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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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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 문학동네 | 2010년 04월 08일 리뷰 총점8.1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4점
편집/디자인
4.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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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0년 04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404쪽 | 657g | 153*208*30mm
ISBN13 9788954610780
ISBN10 8954610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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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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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작가 한마디 인생의 중요한 결단이란 불시에 찾아들어 남모르게 치러지는 정신적 엑스터시와 같다. 그가 코앞에 있는 수건을 흔든다고 해서, 그 수건이 빨간색인가 하얀색인가 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는 없다. 입술을 꾸욱 다물고 힘껏 시위를 당긴 방향, 화살이 날아가는 방향이 중요한 것이다.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남대천과 동해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17세 때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에 매혹되어 도스토옙스키, 카뮈, 바르뷔스, 엘리엇, 릴케, 보들레르의 작품을 찾아 읽으며 자기만의 독서목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특히 니체, T. E. 로렌스, 카프카의 영향을 받아 실존적 화두에 몰두한 것이 계기가 되어, 문학을 통해 구도(求道)의 길을 닦아왔다. 23세 때부터 독립해서 직장생...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남대천과 동해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17세 때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에 매혹되어 도스토옙스키, 카뮈, 바르뷔스, 엘리엇, 릴케, 보들레르의 작품을 찾아 읽으며 자기만의 독서목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특히 니체, T. E. 로렌스, 카프카의 영향을 받아 실존적 화두에 몰두한 것이 계기가 되어, 문학을 통해 구도(求道)의 길을 닦아왔다.
23세 때부터 독립해서 직장생활을 했고, 퇴근 후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68년 《사상계》에 「교(橋)」로 입선하고, 1969년 《월간문학》에 「나와 ‘나’」로 당선하여 문단에 데뷔했다.
1983년 「먼 그대」로 이상문학상, 1990년에 「사다리가 놓인 창」으로 연암문학상을 받았다. 《한국문학》 《문학사상》 편집장을 지냈고 한신대 사회교육대학원, 추계예술대에 출강했다. 현재 이상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과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신진 작가 발굴과 문학 발전에 힘쓰고 있다.
40대 때부터는 많은 시간을 여행을 하면서 보냈다. 지금까지 50개국 165개 도시를 찾아다녔고, 2008년에 산티아고 가는 길을 40일간 걸었다. 걸으며 묵상하고, 낯선 도시의 골목길을 배회하는 것을 즐기며, 춤추는 것이 취미이다.
소설집 『사막을 건너는 법』 『타인의 우물』 『시인과 촌장』 『사다리가 놓인 창』 『먼 그대』와 장편소설 『꿈길에서 꿈길로』 『시간의 얼굴』 『그리운 것은 문이 되어』, 산문집 『내 마음의 빈 들에서』 『안쪽으로의 여행』 『내 사랑이 너를 붙잡지 못해도』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돈 키호테, 부딪혔다, 날았다』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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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이상문학상 수상작가 서영은
유언장을 썼다.
말없이 떠났고, 끝없이 걸었다.


어느 날, 우리 문단의 중심에 서 있던 소설가가 홀연히 사라졌다.
도시를 떠난 그의 영혼이 타박타박 가 닿은 곳… 산티아고!
그 길 끝에서 건져올린 생애 가장 뜨겁고 성스러운 이야기

소설가 서영은.
세상은 그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억한다. 누군가는 그를 30살의 나이 차를 뛰어넘어 우리 문단의 거목인 소설가 김동리와 결혼했던, 그리고 그의 마지막을 지켰던 ‘김동리의 세번째 아내’로 기억한다. 또 누군가는 지난 시절 혜성같이 나타나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을 휩쓸었던 폭발적인 필력의 여성작가로, 또 어떤 이는 이제 영예로운 자리에서 수많은 후배 문인들을 발굴하고 북돋아주는 원로문인으로 기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에 대해 조심스럽게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서영은’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낙타’를 떠올린다.
소설 「먼 그대」에서 여주인공 문자를 통해, 작열하는 태양 아래 사막을 걷는 불사(不死)의 낙타처럼, 생의 온갖 고통을 견뎌내다 마침내 그 고통을 넘어선 희열과 초월의 경지에 이른 준열한 인간상을 선보이며, 유례없는 충격과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작가 서영은.
이 작품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중심에 선 그는, 이후 명예로운 자리에서 후배 문인들과 세인들의 존경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살아가는 듯 보였다.
그러던 2008년 9월, 그가 돌연 모습을 감췄다. 유수한 시상식 자리에서도, 언론사 기자들의 집요한 전화벨 소리로부터도 그는 홀연히 사라졌다. “내 문학이 있을 자리는, 제 몸을 아무리 부딪쳐도 삶이 양지로 변하지 않는, 또는 끝내 양지쪽으로 자리를 옮길 수 없는 비통한 증거”이자 “다 해진 구두가 있는 자리”라는 말과 함께.
누군가는 그에게 “도망가시는군요?”라고 했다지만, 그는 그 어떤 변명도,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자신, 스스로 한 마리 낙타가 되어 성지 산티아고를 향해 타박타박 걸어갔다. 이 책은 도시와 속세로부터 벗어나 다시금 간절하게 자기 자신을 찾고자 소원한 한 여성작가의 절실한 기도이자, 순례길 위에서 온몸으로 쏟아낸 땀과 눈물의 기록이다.

