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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양장 ]
박노해 | 느린걸음 | 2010년 10월 16일 리뷰 총점9.5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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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0년 10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560쪽 | 597g | 128*188*35mm
ISBN13 9788991418103
ISBN10 8991418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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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저 : 박노해 (본명: 박기평 朴勞解, 朴基平)
작가 한마디 삶은 기적이다. 인간은 신비이다. 희망은 불멸이다. 그대, 희미한 불빛만 살아 있다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1957년 전라남도 함평에서 태어났다. 1984년 현장 노동자로 활동하던 중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출간했다. 군사독재의 감시를 피해 사용한 ‘박노해’라는 필명은 ‘노동자의 해방’이라는 뜻으로, 이때부터 ‘얼굴 없는 시인’으로 알려졌다. 금서 조치에도 불구하고 100만 부 가까이 발간된 『노동의 새벽』은 잊혀진 계급이던 천만 노동자의 목소리가 되었고, 대학생들을 노동현장으로 뛰어들게 하면서 한국사회와 문단을 ... 1957년 전라남도 함평에서 태어났다. 1984년 현장 노동자로 활동하던 중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출간했다. 군사독재의 감시를 피해 사용한 ‘박노해’라는 필명은 ‘노동자의 해방’이라는 뜻으로, 이때부터 ‘얼굴 없는 시인’으로 알려졌다. 금서 조치에도 불구하고 100만 부 가까이 발간된 『노동의 새벽』은 잊혀진 계급이던 천만 노동자의 목소리가 되었고, 대학생들을 노동현장으로 뛰어들게 하면서 한국사회와 문단을 충격으로 뒤흔들었다. 1989년 한국에서 사회주의를 처음 공개적으로 천명한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을 결성했다. 7년여의 수배생활 끝에 1991년 체포, 사형이 구형되고 무기징역형에 처해졌다. 1993년 옥중에서 두 번째 시집 『참된 시작』과 1997년 옥중 에세이집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출간했다. 1998년 7년 6개월의 수감 끝에 석방되었다. 이후 민주화운동유공자로 복권되었으나 국가 보상금을 거부했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지구 시대의 인간해방을 향한 새로운 사상과 실천에 착수한다. 2000년 생명?평화?나눔을 기치로 한 사회운동단체 ‘나눔문화’(www.nanum.com)를 설립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터에 뛰어들면서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 등 가난과 분쟁 현장에서 평화활동을 이어왔다.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로 기록해온 사진을 모아 2010년 첫 사진전 <라 광야>展과 <나 거기에 그들처럼>展(세종문화회관)을 열었다. 국내외 현장에서 쓴 304편의 시를 엮어 12년 만의 신작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출간했다 2012년 나눔문화가 운영하는 좋은 삶의 문화 공간 ‘라 카페 갤러리’에서 글로벌 평화나눔 사진전을 상설 개최하고 있다. 2014년 박노해 아시아 사진전 <다른 길>展(세종문화회관) 개최와 함께 사진집과 사진에세이 『다른 길』을 출간했다. 오늘도 국경 너머 인류의 고통과 슬픔을 끌어안고 새로운 사상과 대안 혁명의 길로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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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박노해 12년만의 신작 詩集
300편의 지구시대 '노동의 새벽'

"좋은 말들이 난무하는 시대, 거짓 희망이 몰아치는 시대
박노해의 시를 읽고 아프다면 그대는 아직 살아있는 것이다"


박노해의 12년만의 신작 시집이 출간되었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는 박노해가 10여 년의 침묵정진 속에서 육필로 새겨온 5천여 편의 시 중에서 304편을 묶어낸 것이다. 우리 시대의 '저주 받은 고전' 《노동의 새벽》(1984)으로 문단을 경악시키고, 민중의 노래가 되었으며, 세상을 뒤흔들었던 박노해. 두 번째 시집 《참된 시작》(1997), 옥중 에세이집 《사람만이 희망이다》(1997)와 《오늘은 다르게》(1999), 《겨울이 꽃핀다》(1999)를 출간한 이후, 그는 지난 10여 년 동안 긴 침묵의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이제 마침내, 박노해가 말을 한다.

