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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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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양장 ]
박준 | 난다 | 2017년 07월 01일 리뷰 총점8.8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4.4점
편집/디자인
4.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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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7년 07월 01일
판형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292g | 124*188*20mm
ISBN13 9791196075170
ISBN10 1196075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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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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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작가 한마디 늦은 밤 떠올리는 생각들의 대부분은 나를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시 그림책 『우리는 안녕』을 펴냈다. 신동엽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편운문학상, 박재삼문학상을 수상했다.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시 그림책 『우리는 안녕』을 펴냈다. 신동엽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편운문학상, 박재삼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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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44~45 「몸과 병」 중에서

출판사 리뷰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의 시인 박준, 그의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
그냥 옆에 있는 책.
마냥 곁이 되는 책.

가끔 사는 게 힘들지? 낯설지?
위로하는 듯 알은척을 하다가도
무심한 듯 아무 말 없이
도다리 쑥국이나 먹자,
심드렁히 말해버리는 책.

1.
박준, 이라는 이름의 시인을 압니다. 2008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은 지난 2012년에 첫 시집을 상재한 바 있다지요. 정확히는 아니더라도 시집 제목에 대해서 어렴풋이나마 들어본 적 있으실 것도 같은데요, 그래요『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라는 초콜릿색 시집이요. 뒷면에 한 여인의 뒷모습을 짐짓 무심한 듯 그러나 뭔가의 사연을 짐작케 하는 포즈로 새겨넣었던 바로 그 시집이요. 참으로 큰 관심 속에 이 시집은 세상에 선을 보인 지 5년을 향해가는 지금까지도 꾸준한 여러분의 사랑을 먹고산다지요.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얼마나 귀한 일인지, 박준 시인은 뭐든 잘 잊지 않는 사람이라서 그 마음들을 확인할 때마다 제 안에 꼬깃꼬깃 접어 숨겨놓았다가 뭔가 아리송한 바람이 저를 덮칠 때면 외따로이 숨어 앉아 몰래 꺼내보고는 한다지요. “편지를 받는 일은 사랑받는 일이고 편지를 쓰는 일은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나요.

2.
그런 그가 오랜 준비 끝에 첫 산문집을 들고 우리 곁에 찾아왔습니다. 첫 시집 제목이 열여섯 자였는데 그보다 한 자 더 보태 열일곱 자 제목으로 짓고 기운 책으로 말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가만, 제목이 좀 길죠? 네, 좀 길다 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그래도 그리 어렵게는 안 느끼실 거다 자신했던 데는 우리들 누구나 한 번쯤 이런 뉘앙스의 말을 해봤거나 들어봤을 경험의 소유자들이라는 까닭에서였습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 더는 울지 마, 하는 사람이 나였다면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 더 좀 울어, 하는 사람이 너였던 상황 앞에 우리는 얼마나 자주 놓여 있었던가요.

3.
앞서 ‘편지’라는 단어를 살짝 꺼냈었는데요, 이번 박준 시인의 산문집이 어쩌면 편지라는 설명 불가결의 의미심장함과 참으로 닮아 있다 싶기도 해요. 왜 편지가 그렇잖아요. 억지로 쓰게 되면 빤하고 밋밋한 소리만 기계적으로 반복하게 되는데 자발적으로 쓰게 되면 손에 펜을 쥔 자가 예측 불허의 무한 에너지로 제 안의 이야기들을 마구 터뜨리게 되는 게 사실이잖아요. 왜 이렇게 쓰고 있는지 저도 도통 모르겠습니다, 이런 구절들을 중간 중간 추임새처럼 섞어가면서요. 그런데 그렇게 타고나길 진실인 편지, 그런데 그렇게 생겨먹길 진심인 편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박준 시인이 그간 제 시를 함께 읽어주고 함께 느껴주고 함께 되새겨준 여러분들에게 보내는 한 권의 답서(答書)이자 연서(戀書)가 아닐까 해요. 그런 둘 사이의 편지는 필시 길게 이어질 운명이라는 것도 실은 조금 알겠어서 이 한 권의 책을 여러분들에게 내미는 마음이 보다 덜 부담일 수도 있던 바, 분노나 미움보다 애정과 배려에 가까운 것이 편지이기에, 그리하여 살아가면서 편지를 많이 받고 싶다는 시인의 바람이 실은 살아가면서 편지를 많이 쓰고 싶다는 마음과 동일한 다짐임을 알기에, 시인은 타고난 부끄러움을 돌로 살짝 눌러놓은 채 이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써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얘기를 다 퍼내서요, 더는 남음이 없어요! 원고를 마무리 지으며 시인이 뱉은 말을 끝끝내 원고 마지막 페이지에 압정으로 꽂아두었던 저라지요.

