신의 침묵조차 기꺼이 수용하는 이 사랑은, “네가 심은 작약이 어둠을 끌고 발아래서 머리 쪽으로 다시 코로 숨으로 번지며 입에서 피어나고, 둥근 것들은 왜 그리 환한지 그게 아니면 지금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지도 않으면서,”(「심었다던 작약」) 이렇게 상상만으로 나의 온몸을 지배하는 사랑은, “숨이 타오름이 재가 된 질식이 딱딱하게 그저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그건 너가 아니고 기실, 나는 네 눈 뒤에 서 있어서 도저히 보이질 않는 너라는 미로를 폭우 쏟아져 내리는 오후처럼 이를 깨물고 하얗게 질릴 때까지 꽉 물고 어떻게든”(「너가 오면」) 그 불가능성을 재확인할 수밖에 없는 사랑이다.


‘지금은 그저 假定의 시간’

그때 너는 어떤 생각을 했던 것일까 사막,이라고 적을 수밖에 없는 깊은 밤의 처지를 생각했을 수도 있다 거리의 대부분이 자취를 감췄을 때도 너는 걷고 있었다고 확신한다 어떤 영혼도 버틸 수 없는 사람은 대개 그러하다 그날 밤은 떠올리지 않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다[...] 세상이 검게 변하는 순간에 아무것도 없고 너만 있고 멀리 오후의 개가 짖는 소리 정말 이제 사람들은 창문의 한 귀퉁이를 발견할 것이다 언제 묻었는지 모를 붉고 선연한 자국이 사람의 모습 같아서 그들은 한동안 소곤댈 것이다 누군가는 시간과 함께 몰래 기록해둘 그 소문 속 이야기를―「낱장의 시간들」 부분

얼핏 죽음을 편애하는 시적 화자는 “밤의 입장에서 죽음의 고독을 탐색”한다. 그리고 가정된 미래 속의 죽음과 그에 대한 사유는, 유희경의 시에서 “‘너’의 산책, 즉 미래로 무한히 열린 ‘나’의 죽음을 시 쓰기의 경험”으로 확장해간다(조연정). 짐작건대, 시 쓰기의 고뇌는, 백지에 검은 글자를 박아 넣는, 찰나에 각인된 장면과 기억을 머릿속과 가슴속을 오가는 담금질로 뱉어놓아야만 그나마 “버려진 종이” 신세를 면할 수 있기에, 죽음만큼이나 무겁고 무력하며, 새까만 한밤처럼 아득하고 거대한 고독일 수밖에 없을 터.


“結晶되지 않은 決定”-낯익은 낯선 감정의 이야기
유희경의 첫 시집 『오늘 아침 단어』에 실린 63편의 시들은 낯익은 그러면서 낯선 감정의 무늬와 열기로 가득하다. 무겁게 내려앉는 통증의 이야기에서 어룽대는 은빛의 눈물과 새벽이슬 속에 피어난 수줍은 꽃의 미소를 ‘숨김없이 남김없이’ 오롯하게 그려내 줄 아는 따뜻한 한 시인이 탄생했다. 그가 ‘슬프고 먹먹하고 설레고 안타깝고 외롭고 결연한 밤’을 내내 걷고 또 걸어, “신비 혹은 공포 그러니 어둑하고 고요한 아침 노래하는 새들의 노래 파고들어 팽창하는 음악 그 음악의 힘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당신이 눈이 떴을 때 창문에 닿아 있는 햇살 평평한 정신 그리고 [...] 기억하고 있겠지만 結晶되지 않은 決定 동전처럼 아무렇게나 보이지 않는 뒤 가려진 앞”(뒤표지 시인의 산문)을 하나 빠짐없이 우리에게 선사한다.
어쩌면 시의 본질은, 순간의 느낌을 화인처럼 붙들고 사는 시인의 차가운 눈과 더운 가슴에 있을지도 모른다. 일찍이 시인 이성복은 “느낌은 어떻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필 때/ 느낌은 그렇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질 때/ 느낌은 그렇게 지는가// 종이 위의 물방울이/ 한참을 마르지 않다가/ 물방울 사라진 자리에/ 얼룩이 지고 비틀려/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있다”(「느낌」, 『그 여름의 끝』, 1990)고 했다. 일상의 순간을, ‘공중의 시간’을 영원의 기억으로 안을 수도 있는 그 마술과도 같은 느낌, 시는 바로 그렇게 우리에게 온다.
유희경의 시들은 “미래의 시간이든 과거의 시간이든, 자신이 부재한 풍경으로부터 ‘生前의 감정’을 추출”하고 있다. “내가 없는 시간” 속의 감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전부 나였다”라는 말로밖에 달리 형용할 길이 없는 감정으로부터, 그는 가까스로 한 단어 한 단어 길어 올리고 있다. 시작되지 않은 과거와 끝나지 않은 미래라는 황야의 시간을 떠돌며 그가 매일 아침 생각해보는 한 단어, 그것은 어쩌면 ‘시’일지도 모른다(조연정, 해설 「최초의 감정」에서).

오늘 아침, 당신의 손에 시집 한 권이 도착했다.

추천평

우리는 『오늘 아침 단어』로부터 ‘불행한 서정’의 행복한 귀환을 목도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소년의 눈물과 청년의 사랑에서 배어나오는 슬픔, 고독, 자책, 안타까움, 벅참, 절망 등의 감정에 쉽게 공감하게 되리라 예상했고, 더불어 시 읽기의 다른 보람마저 느낄 수 있게 되리라 믿었다. 그런데, 이렇게 먼 길을 돌아와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에게 남은 것은 오직 “서툰 감정”(「나는 당신보다 아름답다」)뿐인 듯하다. 아직 시작되지 않은 탄생과 아직 완료되지 않은 죽음을 넘나들며 “生前의 감정”을 펼쳐 보이는 그의 시를 읽으며 우리는 최초의 감정이라는 말로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무수한 정념들과 마주한 것이다. 결국 『오늘 아침 단어』는 우리를 공감의 달인이 아닌 서툰 초심자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유희경의 첫 시집은 우리에게 시 읽기의 보람을 알려주는 벅찬 시집이 되는 것이다.
조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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