"말의 힘은 삶의 힘이다" 긴 침묵의 시간, 박노해가 걸어온 길

"시인이자 노동자이자 혁명가"로 온몸을 던져 살아온 박노해. 그의 삶은 곧 이 시대 그 자체였다. 80년대 엄혹했던 시절, 노동해방과 민주화의 상징이었으며, 90년대 분단 대치 중인 한국에서 절대 금기시되는 사회주의를 천명하며 자본주의에 맞선 최전선에 섰다. 사회주의가 인민해방의 길임을 믿고 혁명운동에 온몸을 던졌던 박노해는 사형선고를 받던 그 날, 사회주의 붕괴 현실을 목도해야만 했다. 이후 그는 '실패한 혁명가'로서 정직하게 절망하며 시대 변화에 맞는 성찰과 쇄신을 통한 새로운 진보이념과 운동을 처절하게 참구해왔다. 이념이 붕괴하고 시장만능이 정점을 향하는 격변의 시기, 길 잃은 이들에게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새로운 주체 선언으로 또 한번 우리 사회를 흔들었다.
그리고 민주화가 되고 자유의 몸이 된 후,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고 싶지 않다" '말할 때가 있으면 침묵할 때가 있다 / 누구나 옳은 말을 할 수 있을 때는 / 지금, 삶이 말하게 할 때이다' (「깨끗한 말」) 라며 박노해는 홀로 국경 너머 가난과 분쟁의 현장에서 글로벌 평화나눔을 펼쳐왔다. 동시에 "온몸을 던져 혁명의 깃발을 들고 살아온 나는, 슬프게도, 길을 잃어버렸다"는 처절한 자기고백과 함께 지구 시대의 인간해방을 향한 새로운 사상과 실천에 착수해왔다. 스스로 잊혀짐의 시간을 선택한 박노해. 그 긴 침묵의 시간이 잉태한 시대정신의 한자락이 이제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로 우리 앞에 펼쳐진다.

21세기 인류적 메시지를 담은 지구시대 '노동의 새벽'

이 시집의 시공간은 넓고도 깊다. 고난과 성취의 역동적인 한국역사를 온몸에 새겨온 박노해의 사상과 실천은, 국경을 넘어 세계의 민초들과 세계사의 현장에서 호흡하며 더욱 넓고 깊어졌다. 21세기 세계화의 바람에 휩쓸리며 숨가쁘게 달려온 인류 삶의 고통과 몸부림과 세계사의 현장이 그의 시마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박노해의 시는 그가 발바닥 사랑으로 걸어다닌 대륙의 넓이만큼 넓고, 그의 정직한 절망과 상처와 슬픔과 기도만큼 깊으며, 참혹한 세계 분쟁현장과 험난한 토박이 마을의 울부짖음과 한숨만큼 울림은 크다. 가난하고 짓밟히는 약자와 죽어가는 생명을 끌어안고, 국경 없는 적들의 심장을 찌르는 비수 같은 시편들. 고대문명의 시원을 거슬러 오르며 길어올린 시편들. 가진 자들에게는 서늘한 공포와 전율을, 약자들에게는 한없는 위안과 희망을, 우리 모두에게는 충격적 감동과 뼈아픈 성찰을 안겨준다. 박노해의 시는 지구시대 유랑의 시이고, 순례의 시이고, 목숨 건 희망찾기의 시이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는 21세기 '노동의 새벽'이다.

