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나라에는 스티브 잡스가 나타나지 않는가?
‘창의성’의 비밀을 심리학으로 풀어낸 기념비적 역작!
아인슈타인, 피카소, 찰스 디킨스 등 창의적 천재들의 공통점은
외부 억압에서 자유로운 내면의 열정이었다.
우리나라의 교육열과 교육수준은 엄청나다. 주어진 과제를 처리하고 모방하고 생산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그런데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딜레마를 항상 안고 있다. 우리에게는 왜 창의적인 천재가 없는가? 스티브 잡스 같은 기업가,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 피카소 같은 예술가가 자라나지 않는가? 테레사 아마빌레는 《심리학의 눈으로 본 창조의 조건》에서 이 문제를 푸는 힌트를 제공하고 있다. 어떤 요인이 창의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추적한 이 책은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창의성에 접근한 최초의 저작이자 최고의 저작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심리학, 교육학, 경영학 등의 분야에서 창의성을 연구하는 수많은 후학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치며 광범위하게 인용되고 있다.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할 때는 돈을 벌거나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또는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일하는 목적과 동기는 ‘외부’에 있다. 반면에 흥미나 호기심, 자기만족, 몰입의 즐거움 등 내면의 동기에 의해서 무언가를 할 수도 있다. 이렇듯 내부 동기가 강할 때 창의성이 발휘된다. 사람들은 외부 요인 때문에 무언가를 할 때 그것을 ‘일(work)’로 느끼지만,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할 때는 ‘놀이(play)’로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키고 관리하고 통제하는 데는 너무나 익숙하지만, 스스로 좋아서 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데는 서툴다. 단순하고 계량적인 성과만 높일 뿐 창의성이 자라날 토양 자체가 없는 것이다.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창의적 환경을 만들 때 개인과 사회 전체의 창의성이 높아진다. 지금은 천재를 찾아 헤맬 것이 아니라 창의적 상황을 조성하는 데 주력할 때다.
창의성은 과정이다 - 창의성의 본질을 새롭게 규명한다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타고난 자질이나 성향인가? 학습으로 획득하는 사고기법인가? 환경에 의해 축적된 사고방식인가? 그 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든 우리는 창의성에 관한 깊은 오해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창의성이 사람의 내면에 이미 존재하는 그 어떤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IQ평가 비슷한 심리평가를 통해 한 사람의 창의성을 측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엄격히 말해 창의성은 선제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특정한 과업에서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사후적으로 발생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즉, 창의성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현’되는 것이다. 성격이나 능력이 아니라 ‘과정’이다. 사람의 내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활동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그러면 창의적 결과물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기발’하면서도 ‘적절’한 것이다. 그리고 이때 과업은 기계적 연산이 아니라 발견이어야 한다.
창의성 평가도 마찬가지이다. 심리평가나 환경평가, 행동평가와 같이 사람에게 내재된 속성을 파악하듯이 창의성을 평가할 수 없다. 창의성을 평가할 때는 발견을 다루는 창의적인 과업의 결과물을 적합한 관찰자들이 평가하여 합의하는 ‘합의 평가’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기서 적합한 관찰자란 해당 분야에 정통한 사람들을 말한다. 따라서 창의성은 적합한 관찰자들이 창의적이라고 평가한 결과물이나 대답의 특성, 그 결과물이나 대답이 만들어지는 과정으로 간주할 수 있다.
거액의 보너스?명예?체계적 관리가 억압이 된다면?
창의적 성과에 대해서 거액의 보너스를 미리 약속하면 충분한 동기유발이 되지 않을까? 적절한 평가를 통해서 정당한 평가를 해주며 칭찬하면 어떨까? 마감시한을 정해주고 업무를 과학화하고 경쟁을 유도하는 방법은 어떨까? 이런 방법은 언뜻 보면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요인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는 심한 압박감에 시달리며, 집필에 매진하지 못했다. 노벨상을 수상하고 찬사를 받은 과학자들은 대체로 그 이후에 새로운 업적을 내놓지 못했다. 아인슈타인은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독일식 학습 프로그램에 적응하지 못했다. 창의성 실현에 관한 다양한 실험 결과도 마찬가지다. 외부에서 오는 동기유발 방법으로는 창의력을 높일 수 없었다.
외부로부터 주어진 요인에 의해 동기를 부여받은 사람들은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데 치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시 말해 보상을 얻거나 마감 시간을 준수하거나 타인의 인정을 받거나 전문가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과업 자체의 즐거움이나 몰입은 뒤로 물러나고, 제약과 억압이 작용한다.