“이제, 아무 일도, 그 누구도, 고독해지려는 나를 막을 수 없으리라”
고독하라, 죽을 만큼!

그가 길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것은 2008년, 그의 나이 66세였다. 지금까지 생에서 쌓아온 것을 미련 없이 놓아버리기엔 두려운 나이. 만약 익숙한 자리에 그대로 머문다면 그는 전처럼 “사회적 명사라는 사람들과의 어울림”을 유지할 수 있고, “각종 행사에 불리어 나가 가슴에 꽃을 달고 단상에 올라 몇 마디 축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며, 그것이 비단 “도회적 웃음으로 위장된 거래”라 할지라도, 나이에 걸맞은 적당한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를 목마르게 한 것은 그가 ‘작가로서의 길’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 있다는 뼈아픈 자각이었다. 그 자각은 한 신춘문예 심사 자리에서 시작되었다.

그 순간 나는 작가로서 내가 있어야 할 곳을 너무 멀리 떠나와 있는 것을 느꼈다. (…) 생활비를 얻기 위한 방편으로써 심사에 참여하는 것이라면, 한 번이나 두 번으로 족했다. 그 이외의 것은 사양했어야 했다. 나는 왜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일까? 내가 뿌리치지 못한, 내 안의 더 내밀한 속임수는 무엇이었을까?
(…) 나는 가방을 열어 심사비가 들어 있는 봉투를 테이블 위에 꺼내놓았다.
“이 작품이 당선작이 된다면, 저는 심사위원직을 사퇴하겠습니다. 이 작품을 뽑기 위해 심사위원이 된다는 것은 제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순간 좌중에 썰렁한 침묵이 감돌았다. 그것은 작품에 대한 얘기가 아니었다. 내가 나 자신에게 하는 선언이었다.
인생의 중요한 결단이란 불시에 찾아들어 남모르게 치러지는 정신적 엑스터시와 같다. 그가 코앞에 있는 수건을 흔든다고 해서, 그 수건이 빨간색인가 하얀색인가 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는 없다. 입술을 꾸욱 다물고 힘껏 시위를 당긴 방향, 화살이 날아가는 방향이 중요한 것이다. (16~18쪽)

그는 “인생에서 두 번의 큰 위기를 ‘걷기’로 극복해낸 경험”이 있었다. 1983년 전후 경제적인 문제와 가족문제로 건강마저 무너지려 할 때, 그는 산행과 명상으로 헝클어진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펜을 들었다. 「황금 깃털」 「산행」 「먼 그대」 등 그의 대표작들이 이즈음에 쓰였다. 1990년 남편 김동리가 갑자기 쓰러져 그를 둘러싸고 일대 소요가 일었을 때, “고개만 돌려도 죽음이 곁에 있”어 “생을 유지하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훨씬 쉬워 보였”던 그때에도 그는 말없이 걸었다.
인생의 중요한 결단을 요구하는 시기. 이번에도 그가 택한 방식은 ‘걷기’, 그러나 목적지는 산이나 인근의 거리가 아니라 신과 ‘진짜’ 자기 자신에게 가 닿고자 하는 이들이 맨몸으로 떠나는 순례길, 성지 산티아고였다.