세계화된 양극화, 구조악의 실체를 칼날처럼 찌른다

전 지구적 '생태 위기'와 '전쟁 위기', 세계화된 '양극화 위기'와 사회적 '영혼의 위기'라는 인류의 네 가지 위기 앞에서, 박노해의 시는 근원적 혁명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시장만능과 성장 제일주의가 온 사회를 휩쓸고, '탐욕의 포퓰리즘'이 개개인에 삶과 영혼에 내면화되어 있는 지금, 박노해는 말한다. '조상의 잘못과 우리의 죄를 더 보태어 / 쌓여가는 파괴력과 임박해온 재앙으로 / 세계가 차츰차츰 심판의 날에 다가서고 있다' (「유산」) 또한 박노해의 시는 자본 권력의 세계화, '글로벌 카스트'의 시대에 정면 대응한다. '지금 나에게는 / 무서운 야수가 달려들고 있다 // … 잘못 쏜 화살을 등에 꽂은 / 승리한 자본주의가, 글로벌 야수의 세계가, / 으르렁거리며 달려들고 있다' (「단 한 발의 화살」) '우리 벌교 꼬막도 예전 같지 않다야 / 수확량이 솔찬히 줄어부렀어야 / 아니 아니 갯벌이 오염돼서만이 아니고 / … 큰 태풍이 읍써서 바다와 갯벌이 / 한번 시원히 뒤집히지 않응께 말이여 / 꼬막들이 영 시원찮다야 //… 이 놈의 시대가 말이여, 너무 오래 태풍이 읍써어 / 정권 왔다니 갔다니 깔짝대는 거 말고 말여 / 썩은 것들 한번 깨끗이 갈아엎는 태풍이 읍써어' (「꼬막」)
칼날 같은 그의 시어들은 예외 없이 우리 시대 구조악의 실체와 모순의 급소를 찌른다. 거대 자본과 양극화 현실, 인류 절대 다수를 수탈해온 미제국과 선진국, 국가 시스템과 제도화되어 국민이 무력함을 느끼는 민주주의, 과학기술 문명과 의료 시스템, 권력이 된 지식과 종교,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 문제, 4대강과 새만금의 파괴 현장까지를 아우른다. '허리가 잘록한 것이야 / 젊은 여인에게나 아름답지만 // 허리가 잘록해지는 건 / 사회에서는 끔찍한 일이다 // 중산층이 무너지고 / 중소기업이 쓰러지고 / 중소도시가 쇠락하고 // 허리가 두 동강 난 나라에 / 사회도 양극화란 말인가' (「허리」) '나는 눈을 감고 스윽슥 / 아이폰 모니터를 벗기고 들어간다 / 공돌이로 살아온 내 기억의 속살을 / 아이폰을 생산하는 수많은 하청 노동 현장을 // … 스마트하게 버려지는 젖은 눈동자들 // … 심플하게 디자인된 접속 혁명 / 첨단으로 편리해진 소통의 네트워크 // … 우리 시대의 영웅이자 구루인 /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의 뒷면에서 / 보이지 않는 살인자들의 세계화를 본다' (「아이폰의 뒷면」)
박노해는 이 거대한 시스템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것, 무력감을 절감한다. 어떤 환상도 열광도 희망도 말하지 않는다. '세계의 악이 공기처럼 떠다니는 시대 / 선악의 경계가 증발되어버린 시대 / 더 나쁜 악과 덜 나쁜 악이 경쟁하는 시대 / 합법화된 민주화 시대의 저항은 얼마나 무기력한가 / 옮음도 거짓도 다수결로 작동되는 시대 …' (「시대 고독」) '난무하는 희망의 말들이 / 게릴라 폭우처럼 쏟아질 때 / 거품 어린 욕망의 말들이 / 꾸역꾸역 목끝까지 차오를 때 / 나는 차라리 희망을 구토하리 // … 희망은 / 헛된 희망을 버리는 것 / 희망은 / 거짓 희망에 맞서는 것 /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 / 눈물어린 저항이 희망의 시작이다' (「거짓 희망」) 다만 그는 정직하게 절망하고 희망 없이 희망할 뿐이다. 그리하여 칼날처럼 불의한 시대의 심장을 찌르고, 꽃잎처럼 상처난 그대 가슴에 피어나는, 박노해의 시는, 단 한 줄로도 치명적이다.

