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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에서

맛, 공간, 사람

[ 양장 ]
크리스토프 리바트 저 / 이수영 | 열린책들 | 2017년 06월 10일 | 원서 : In the Restaurant: Society in Four Courses 리뷰 총점8.1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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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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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7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426g | 120*188*30mm
ISBN13 9788932918419
ISBN10 8932918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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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295

출판사 리뷰

맛의 문화사, 외식의 사회사

『레스토랑에서』는 독일 출신의 문화사회학자인 크리스토프 리바트의 신간이다. 이 책에서 리바트는 레스토랑이라는 현대적 공간이 빚어내는 다층적 풍경을 조망한다. 사람들이 배를 채우는 음식, 혹은 맛보기를 즐기는 요리는 그 시대를 반영한다. 리바트는 오늘날 우리가 열광하는 미식의 문화가 싹 트고 꽃을 피운 과정을 조목조목 보여 준다. 레스토랑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미식가와 부자들, 한끼 배를 채우려는 서민들, 다양한 출신 계급의 노동자들, 작가와 지식인들, 그리고 이 모든 장면의 관찰자인 학자와 기자들까지.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맛보고, 관찰하고, 사랑하고, 일하고, 분노하고, 항의한다. 이 성격으로 인해 레스토랑은 소비와 연출, 노동, 불평 들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는 생산적인 실험실이 되어 왔다. 이 책은 그러한 실험실에서 형성된 기억과 생각, 이야기를 다룬다. 오늘날 다채롭고 역동적인 미식 문화가 정착하기까지 레스토랑의 무대 앞과 뒤에서 펼쳐진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경쾌하게 서술한다.


레스토랑, 맛의 탄생

다양한 장소와 시간대를 교차하면서, 리바트는 18세기 초에 처음 출현한 레스토랑이 어떻게 오늘날에 이르렀는가를 살핀다. 그가 보이고자 하는 한 핵심은 레스토랑이 주도한 미식의 문화와 그 역사다. 리바트는 (유럽) 레스토랑의 역사가 [사람들이 배를 곯지 않게 되면서, 또는 배고프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면서 시작되었다]고 썼다. 1760년 무렵 레스토랑의 주된 고객은 배고프지 않은 사람들, 귀족과 엘리트들이었다. 궁정의 연회와 달리 레스토랑은 좀 더 사적인 장소를 제공했다. 레스토랑은 친구나 연인과 함께, 자신의 예민함과 취향을 마음껏 드러내는 장소였다. 동시에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파리의 시민들은 지체 높은 사람들이 화려하고 밝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고, 자신들도 그곳에서 식사할 수 있기를 바랐다. 초기의 레스토랑은 일종의 육수인 부용bouillon만을 제공했다.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배고프지 않았고, 경제적으로 쪼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궁정에서 접하던 것처럼 더 많은 맛을 원했다. 이러한 욕구를 바탕으로 레스토랑은 더 다양하고 더 고급스러운 맛을 제공하기 시작한다.
먼저 파리가 레스토랑의 도시가 되었고, 이후 프랑스가 레스토랑의 나라가 된다. 레스토랑이 프랑스 전역을 뒤덮으면서, 그들이 제공하는 맛을 평가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미식가들이다. 최초의 미식 평론가 그리모 드 라 레니에르의 『미식가 연감』은 1803년에 출판된다. 미식가들은 파리 시내, 혹은 프랑스 전역을 누비면서 상점 진열대의 초콜릿과 빵과 과자를 관찰하고, 고기 굽는 냄새를 맡는다. [셰 베리]에서 굴 요리를 맛보고, [카페 하디]의 구이 요리를 칭찬한다. 유럽울새를 별미로 추천하고, 밀푀유를 개발한 루제Rouget를 극작가 라신에 빗대 추켜세운다. 미식가들은 맛보고 관찰하고 책을 썼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식도락에 관심을 보이게 만들었다. 리바트가 강조한 것처럼, [프랑스 요리는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게 되면서 비로소 프랑스 요리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맛의 진화

리바트는 이렇게 적었다. [19세기 후반 런던에서 음식점에 가면, 차게 식힌 고기와 빵, 단지 모양의 주석 잔에 든 맥주를 먹을 수 있었다.] 19세기, 미식은 아직 오직 프랑스만의 문화였다. 그러던 것이 만국 박람회 등의 대규모 인적 교류를 통해 유럽 전역과 미국으로 퍼져 나간다. 만국 박람회가 열렸던 런던, 빈,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의 도시에는 어김없이 프랑스 레스토랑이 등장했다. 사람들은 박람회장에서 보았던, 맛보았던 음식을 다시 먹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미식은 아직 상류층,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상류층은 런던에서든 스위스에서든, 독일이나 여타 어디서든 똑같은 음식을 먹었다. 캐비아와 랍스터가 나왔고, 접시 위에는 기름진 소스가 넘쳤다. 상류층의 취향은 과시욕이라는 날개를 달고 더 화려하고 기름지고 복잡해졌다. [오트 퀴진haute cuisine(고급 요리)]은 이 시기 미식 문화의 경향을 압축적으로 대변하는 단어다.
20세기에는 레스토랑의 범위가 더 넓어진다.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은 사람들에게 고급스러움을 연상시킨다. 대중적이고 저렴한 요리를 제공하는 음식점들이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을 쓴 것은, 그들의 음식이 좀더 고급스러워 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처칠이 런던의 무료 급식소를 [브리티시 레스토랑]이라고 이름 붙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맥도널드도 같은 이유에서 스스로를 레스토랑이라고 주장한다. 전쟁도 영향을 미쳤다. 두 번의 세계 대전은 사람들을 다시 배고프게 만들었다. 배고픈 사람들에게는 저렴하고 서민적인 요리를 제공하는 곳도 마땅히 레스토랑이었다. 새로운 세기는 미식의 철학도 바꿔 놓았다. 극히 일부의 상류층만 맛볼 수 있는 [오트 퀴진]은 20세기의 시대 정신과 맞지 않았다. 잔인하기로 악명 높은 오르톨랑 같은 요리도, 지나치게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식재료들도 이제는 지양의 대상이 된다. 오늘날 미식 문화의 주류가 된 [누벨 퀴진nouvelle cuisine]은 또한 새로운 시대의 반영이다.


