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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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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 양장 ]
김승섭 | 동아시아 | 2017년 09월 13일 리뷰 총점9.5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4.8점
편집/디자인
4.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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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7년 09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540g | 140*215*30mm
ISBN13 9788962621952
ISBN10 896262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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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워싱턴대학교 보건대학원 강사를 거쳐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와 동대학원 보건과학과 부교수를 역임했다. 2022년 3월부터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부교수로 일할 예정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연구하는 보건학자다. 결혼이주여성, 성소수자, 세월호 참사 생존...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워싱턴대학교 보건대학원 강사를 거쳐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와 동대학원 보건과학과 부교수를 역임했다. 2022년 3월부터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부교수로 일할 예정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연구하는 보건학자다. 결혼이주여성, 성소수자, 세월호 참사 생존학생, 재소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 천안함 생존장병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지은 책으로 『아픔이 길이 되려면』 『우리 몸이 세계라면』이 있으며, 『장애의 역사』를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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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제도가 존재를 부정할 때, 몸은 아프다」중에서

출판사 리뷰

혐오발언, 구직자 차별, 가난, 참사…
사회적 경험은 어떻게 피부 밑으로 스미는가
“말하지 못한 상처도 몸은 기억한다!”


흡연은 폐암의 원인이고, 벤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백혈병에 걸린다. 역학자(epidemiologist)들은 이러한 질병의 원인을 찾는 일을 한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이 나타나면, 최초 발병자는 어디에 있었는지, 병의 원인은 무엇인지, 어떻게 전파되었는지를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낸다. 바이러스나 인체에 위험한 물질들이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면 타인에게 혐오 발언을 듣거나 구직 과정에서 차별을 겪거나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 이러한 경험도 우리가 병에 걸리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역학자 중에서도 ‘사회역학자(social epidemiologist)’들은 이러한 사회적 경험이 어떻게 우리 몸에 스미고, 병이 되는지를 추적한다.

사회역학자인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차별 경험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한다. 취업 과정에서의 차별을 측정하기 위한 연구의 설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새로운 일자리를 경험할 때 차별을 겪은 적이 있습니까?” 대답은 ‘예, 아니요, 해당사항 없음’ 3개 항목 중 선택이 가능하다. ‘해당사항 없음’은 구직 경험이 없는 응답자를 위해 만들어둔 항목이다. 이미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예’ 혹은 ‘아니요’의 응답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직장인 상당수가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응답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김승섭 교수는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대답한 사람들의 건강 상태를 조사했고, 놀라운 결과를 확인했다. 남성의 경우,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차별이 없었다고 응답한 사람들과 건강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여성들의 경우 달랐다.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한 여성들의 경우 차별을 받았다고 응답한 사람보다도 건강상태가 더 나쁘게 나타났다.

비슷한 또 다른 연구에서, 이번에는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상대로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뒤 어떻게 대응했습니까?” 김승섭 교수가 주목한 것은 응답자 중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라고 답한 학생들이었다. 이 학생들의 건강 상태를 조사했더니 이 경우에도 남녀 간에 극명한 차이가 드러났다. 이번에는 남학생들에게서 차이가 나타났다.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라고 대답한 남학생들의 정신 건강이 가장 나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넘겨버렸던 경험이 실제로는 몸을 아프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별이나 폭력을 겪고도, 말조차 하지 못할 때, 혹은 애써 괜찮다고 생각할 때 실은 우리 몸이 더 아프다는 것을 이 연구들은 보여준다. 저자 김승섭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몸은 정직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고용 불안, 차별 경험, 혐오발언 등 사회적 상처가 어떻게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지, 사회가 개인의 몸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사회역학의 여러 연구 사례와 함께 이야기한다.

데이터가 말해주는 우리가 아픈 진짜 이유
“사회와 단절된 병이란 없으며, 몸은 사회를 반영한다!”


2000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루나탈 시골 지역의 성인 기대수명은 52.3세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민의 성인 기대수명은 61.4세로, 9년이나 차이가 났다. 당시 콰줄루나탈 시골 지역의 인구 중 29퍼센트는 HIV 감염인이었고, 빈곤한 그 지역주민들은 비싼 치료약을 대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004년, 콰줄루나탈 시골 지역의 기대수명이 49세로까지 떨어졌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보건국은 공공 의료보험으로 HIV 치료약을 무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변화가 생겨난다. 7년 만에 평균 기대수명이 12년이나 증가한 것이다. 김승섭 교수는 이 연구를 소개하며, 질문한다. 그렇다면 이 마을에서 사람들이 죽었던 것은 개개인이 감염되었던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치료약을 제공하지 못한 시스템 때문인 것이 아니겠냐고 말이다. 개인의 건강에 공동체의 책임을 질문한 것이다.

