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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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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정준호 | 후마니타스 | 2011년 05월 09일 리뷰 총점9.4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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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점
편집/디자인
4.6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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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1년 05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318쪽 | 434g | 156*200*30mm
ISBN13 9788964371367
ISBN10 8964371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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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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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기생충학 석사. 기생충의 단백질과 유전자 관련 연구를 했다. 아프리카 스와질란드와 탄자니아에 서 의료 활동을 하며 인간과 기생충의 관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현재 한국 근현대 의학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는 중이다. 첫 책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이후 『기생』(공저)『독한 것들』(공저)을 썼고,『말라리아의 씨앗』,『바이러스 사냥꾼』(공역)『화재 감시원』(공역)등을 우리...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기생충학 석사. 기생충의 단백질과 유전자 관련 연구를 했다. 아프리카 스와질란드와 탄자니아에 서 의료 활동을 하며 인간과 기생충의 관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현재 한국 근현대 의학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는 중이다.
첫 책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이후 『기생』(공저)『독한 것들』(공저)을 썼고,『말라리아의 씨앗』,『바이러스 사냥꾼』(공역)『화재 감시원』(공역)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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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숙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생활의 달인, 기생충
기생충과 숙주, 기생충과 인간의 팽팽한 힘겨루기

생태계 내에서 생물과 생물을 관계 맺게 하고,
기생과 공생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며,
인간이 출현하고 사회를 이루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생존, 진화, 질병, 전쟁, 정복, 개발 등의 최전선에서
인간과 함께해 온 기생충 이야기


이 책은 기생충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생물들이 서로 기생 혹은 공생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질병·개발·전쟁 등의 최전선에서 기생충이 인간과 함께한 역사로 점차 주제를 확대해 나간다. 크게 보면 1, 2장은 기생충과 숙주, 3, 4장은 기생충과 인간(사회)에 대한 것이다.

1장은 기생충이란 무엇인지, 기생충이 어떻게 생존하고 번식하며, 어떻게 다른 생물(숙주)과 기생과 공생이라는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보여 준다. 2장에서는 숙주가 기생충에 대항해 어떻게 싸워 왔으며, 이런 경쟁이 기생충과 숙주의 진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이야기한다. 물론 실제 생물들의 사례를 들어 기생충과 숙주의 ‘밀고 당기기’를 잘 보여 준다. 1, 2장은 마치 『파브르 곤충기』의 기생충판을 읽는 것 같다.

3장에서는 인간의 역사 속에 남겨진 기생충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데, 기생충이 인간에게 얼마나 폭넓은 영향을 미쳤는지를 읽다 보면 새삼 놀라게 된다. 신화 속의 기생충, 제국의 탄생과 기생충, 제3세계 개발과 소외 열대 질환, 그리고 기생충 질환을 극복하기 위한 투쟁과 작은 성과(천연두의 박멸 등)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마지막 4장에서는 운송 수단의 발달과 지구온난화, 잘못된 개발 등으로 기생충 매개체와 기생충 질환이 지구화되고 악화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또한 광범위한 약물 투여로 기생충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려는 시각의 잘못된 결과도 지적한다. 따라서 질병 매개체를 관리하고 사람들이 위험 지역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며, 빈곤과 사회 불평등 문제를 개선하고, 개발 과정에서 환경문제를 고려하는 등 좀 더 근본적이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또한 단순한 약물 투여가 아닌 기생충을 의학적?친환경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있다.

