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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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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걸음

한 번에 한 걸음씩, 기적을 찾아 떠난 산티아고 길

순진 글, 사진 | 샨티 | 2010년 04월 10일 리뷰 총점9.2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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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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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0년 04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532g | 148*210*30mm
ISBN13 9788991075603
ISBN10 899107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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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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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저자 : 순진 順眞
진실을 따르는 사람. 본명은 김수진이다. 대학에서 영화 만들기를 공부했고 졸업 이후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쓰며 학교에서 아이들과 영화 수업을 해왔다. 인생의 마법과 기적을 믿으며 여행과 이야기, 친구를 아주 좋아한다. 자유롭고 평화로운 사람이 되고 싶고 세상이 따뜻해지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삶으로 빚어내는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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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332, '까미노의 기적 중에서' 중에서

출판사 리뷰

20년 동안 앓아온 발목 통증을 보듬고
산티아고를 향해 자신만의
진짜 기적을 찾아 떠난 영혼의 순례기

인생의 마법과 기적을 믿는 그녀, 세상에서 가장 느린 걸음으로 산티아고를 걷다!


인생의 마법과 기적을 믿으며, 여행과 친구, 이야기와 영화를 좋아하는 순진. 어린 아이처럼 사소한 것에도 놀라워하고 자주 소리 내어 웃으며, 엉뚱발랄한 행동으로 주위를 환하게 하는 그녀가 20년 동안 암과 같은 강도의 발목 통증을 앓아왔다는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는다. 열 몇 살 이후로 달리기를 해본 적이 없고, 꽃다운 사춘기를 집과 병원을 오가며 보냈으며, 십수 년 동안 통증으로 인한 불면의 시간을 보냈다. 병원에서 “두 달 뒤 심장이 멎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뒤로는 중요한 삶의 선택을 할 때마다 “두 달 뒤에 내가 죽는다면……”이라는 가정을 하게 됐다.
유럽의 3대 성지 중 한 곳인 스페인의 산티아고.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순례길인 ‘까미노.’ 그 길은 순진에게 ‘나도 언젠가 저 길을 걸어보았으면’ 하고 마음속에 오랫동안 소망을 품어온 열망의 길, ‘어쩌면 그 길 위에서 다리 통증이 치유될지도 모른다’고 믿은 기적의 길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8년을 소원하고 기다린 끝에 보통 사람들이 한 달여 만에 걸어내는 길을 석 달에 걸쳐 걷는다. 그러나 절실하게 원했던, 발목의 고통이 씻기는 기적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니, 그런데 그녀는 또 기적이 일어났다고도 말한다. 그녀가 발견한 까미노의 진짜 기적은 무엇일까?

나는 까미노에게 내 소개를 했다. 나는 누구고 어디서 왔으니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하늘과 땅과 숲과 나무와 돌과 달팽이 모두에게 드렸다. 이 모두의 도움 없이는 산티아고는커녕 다음 마을까지도 못 간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까미노를 알리는 표지석이 나타날 때마다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드렸다. 나무 덤불을 헤치고 나갈 때는 나무에게 양해를 구했다. (미쳤지, 이런 델 오고 싶어 하다니!_p. 32)

검은 민달팽이 한 마리가 길 위에 나와 있다. 문득 달팽이가 느리다거나 내가 빠르다는 건 진실과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엔 자기만의 속도가 있기 때문이다. 달팽아 너는 네 속도로, 나는 내 속도로 가자. 그럼 우린 잘 가는 거다! (통곡하며 걸은 새벽_p. 46)
길에서 만난 달팽이와도 대화를 나누고 작은 들꽃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순진. 작고 섬세한 것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발견하고 평범한 자연 현상도 낯설게 볼 줄 아는 그의 성숙하고 애정 어린 시선을 통해 새삼스레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혼자 있는 동안에도 우리는 주변의 모든 자연과 사물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기에 실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 어떤 멋지고 놀라운 삶의 진리가 아주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발밑의 달팽이가 들려줄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 삶의 지혜와 진리는 까미노의 ‘특별한’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생겨난다.

평범한 백인 가정에서 자란 리엔은 사랑하는 가족들이 자기가 레즈비언이기 때문에 불행해하는 게 가슴 아프다고 했다. 자신이 레즈비언이란 사실을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무엇보다도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자신이 제일 용서하기 힘들다고 했다. 한참 동안 나는 아무런 대꾸를 해줄 수 없었다. 그래, 리엔. 하지만 정말 큰 문제는 남자를 사랑하느냐 여자를 사랑하느냐가 아니라 어쩌면 아무도 사랑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너는 대단한 걸 하고 있는 거야.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울고 넘은 용서의 고개_p. 54)

오늘 내 옆에는 다른 마을에서도 몇 번 만난 적 있는 트랜스젠더 할머니가 드셨다. 누가 보아도 한눈에 남자로 보이는 그녀에겐 여자 같은 가슴과 풍만한 엉덩이가 있었다. 뽀얀 살결에 분홍 립스틱, 앙증맞게 달랑이는 귀걸이, 유난히 작은 배낭을 메고 사뿐사뿐 걷는 그녀가 처음에는 무척 어색했다. 그녀의 ‘차이’는 너무도 눈에 잘 띄었기에 속옷 위로 젖가슴과 페니스가 동시에 드러난 그녀가 여자 숙소를 드나들 때 불쾌한 기색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내 눈에는 그 사람이 예뻐 보인다! ……그래, 그녀도 나도 그저 다를 뿐이다. 우린 다 똑같이 우주의 작품이다. 우린 다 똑같이 아름답다. (다 똑같이 아름답다_p. 165)

