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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시학

김정란 | 최측의농간 | 2017년 09월 07일 리뷰 총점9.7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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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7년 09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508쪽 | 130*210*35mm
ISBN13 9791195612994
ISBN10 1195612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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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한국 시단에서 전위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시를 쓰는 시인 중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 전위성의 핵심은 신화의 세계와 통한다. 그러나 이 시인의 신화에 대한 관심은 ‘날기를 거부하는 신비주의자’라는 평가가 이야기하듯이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시도가 아니라, 신화의 비전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망을 반영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거쳐 프랑스 그르노블 III 대학교에서 신화 비평을 원용한 이브 ... 한국 시단에서 전위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시를 쓰는 시인 중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 전위성의 핵심은 신화의 세계와 통한다. 그러나 이 시인의 신화에 대한 관심은 ‘날기를 거부하는 신비주의자’라는 평가가 이야기하듯이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시도가 아니라, 신화의 비전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망을 반영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거쳐 프랑스 그르노블 III 대학교에서 신화 비평을 원용한 이브 본느프와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8년 백상문화상 번역상, 2000년 소월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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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비평이라는 이름의 사랑
전설의 비평을 만나다


김정란 시인 첫 비평집 『비어 있는 중심 _미완의 시학』 개정판
(2017, 최측의농간)

『비어 있는 중심 _미완의 시학』은 시인 김정란이 ‘비평’이라는 형식을 통해 글 쓰는 자로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장 선언하는 중요한 저작이다. 그녀의 초기 시들이 그녀의 세계 인식의 원형들을 시적 언어의 형태로 보관하고 있다면 그녀의 첫 비평집 『비어 있는 중심 -미완의 시학』은 그런 그녀의 인식의 원형들이 산문적 언어의 형태로 드러나 있다.
그녀의 시와 산문에 매료되었던 많은 이들이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이미 이 책은 시장에서 사망선고를 받은 후였다(그 사망선고가 시장 이전에 이미 문단에서 선고되었다는 믿을만한 증언, 혹은 의심에 대해서는 여기서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저자의 면모를 스케치하는 기이한 글 한 자락을 읽어보자.

김정란 시인은, 얼굴이 다섯이다. 가정주부, 어머니(결혼하여 자녀를 둔 어느 여성인들 허기야, 저 두 얼굴을 드러내지 않겠는가. 그것을 알면서도 꼭히 그 얼굴들을 들춰 말하는 데는, 필시 무슨 곡절이 있으렸는다? 그렇다, 그런 의문은 필요하다. 그리고도 나는, 유교적 [도리]에 맞는 안댁이나 어머니에 관해 말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학자(교육자), 문학평론가(본 졸문의 필자는 작문하는 자여서, 이 얼굴(문학평론가)에 대해서는 말하고저 않으나, 대신 이 평론가의 쾌저『 비어 있는 중심-未完의 詩學』의 일독을 권해두는 바이다) 그리고 시인의 얼굴. 그런데 그 어느 얼굴 하나도, 다른 얼굴에 비해 부족한 데가 있다거나 하기는커녕, 저 얼굴들은 다, 나름 나름의 여리고 사막의 사십주야의 수난을 겪고, 이겨, 한 얼굴은 다른 얼굴에 비해 더욱더 기품이 높고, 다른 얼굴은 또다른 얼굴에 비해 더욱더 수려하여, 얼굴들은 서로를 능가하고 있다.

박상륭, 「옴 와기소리 뭄」, 김정란 시집 『그 여자, 입구에서 가만히 뒤돌아보네』에 실린 발문에서.