삶의 경전 같은 시편들, 새로운 희망이 꽃잎처럼 피어난다

박노해는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 삶의 구석구석, 온 지구마을을 다니면서 각계각층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왔다.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 성취한 한국에서, 그런데,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우리 시대 삶의 모습을 마주해왔다. 지금 우리는 삶의 위기에 처해있다. '살아남기'가 삶을 잠식해 간다. 박노해의 신작 시집은 이런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 '이 땅에 더이상 자유롭게 뛰어다닐 / 야생의 초원이 없다면 차라리 나는 / 육우肉牛가 아닌 오래된 역우役牛이고 싶다 / 쟁기질하는 소가 되어 뒤돌아보지 않고 / 묵은 땅을 갈아엎다 쓰러지는 역우이고 싶다 // 값비싸게 살찌워져 팔려가는 / 내 저주받은 자유를 가져가라' (「굴레를 다오」) '일상은 거대한 중력만 같아 / 먹고 사는 건 끈질긴 굴레만 같아 / 삶은 어디로 탈주했을까 // … 하루하루 내 존재감이 사라져가고 / 달릴수록 내 영혼이 증발되어가고 / … 일상의 속도와 불안과 두려움이 / 영혼을 잠식해 들어오는 아침이 등을 떠밀 때 // 이 시대 최후의 식민지는 일상인가' (「탈주와 저항」)
그는 '저주받은 자유'의 시대, '좋은 사회란 무엇인가'와 동시에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진다. 박노해의 시는 불의한 사회에 대한 저항과 함께, 좋은 삶을 향한 탈주를 꿈꾸게 한다. 아니, 우리는 지금 바로 행복할 수 있는 수많은 삶의 길을 담담하게 펼쳐 놓는다. 그의 어린 시절 자전에서, 옛 어른들의 말씀에서, 지구마을 토박이 민초들의 모습에서, 세계 곳곳의 작은 혁명가들의 삶을 통해서, 우리는 좋은 삶의 원형들을 마주할 수 있다. 따뜻한 서정과 야생의 자연, 삶의 경전 같은 시편들. 삶에서 역경과 고난에 부딪힐 때마다, 그의 시 어느 페이지를 펼쳐 보아도 삶의 원칙과 잣대, 따뜻한 위안과 위로를 받을 것이다. '손해 보더라도 착하게 / 친절하게 살자 // 상처받더라도 정직하게 / 마음을 열고 살자 // 좀 뒤처지더라도 서로 돕고 / 함께 나누며 살자 // 우리 삶은 사람을 상대하기보다 / 하늘을 상대로 하는 것 // 우리 일은 세상의 빛을 보기보다 / 내 안의 빛을 찾는 것' (「참사람이 사는 법」) 그로부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에게, 어른들에게, 아이들에게, 스무 살 젊음에게, 진정 자신의 본성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 바로 박노해의 시의 힘이다.

우리시대 젊음에 대한 뜨거운 믿음과 소통의 시편들

지난 10여 년 동안 박노해는 젊은이들과 벗하며, 수많은 밤을 새워 고민을 나누고 토론하고 함께 울고 웃었다. 이번 시집에 20대의 생생퇇 현실과 목소리가 절절하게 담겨있는 이유다. '아버지, / 술 한 잔 걸치신 날이면 / 넌 나처럼 살지 마라 // 어머니, / 파스 냄새 물씬한 귀갓길에 / 넌 나처럼 살지 마라 // … 넌 나처럼 살지 마라, 그래요, / 난 절대로 당신처럼 살지는 않을 거예요 / 제 자식 앞에 스스로 자신을 죽이고 / 정직하게 땀 흘려온 삶을 내팽개쳐야 하는 / 이런 세상을 살지 않을 거예요 / 나는 차라리 죽어 버리거나 죽여 버리겠어요 / 돈에 미친 세상을, 돈이면 다인 세상을'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젊은이들을 향한 박노해의 시선은 연민과 질책에 그치지 않는다. 이 땅의 모든 젊음에 대해 그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뜨거운 믿음을 품고 있다. '여린 새싹 앞에서 허리를 숙인다 / … 진보한 젊은이 앞에서 머리를 숙인다 // 내 가난한 젊은 날은 이렇게 살았다고 / 총칼 앞에 온몸을 던져 불처럼 살았다고 / 곧은 목으로 그들을 가로막지 마라 // 그들은 이미 충분히 고통받고 있다 / 풍요는 총칼보다 더 영혼을 상하게 하고 / 자유는 감옥보다 더 젊음을 구속하고 있으니 // 이념도 없고 동지도 없고 명예도 없이 / 자신과 싸워 이겨 자신을 버린 그 힘으로 / 새롭게 진보하는 젊은 영혼 앞에 머리를 숙여라' (「진보한 세대 앞에 머리를 숙여라」) 이러한 까닭에, 박노해의 이번 시집은 20대 젊은이들이 편집에 함께한 과정의 의미 또한 담고 있다.