외부 요인은 연산 작업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창의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는 부정적이다. 창의적 해결책을 도출하려면 목표에서 잠시 ‘물러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부차적인 과업과 환경 요소에서 눈을 돌려야하는 것이다. 좁은 시야로 목표를 추구할수록 많은 대안을 탐색하기 힘들어진다
어떤 과제에서 창의성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첫째, 해당 과업 분야의 기술, 둘째 창의성과 관련된 기술, 셋째, 과업 동기라는 요소가 필요하다. 그것은 문제나 과업의 등장, 준비, 해답 도출, 해답 검증, 결과라는 5가지 순환적 단계를 거쳐 이루어진다. 해당 과업 분야의 지식은 준비와 검증의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하고, 창의성과 관련된 기술은 특히 해답 도출 과정에서 큰 작용을 한다. 일반적으로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적 사고, 새로운 인지경로 탐색, 복잡성에 대한 이해, 여러 대안에 대한 개방성, 판단의 유연성, 폭넓은 범주 사용, 기존 알고리즘에서 탈피 등이 창의성과 관련된 기술이다.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동기’다. 특정 과제에 어떤 동기로 임하느냐는 과정 전체에 영향을 끼쳐 결과의 방향을 결정지을 뿐 아니라, 관련 분야의 기술을 이용할 때에도 창의성과 관련된 기술을 동원할 때에도 중요한 동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부여된 동기는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 효과적이지 못하고 내부 동기가 강할 때 창의성이 실현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논지다.
내부 동기의 극대화, 외부 동기의 적절한 사용 - 창의성 실현의 열쇠
그렇다면 언제 창의성이 발휘되는가? 내부 동기가 강할 때, 즉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할 때이다. 흥미, 호기심, 만족, 몰입, 자기 통제감이 충만할 때 창의적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 피카소, D. H. 로렌스, 찰스 디킨스와 같은 예술가들의 회고를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바로 “호기심과 자기표현에 의해 동기가 부여되며, 작업에 열중하느라 다른 일을 모두 잊고, 혼자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작업을 통해 교훈을 얻고자 하며,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내부 동기가 충만한 상황에서 창의적 걸작들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외부적 요인이 없을 수는 없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외부 요인이 제약 조건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스티븐 킹은 “돈을 좋아하지만, 글을 쓰는 동안에는 돈 문제를 잠시 잊고, 집필의 즐거움에 몰두한다”고 말했다. 외부 요인의 영향력을 줄여, 그것이 내부 동기를 약화시키지 않도록 하고, 내부 동기를 극대화하는 것. 그것이 높은 수준의 창의성을 실현하는 방법이다.
평가가 존재하지만 그것을 덜 의식하도록 격려하고, 성과 보상에 얽매이지 않도록 결과보다는 노력에 대해 보상하며, 일률적 기준에 의한 경쟁과 승리보다는 실험과 다양성을 독려하고, 개인 내면의 즐거움에 관심을 갖는 사회적 환경이 개인이 창의성을 실현하도록 돕는다.
테레사 아마빌레는 가정, 학교, 직장에서 창의력을 높이는 구체적인 환경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그것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① 창의적인 학교 : 교사나 프로그램의 통제력이 약하고 개인별 맞춤 교육을 중시하는 열린 방식의 교육이 전통적인 교육 방식에 비해 창의성을 더 강화할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의 독립성을 장려하는 대학 교육 환경이 창의성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인슈타인의 창의성은 스위스의 열린 환경에서 만개했다. 상대성 이론의 모형이 된 아이디어가 이 시절에 나왔다고 한다.
② 창의적인 직장 : 직원들이 일을 주도할 수 있도록 권한 위임이 잘 된 직장이 높은 창의성을 나타내었다. 이런 직장은 관리자의 개입 수준이 낮고 자기 주도성과 독립성이 높은 문화적 특징이 있다. 창의적 성과를 원하는 직장이라면 직원들이 평가에 연연하여 좁은 시야를 갖지 않도록 실패에 관대해야 한다. 고용 안정성이 높을수록 창의성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③ 창의적인 가정 : 통계적으로 외동이나 맏이가 창의력이 높은데 이것은 가족의 특별한 관심을 많기 때문이다. 부모가 권위적이거나 제한적이지 않고, 독립심을 권장하고, 자녀에게 일정거리를 두는 경우 자녀의 창의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특정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에 대해 강요할수록 자녀들의 창의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