기생충은 지구상에서 가장 보편적인 생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적어도 한 종류 이상의 기생충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기생충들에는 기생충에 기생하는 기생충들이 또 있다. 기생충은 독특하고 희귀한 생물이 아니라 지구 생명 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보편적인 생물’이다. 지구와 생명체들은 기생충으로 가득 차 있는 셈이다. 사람 회충은 하루 약 20만 개의 알을 생산한다. 중국 사람들의 대변에 섞여 나오는 회충 알의 무게는 연간 약 1만여 톤에 달한다. 쥐에 기생하는 촌충이 하루 생산하는 알은 25만 개, 한 해에 1억 개가 넘는 알을 만들어 낸다. 이 알들이 모두 생존해 성충이 된다면 약 20톤이 넘는 촌충이 된다. 지구 표면이 얼마나 많은 기생충 알들로 뒤덮여 있을까. 또한 생태계의 먹이 그물 안에서 각각의 생물이 맺는 관계의 75퍼센트가량이 직간접적으로 기생충과 관련이 있다. 즉, 한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와 소통하는 방식의 넷 중 셋은 기생충을 통한다는 뜻이다.

기생충의 기상천외한 생존 전략 이야기

기생충이 가장 매력적인 지점은 생존과 번식을 하기 위한 방법의 기발함과 다양함인데, 이는 SF 영화나 소설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숙주 조종이다. 기생충은 중간숙주를 조종해 그 다음 숙주에 잡아 먹히게 해, 자신은 적당한 시점에 적당한 숙주로 정확히 옮겨 가기도 한다. 물을 싫어하는 귀뚜라미는 연가시에 감염되면 물에 빠져 자살한다. 성충이 된 연가시가 귀뚜라미의 몸에서 나와 물로 돌아가 짝짓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치벌이라는 기생 말벌의 유충은 티린티나 나방의 애벌레 안에서 애벌레를 먹이 삼아 성장한다. 충분히 성장하면 몸 밖으로 나와 고치를 형성하는데, 이때 숙주였던 애벌레는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고치 위로 실을 내뿜어 더 단단하게 고정시키고, 다른 위협이 다가오면 머리를 격렬하게 흔들면서 각종 포식자를 쫓아낸다. 기생 말벌이 부화하면 모든 에너지를 소모한 애벌레는 죽음을 맞이한다.

신화의 모티브 기생충

인간의 역사 속에 남겨진 기생충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면 기생충이 이렇게 폭넓은 영향을 미쳐 왔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구급차의 옆면을 보면 지팡이를 뱀이 휘감고 있는 상징이 있다. 이는 미국의학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를 비롯해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 다양한 의학 협회들을 상징하는 표시다. 이 상징에 등장하는 지팡이는 그리스 신화에서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Asclepius의 지팡이다. 여기서 뱀은 메디나충을 의미한다. 과거 ‘불뱀’으로 불리던 메디나충을 막대기에 감아 빼내는 모습을 뱀과 지팡이로 형상화한 것이다. 유충에 오염된 물을 마셔 감염되는 메디나충은 1년가량의 잠복기를 거쳐 다리를 통해 알을 낳기 위해 빠져나온다. 성충이 피부를 뚫고 나와 산란을 하는 과정에서 마치 피부가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그리스에서는 메디나충증의 원인을 ‘불타는 바다뱀’에 물렸기 때문이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구약 성서에도 이 메디나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여호와께서 불뱀들을 백성 중에 보내어 백성을 물게 하시므로 이스라엘 백성 중에 죽은 자가 많은지라./ 백성이 모세에게 이르러 가로되 우리가 여호와와 당신을 향하여 원망하므로 범죄하였사오니 여호와께 기도하여 이 뱀들을 우리에게서 떠나게 하소서 모세가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불뱀을 만들어 장대 위에 달라 물린 자마다 그것을 보면 살리라./ 모세가 놋뱀을 만들어 장대 위에 다니 뱀에게 물린 자마다 놋뱀을 쳐다본즉 살더라. ― 민수기 21장 6~9절