*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이니 가난한 남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이니 이별을 앞둔 연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이니 죽음을 공유한 부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은 ‘시인 박준’이라는 ‘사람’을 정통으로 관통하는 글입니다. 제 호흡 가는대로 총 4부로 나누긴 하였지만 그런 나눔에 상관없이 아무 페이지나 살살 넘겨봐도 또 아무 대목이나 슬슬 읽어봐도 우리 몸의 피돌기처럼 그 이야기의 편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게 해주는 글입니다. 드러낼 작정 없이 절로 드러난 이야기의 어린 손들을 우리들은 읽어가는 내내 잡기 바쁜데 불쑥 잡은 그 어린 손들이 우리들 손바닥을 펴서 손가락으로 적어주는 말들을 읽자면 그 이름에 가난이 있었고, 이별이 있었고, 죽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가난이라는 생활, 이별이라는 정황, 죽음이라는 허망, 이 셋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우리들 모두에게 바로 직면한 과제라 허투루 들리는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웬만하면 마주하려 하지 않았던, 가능하면 피하고만 싶었던 우리들의 민낯, 그 가난은 힘들고 또 힘들게 하고, 이별은 아프고 또 아프게 하고, 죽음은 슬프고 또 슬프게 하는 거니까요. 그럼에도 맞장을 뜨듯 이 삶의 곤궁더미들을 미리 대면하면 좋을 이유가 우리 몸에 내성이라는 것을 생기게 함으로써 끝끝내 삶을 밀어 삶 너머로 나아가게 할 것을 아니까요, 그 원동력으로 삶과 죽음의 쳇바퀴를 더욱 자신 있게 굴리게 해줄 테니까요. 우리가 왜 책을 읽어야 하나 하는 물음에 우리가 왜 삶을 살아야 하나 하는 물음이 답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과 확신, 이 책으로 말미암을 수 있었다니까요.

5.
더불어 이 책은 시와 산문의 유연한 결합체임을 증명해 보입니다. 어느 날 보면 한 권의 시집으로 읽히고 또 어느 날 보면 한 권의 산문으로 읽힙니다. 문장 하나 허투루 쓰인 것이 없으니 내가 그은 밑줄 속에 내가 걸려 넘어지는 날 잦게 합니다. 이상하지요. 강요하는 말씀이나 주저앉히는 감상을 싹 다 걷어낸 담백한 글인데 울음 끝에 웃음이거나 웃음 뒤로 울음인 그 둘의 뒤섞임이 왕왕입니다. 특히나 이번 산문집에서는 그만의 세심하면서도 집요한 관찰력이 소환해낸 추억의 장면들이 우리를 자주 눈물짓게 하였는데요, 이를 구성케 한 그만의 특별한 기억력에 나는 뭔가 들킨 적이 없나 놓친 것은 없나 몇 번이나 되새김질을 해야 했답니다. 장난감처럼 보여도 실은 고성능으로 무장된 레이더를 제 안에 장착한 것만 같은 시인 박준. 아이처럼 말하는데 어른처럼 보는 시인 박준. 어쩌면 조금 이르다 싶게, 제법 익숙하다 싶게, 터무니없이 갑작스럽다 싶게 겪은 세상의 풍파 속에 시인이 앳된 나이부터 노출이 된 까닭도 있다 싶은데요, 그럼에도 시인은 그 누구의 탓도 하지 않고, 그 누구를 미워하지도 않으며, 그 누구를 불신하지도 않는 삶의 태도로 씩씩합니다. 그래봤자 무슨 소용이겠냐는 듯 우리가 누구나 홀로인 것은 맞으나 언제나 혼자인 것은 아니라는 식의 메시지를 껌 종이에 적은 메모처럼 쥐어주기도 하지요. 속고 속으면서 살다 가는 것이 또한 삶이 아니겠냐며 울다 웃고 또 웃다 우는 것이 인생 아니겠냐며 지친 우리들의 등을 말없이 쳐주다 슬쩍 사라지기도 하지요. 아무래도 우리와는 다르게 눈 하나를 더 가진 사람, 그래서 일반인으로는 저주를 받았다 할 수 있겠으나 시인으로는 복을 받은 이가 바로 박준 시인이 아닐까 해요.