공간

리바트는 레스토랑이 [연출된 공간]이라고 지적한다. 손님들이 서비스를 받는 [홀]은 지저분하고 소란스럽고 욕설이 오가는 주방과는 완전히 단절된 세계다. 레스토랑은 주방을 가려서 보이지 않게 함으로써, 종업원의 옷차림과 자세, 메뉴판, 식탁보, 거울과 장식까지 세심히 연출함으로써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레스토랑은 종업원에게 누구보다 뛰어난 연기자가 되기를 요구한다.
현대의 레스토랑 중에는 주방을 공개하는 곳도 있다. 공개된 주방은 손님으로 하여금 더 직접적이고 더 신선하고 더 친근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러나 이조차 하나의 [연출]이다. 공개된 주방을 위해서는 추가로 숨겨진 프렙 키친(prep kitchen, 준비 주방)이 필요하다. 연출이 없는 레스토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미슐랭 가이드는 우리에게 특정 지역의 레스토랑을 [방문]하도록 권고한다. [맛]은 중요하지만, [분위기]는 더 중요할 수 있다. 사람들은 고작 소 뒷다리 연골 찜을 먹자고 헬기로, 혹은 차로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서 스웨덴의 [페비켄Faviken]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다. 또는 토마토 샐러드 맛이 너무 뛰어나서 [셰 파니스]를 방문하는 것도 아니다. 손님은 직접 도축한 소의 뒷다리 뼈를 톱으로 자르는 마그누스 닐손을, 슬로푸드와 직접 생산의 아이콘이 된 앨리스 워터스의 철학을 눈으로, 혀로,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 한다. 혹은 철저한 교육과 통제로 최적의 주문-생산 메커니즘을 구현한 맥도널드의 공간을 방문하고 만족을 느낀다.


사람

레스토랑은 언제나 북적이는 장소다. 대중화가 진행될수록, 레스토랑은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었다. [페비켄]이나 [엘 불리]처럼 아무나 쉽게 방문할 수 없는 곳들도 있지만, [페밀리 레스토랑], [맥도널드] 처럼 온갖 사람들로 북적이는 레스토랑도 있다. 공개되어 있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서 레스토랑은 사회를 가감없이 드러낸다. 레스토랑은 주문을 거절함으로써 제임스 볼드윈을 분노하게 했고, 저항을 위해 모인 흑인들이 점령하고자 한 장소였다. 혹은 세계화에 맞선 농민들이 트랙터로 밀어버리려 했던 맥도널드 체인점이 되기도 했다.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서, 에드워드 호퍼와 같은 화가들의 단골 주제가 되었고, 트루먼 커포티가 20세기 후반의 사회와 정신의 초상을 그린 화폭이 되었다. 조지 오웰이 웨이터로서 일하며 계급과 노동자 의식을 발견한 장소였고, 사르트르가 나치즘에 저항하고 실존의 철학을 실천한 장소이기도 했다.
무대 뒤편도 북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사실 책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무대 뒤편에 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프랜시스 도너번(1880~1965)은 『시중드는 여자The Woman Who Waits』(1920)의 저자로, 사상 처음으로 웨이트리스를 연구한 사회학자였다. 레스토랑은 성별과 인종, 노동, 계급, 소비와 불평등 같은 사회 현실과 시대 진단의 시금석으로서 학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아 왔다. 엘리 혹실드가 [감정 노동] 개념을,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워킹 푸어]의 존재를 발견한 대상은, 웨이터와 웨이트리스들이었다. 서비스에 대한 보상으로 팁을 받는 그들의 노동은 오늘날의 성과급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리바트가 강조하듯이, [현재의 성과 중심 사회에서 그러한 노동 형태와 보상 형태가 일상이 되었다]. 레스토랑 노동자들의 계급과 성별, 경제, 노동 형태들을 관찰하면서, 그는 웨이터와 웨이트리스들이 [사실상 미래에서 온 외교 사절]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쉽게 관찰되지 않는다. 그 어느 때보다 미식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금도 그렇다. 그들의 계급과 성별, 경제, 노동 형태들을 관찰할 수 있다면, 우리는 현재와 미래의 우리 삶에 대해 얼마간 중요한 통찰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날에는 우리 모두가 웨이터고 웨이트리스]이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을 들여다보고 들고나지만, 실상 우리는 늘 그 안에 있다. 레스토랑은 병렬되어 있는 세상의 축도, 소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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