소외된 기생충, 소외된 사람들

현재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으나 이들 대부분이 기본적인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진 질병을 소외 열대 질환이라고 하는데, 전 세계에서 약 13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 질병들로 고통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대 질환의 위험 지역에서 벗어난 곳에서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이런 질환이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생각하거나 상당히 드문 질병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소외된 질병’들은 여전히 연간 수백만의 인명을 앗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외 열대 질환으로 고통받는 지역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소외되어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에 비해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치료약의 개발이나 연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즉 질병들이 가난과 소외의 상징이 되어 버린 셈이다. 아프리카에서 발병하는 치명적인 질병인 수면병(체체파리를 매개로 전염된다)의 경우 에포르니타인이라는 효과적인 약물이 발명되었음에도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양산되지 못하다가, 선진국에서 제모제의 원료로 사용되면서 양산되기 시작했다는 잘 알려진 이야기(사무엘 보울스 외, 『자본주의 이해하기』, 302쪽)는 기생충과 인간의 경쟁 이면에 놓인 정치경제적인 요인을 잘 보여 준다.

끝나지 않은 기생충과의 달리기

붉은 여왕의 달리기(먹고 먹히는 경쟁 관계의 생물들은 항상 함께 진화하고 있으므로 얼마만큼 진화했는지와는 상관없이 진화의 상대적 위치는 같다는 이론)가 말해 주듯이 기생충과 인간의 달리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간이 박멸?정복했다고 믿었던 기생충들이 좀 더 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운송 수단의 발달로 인해 동아시아에 서식하던 흰줄숲모기가 미국과 유럽으로 퍼져 나갔고, 아프리카 여행자들이 늘면서 원주민들만을 대상으로 하던 수면병에 아시아인이나 유럽인들이 걸리기도 한다. 외부에서 들어온 조류 말라리아로 갈라파고스펭귄의 개체 수가 급감했으며, 지구온난화는 기생충의 매개체인 모기의 활동 범위를 확대했다.

따라서 이 책은 기생충 질환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약 몇 알로 박멸할 수 있다고 보는 기존의 관점에 이의를 제기한다. 이런 관점은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빈곤이나 정치 불안 등)를 못 보게 하거나, 기생충에게 강한 진화의 압력을 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필자는 질병 매개체를 관리하고 사람들이 위험 지역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며, 빈곤과 사회 불평등 문제를 개선하고, 개발 과정에서 환경문제를 고려하는 등 좀 더 근본적이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덧붙여 필자는 기생충 학자답게 기생충 자체가 갖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기생충을 통해 오랜 옛날 인류의 이동이나 생활사를 연구하는 고기생충학, 약한 말라리아로 신경매독 치료하기, 곰팡이로 해충 퇴치하기, 돼지 편충 알로 난치병인 크론병 치료하기와 같은 사례는 기생충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 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이른바 ‘기생충학의 황혼’으로 불리는 시대에 아직도 기생충 질환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기생충이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함으로써 기생충과 기생충학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 인터뷰

편집자: 2년 만에! 드디어! 책이 나온다!
정준호: 막상 작업을 끝내고 나니, 책을 내는 것이 과연 잘하는 짓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웃음)
사실 처음 출판을 생각했던 것은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어디를 가든 기생충을 나만 좋아하고 나만 쳀야기했는데, 함께 이야기할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해서... 2년 만에 책을 출간하게 되었지만, 사실 2년 전에 출간하지 않기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기생충 이야기를 담았던 초기 원고(원고 제목이 “LOVE WITH 기생충”이었다)로 진행되었으면 『우리 몸 관찰 노트』와 비슷한 책이 되었을 것이고, 아프리카에 처음 갔을 때 보냈던 수정 원고(기생충 이야기에서 멈췄던)로 갔으면 『기생충 제국』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물론 두 권 모두 내가 좋아하는 책이다).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는 기생충을 따로 따로 놓고 보거나 몇몇 특정 기생충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인간과 사회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것, 그리고 기생충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것 정도가 기존 책과 다르다면 다를 것이다.

