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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의 몰락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하는가

리사 두건 저 / 한우리, 홍보람 공저 | 현실문화연구(현문서가) | 2017년 07월 10일 | 원서 : The Twilight of Equality: Neoliberalism, Cultural Politics, and the Attack on Democracy 리뷰 총점9.2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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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7년 07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24g | 140*210*20mm
ISBN13 9788965641971
ISBN10 896564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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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저자 : 리사 두건
뉴욕대학교 사회 및 문화 분석학 교수, 퀴어 페미니스트 역사가이자 활동가이다. 198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페미니즘운동과 퀴어운동에 비판적으로 개입하면서, 자유주의적 정체성정치를 넘어선 반란의 정치를 모색해 왔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 문화정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날카롭게 분석하고, 분열되어 무력해진 정체성운동과 계급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연대의 길을 제시한다. 지은 책으로 『레즈비언 슬래시Sapphic Sla...
역자 : 한우리
고려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 언론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매사추세츠대학교 애머스트 캠퍼스 커뮤니케이션학 박사를 수료하고, 현재 한국 퀴어운동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작업 중이다.
역자 : 홍보람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한국 여성동인문화(후죠시腐女子 문화)를 주제로 석사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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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158

출판사 리뷰


신자유주의의 전략,
“분할하여 통치하라!”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계급운동과 정체성운동을 각각 고립시킬 수 있었을까? 두건은 자유주의가 자본주의를 위한 정치이론이었으며, 오늘날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사이의 대립 역시 근본적으로 자유주의적인 틀에 불과함을 역사적 분석을 통해 드러낸다. 이때 ‘공적인 것 대 사적인 것’이라는 대립은 자유주의의 유용한 도구가 되었다. 이러한 대립의 선은 다양한 형태로 그어졌지만, 가장 공적인 것의 장소에 국가가, 가장 사적인 것의 장소에 가족이 배치된다는 것만은 변하지 않았다.
신자유주의는 그와 같은 대립의 선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자유주의의 새로운 판본이었다. 특히 신자유주의 세력은 사사화(민영화)와 개인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가능한 모든 것을 ‘사적인 것’의 영역에 포함시키고자 했다. 물론 그 전략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국가 개입의 최소화를 주장하고 공공 지원을 축소시키려 하면서도 부실기업에 대한 국가 지원은 좋은 것으로 묘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족 내의 돌봄 문제는 가장 사적인 것으로 만들어 여성에게 떠넘기기 일쑤였으며, 가부장제를 넘어서려는 실험을 반대하고 전통적인 결혼을 완고하게 유지하려 했다.
문제는 사회운동 세력마저 ‘공적인 것 대 사적인 것’이라는 자유주의적 구분의 함정에 빠져서 저항과 연대의 가능성을 축소시켰다는 데 있다. 계급운동 진영은 정체성운동에 대해 명목상의 지지를 표하면서도, 자신들이 추구하는 운동에 비해 여성운동과 퀴어운동을 사소하고 덜 시급한 주제로 치부해버리기 일쑤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무시는 정체성운동이 급진적 가능성을 상실하고 점차 신자유주의 세력의 주장에 동조하는 데 일조하고 말았다.


공공 영역을 축소시키는 가장 빠른 길은
여성을 공격하는 것이다

한편 두건은 신자유주의 세력이 여성에 대한 공격을 통해 복지 예산을 축소하는 전략을 써왔다고 지적했다. 복지 혜택을 위해 아이를 낳아 기르는, 성적으로 문란하고 게으른 ‘복지 여왕’이란 이미지는 신자유주의 세력의 전략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공격은 아동과 환자, 노인의 돌봄에 대한 책임을 최저임금을 받는 여성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또 다른 전략은 ‘문화전쟁’ 프레임이다. 신자유주의 세력은 그와 같은 프레임을 통해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을 일삼았다. 예를 들어 1997년 11월 뉴욕주립대학에서 열린 여성학 콘퍼런스 ‘반란 행동: 여성의 성적 자유라는 도전’은 대대적인 공격을 받았다. 신자유주의 우파 세력은 콘퍼런스 내용 중 일부를 빌미 삼아, 미디어를 통해 대학이 변태성과 성적 방탕함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는 성을 둘러싼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사이의 대결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두건은 이러한 일면적인 분석의 내막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사실 그와 같은 공격이 대학의 공공적 가치를 고수하는 총장에 대한 퇴진운동과 공공교육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라는 요구로 이어졌던 것이다. 나아가 이는 공립학교를 자본이 원하는 노동자를 대량생산하는 일종의 공장으로 후퇴시키려는 노력과 연계되었다. 보수주의자의 문화전쟁은 단지 소수자를 침묵시키고 괴롭히는 것뿐만 아니라, 친기업적 환경을 조성하고 공공기구를 축소하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들의 전략은 단순히 경제적 목표를 위해 여성 문제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두건은 경제와 문화라는 두 가지 문제가 실질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신자유주의 세력은 둘 사이에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처럼 위장하는 동시에, 교묘하게 둘을 연결시키는 전략을 취했다. 반면 진보주의 세력은 ‘분할하여 통치하는’ 전략의 본질을 읽지 못했다. 그들은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표현의 자유 문제로만 협소하게 바라봄으로써 근본적인 저항을 조직하는 데 실패했던 것이다.