비슷한 관점에서 두 번째 사례를 볼 수 있다. 소련이 해체되면서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던 동유럽의 국가들은 IMF를 통해 구제 금융을 받는다. 그리고 이 시기에 동유럽 국가들의 평균수명은 급격히 감소한다. 결핵 사망률을 비교한 연구에서,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한 국가들은 결핵 사망률이 상승 곡선을 탔다. 한편, IMF에서 구제 금융을 받지 않았던 슬로베니아에서만 결핵 사망률이 감소했다.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하면서, 공공 의료 시스템과 사회안전망에 투자하는 비용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책에서는 말한다.

김승섭 교수는 “사회적 환경과 완전히 단절되어 진행되는 병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인간의 몸과 건강을 어떻게 바라보고, 개개인의 삶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은 어디까지”여야 하는지에 대해 묻는다. 최첨단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 수준에서 병을 예측하고 치료하는 게 가능해지더라도, 사회의 변화 없이 개인은 건강해질 수 없다고 말이다. 책에는 저자가 직접 연구를 통해 수집하고 분석한 데이터를 다양한 그래프와 표로 정리해 수록했다. 기존 문헌에 있는 자료들의 경우 재가공해 실었다. 다양한 연구 사례들을 독자들이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돕는다.

소방공무원, 쌍용차 해고노동자, 세월호 생존 학생, 동성애자…
현장에서 이루어진 연구들, 함께 생존하고 함께 건강해지는 법을 말하다
“사회적 원인을 가진 질병은 사회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1. 해고노동자들에게 국가는 무엇이어야 할까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후, 직장점거 파업에 참가했던 노동자들의 50.5퍼센트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걸프전 참전 군인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률이 22퍼센트인 것을 감안하면, 그 심각성이 더 확연히 드러난다. 김승섭 교수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의 연이은 죽음을 지켜보면서, 해고노동자들의 건강 연구를 시작한다. 국내에서는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프로그램’에 주목하면서, 실업이 왜 죽음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국가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해고 이후 적금이나 보험 등 사적 안전망마저 붕괴되면서, 공적 안전망이 부재한 한국사회에서, 고용불안이 개인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한다.

2. 세월호 생존 학생 건강 연구부터 성소수자 건강 연구까지

책은 공중보건의사 시절부터 김승섭 교수가 걸어온 치열한 고민의 흔적들과 연구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천안 소년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을 만나면서 했던 고민들은 이후에 인권위원회의 ‘재소자 건강 연구’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의과대학 시절, 인턴/레지던트의 수면 부족, 병원 내 폭력으로 대표되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은 연구자가 된 이후, ‘2014 전공의 근무환경 조사’로 이어졌다. ‘건강하지 않은 의사들이 진료하는 환자는 안전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으며, 의료과실 등 예민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이루어진 전공의 근무환경과 환자 안전에 대한 연구이기도 하다.

2016년에는 세월호 참사의 단원고 생존 학생들과 가족들의 건강 연구를 하면서 안산에 상주했고,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올해 동성애자 군인이 [군형법] 제92조의 6에 의해 유죄 판결을 받던 날에는 집회 현장에 서기도 했다. 글로 정리된 집회 발언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 최근에는 ‘레인보우 커넥션 프로젝트’라 불리는 동성애자 건강 연구와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동성결혼 법제화가 동성애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책에서 말하고 있다. 또한, 동성애를 질병으로 보거나 치료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것에 반대하며, 명확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트랜스젠더가 한국사회에서 쉽사리 성별 전환 수술을 할 수 없는 맥락을 짚기도 한다. 그 밖에 우리 사회의 인종차별이나 동성애자, AIDS 환자에 대한 혐오의 정도를 OECD 국가 간 비교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한국사회의 주요한 문제들을 합리적 근거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어떤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지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서로 돕는 공동체 문화가 심장병 사망률을 낮췄던 로세토(Roseto) 마을의 사례, 사회적 연결망이 기대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사회역학의 연구 사례 등을 소개하며, 함께 건강하기 위해 공동체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자 김승섭 교수의 치열한 고민과 사유가 잘 묻어난 몇몇 문장들은 의미 있는 보도사진이나 한국 화가들의 작품과 함께 배치되어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올해의 책 추천평 (7개)