6.
이 책은 읽는 내내 우리와 보폭을 정확히 맞춰줍니다. 까만 뒤통수를 내보이며 앞서 가는 책도 아니고 흰 얼굴로 흐릿하게 멀어지며 뒤로 가는 책도 아닙니다. 그냥 옆에 있는 책입니다. 마냥 곁이 되는 책입니다. 가끔 사는 게 힘들지? 낯설지? 위로하는 듯 알은척을 하다가도 무심한 듯 아무 말 없이 도다리 쑥국이나 먹자, 심드렁히 연인에게 말하기도 하는 책입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벤허〉 단체관람을 간대. 나는 못 갔지. 돈이 없으니까”, 하는 아버지에게 “나도 수학여행 못 갔네요. 돈 없어서. 그런데 다행인 것은 그때가 딱 IMF 때라 못 가는 친구들이 많았어. 다행이지. 가난도 묻어갈 수 있다니”, 의기양양 아버지와 대화를 섞게 하기도 하는 책입니다. 몇 해 전 사고로 누나를 잃고 누나의 편지를 정리하며 누나의 여고 시절 편지 속 “오늘 점심은 급식이 빨리 떨어져서 밥을 먹지 못했어”라는 구절에서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10여 년 전 느낀 어느 점심의 허기를 10여 년 뒤 느낌으로써 거미줄 같은 세상사 연연의 끈을 계속 쥐게도 해주는 책입니다. 어쨌거나 울 사람은 우는 그대로 안 울 사람은 안 우는 그대로 그렇듯 내키는 그대로 살게 하는 책. 울든 안 울든 네가 발 딛고 선 그 지점이 언제나 출발선이니 언제든 너는 자유야, 하는 아리송한 전언을 주는 책. 그렇게 희망이 되는 책.

7.
마지막으로『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의 표지 속 그림을 자세히 봐주십사 요청을 드리는 바입니다. 좀 묘하죠. 강 위를 떠가는 배 위에서 여자는 노를 젓고 남자는 하모니카를 부는 가운데 두 사람의 얼굴 속 이목구비가 몽땅 지워져 있으니 말입니다. 왜 눈을 지우고 왜 코를 지우고 왜 입을 지웠을까요. 그럼에도 왜 눈에서는 눈물이 고이고 왜 코에서는 콧물이 맺히고 왜 입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듯할까요.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이니 가난한 남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이니 이별을 앞둔 연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이니 죽음을 공유한 부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림 속에서 여러 이야기들을 유추해보는 가운데 이목구비 없이도 눈을 타고 코를 타고 입을 타고 흐르는 슬픔의 어떤 기저가 강에 떠 살다 가는 우리네 한 생을 참도 잘 대변한다는 확신만은 분명히 들게 하네요. 그래서 책장을 넘기다가 문득 한 번씩 표지로 시선을 옮겨보십사 다소 건방질 수 있는 팁도 이렇게 드리는가보아요. 참고로 표지 속 그림은 이스라엘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중인 화가 기드온 루빈의 작품이고요, 제목은 무제라네요. 2018년 9월 한국에서의 대규모 첫 전시가 있다고 하니 미리 눈에 익혀두셨다가 내년에 반가이 뛰어가 실물로 확인하셨으면 하네요.
[작가의 말]