스스로의 바람(언제까지나 ‘시인’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전언을 최측의농간에 거듭 전한 바 있다)과는 달리 저자 김정란의 정체성은 다분히 분열증적이다. 한동안 그녀는 한국 시단에서 가장 전위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시를 쓰는 시인 중 한 사람으로 알려져 왔지만 일련의 개인적인/사회적인 소용돌이에 휩쓸려 갖은 풍파를 겪은 후, 사회평론적 성격의 글쓰기에 집중하는 한 시기를 보내기도 했으며 그로부터 작품(시) 세계 또한 적잖은 변화를 겪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문단과 멀어지는 지난한 과정 속에서도 그녀는 꾸준히 문학적 글쓰기를 지속해왔다. 다사다난했던 시인/비평가의 여정을 고려해보았을 때, 그녀의 글쓰기는 완전히 변했으면서도 전혀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20여년 만에 개정판으로 재탄생하는 이 책을 앞에 둔 우리들에게 필요한 태도는 그러므로 ‘호기심’ -우리가 망각해왔던- 의 형태와 닮아있을 것이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개별 작품들을 다루면서도 작품마다의 필연적으로 아쉬운 요소들에 대해 분명히 언급하는 한편 보다 높은 단계에 도달한 다른 요소들이 그 아쉬움을 어떻게 극복 및 무력화하는지 까지를 탐구한다. 그 과정에서 저자가 ‘시인’이라는 사실은 비평 플러스 알파의 복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앞서 그녀의 정체성이 분열증적이라는 말의 의미가 여기에 있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어느새, 쓰이는 시인으로서의 자화상. 여러 얼굴들이 서로를 능가하고 있다는 박상륭의 증언은 정확하다.

현대인의 중심은 텅 비어 있다. 그것을 채우는 것은 결국 각자의 몫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펴보았듯이, 낮의 추구로 만족하지 않는 우리의 자아는 끊임없이 어떤 부재를 향해 움직인다. 그리고 그 ‘부재’를 재현하는 이미지들이나 상징들은 지배 담론의 눈치를 보느라 왜곡되고, 위장되어 있지만, 그러나 분명히 어떤 ‘종교성’을 암시하고 있다. 우리 안의 어두운 창고에 우리의 드러나지 않은 신비가 있다.

「미완의 테트락티스, 또는 비어 있는 중심」 중에서

‘비어 있는 중심’과 같은 비유는 이미 주변부에 대한 사유를 종용한다. 그 사유가 끝없이 패배하고 주체의 욕망이 타인의 욕망에 끊임없이 굴복, 배반당하는, 원시의 귀신들이 출몰하는 물신숭배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사회적 약자와 지배권력의 부조리에 대해 집요하고 끈질긴 탐구와 발언을 지속해온 저자의 행보가 어떤 세계 인식에서 이루어졌는지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짐작해볼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대부분의 글들 중에서도 특히 「미완의 테트락티스, 또는 비어 있는 중심」, 「동물들의 이미지」, 「서 있는 성모들, 스타바트 마테르」 등과 같은 종합적 시론을 다룬 글들은 한국 문단의 일반적인 비평문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비평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보여 줄 것이다. 바슐라르와 같이 당대 문인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친 학자의 영향력도 분명 보이지만, 신화, 신비주의, 오컬트 담론의 이론과 맥락 까지를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자신의 논지를 전개하는 저자의 참신한 비평 시도, 스스로의 시를 인용할 때 ‘김정란’이라는 인칭명사를 사용하는 저자로서의 독특한 태도, 문학 작품 뿐만 아니라 만화, 중세의 판화, TV 광고를 포함한 당대 대중문화의 다양한 양태들을 아우르는, 당대로서는 참신한 문화비평의 접근 방식은 현재에도 충분히 인상적이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활발해진 문화비평의 밀알이 이 책에 벌써 산재해 있다. 당대의 복잡한 문화적 스펙트럼을 고려하면서 문학작품을 들여다보고 있는 저자는 자신의 존재가 성립하고 있는 바탕과 그 바탕의 근원으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는 스스로의 무의식까지를 추적한다. 그 과정은 자연스럽게 당대 한국 사회의 무의식에 대한 탐구로 확장 발전되고 있다. “비평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관념과 싸우고 있는 그녀의 치밀한 안간힘을 독자들은 글 곳곳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대에게 말을 꿈꾸는 일이 아직도 유효한 일이라면, 세계에 대해 절망하고 절망한 그대 가슴의 재 속에 아직도 말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불씨로 남아 있다면, 그리고 그 말을 꿈꾸는 일의 가치가 국지적인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어떤 것이라고 그대가 믿고 있다면, …(중략)… 우리들, 가운뎃길을 헤매는 많은 유랑자들, 존재의 거지들처럼.

