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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이전에 음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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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 | 시사IN북 | 2017년 04월 01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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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저자 소개

<시사저널> 열혈 정치부 기자, 취재1부장을 거쳐, <시사저널> 편집장,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을 지내며 23년을 기자로 살다가, 남들이 다 말리는 ‘미친 꿈’에 빠져 길 내는 여자가 되었다. 나이 쉰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홀로 산티아고 길 800킬로미터를 36 일간 밟으면서 순례에 나섰다가 그 길 위에서 문득 고향 제주를 떠올리게 된다. 제주의 구석구석을 느리게 걸어 여행하는 제주올레길은, 여행자들이 제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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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길 이전에 음식이 있었다

길을 내는 여자, 서명숙 제주 올레 이사장의 새 책이 나왔다. 그녀에게 인생의 화두는 세 가지였다. 글, 길, 그리고 맛. 그 중에서 가장 오래된 열망은 맛난 음식을 먹고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길이 아니라 음식이다. 냠냠 공주, 혹은 먹보 여왕으로 불리는 그녀의 식탐은 유별나다. 맛있는 먹거리에 목숨을 거는 형이다. 치사하고도 집요하게 매달린다. 그녀의 사전에는 다이어트란 없다. ‘가버린 끼니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좌우명 아래 삼시 세 끼를 꼬박 챙겨 먹는다. 초치기 마감에 시달리던 기자 시절에도 끼니만큼은 대충 때우는 법이 없었다. 배 아픈 것은 참아도 배고픈 것은 못 참는다.

어렸을 때 제주에서, 기자 시절 전국을 누비며, 제주올레 이사장으로서 전 세계 곳곳을 돌며 맛본 음식에 관한 에피소드를 이 한권에 담았다. 그녀는 놀랍도록 뛰어난 기억력으로 수십 년 간 먹었던 잊지 못할 음식에 관한 추억을 재생해낸다. 그동안 시중에 나온 ‘음식 책’에 대한 아쉬움이 있던 터였다. 남자들은 주로 어머니가 해주던 음식과 맛집에서 먹은 음식 에세이를, 여자들은 주로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정성껏 만들어온 음식 조리법을 쓰는 식이었다. 그녀는 남자들 못지않게 이것저것 맛보면서 세상을 떠돌아 다녔고, 대한민국 여성으로서는 평균 이하지만 남자보다는 음식을 많이 만들어 봤다. 그래서 오랜 동안 나만의 음식책을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키워왔다.

이 책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큰 웃음과 미소, 감동과 눈물이 있다. 어려서부터 맛있는 것에 목숨을 걸었기 때문에 기상천외한 사건에 휘말렸던 얘기가 깨알 같다. 한반도 최북단 함경도 출신으로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나 제주에 흘러 들어와 평생 다시는 고향 땅을 밟지 못했던 아버지 서송남 씨가 즐겼던 그리운 이북 음식들. 소풍날 비린 갈치 토막을 싸갖고 왔던 초등학교 같은 반 남자애. 감옥에서 라면 한 봉을 수줍게 건넸던 소년수. 스물일곱에 죽은 중학교 동창 은숙이. 어려서는 코를 싸쥐며 도망치기 바빴지만 임신해서는 주식으로 삼았던 소울푸드인 자리젓과 몸국. 기자 시절 광화문통에서 맛집을 찾아다니며 그곳 여사장들과 진한 우정을 나눴던 이야기. 산티아고 길에서 일본과 스위스와 네팔에서 정 많은 사람들과 나눴던 음식. 제주올레 이사장이 돼 다시 고향에 돌아와 만나게 된 진정한 음식과 삶의 고수들. 그녀는 이 책에서 음식이 아니라 인생을 이야기한다. 웃음과 눈물과 감동을 먹을거리와 한데 버무렸다.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이 책을 읽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낄낄대다가도 갑자기 눈물을 펑펑 쏟는 수가 있어 맛이 간 사람처럼 비칠 수 있다.

그녀는 제주올레길을 만들면서 길은 치유이자 화해이자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책을 쓰다 보니 음식 또한 그랬다. 한 끼의 밥, 한 그릇의 우동이 사람의 인연을 맺어주고, 해묵은 증오를 누그러뜨리고, 오랜 설움을 풀어주었다. 단 한 번의 식사가 인생을 바꾸어 놓기도 했고,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식탐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빼어난 예술과 풍광을 탐하듯, 맛난 음식에 끌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비싼 보양식을 밝히거나, 무조건 많이, 빨리 먹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이다. 진정한 식탐은 제대로 만든 제철 음식을, 마음이 맞는 이들과 더불어, 최대한 즐기려는 마음에서 온다. 그녀는 말한다. 식탐은 아름답다고.

표지와 삽화는 저자의 초등학교 동창인 중견 화가 한중옥씨가 그렸다. 서귀포의 한 허름한 아틀리에에서 37년간 크레파스로 제주의 자연과 사람을 담아내는 작업을 고집스럽게 해오고 있는 전업 작가이다. 작가의 격조 있는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또다른 재미이다.

서명숙 “식탐은 내게 삶을 향한 열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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