늦은 밤 떠올리는 생각들의 대부분은
나를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올해의 책 추천평 (7개)

매년 진행되는 올해의 책 선정 행사에서 고객님들이 직접 작성해주신 추천평입니다.
2021
쓸쓸한 마음을 위한 글... 추울때 읽으면 더욱 좋습니다...
soo***** | 2021.11.02
2021
추천합니다
oro***** | 2021.11.02
2021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앞에 있는 느낌, 이해하고 싶어지는 책이에요.
k1y***** | 2021.11.02
2021
추천합니다.
777***** | 2021.11.02
2021
마음따뜻
ss6***** | 2021.11.01
2021
추천!
kjc***** | 2021.10.28
2021
울림이 많은 책이었어요. 삶이 외롭고 괴로울 때 담담한 위로가 된 책.
zin***** | 2021.10.27

회원리뷰 (18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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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명의 YES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리뷰 총점8.8/ 10.0
내용 내용 점수 편집/디자인 편집/디자인 점수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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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5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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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건)
2점
0% (0건)
1점
편집/디자인
51% (93건)
5점
39% (71건)
4점
9% (16건)
3점
1% (1건)
2점
0% (0건)
1점
연령대별 평균 점수는?
  • 10대 0.0
  • 20대 9.0
  • 30대 8.0
  • 40대 8.0
  • 50대 8.0
YES24에서 우수작으로 선정한 리뷰가 (1건) 있습니다.
주간우수작 같이 울어요, 우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부*독 | 2017-09-13

 

그동안 나는 참 많은 말들과 사람들과 시간들을 믿었다.
믿음이 깨지지 않은 말도 있었고 믿음이 더 두터워진 사람도 여럿이었으며 생각처럼 다가온 시간들도 있었다. 물론 그보다 더 많은 경우에서 내 믿음은 해지고 무너지고 깨어졌다.
딛는 마음, 마음마다 폐허 같았다.
p. 65

 

산다는 일이 이렇게 무너지고 깨어지는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사람들을 만나며 관계를 맺고, 믿음을 쌓고, 정을 주고... 그러다가 결국 홀로 내동댕이 쳐졌을 때,
나는 많이 아팠던 것 같다.
많이 울었던 것 같다.
많이 슬펐던 것도 같고, 많이 억울했던 것도 같다.
내 진심은 어쩌다가 이렇게 내동댕이 쳐졌는지, 그동안의 마음들은 다 어디로 흩어져 사라져버렸는지,
해어지고 무너지고 깨어져버린 믿음과 인연 앞에서 나는 그렇게 속수 무책으로 울고 있었다.
밟으면 먼지로 흩어져 버릴 것만 같은 메마른 폐허 앞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깨어지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사건보다는 사소한 마음의 결이 어긋난 데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더 많다.
p. 45

 

 

 

여자는 뇌졸중 후유증을 앓고 있는 듯 보였다.
몸의 절반은 봄 같았고 남은 절반은 겨울 같았다.

 

시인의 언어는 다르다.
매번 시인이 쓴 산문집을 읽을 때마다 같은 생각을 한다.
시인의 시선은, 말은, 결이 다르다.
보드랍고 연약하고 깨어지기 쉬워 보이지만, 단단하고 끈질기고 오래 남는다.
시인이 건네는 언어들은 어쩌면 하나같이 다 가슴으로 들어와 옹이처럼 남는 건지.
그가 남긴 흔적조차 아름답다.

그가 한마디를 건넬 때마다 나는 가슴이 씀벅 거린다.
어쩐지 슬픔이 묻어 있는 것 같은 처연한 담담함이 좋다.
통곡을 하지 않는다고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울지 않는다고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은 모두 울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다들, 괜찮지 않으니까.
삶이 우리를 괜찮게 내버려 두지 않으니까.