매년 진행되는 올해의 책 선정 행사에서 고객님들이 직접 작성해주신 추천평입니다.
2021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저자 통해서 사회 현상을 통해서 현대의 질병과 사회적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으며 우리들 살고 있는 현상입니다
nam***** | 2021.11.03
2021
마음에 와 닿는 문장 다시 읽어봅니다
orc***** | 2021.11.02
2021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꼭 한번 읽어야할 책. 아픔이 길이 되는 사회가 되길!
tjd***** | 2021.11.02
2021
아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알려 주는 책
lky***** | 2021.11.01
2021
모두가 읽어야 할 우리의 건강에 관한 내용
sso***** | 2021.11.01
2021
읽을수록 생각의 폭이 깊어진ㄷㅏ
jcl***** | 2021.10.31
2021
추천합니다
use***** | 2021.10.30

회원리뷰 (6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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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오*아 | 2017-10-10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릴 수 있을까요? 어렵지 않은 질문입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질문은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까요.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고 하면 포기하면 그만입니다. 그럼에도 이 질문을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하는 까닭은 영화「변호인」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되돌려「변호인」을 보면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릴 수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더 묵직하고 호소력이 묻은 대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즉,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거고 계란은 아무리 약해도 살아있다는 것, 그래서 계란은 바위를 넘을 수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다운 삶을 절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다운 삶. 이것은 누구에게나 ‘해당사항’ 이니까요.

 

사회역학자 김승섭의『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습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사회 곳곳의 부당하고 불평등한 세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몰랐다고 변명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차별, 혐오, 질병, 가난, 재난, 성소수자라는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픔을 듣고 있으면 앞서 말한 누구에게나 해당사항이었던 사람다운 삶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계란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해당사항은 ‘해당사항 없음’이라는 대답으로 되돌아올 뿐입니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은 병들 수밖에 없는데 이를 바탕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수많은 데이터는 사회적 약자가 어렵지 않게 환자가 된다는 근거를 합리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합니다. 우리는 몸이 아플 때 적절한 휴식을 가져야 합니다. 몸이 계속해서 건강에 빨간불을 깜박이며 위험 신호를 보내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멈추지 않고 달기만 하면 사고를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사회적 약자들은 지금 당장의 건강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가령,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몸이 아파도 일해야만 제대로 먹고 살 수 있습니다. ‘바커 가설(Baker's Hypothesis)’에 따르면, 비정규적 근로자 입장에서는 지극히 합리적인 모순이 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환경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사회적 약자들은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보통 그 대답으로 적절한 치료를 많이 듣게 됩니다. 가령, 금연을 하면 폐암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처방입니다. 물론 이런 처방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폐암의 원인을 오로지 담배에게만 책임을 따지면서 담뱃값을 올려버리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담뱃값을 걱정하면서 금연을 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오히려 금연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더 망가질 뿐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질병의 ‘원인의 원인’을 탐구합니다. ‘역학(Epidemiology)'은 질병의 원인을 찾는 것입니다. 흡연은 폐암의 주요 원인입니다. 하지만 폐암의 원인을 찾아보면 그물망처럼 얽히고설켜 있습니다. 여러 원인이 우리를 아프게 만든다면, '원인 그물망'의 한가운데에 있는 '거미'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금연을 하면 건강에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저소득층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흡연은 아주 적은 비용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금연제도보다 현실적으로 스트레스가 없어야 금연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사회역학을 전공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회역학(Social Epidemiology)'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입니다. 또한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사회역학에 따르면, 사회적 약자들이 위험한 환경에 살다보니 더 많이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의료기술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으로 사회적인 차별과 혐오를 치료할 수 없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사회적인 문제를 사회적 약자들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질병을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회적인 문제는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가능합니다. 그러려면 우리 모두는 사회적으로 단절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라는『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어 나가면서 ‘정의로운 건강’을 생각했습니다. 정의로운 건강은 누구나 건강할 권리가 있으며 평등해야 합니다. 정의로운 건강은 정의로운 사회와 다르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건강이 불평등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단지 사회적 약자라는 이름으로 차별과 폭력 혹은 성적 착취를 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얼마든지 죽거나 죽어도 슬퍼하지 않을 존재가 되어 버리는 현실은 너무나 아팠습니다. 만약에 아픔이 아픔으로 기억되지 않았다면 공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자는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궂은비를 맞았습니다. 비록 아픔을 멈출 수 없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아픔이 길이 되기를 진심으로 변호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픔이 길이 될 때 정의로운 건강이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과 고통에 한발자국 다가가며 공감하는 저자를 보면서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변호인’이 우리 눈앞에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픔의 길을 걸으면서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정의로운 건강을 몸소 깨닫게 됩니다. 어쩌면 함께 하는 세상은 이런저런 제도에서 벗어나 ‘사람이 먼저다’에 가까이 가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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