편집자: 기생충이라는 존재가 갖고 있는 매력은 뭘까?
정준호: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스릴러도 있고, 로맨스도 있고, 희로애락이 모두 녹아 있다고나 할까. 공부를 하다 보면 상식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 위생 가설에서처럼 기생충이 좋은 역할을 할 때도 있고 ……. 워낙 상식 밖인 기생충도 있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계속 나의 상식을 계속 파괴해 나가면서 반전을 보여 준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이건 뭐지? 넌 누구냐!’(웃음). 내가 머릿속에 상상했던 것들이, 어딘가 찾아보면 실제로 있었다. 예를 들어 ‘뼈는 딱딱하니까 뼈에는 기생 못하겠지.’ 그런데 그런 기생충이 있었다! 「하우스」 같은 매디컬 드라마를 보면 특이한 사례가 많이 나오는데, 기생충학에서 따온 경우가 많다. 사례 논문을 읽고 어느 날 매디컬 드라마를 보면 거기에 그 기생충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 그 이상이랄까. 또한 기생충은 해석의 여지가 워낙 다양하다. 그래서 신화에서 메타포로도 많이 사용된다. 소재는 작지만 그것으로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풍부하다는 점도 재미있다.

편집자: 기생충을 언제 처음 만났는가.
정준호: 대학교 때 동물분류학 수업에서 처음 만났다. 그러고 나서…… 대학 1, 2학년 때에는 할일이 없으면 도서관 서가에서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이런 식으로 책을 보고 놀았는데, 그때 서가에 꽂힌 책 중에서 사진이 가장 많다는 이유로 아주 오래된 기생충 책을 꺼내 봤다. 사진이 워낙 자극적이라 흥미가 생겼다. 졸업반일 때는 수업 시간에 ‘영국 보건 관리실’ 같은 기관에서 나와 감염성 질환 등에 대해 생생한 내용으로 세미나를 해주는데, 그것도 너무 재미있었다.

편집자: 전공은? 런던 대학 위생열대의학 대학원은 어떤 곳인가?
정준호: 영국 동남부에 있는 바스 대학(University of Bath)에서 생화학과 분자생물학을 전공했다. 처음 생화학이라고 해서 생물과 화학을 배우는 줄 알았는데 생물은 조금, 화학을 많이 배우기에 한 학기 뒤에 교수님께 생물을 공부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이미 한 학기 동안 필수과목을 너무 많이 들어서 생물학과로 편입하기는 힘들고, 분자생물학에서 타협하게 되었다(자연 과학부 안에 생화학, 생물학, 분자생물학 세 과가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학점이 좋지 않아 설마 될까 하고 런던 대학 위생열대의학대학원에 원서를 넣었는데 덜컥 붙었다. 이 학교는 1899년 열대 의학의 아버지라고 하는 패트릭 맨슨이 세운 학교이며, 내가 롤 모델로 생각하는 로버트 데소위츠(Robert Desowitz)도 이 학교 출신이다. 열대 의학 분야에서는 가장 유명한 학교 가운데 하나다. 일단 몇 군데 없기도 하고. 내가 기생충학과에 있을 때 전체 20명인가 21명 중에 의사가 4명, 보건소 등지에서 일하면서 단기간 수업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보통 연령대가 30~50대였다. 단기로 오는 사람을 제외하면 정규 학생이 몇 백 명 안 되는데, 연구원과 교수가 1천 명이 넘는다. 학교에서 연구를 한다기보다 연구소에서 교육을 하는 개념이랄까?

