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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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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표성배 | 갈무리 | 2017년 06월 16일 리뷰 총점8.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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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7년 06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127*188*20mm
ISBN13 9788961951623
ISBN10 896195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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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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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저자 : 표성배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1995년 제6회 [마창노련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아침 햇살이 그립다』, 『저 겨울산 너머에는』, 『개나리 꽃눈』, 『공장은 안녕하다』, 『기찬 날』, 『기계라도 따뜻하게』, 『은근히 즐거운』 등이 있고, 시산문집으로 『미안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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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표성배의 시산문집 『미안하다』는 온통 미안한 마음으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아내에게 미안하고, 함께 부대끼며 생활해 온 공장 동료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미안하다 / 눈 뜨면 다가와 있는 이 아침이, / 오늘, 이 아침이 미안하다 / 공장 기계들 이른 아침을 깨우는 / 햇살이 퍼진다 / 너와 나 사이 골고루 퍼진다 / 어제 동료 앞에 / 햇살 그 푸근함을 말하는 / 내 입이 거칠구나 / 공장 야외 작업장을 터벅터벅 걷는 / 이 아침이 미안하구나 / 오롯이 숨 쉴 수 있다는 게 / 더 미안하구나(「미안하다」 부분)

잘 돌아가던 공장을 일방적으로 폐쇄한다는 발표가 나고부터 밀려드는 불안한 미래 앞에 내동댕이쳐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반성은 늘 늦게 도착하고 후회가 앞서지만, 반성과 후회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표성배의 시와 산문은 하루하루 성큼성큼 다가서는 불안한 밥 앞에 벌거숭이로 서 있는 이 땅 노동자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밥이 불안하고부터 숨 쉬는 공기가 불안하고, 편안해야 할 잠자리가 불안하고 열심히 일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지난 시간마저 불안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것은 자신의 경험이기도 하지만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료의 심정임을 그는 숨기지 않는다. 심지어 그가 살아온 삶 전부를 부정하게 만드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끔찍하지만 이 경험은 이 땅에서 밥을 벌어먹는 노동자라면, 빠르거나 느리거나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한 번은 겪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밥. 우리가 공장폐쇄라는 당면한 문제 앞에 두려운 것은 밥, 밥 때문이다. 밥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밥은 모든 것으로 통하게도 하고, 모든 것을 벽처럼 막기도 한다. 밥은 그래서 전지전능하다. 사람을 웃게 만들 수도 울게 만들 수도 있는 밥, 밥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나 밥 앞에 무릎 꿇지 않을 수 없다.(39쪽)

이 불안의 근본 원인을 그는 밥에서 찾고 있다. 그것도 노동자들이 먹는 밥은 ‘피밥’이라고 그는 말한다. 오늘도 공장폐쇄나 정리해고, 희망퇴직이라는 명분 앞에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쫓겨나고 있으며, 불법파견이나 불법적인 정리해고나 공장폐쇄 등에 맞서 노동자들은 송전탑이며 공장 옥상, 크레인 위나 심지어 광고탑에까지 올라 밥을 위해 밥을 굶는 이 땅 노동자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공장폐쇄를 앞두고 약 한 달간 이어진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라는 불안한 미래 앞에 선 공장 동료의 이야기가 이 땅 모든 노동자의 삶을 대변해 주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논과 밭. 아침부터 컨테이너 사무실 안은 깊은 침묵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 강물의 깊이, 강물의 무게가 끝이 없다. 일 시작 종소리가 울려도 아무도 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형들도 아우들도 서성거리고 불안한 모습이 얼굴 가득하다. 나라고 예외는 아니다. 벌써 소식을 듣고 몇몇 걱정하는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한다. 공장이 생계 수단인 도시 노동자에게 공장 폐쇄는 죽음과도 같다. 그래서 공장은 먹을 것을 기르는 논이고 밭이다.(33쪽)

그는 공장을 “먹을 것을 기르는 논이고 밭”이라 한다. “논과 밭은 농부의 땀이고 피다. 생명이다. 온 가족의 어머니고 아버지다. 한 나라의 산맥이고 강줄기다. 역사다. 우리 조상들이 생명보다 귀중하게 여겼던 논과 밭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는 한 이건 엄연한 현실이다. 부정할 수 없는.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공장은 논이고 밭이”라고 말한다. 그런 공장이 일말의 설명도 없이 폐쇄된다는 공고 앞에 분노한다. 일밖에 몰랐던 자기 자신에게 분노하고,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중간 관리자들에게 분노하고, 공장폐쇄를 결정한 경영자에게 분노하고 있다.