“산티아고는 길이며 숲이고, 낙엽이며 바람이다”
생의 고통을 견디게 하는 ‘걷기’의 모노드라마

산티아고 가는 길에는 앞서 간 순례자들이 그려놓은 노란 화살표가 반딧불처럼 사람들을 성지로 인도한다. 순례자의 상징인 크리덴셜 카드를 품에 지니고, 각 숙소마다 도장을 찍으며 이동하는 순례자.
서영은은 이 길을 ‘치타’라는 예명의 동행과 함께 걷는다. 그의 손위 제자인 치타는 때로 그에게 지팡이가 되어주려 하고, 때로는 그에게 사치스럽고 순례자의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고 힐난하며 속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길 끝에서 그는 치타가 자신을 ‘자매’나 ‘모성애적 사랑’으로, “자랑하고 싶은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음을, 길에서 그가 남에게 ‘머슴애’처럼 보이는 것조차 싫어 끝없이 그를 관찰하고 돌보고 싶어했음을 깨닫는다.
그 길에서 그는 진정 홀로 되었다고 느꼈으나, 동행은 물론 세상만물이 서로 연대하여 그의 길에 고요히 화살표를 놓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길 위에서 끝없이 경탄하고, 쉼 없이 기록한다. 그 길을 비추던 햇빛과 지워질 듯 지워지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 늘 새로이 덧그려지는 노란 화살표의 마법 같은 재생에 대하여. 그리고 알베르게 숙소에 서로의 빨래를 널어놓으며 스쳐간, 저마다 언어도 다르고 길을 떠난 사연들도 다르지만 지금 이 순간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이름 모를 사람들에 대하여.
때로 노란 화살표를 찾지 못해 빗속에 혼자 길을 잃기도 하고, 약 한 알 구하기 힘든 길 위에서 며칠 동안 독하게 앓기도 하지만, 그는 결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때로는 힘겹게 때로는 환희 속에서 내딛은 걸음걸음이 모여 마침내 그는 산티아고 성지에 도달하고, ‘산티아고 순례’와 ‘걷기’에 관한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깨달음을 얻는다.

산티아고는 길이며 숲이고, 낙엽이며 바람이다. 걷기는 자연과 대지의 신비를 탐색하는 모노드라마이다. 그 드라마는 수고와 기쁨의 양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수고이면서 동시에 기쁨이 되는 것이 걷기이다. 다리가 수고하면 가슴에는 기쁨이란 이슬이 맺힌다. (…)
길을 걷다보면 한 걸음 이전과 한 걸음 이후가 ‘변화’ 그 자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걷는다는 것은 움직이는 세상을, 움직이며 느낀다는 것이다. 멀리 있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풍경을, 앞으로 끌어당겨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사물로 바꾸는 것이다.
순례자는 자기 삶이 속해 있던 ‘내 것’의 축에서, 걷는다는 지극히 반문명적인 방법으로, ‘내 것’ 밖의 축을 향해 이동해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이동을 이끄는 것이 화살표이고, 그 화살표는 성지 산티아고에서 끝난다. (119~127쪽)

“내가 지나온 길이 이토록 아름다웠구나…”
김동리의 아내, 그 지워지지 않는 화인 혹은 기억에 관하여

한편 길을 걸으며 그는 지난 시간 그를 옭아매고 아프게 했던 온갖 인연들을 속속들이 떠올리고 길 끝에 이르러 그 기억들마저 미련 없이 벗어던진다. 서른 살 연상의 남편이었던 소설가 김동리와의 애틋하고도 가슴 시린 인연. 이미 부인이 있던 그가, 우리 문단의 거목으로 불리던 그가 현실의 높디높은 벽을 뛰어넘어, 또 30살의 나이 차이를 거슬러 그의 집으로 넋 나간 사람처럼 훠이훠이 찾아들어왔던 날들. 마침내 김동리의 세번째 아내가 되어 한 집에서 살게 되었으나 채 삼 년이 못 되어 투병을 하다 사망한 김동리…… 길 위에서 그는 김동리와의 애잔하고도 아픈 기억들을 털어놓는다.