퀴어마저 신자유주의에 포섭되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신자유주의 전략은 성소수자마저 포섭한다. 미국에서는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고 군대 역시 동성애자를 점점 더 포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성소수자의 인권과 그에 대한 인식이 진보했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간주되었으며, 그에 따라 다른 나라들의 퀴어운동에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두건은 그 이면에서 퀴어운동이 신자유주의에 포섭되고 있음을 읽어낸다. 즉 다문화주의로의 이동 속에서 가부장제와 국가주의로의 포섭을 읽어내는 것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평등정치’의 등장이다. 두건은 도발적이게도 미국의 퀴어운동이 더 이상 광범위한 진보운동의 대표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2000년대 이후에 등장한 새로운 신자유주의적인 게이운동의 경향을 분석한다. 보수적인 작가 집단인 독립게이포럼은 이런 경향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사례다. 그들은 기존의 급진적인 퀴어운동을 비판하고, 투쟁의 이슈를 동성결혼과 군복무에서의 평등한 권리에 한정하고자 했다. 이런 시도는 결혼 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을 기각하고, 운동이 자본주의 체제와 가부장제적 가족을 넘어서지 못하게 만들었다. 또한 미국의 새로운 제국주의 전략에 대한 비판을 중단하고, 퀴어 개인을 국가에 성실하게 봉사하는 주체로 한정하고 말았다. 그러면서 부유한 백인 남성 게이를 퀴어운동의 중심으로 상정하는 문제 또한 발생했다.
즉 기존의 계급운동이 퀴어운동과 연대하기는커녕 이를 개인적인 문제로 다루는 동안, 신자유주의 세력은 제도적 통합을 미끼로 퀴어운동을 자본주의의 하위 분과에 묶어두고 있었던 것이다. 두건은 사회운동이 퀴어운동을 계속 외면한다면 급진성과 활력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진정한 변화를 이뤄는 데 실패할 것이라 경고한다.
단적으로 두건은 신자유주의 세력이 분할 통치 전략을 능란하게 구사하는 동안, 진보적인 정치인은 물론 저명한 학자들마저 정체성운동을 사소한 문제 취급하면서 운동 전반을 정체시켰음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특히 두건은 낸시 프레이저와 주디스 버틀러 사이의 논쟁을 주요하게 분석하고 있다. 인정의 정치와 재분배의 정치를 구분하는 프레이저 식의 접근법은 계급과 정체성 사이의 분리를 재생산하고 만다. 이에 반해 버틀러는 프레이저의 접근이 퀴어정치의 힘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분배와 인정의 측면을 결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건은 버틀러의 입장을 확대해 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계급운동과 정체성운동의
새로운 연대를 위하여

현재 한국에서는 급진적 여성운동이 새로이 시작되고 있지만 정체성정치는 여전히 그 저변이 넓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동성결혼을 인정하라는 주장마저 과도하게 급진적인 요구 취급을 받고 있다. 성소수자 인권침해도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면 미국의 정체성정치를 비판적으로 살펴보는 두건의 논의는 이토록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과연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책 『평등의 몰락』은 이런 의문에 충실한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두건이 분석하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사회운동 진영은 정체성운동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넘어서는 연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편 진보정당은 성소수자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표명할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거기다 현 집권 정당을 비롯한 이른바 민주세력의 정치인들은 세력관계와 득표를 저울질하며 성소수자 의제를 나중으로 미루는 등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런 상황에 비추었을 때 진보세력이 진정한 변화를 꿈꾼다면 정체성운동과의 연대가 필수적이라는 두건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편 두건의 논의는 우리가 미국에서 나타난 변화를 어떻게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지 잘 보여주고 있다. 성평등은 동성결혼이 합법화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그와 같은 제도화는 성정치에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제도화에 얽매이지 말고 보다 다양하고 풍부한 논쟁을 통해 민주주의 그 자체를 갱신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분열된 이해에 맞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일반적으로 신자유주의는 너무나 쉽게 경제적인 문제로 인식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일상에서, 또 문화적인 변화 속에서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종종 놓치고 말았다. 두건은 우리가 이러한 분열을 넘어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를 통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평등의 몰락』은 한국의 사회운동과 정체성운동이 새롭게 연대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신자유주의 질서를 넘어서는 데 유용한 지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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