 

 

 

 

박준 시인은 사인마저 다정하구나 싶어서 설핏 웃음이 났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라고 해놓고선
기어코 우리에게 울자고 한다.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더라도, 그래도 참지 말고 울자고 한다.
우리들이 참고 있는 것을, 그저 버티고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의 친필은 눈물을 닮은 것도 같다.
어쩐지 글씨에서도 눈물이 묻어나는 것만 같다.
책 속에 담긴 글들도 그렇다.
짠 내가 난다. 눈물 맛 같은. 조금은 서글픈 것도 같은.

묘하게 물기가 묻어나는 것 같은 그의 말들은 축축하게 얼룩을 남기고 사라졌다.
한번 물기를 머금은 곳은 물기가 마르고 난 뒤에도 물의 기억을 간직한 채 남겨진다.
마른 얼룩을 더듬으면 그가 건넸던 말들이 흔적으로 남아있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p. 19

 

 그의 말들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와 상처가 아닌 무늬로 남겨진 것처럼
나의 말들도 누군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상처가 아닌 무늬로 남겨지기를 기도해 본다.
귀에서 소멸해버리는 말들이 쓸쓸한 것 같다가도,
태어나자마자 죽음을 맞이하는 말들은 차라리 다행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가슴으로 비집고 들어가 내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그의 가슴을 헤집으며 살아남는 말들을 생각해보면 너무 무서우니까.
내 입에서 태어난 말들이 창이 되고 칼날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니까.
내가 뱉은 날카로운 말들은, 모두 귀에서 사멸당했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시를 짓는 일이 유서를 쓰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아마 이것은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는 것들이 이 세상에 너무 많기 때문일 것이고 이 숱한 사라짐의 기록이 내가 쓰는 작품 속으로 곧잘 들어오기 때문일 것이다.
사라지는 것들의 유언을 받아 적는다는 점에서 나의 시는 창작보다는 취재나 대필에 가깝다.
p. 181

하지만 그 유서들의 내용 또한 핏발 서린 분노와 원망보다는 고마움과 미안함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다. 어쩌면 유서는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타인에 대한 용서와 화해를 넘어 자신이 스스로의 죽음을 위로하고 애도하는 것이므로.
…… 중략 ……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그중 절반 이상이 자살을 했고 상당수가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은 채 세상을 등졌다.
그들이 유서조차 남기지 못한, 그래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분노와 슬픔과 죄책감에 빠지게 만든 세상에서 우리는 잘도 살아간다.
사람이 사람을 잃은 세상, 노동이 노동을 잃은 세상, 법이 법을 잃고 강이 맑음을 잃은 세상에서, 도처가 죽음으로 가득하지만 애도와 슬픔에까지 정치성을 들이대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p. 183

 

 

 

 

 

 

고등학교 3학년, 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날 아버지는 평소 잘 들어오지 않는 내 방에 들어왔다. 그러고는 나에게 시험을 치르지 말라고 했다. 내일 시험을 보면 대학에 갈 것이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직을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을 공산이 큰데 얼핏 생각하면 그렇게 사는 것이 정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너무 불행하고 고된 일이라고 했다. 더욱이 가족이 생기면 그 불행이 개인을 넘어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번져나가므로 여기에서 그 불행의 끈을 자르자고 했다. 절을 알아봐 줄 테니 출가를 하는 것도 생각해보라고 덧붙였다.
당시 나는 그길로 신경질을 내며 아버지에게 나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과 삶에 지친 날이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에서 설핏 가난을 느낄 때면 나는 그때 아버지의 말을 생각한다.
p. 141

 

 

내가 고등학생인 자식의 입장에서 아버지의 말을 들었다면 나 또한 신경질을 부리며 화를 냈을 테다.
아버지의 삶을 나에게 투영시키지 말라고, 더 나은 희망을 이야기해주진 못할망정 왜 내 미래에까지 재를 뿌리냐고, 나는 절대 그렇게 살지 않을 거라고, 내 삶에 관여하지 말라고.
분명히 화를 내고 분노했을거다.

