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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7년 07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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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00쪽 | 506g | 140*205*30mm |
ISBN13 | 9791187038207 |
ISBN10 | 1187038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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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3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일주일동안 한 권의 책을 계속 읽고 있다.
그럼 접근하기 꽤 까다로운 인문에다 5,6백장 넘는 페이지가 되겠구나.
보기좋게 빗나간 예상이다.
문학이며, 자칭 자연주의 시인이라 할 수 있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젊은 날 일기다.
이 일기를 토대로 그 유명한 『월든』이 세상 속으로 나왔다.
소로의 평생 동반자였던 시인 에머슨의 권유로 일기를 적게 된 소로.
죽을때까지 39권의 일기를 남겼는데,
1837년 20살때부터 1851년 34살때까지 젊은 날의 기록을 가려 뽑은
청년편에 해당하는 <소로의 일기>이다.
이 일기를 통해 소로의 내밀한 정신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가을 밤, 스산한 바람 불 때 읽으면 너무 좋다는 것^^
소로가 선택한 언어들에 깊게 매료되어 줄 긋으면서 읽었다.
'음미하다'란 말과 잘 어울리는 듯 싶다.
요맘때 딱, 이 가을에만 이런 짓? 하기^^
그 유명한 하버드 대를 졸업하고,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인데 그는 쫙 펼쳐진 대로로 가지 않았다.
관습과 사람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원했다. 욕심 부리지 않고, 마음이란 영혼의 밭을 갈고 닦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 같다. 詩는 그의 자연주의 삶을 살아가는데 유용한 도구였고.
일기를 통해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힘들어하는 소로를 만날 수 있다. 그가 왜 콩고드 숲 작은 호숫가
월든을 그토록 사랑했는지 알게 된다. 즐겨 택하는 자발적 외로움이 이런 것인가 보다.
삶 속에서, 관계 속에서 느낀 생각들을 솔직하게 펼치는 것에 당당하고, 철학적 깊이가 있어보였다.
그래서 『시민의 불복종』이란 책이 더 그럴듯하게 다가왔다. 소로를 단편적으로 알았던 때에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그 책이었으니 말이다.
소로의 정신세계를 가장 잘 이해하는 일기가 아니었다 싶다.
"하루를 제대로 살아내는 일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 맑고 고요하게 삶 자체를 바라보는 일이다"
요즘 현대인들이 가장 못견뎌하고 버거워하는 일이 소로에겐 일상이었다.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삶에 감사하고, 내면의 마음의 밭을 잘 가꾸는 것........
이것 물들임 하게 되면 정말 살이 되고 힘이 되는데^^
'사상가'로서의 '소로'가 아닌 '시인'으로서의 '소로'가 이제 내 머릿속에 각인된다.
시인으로서의 소로가 내 마음속에 들어왔기에 그의 일기 속에 구절구절마다 적힌 아름다운 언어들을
자꾸 마음에 밟혀 잊지 않을려고 자꾸 줄 긋으며 찍고, 또 찍었다.
"풍경에는 시간을 분할하는 수천 개의 눈금이 새겨져 있다.
수많은 그림자가 저마다의 모양새로 하루의 시간을 가리킨다"
같은 풍경을 바라보더라도 똑같은 풍경은 절대 없다. 수많은 그림자는 각자 삶의 모양이다.
표현에 꿀 떨어지듯.......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20살 때 처음 쓴 일기랑 24살 때 쓴 일기랑 내뿜는
감성 자체가 다름이 많이 느껴졌다. 거침없는 표현에 서정적인 언어들. 언어를 가지고 노는 듯........
"절반쯤 자란 포도송이가 나를 가을로 이끈다. 오늘은 오후의 공기 덕에 마음이 만사에 무심해진다"
이런 무심함을 즐겨야 하는데..... 소로의 만사 무심함에 그냥 무장해제~~~
월든 호숫가라서 가능하다. 곤충이며, 풀꽃이며 식물....... 도대체 그 방대한 앎이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 살아있는 것들에 대해 세밀하게 표현하는 것은 어떤 나라에서 온 언어란 말인가?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詩가 생각났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자연주의 시인이지만, 자연의 시간 속에서도 자신의 삶의 시간표는 들어있지 않다고 말한다.
전혀 초조함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경지에 도달하려는 시도 자체가 필요없을 듯........
그는 그만의 시간표대로 살아갈 뿐이구나!!! 자연의 시간에도 얽매이지, 소로답다.
이 글을 보면서 요즘 우리나라 형편을 보는 것 같아 뭔가 마음이 씁쓸했다.
20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회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병들게하는 무리들이 공공연하게 있구나.
생각과 이념이 달라 편 가르고, 오직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의구심마저 들게한다. '정당한 정부인 경우에 반대하고 나설 것 까지는 없다'에 방점을 찍는다.
'천문학자가 하늘의 별을 바라보듯이 시인은 자신의 마음 상태를 끊임없이 지켜보아야 한다'
편협한(좁은) 시각을 경계하는 소로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발적 외로움을 택한 그가 얼마나 자신의 한결같지 못한 마음과 시시때때로
사투를 벌였는지 느끼게 된다. '홀로'라는 선택을 하기에 얼마나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희생해야되는지.
삶이란.... 참 쉽지 않다.
세상과 거리를 둠으로 얻는 것,
감수성&천진난만함&무지......
얻는 것들이 너무 원론적이고 마음에 닿지 않는다는게 함정.
도시 속에서 현대인으로 살아가기엔 소로의 '나홀로' 방식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것.
그래서 소로의 삶을 동경할 뿐, 그의 시간표대로는 절대 살지 못한다는 것.... 정답!
<소로의 일기>를 통해 피상적으로만 알아왔던 소로의 삶이 쉽게 이해되었다.
다른 날보다 길었던 책 읽기였지만 이렇게 한 인물에 대해 진지하게 빠져든 것은 참 오랫만이다.
소로의 평생 동반자였던 시인 에머슨의 『소로 소전』을 통해서도 더 친밀하게 소로를 만난 것 같다.
소로의 해박하면서 풍성하고 길들여지지 않은 언어들이 인상적이고 예뻤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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