분노. “공장 폐쇄는 조삼모사다. 일방적 공장 폐쇄는 횡포다. 회사는 공장 폐쇄 철회하라. 회사는 회사를 이렇게 만든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라.” 대자보가 공장 곳곳에 붙어 있다. 참담함을 넘어 분노가 솟는다. ‘지금은 분노하고 저항해야 할 때’라는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가 떠오른다. 왜 우리는 분노하지 않는가.(67쪽)

『미안하다』에는 공장에 나가는 일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이 땅 노동자의 신분에 대해, 당신도 모르게 당신 앞에 슬금슬금 그림자를 드리우는 불안한 공기에 대해, 희망퇴직자를 모집하고 면담을 하고 희망퇴직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어 가는 환경 앞에 이 땅 아버지들이 받는 심적인 고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장으로서 아이들에게 아내에게 또, 함께 몸으로 부대끼며 일한 동료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떠밀리듯 희망퇴직서에 서명한 동료에게 더 미안하다고 한다. 어제까지 나란히 식탁에 앉아 밥을 먹던 동료의 빈자리를 생각하고, 공장이 폐쇄되고 일자리를 잃고 떠나가는 현실에 대해 분노하고 괴로워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일은 더 괴롭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머리말에서 “미안하다는 말, 이 말만큼 미안한 말은 없”으며, “공장은 단순히 일만 하는 곳이 아니”라, “한 노동자의 삶이 오롯이 배어있는 삶터”라고 주장한다. 그는 공장 폐쇄는 “삶의 터전”을 빼앗아가는 횡포며 폭력이라고 고발한다.
이 시산문집은 아름다운 언어들로 지어진 집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늘 듣고 보고 부대끼는 삶의 언어들로 가득 차 있다. 읽기 쉽게 날짜별로 시와 짧은 산문들을 섞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숨김없이 부끄러운 모습 하나하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읽는 내내 이것이 바로 나의 이야기이고, 우리 이웃의 이야기라는 것에 공감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머리말

미안하다.
미안하다는 말,
이 말만큼 미안한 말은 없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벌써 몸과 마음이 온통 미안해진다.

공장 폐쇄와 맞닥뜨리고부터
그날그날 일기처럼 이 글을 썼다.
쓰면서 가장 큰 마음속 짐은
이 땅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는 부모 마음이 어떨까
짐작만이라도 해 보는 시간이었다.
그것도 공장 폐쇄로 인해
당장 일터에서 쫓겨날지 모르는 처지가 된 부모라면
아이들 앞에 두고 그 마음이 어떨까.
나아가 길게는 수십 년 짧게는 수년 동안
함께 부대끼며 생활해 온 공장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 또한 간절하였다.

공장이 언제라도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것을
노동자들 대부분은 잊고 산다.
그만큼 순박하다고 해야 할까.
이런 순박한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만 하다
어느 순간 공장 문이 닫히면 그 결과는 혹독하다.
상상을 초월한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부정하지 않고는 설명되지 않는다.

2015년 11월 26일은 잊을 수 없다.
자의든 타의든 희망퇴직이란 이름으로
약 40%의 동료가 공장을 떠나는 동안
함께 고민하고 위로하고 분노했던
그 시간을 여기 남긴다.
공장은 단순히 일만 하는 곳이 아니다.
한 노동자의 삶이 오롯이 배어 있는 삶터다.
이러한 삶의 터전을 잃는다는 것은
삶을 지속할 수 있는 끈 하나를 빼앗기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 불안한 끈에 우린 내일도 목이 매여 있다.

2017년 4월
표성배

추천사

불안하다. 불안, 이 산문집을 읽으며 내내 나를 지배하는 단어는 ‘불안’이다. 이 불안이 공장 폐쇄라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개별적 노동자가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벽으로 인해 느끼는 불안이라면, 한 집안의 가장인 내 불안도 이미 ‘장기적, 만성적, 통째불안’이다.
― 이규석 (시인)

공장이 단순하게 밥을 벌어먹고 사는 공간이 아니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그래서 ‘공장은 논이고 밭이다.’ 나아가 노동자의 삶을 지배하는 근원이다. 그게 이 땅 공장 노동자가 처해 있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그 현실을 잊고 살아간다는 말에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 최상해 (시인)

사람이 살면서 희망을 꿈꿀 수 없다면 그 삶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표성배의 산문집을 읽다 보면 ‘희망’조차 꿈꿀 수 없는 이 땅 노동자들 삶 앞에 분노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무슨 사람의 삶이 이런가?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불안한 ‘밥’을 늘 머리에 이고 사는 삶이라니, 이 산문집에는 그 밥을 위해 ‘저 공장 정문을 걸어 들어가 걸어 나오지 못한 동료’에 대한 애환과 가장으로서 가족을 생각하며 번민하는 한 노동자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오늘도 찬찬히 우물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 보듯 따듯한 가슴으로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중이다.
― 정은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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