하지만,
어쩌다 나는 속절없이 어른이 되어,
어쩌다 보니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아버지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희망의 불씨가 보이지 않는 팍팍한 삶을 살아내느라 얼마나 지쳤을지, 그 절망들을 내 자식이 똑같이 겪는다는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끔찍했을지,
이제는 아버지의 마음이 보여서 더 슬프다.
절망을 말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도대체 얼마나 더 처참한 지경일까.

가난이 대물림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하겠지만, 여전히 우리는 가난하다.
돈이 없어 가난했던 시대를 지나, 마음도 정신도 가난한 시대를 살고 있다.
세상은 자꾸만 가난해지고, 아이들은 자꾸만 무럭무럭 자란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토록 가난한 시대를 물려줘야 하다니.
시인의 아버지 손을 부여잡고 뚝뚝 눈물을 흘리고 싶어진다.

산다는 일이
그렇게 아픈 손을 부여잡고 뚝뚝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일은 아닐지.

 

 

  

 

 

나는 그곳에서 배달 음식 같은 것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철 지난 사랑이나 함부로 대했던 지난 시간 같은 것에 기웃거린다. 마음처럼 되지 않았던 과거의 일들과 마음만으로는 될 수 없을 미래의 일들을 생각한다. 독선의 끝에는 더욱 날 선 독선이 기다리고 있음을 목격한다.
p. 50

일상의 공간은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주고 여행의 시간은 그간 우리가 지나온 익숙함 들을 가장 눈부신 것으로 되돌려놓는다. 떠나야 돌아올 수 있다.
p. 110

 

 

 

 

 

 

"고독과 외로움은 다른 감정 같아.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것일 텐데, 예를 들면 타인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 드는 감정이 외로움일 거야. 반면에 고독은 자신과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 같아. 내가 나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 때 우리는 고독해지지. 누구를 만나게 되면 외롭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고독은 내가 나를 만나야 겨우 사라지는 것이겠지. 그러다 다시 금세 고독해지기도 하면서."
p. 51

 

 "사는 게 낯설지? 또 힘들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야.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삶이 나를 가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못살게 굴거나 심하게 다그치는 일은 잘 하지 않게 돼."
p. 63

 

시인의 지인인 선배나 선생님들의 말들이 시인의 가슴에 살아있다가 책 속으로 걸어들어 왔다.
덕분에 나도 이렇게 좋은 말들을 얻어듣는다.
그 말들이 죽지 않고 살아 숨 쉬고 있어서, 또 다른 공간, 또 다른 사람에게 의미가 되고 깨달음이 되었다.
이런 말들을 건네주는 지인이 있다는 게 얼마나 부럽던지.
나는 또 누군가에게 이런 말들을 건넬 줄 아는 지인이긴 했던 건지.
새삼 부끄럽다.

 

 

 

 

 

누군가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와 맞은 아침.
'그래도 어느 깊은 숲에서 잘 자란 나무 한 그루와 한 시절 함께했던 사람들의 슬픔 속에 우리들의 끝이 놓인다는 사실'을 다행스러워하던 시인에게 그 아침은 아프기만 하다.
그럴 수밖에.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별을 하고 돌아와 부은 눈으로 잠들었다 깬 아침이 누구라도 서글프지 않으랴.
그 아침에 먹는 밥 한 숟갈의 울컥함과 안도를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서글프게도 그 어떤 순간보다도 생생히 살아있음을 느끼는 아이러니한 아침.
우리는 그렇게 살아남았다.


구깃한 우리의 삶을 닮은 시인의 이야기들은 때론 서럽고, 때론 다정하고, 가끔 눈물이 난다.
조용히 조금씩, 손끝으로 더듬듯이 읽었다.
나의 마음의 온도와 가장 가까운 글을 읽었다.
마음이 고단할 때마다, 괜히 울컥 눈물이 날 것만 같은 날에, 다시 꺼내 읽어야겠다.

내 마음을 다독여준 그대,
고마워요. 정말.

 

 

 

 

 

같이 울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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