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슈퍼스타 K,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이 만들어지기도 훨씬 전인 1997년에
우리에겐 이미 천계영의 〈오디션〉이 있었다!!
2011년,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반가운 얼굴!
재활용 밴드!
서울문화사 프리미엄 만화 브랜드
마녀의 책장으로 다시 태어나다!!
전 10권 발간 예정!
* 격주간 순정만화잡지 〈윙크〉 97년 11/1일자부터 연재 시작
전 10권 발행!
100만부 이상 판매의 화제작!
90년대 후반 순정만화의 지각변동을 가져온 천계영의 〈언플러그드 보이〉와 〈오디션〉을 모르는 만화인들은 아마 없으리라 짐작된다. 만약 1세기 후에 만화대백과 사전이라는 게 만들어진다면 순정만화의 계보를 다룰 때 천계영 출현 이후와 이전으로 나누지 않을까- 점쳐볼 정도로 천계영이 순정만화사에 던지는 상징성은 대단히 크고 강렬하다.
신세대들의 유행 코드를 반보(한보 먼저 나가버리면 대중에게 외면당한다) 일찌감치 감지해내는 그의 천부적인 재능은 〈언플러그드 보이〉 이후 〈오디션〉에서 더더욱 빛을 발한다.
풍부한 캐릭터 창출과 만화적 상상을 뛰어넘는 황당한 스토리 라인, 그러나 마치 지금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만 같은 리얼한 배경 설정은 〈오디션〉의 가장 큰 장점이다.
〈오디션〉은 전 10권으로 격주간 순정 만화잡지 윙크에 첫선을 보인 1997년 11월 이후부터 2001년 11월까지, 만 4년간 백만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국내 순정 만화 인기 순위 1등을 한 번도 놓쳐본 적 없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만화다.
특히 〈오디션〉은 천계영의 몇 안 되는 발표작 중 작가가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음악계의 대부였던 아버지 송송 회장의 유언에 따라 과거에 그가 잠깐씩 스치듯 만났던 음악 천재 소년들을 찾아 그들을 오디션에 참가시키고 우승하게 만들어야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여주인공 송명자. 여고 시절 라이벌이자 별 볼일 없는 탐정인 친구 박부옥과 함께 전국을 뒤지며 아버지의 일기에 나온 천재들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헤매면서 〈오디션〉의 스토리는 시작된다. 천신만고 끝에 찾아낸 그들은 음악과는 전혀 상관없는 길을 걷고 있었으니… 소매치기, 자장면 배달부, 백댄서, 조울증 왕따 고등학생…. 대책 없이 망가진 그들에게 새롭게 태어나라는 의미로 '재활용 밴드'라고 이름을 짓고 기초적인 음악 공부에 돌입한다. 토너먼트로 펼쳐지는 사상 최대 규모의 송송 오디션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라이벌들이 계속 재활용 밴드 앞에 포진하고 있는데 재활용 밴드는 라이벌들을 물리쳐 나가면서 인생과 음악에 대한 진지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다.
한국만화계에서 천계영의 위치는 아주 유니크하다. ‘독보적’이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을 만큼 천계영은 한국만화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1990년 후반까지 만화계에 그리 보급되지 않았던 컴퓨터를 이용해 만화에 더욱 풍부한 테크닉 효과를 주었고, 국내 만화가로서는 최초로 매니저를 두어 만화의 특징을 살린 풍부한 산업적 비즈니스 비전을 제시하였다. 천계영 만화의 캐릭터들을 가지고 애니메이션, 모바일 서비스, CF 광고, 인기 가수의 뮤직비디오, 팬시 제품, 외국어 교재 등으로 단지 출판 만화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하게 그 영역을 확대시켜나간 점이 바로 그렇다. 천계영의 말대로 그녀는 만화가 다른 어떤 장르와 비교해도 그 자체로 대단히 훌륭한 컨텐츠임을 보여주었다.
-------------------------------------------------------------
〈오디션 개정판을 내며〉
글: 천계영
아직도 기억난다. 신인작가 시절. 편집부 기자들에게 '로맨스가 없고 대결이 있는 순정만화를 하고 싶은데... 잘 될까요?' 라고 소심하게 묻던 내 모습. 10여년이 지난 지금, 사회활동을 왕성히 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서 어린 시절 [오디션]을 보면서 자랐다는 인사를 듣는다.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아마도 [오디션]은 천계영이라는 내 이름 앞에 평생 붙어 다닐 작품이 아닐까. 사실 작품에 대한 나의 만족도는 지금까지 해왔던 어떤 작품들보다 낮다. 달리 말하면 스스로에게 그만큼 큰 기대를 했었다는 것이다. 막상 첫 장편연재를 해보니 자신의 능력이 생각보다 너무 보잘 것 없어, 결국 나는 이 작품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심한 우울증을 앓게되었다.
작품 속 래용이가 겪는 우울증상들은 실지로 내가 겪었던 증상 그대로였고, 이번에 책을 정리하면서 본 어떤 그림은, 당시의 내 상황을 너무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가슴이 정말 아팠다. 그래도 끝까지 붙들고 연재를 했다. 10권짜리 길지 않은 작품에 4년이 걸렸다. 어떻게 작품이 제대로 나왔겠는가. 그런데도 독자들은 많이 사랑해주셨고,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도 여전히 열광해 주신다.
나는 [오디션]의 인기를 뛰어넘는 작품을 할 생각이 없다. 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오디션]의 굴레를 벗고 누리는 튼박한 만화가의 자유를 꿈꾼다. 항상 이전과는 다른 작품을 하는 것, 그것이 작가로서의 내 꿈이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DVD] [하이힐을 신은 소녀] [예쁜남자] [DVD2]까지, 스토리나 스타일, 제작방식이 서로 비슷하지 않은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독자들은 항상 나의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처음에는 '이상하다'는 반응을 먼저 보인다. 내게는 새롭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래서 기쁘다.
앞으로도 어떤 작품을 하던지 [오디션]과 비교되겠지만, 그것은 내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작은 봇짐 같은 것일 것이다. 예전엔 그게 참 무겁게만 느껴졌다. 만화가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편안하고 고맙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대표작이 하나 정도 있다는 것은 어쨌든 작가로서는 영광스런 일이다.
[오디션] 개정판은 십여년 전 출판되었던 책에서 몇 가지 고치고 싶은 대사나 그림들을 조금 손봤을 뿐, 내용상 큰 차이는 없다. 오히려 출판사에서 제안한대로, 좀 더 좋은 종이질과 깨끗한 인쇄로 2011년에 어울릴만한 새 책의 꼴로 재출간하는 의미가 크다. 이것저것 내용을 추가하거나 장정을 고급스럽게 한 애장본과는 개념이 다르다 . 그냥 여러분들이 사랑해주셨던 [오디션]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겨두는 것. 이것이 이제 작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몫인 것만 같다는 생각. 1년 넘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오디션]을 다시 찾아주신 나의 오랜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