「지워지기, 또는 아주 조금 존재하기」 중에서

그녀의 여러 얼굴들은 그러나 그녀를 오래 아프게 했다. 문단의 적당한 긴장과 평화 상태를 위하여, 그 허위의 바탕 위에 어떤 폭력을 은폐하기 위하여, 그 모든 것의 공모자인 은밀한 동료로서 남아 있기 위하여. 그녀가 참을 수 없었던 그 무언의 프레임 속에서 어떤 혼잣말을 세상 밖으로 내뱉었을 때, 그 순간부터 그녀가 오랜 시간을 무관심과 비난의 굴레 속에서 상처 받고 침잠해야 했음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산다는 일의 참담함, 그 참담함 속에 유배되어 있는 순결함의 꿈처럼 둥둥 떠도는 문학이라는 이름의 낡은 배. 나는 왜 이 폐선을 떠나지 못하는가. 나는 조세희의 난장이 곁에서 깨달았다. 그것은 삶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랑의 진정성 한 가지뿐이었다. 나는 그 배 안에 남았다. 나는 굉장히 불행했고 아주 조금 행복했다. 그러나 나는 깊이 사는 방법을 배웠다.

「죽일 수 없는 난장이의 꿈」 중에서

남성들이 주류로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당대의 문단에서 비평하는 여성 시인으로서의 김정란의 출현은 큰 반향 혹은 주목을 끌었을 법하지만, 오히려 상황은 철저한 무관심에 가까웠다. 김정란 시인이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인 비평집 『비어 있는 중심 _미완의 시학』은 그녀를 한 명의 시인으로만 기억해왔던 독자들에게 놀라운 울림을 줄 것이다. 초판의 서문을 읽으며 우리는 당대의 문단이라는 질서 속에서 갑갑함을 느끼던, 더 자유롭게 말하고 싶어 했던 한 명의 비평가를 만날 수 있다.

처음에, 어쨌든 ‘평론’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형식의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나는 나름대로 어떤 하나의 새로운 형식을 개발하고 싶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기는 했었다. 그것은, 우선은 한국에서 발표되는 대부분의 평문들이 너무나 딱딱하고 재미없는 이론에만 매달려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향기가 없다는 불만 때문이었다. 나는 어떤 아주 가볍고 우아한, 그러면서도 치열하고 깊은 사색의 결과물인 글을 쓰고 싶었었다. 글 쓰는 자의 영혼의 결이 환히 드러나, 텍스트와 텍스트 사이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어떤 억압과 금기로부터도 자유로운, 치며 날아오르는, 축제와 같은 글쓰기.
…(중략)…
이 글들은 결국, 동시대인들의 텍스트들을 통해서 삶의 참된 모습에 이르려는 나의 애씀의 흔적들일 따름이다. 글쓰기라는, 밥도 돈도 안 되는, 이, 외로운 작업에 여전히 매달려 있는, 너무나 성실한, 이미 사라졌다고 선포되는 ‘본질’의 왕국의 유민들. 내가 함께 살아있음을 고마워하는, 이 풍요로운 시대의 가난뱅이 동료들, 이 글들은 그들에 대한 나의 서투른 사랑 고백이다. 그들의 글을 통해서 나는 ‘아직은’ 또다시 살아볼 용기를 내는 것이다.

축제와 같은 글쓰기……. 그녀의 바람은 이루어졌을까? 우리는, 더 많이 사랑하는 자가 더 상처 받는다는 어떤 속언을 이 책에 실린 씩씩하고 여린 목소리를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이번 개정판 발간을 위해 저자는 손수 원고 전체를 면밀히 교열하였으며 편집자와의 협의를 통해 내부 구성 또한 새롭게 보완, 수정하여 단행본으로서의 완성도를 높였다. ‘2판 서문’을 통해서도 일부 드러난 바, 실존적으로 방황하던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며 마침내 선보이게 된 이번 개정판을 두고 저자는 몇 권의 비평집이 있지만 가장 애정이 가는 것은 역시 첫 번째였던 이 책 『비어 있는 중심 _미완의 시학』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전하기도 했다.
사랑한다고 말하기 위해 펜을 들었던 그녀는 여전히 답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 명의 시인이 비평가로 태어나는 순간을, 그 순간을 통해 ‘아직은’ 또다시 살아볼 용기를 내고 있는 한 예민한 영혼의 글쓰기 여정 -사랑 고백- 에 많은 독자들이 함께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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