산티아고에서 만난 기적―아픔과 고통을 주는 몸 속에 얼마나 많은 기쁨과 희망이 함께 있는가

처음 본 사람과도 마법이나 우주, 별,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유쾌하고 진지하게 나누는 그녀, 하품하는 사람의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거나 철지난 개그를 하고, 오래된 만화 주제가를 씩씩하게 부르며 걷는 천진함으로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도 하는 그녀. 그래서 순례길에서 만난 많은 이들은 그녀를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기쁨과 행복을 나눠주는 어린아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덩달아 행복해지는 것은 어린 아이 같은 마음으로 순수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을 닮아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연과 사람 속에서 언제나 풍요로운 사랑을 발견할 줄 아는 그녀이지만 아픈 다리 때문에 등산 한 번 해본 적이 없는 그녀에게 순례길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기 힘든 고통의 길이었다. 진통제를 먹고도 낫지 않는 통증을 붙안고 내일을 기약하기도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걸어낼 수 있었던 것은 그녀를 응원해 준 길 위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어제 성당에서 볼프함을 만났다고 하니까 산드라는 하루 50킬로미터를 걷는 볼프함이랑 하루 10킬로미터 겨우 걷는 내가 지금 같은 도시에 와 있는 게 신기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누가 조금 더 빠른가 느린가에 상관없이 우린 결국 제때에 목적지에 닿게 된다고 말했다. …… 산드라는 내 눈을 보며 말했다. “순진, 너는 네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사람이야.” (느리지만 넌 항상 목적지에 닿지 않니_p. 114)

모두들 어디론가 달리고 있는데 나만 함께 달리지 못하는 것 같아 때로는 그 다름이 두렵다고, 그래서 내가 외계인처럼 느껴진다고 하니 노부요 아줌마는 말했다. “좋아! 너는 계속 외계인으로 살아나가는 거야! 두려워할 것 없어!” 그래. 나는 외계인이다. 그러니 생긴 대로 살자. 외계인은 외계인 방식대로 살면 되는 거다. (다 똑같이 아름답다_p. 165)

고통이 있다는 건 살아있다는 증거, 그래서 넌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씩 내딛는 순진. 그녀는 그렇게 꼭 산티아고 길을 완주해야 한다는 조급증과 부담감을 떨쳐내며 자신 속에 원래부터 간직돼 있던 힘을 발견해 나아가게 된다. 이렇게 때론 개구지게, 때론 눈물겹게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노라면 우리는 아픔과 고통을 주는 몸 속에 얼마나 많은 기쁨과 희망이 함께 숨어 있는지 깨닫고 놀라게 된다. 그런 앎은 바로 기적처럼 우리에게 다가온다.

나는 해롤드 할아버지에게 까미노 이후에 삶이 변했느냐고 물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할아버지는 고개를 저으셨다. 하지만 캐나다, 오스트리아, 프랑스, 홀란드, 한국, 노르웨이와 호주, 각기 다른 일곱 나라에서 온 일곱 사람이 이렇게 한 식탁에 앉아 서로를 이해하고 나누고 소통하는 것이 까미노의 매력이라고 하셨다. 죽은 아내와도, 사랑하는 손녀와도 걷지 못했지만 이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따로 떨어진 개인이 아니라 커다란 전체의 일부로 느껴진다고 하셨다. (순례자들과의 만찬_p. 40)

이제 나는 전처럼 ‘왜’냐고 묻지 않게 되었다. 왜 착한 사람들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는지, 왜 내가 이런 통증을 겪어야 하는지, 왜 세상이 이 모양인지를 따져 묻지 않게 되었다. 글쎄다, 그냥 그런 것은 이제 궁금하지 않아졌다. 때로는 여전히 삶의 부조리에 화가 날 때도 있지만 이제 나의 관심사는 ‘왜’가 아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무얼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되는지, 그게 궁금할 뿐이다. (까미노의 기적 중에서_p. 332)

여행 전 문득 떠오른 말, ‘진실을 따르는 걸음’, ‘순진, 한 번에 한 걸음만 가자!’는 뜻의 ‘순?진?한?걸?음’을 마음에 새기며 까미노의 사람과 자연을 통해 진실한 만남과 아름다운 체험을 경험한 순진은 그녀만의 ‘진짜’ 기적을 발견한다. 순진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 고생을 사서 하는 걸까 싶다가도,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모두들 한 번쯤 살아보고 싶어 하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 안에 있는 ‘가진 것이 없어도 서로 나누는 마음, 타인과 상대방의 선의에 나를 내맡기는 마음’이 만들어내는 기적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길에 오지 않아도 모두가 그렇게 살게 될 날을 꿈꾼다. 그것이 바로 천국일 거라고.
순진은 언젠가 책을 만드는 중에 “산티아고에 가지 않았어도 우리 모두가 실은 까미노 길 위에 서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산티아고 여행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이지만 산티아고 여행 책이 아닐 수도 있다. 인생의 축소판 까미노 길 위에서 삶을 살아가며 겪게 되는 사랑과 아픔, 만남과 헤어짐, 실수, 용서, 깨달음 등을 대하는 순진의 성숙하고도 어린 아이 같은 시선을 통해 삶의 지혜와 행복을 얻게 되면, 그곳이 어디든 각자의 여행을 떠나게 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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