편집자: 왜 연구실을 벗어나 현장으로 가고 싶었는가?
정준호: ‘연구실이 싫어서’라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기생충이 보고 싶어서 기생충학과에 왔는데 그런 공부는 처음 잠깐이었고, 연구실에 틀어박혀 기생충을 구성하는 단위인 유전자만 볼 뿐 기생충을 볼 수 없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하루 종일 스포이드로 용액을 짜넣고 기계가 돌려주는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했다.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사람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이고 기계가 하면 더 잘되는 일 아닐까. 졸업 논문 프로젝트를 할 때는 대학 3학년 때인, 내가 싫어하던 분자생물학을 하던 그때로 돌아가 있었다. 기생충은 좋았는데 기생충학을 하는 것에 매력을 못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편집자: 공부는 영국에서 하고, 한국에서는 이글루스를 통해 사람들을 만났으며, 아프리카에서 소외열대질환을 직접 경험했고…… 흥미로운 경험이었을 것 같다.
정준호: 그런 과정쳀 재미있었다. 영국 이야기를 하면, 영국은 아직도 제국의 향기가 진하게 남아 있는 나라다. 본인들의 프라이드도 있고, 과거에 대한 향수도 있고……. 우리 학교에서는 기생충학 수업 시간에 처음 두 달 동안 개론 과목 들을 때, 분무기 통 매고 벽에 살충제를 치는 실무 훈련을 시킨다. 살충 액을 물에 얼마나 희석해서 모기장을 어떻게 담가서 설치하는지 등 당장 현장 보건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의료 인력을 길러 낸다는 것 그것이 이 학교의 원래 설립 취지였는데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공부를 마치고 스와질란드에 갔더니 예전 영국 식민지여서 경찰 유니폼부터 사회조직, 보건 관련 법규까지 영국과 똑같았다. 그 못사는 나라에서도 주방에서는 꼭 헤어 캡을 사용하고, 위반하면 벌금을 문다. 주방과, 화장실이 정말 깨끗했다. 영국의 학교에서는 사람들에게 몇 번이고 반복해서 위생에 대해 계몽시켜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막상 가보니 그들은 우리보다 더 똑똑했고 한 번 들으면 다 기억했다. 단지 그렇게 할 여유가 없을 뿐, 계몽이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인 장벽이 문제였던 것이다. 학교에서 진리라고 믿었던 것이 현장에 나와 보니 달랐다. 흔히 먹물 들었다는 짓을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에 와서 보면 초고에는 그런 뉘앙스가 많았다. 그래서 내가 할 일은 그들을 계몽시키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장벽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편집자: 아프리카에서 지내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정준호: 아프리카 가기 전에는 매일 현미경만 보겠구나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보건소에서 일했기 때문에 점심시간 한 시간 빼고 하루 종일 환자를 돌보았다. 책에 실린 저자 사진에서 옆에 있는 친구는 센조라고 13살이고, 모유 수유 중 감염된 에이즈 중말기 환자다. 결핵도 왔다 갔다 하고, 진통제, 항진균제, 에이즈 약, 소화제…… 먹어야 하는 약만 한주먹이다. 그걸 하루에 세 번을 먹는다. 간수치가 너무 높아서 약을 끊어야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상태가 많이 안 좋아지곤 했다. 약을 많이 먹으면 위장 장애가 분명히 생기기 때문에 센조에게 “약 먹을 때는 꼭 밥 먹고 나서 먹어”라고 했더니, 센조가 밥이 없는데 어떻게 밥을 먹고 나서 약을 먹냐고 말했다. 그때 충격을 받았다. 식후에 약을 먹으라는 이야기는 너무 당연한 의학적 프로토콜이었고 그걸 말했을 뿐인데, 이건 현실 자체가 달랐다. 이곳 사람들은 에이즈 이전에 밥을 먹을 수 없을 만큼 가난했던 것이다.

편집자: 앞으로 공부하고 싶은 주제는?
정준호: 기생충과 인간(사회), 역사가 만나는 분야, 의료인류학이나 역사학이나 사회의학 같은 것을 해보고 싶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 아프리카에 한번 갔다 오니 또 가고 싶다. 곤충병원성 곰팡이를 뿌리러 다닌다거나, 아프리카나 아마존 밀림을 헤치면서 개구리를 잡아 흡충을 채집한다거나 그런 일. (웃음) 결국 보건 활동과 연구를 함께하고 싶다는 것이다.

편집자: 마지막으로 한 말씀
정준호: 부족하지만 이 책을 통해, 기생충에 대한 편견을 깨는 데 일조하고 싶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기생충 붐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내 슬로건은 항상 이거다. “소외받는 기생충에게 관심과 사랑을!”(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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