김동리와 결혼을 하고 나서도 나는 한 번도 내가 그의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호적상에 엄연한 그의 세번째 아내였지만 나는 여전히 그의 여자가 아니었다. 수많은 날들 저편에서 그는 항상 내 사는 집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린 감춰진 남자였다.
(…) 김동리를 만난 지 3년째 되던 어느 해 정월, 교통이 끊길 정도로 눈이 많이 내렸다.
나는 김동리의 수필집을 보다가 연인을 그리워하는 한시(漢詩)를 인용한 부분이 너무 좋아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공중전화로 가서 전화를 했다. 손소희 선생님이 전화를 받았다. 그냥 끊고 집으로 돌아왔으나 끓어오르는 그리움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생각다 못해, 그 시를 종이에 써서 봉투에 넣어가지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용두동에서부터 신당동까지 걸어서 가는데 눈이 어찌나 많이 쌓였는지 걸음을 옮기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마침내 김동리의 집 앞에 이르렀을 때는 조금 이르긴 해도 외등이 켜져 있었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틈에 나는 외등 전봇대 밑의 눈을 파헤치고, 또 흙을 파헤치고 가지고 간 봉투를 거기에 파묻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흙으로 덮고, 눈으로 덮고 나서 되돌아섰다. ‘이 담장 안에 내 연인이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가는데, 내 발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어, 그때 마침 손소희 선생님이 밖으로 나와 본다면, 어떤 발자국이 문 앞에서 끊긴 것을 수상하게 여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가는 길에 공중전화를 보고 안으로 들어가서 전화를 했다. 다행히 그분이 전화를 받았다.
“제가 지금 집 앞 전봇대 아래 편지를 파묻어놓았으니 나가서 보세요.”
“알았어.”
하는 목소리가 이미 한 옥타브 높아져 있었다. 나는 그분이 그 봉투를 눈 속에서 파내서 꺼내어본 소감을 그 다음날 회사에 출근한 뒤에야 들을 수 있었다. 자취방에 전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322~325쪽)

그는 스스로 “나는 김동리란 거물의 온갖 것들, 그의 갈증, 외로움, 정염, 모순, 인색함 등 온갖 인간적인 것들을 붙잡고 씨름해온 사람”이라고 말한다. 쉽사리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사람에게 곁을 주지 않는 것은 남편 김동리가 그에게 남긴 유산이다.
산티아고 길 위에서 길었던 김동리와의 사랑과, 그에 반해 너무도 짧았던 아내로서의 삶을 고통스럽게 또 행복하게 회고한 그는 서울로 돌아와,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김동리의 유품과 그가 남긴 문학자료들을 모두 기증했다.

“No pain, No glory!”
영혼의 부름을 따라 걷는 모든 이는 순례자다
작가 서영은은 이 순례길 위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갈구하고 기다리던 초월적 존재와 직접 맞닥뜨리는 기적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한다.
어느 날 우연히 길 위에서 신과 마주친다면, 당신은 무엇을 소원하고, 무엇을 기도할 것인가. 그는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순례길 한가운데에서 홀로 초월적 존재를 직접 보고 만졌을 때의 성스러운 경험과 함께, 그후 자신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내면의 변화들을 특유의 아름답고 섬세한 문장에 녹여 써내려갔다.
산티아고로 향하는 길 곳곳에는 ‘No pain, No glory’라는 표어가 박혀 있다고 한다. 그가 젊은 시절 일찍이 통찰하여, 끝 간 데 없는 생의 고통을 도리어 힘으로 승화시켜 살아가는 ‘문자’를 탄생시켰듯, 고통 없이 얻을 수 없는 영광, 고통 없이는 결코 이를 수 없는 희열의 경지란, 분명 있다.
책 출간에 즈음하여 그는 ‘지금까지 내가 펴낸 다른 모든 책은 잊어주어도 좋으니, 이 책만은 꼭 읽어달라’고 세상 사람들에게 당부했다.
한 여인이 유언장을 남긴 채 온 생을 걸고 따라갔던 순례자의 길, 산티아고. 이 책에는 자신을 얽어매던 인연의 사슬을 끊어내고 자기 주위를 공고하게 감싸고 있던 권력과 속세로부터 초탈하기 위해, 한 인간이 가진 것들을 하나하나 내려놓는 마음의 여정이 길 위에 진하게 녹아 있다.

나는 소설가로서 적지 않은 소설들을 발표해왔다. 하지만, 이 책은 이전에 내가 출간한 어떤 책하고도 같지 아니하다. 이 책에 허구적인 것은 단 한 가지도 없다. 나는 노란 화살표를 따라 길을 걸었고, 그 화살표가 가리킨 곳에서 나를 벗어던졌다.
그 결과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 내면적 변화를 이끈 초월적 존재를 보고 만졌기 때문에 그 기쁨을 같이 나누고 싶다.
또한 이 책은 내가 지나온 길마다 등불처럼 놓여 있던 실제 노란 화살표의 궤적을 따라 쓰였고 사진도 그에 맞춰 편집되었다. 이제 책은 끝나지만, 지금도 누군가는 그 길 위에서 노란 화살표를 따라 걷고, 또 어떤 이는 희미해진 노란 화살표를 새로 그리고 있으리라.
영혼의 부름을 따라 걷는 모든 이는 순례자다. 일상 속에서 자기만의 노란 화살표를 찾아 걷고 있는 세상 모든 성스러운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 ‘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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