'발바닥의 사랑'으로 써온 50여 편의 글로벌 시

과연 일찍이 이런 시집이 있었던가. 세계화의 모순이 내리 꽃힌 현장에서 그 삶의 고통과 슬픔과 희망을 담은 시들, 지구시대 노동과 평화와 꿈의 시편들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의 중요한 특징을 이룬다.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 세계의 현장을 두 발로 직접 뛰며 받아적은 '민중들의 말씀'이 그의 시에 녹아 있다. 낡은 총을 들고 저항하다 죽어가는 소녀 게릴라들과 작은 돌멩이를 들고 탱크 앞에 나서는 아이들, 그 수많은 눈물의 사연을 담은 수십편의 글로벌 시들은 전혀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온다. '두 눈에서 방울방울 별들이 떨어졌다 / 마루완은 젖은 목소리로 학교에 가고 싶다고 / … 정말 이렇게 사는 건 너무 끔찍하다고 / 전쟁 다음 또 전쟁인데 언제쯤 끝나겠냐고 / 내가 어른 되기 전에 정말 학교 갈 수 있겠냐고 / 테러리스트 같은 눈동자로 물어오는 것이었다' (「마루완의 꿈」) 나아가 가난과 분쟁에 고통 받는 나라는 우리가 넘어서 온 과거의 모습이 아니고, 우리 미래의 모습이라는 박노해. 세계 인류의 눈에 비친 한국의 존재가 그의 시를 통해 뼈아프게 다가온다.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다 / 몸이 아플 때 아픈 곳이 중심이 된다 // … 총구 앞에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고 / 양심과 정의와 아이들이 학살되는 곳 / 이 순간 그곳이 세계의 중심이다 // 아 레바논이여 / 팔레스타인이여 / 이라크여 / 아프가니스탄이여 / 홀로 화염 속에 떨고 있는 너 // 국경과 종교와 인종을 넘어 / 피에 젖은 그대 곁에 / 지금 나 여기 서 있다 / 지금 나 거기 서 있다' (「나 거기 서 있다」)

박노해의 간절한 부름,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지금 우리 시대는 '주체의 실종' 시대이다. 돈이 있는 자나 없는 자나 삶이 없고 내가 없다. 4-50대는 언제 정리해고될 지, 언제 먼지처럼 사라질지 불안에 떨어야 한다. 2-30대는 일다운 일자리가 없어 잉여인간이 되고 시장사회로부터 영혼의 테러를 당한 젊음이 되어 숨이 죽어가고 있다. '거대한 세계의 양극화가 / 햇녹두 알 같은 청년들과 / 들깨 알 같이 작은 사람들을 / 존재도 없이 갈아가는 시대' (「맷돌」)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제자題字는 박노해가 심장에 새기듯 친필로 꾹꾹 눌러쓴 것이다. 박노해는 신념이 살해되고, 삶이 증발되고, 무엇보다 희망의 주체가 사라져가는 시대, 깊은 슬픔과 비원悲願을 담아 그대를 간절히, 간절히 부르고 있다. 저마다 자신의 자리에서 옳음과 양심을 지키며 분투하는 고독한 이들을. '지금 세계가 칠흑처럼 어둡고 / 길 잃은 희망들이 숨이 죽어가도 / 단지 언뜻 비추는 불빛 하나만 살아 있다면 /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 … 그토록 강력하고 집요한 악의 정신이 지배해도 / 자기 영혼을 잃지 않고 희미한 등불로 서 있는 사람 // … 희망은 단 한 사람이면 충분한 것이다 // … 삶은 기적이다 / 인간은 신비이다 / 희망은 불멸이다 // 그대, 희미한 불빛만 살아 있다면 //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평화를 갈망했으나 늘 분쟁의 현장에 서 있었고, 희망을 찾아갔으나 늘 절망을 공유할 뿐이었던 박노해가 수많은 길을 돌아나온 끝에, 그래도 사람만이 희망이다 라는 믿음 하나 버릴 수 없는 이유다. 칼날처럼 시대의 심장을 찌르고, 꽃잎처럼 상처난 그대 가슴에 피어나는 박노해의 시를 읽고 아프다면, 그대는 아직 살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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