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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주인이다. 우주선이 이젠 내 집이 된 것 같이 편하기만 하다. 하지만 익숙해지지 않는다. 내 몸이 2cm가 길어지면 비로소 나는 ‘아, 내가 진짜 우주에 있구나, 내가 정말 우주인이 되었구나!’라고 생각이 든다. 영화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등의 영화들이 우주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무중력’이 나올 때마다 우주인인 나도 신기하게 느껴진다.
어릴 적부터 나는 꿈이 우주인이었다. 그때는 호기심이 많아서 엄마, 아빠에게 이상한 질문을 많이 했었다.
“아빠, 우주에는 시간이 존재해요?”
“엄마,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요?”
“엄마, 아빠 나는 우주인이 될 수 있을까요? 만약 우주인이 된다면 제 다리가 길어질까요?”
등의 궁금증으로 엄마, 아빠를 당황시키는 질문이 수도 없이 많았다.
어릴 적에만 호기심이 있는 게 아니다. 지금의 나는 항상 물음표를 달고 산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당연한 듯 살아간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해와 달을 기준으로 해서 살아간다. 그런데 행성들은 나이가 들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당연히 무생물이니깐 나이가 안 들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생각하였다. 행성들이 살아있고 우리가 죽어있는 것이라면? 우리의 의사소통은 모두 원활하지 않다. 외국인의 경우 아예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 문화도 달라서 어떨 때에는 같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만약 행성이 살아있는데 언어와 행동 그리고 문화가 달라서 서로의 언어를 못 알아듣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우주는 우리의 모습을 비추어 주는 거울일지도 모른다. 태양은 기체로 이루어져 있다. 행성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태양을 기준으로 돌고 있는 행성이 있다. 이를 종교를 믿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하고 한 사회의 책임자를 돕거나 따르는 사람들로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행성과의 충돌은 인간관계의 안 좋은 감정이 만들어 낸 ‘불’처럼 보였다.
나의 허구한 상상은 풀리지 않는다. 풀려고 하지만 더 꼬이게 만드는 것 같은 실 같기도 하다. 우주에서의 일상은 지구에서의 일상과 비슷한 듯 다르다. 먼저 한국에서의 광고는 웃기게 잘 만들었다. 요기요에서 주문하면 우주까지 배달이 오다니… 정말 재미있는 광고이다. 우주선에도 맛있는 음식을 보관하는 냉장고가 있다. 윗층은 차가운 음식을 보관하고 아래층은 음식을 따뜻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우주에서의 실제 모습은 진공으로 포장된 음식을 먹는다. 동결 건조 음식은 물에 불려 먹고 가루 음식은 물에 섞어서 음료수처럼 마신다. 내가 처음으로 우주에 왔을 때는 음식을 사진상으로 보긴 했지만 실제로 보고 먹으니 신기해 했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아직도 입맛이 없을 때에는 각종 양념과 소스를 뿌려 먹는다. 그리고 치약과 물 몇 방울로 칫솔질을 한 다음 치약과 침을 꿀꺽 삼킨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젠 정말 습관이 돼 지구집에 가서도 꿀꺽 삼킬 것 같다.
내가 운동을 할 땐 다람쥐나 햄스터처럼 쳇바퀴모양으로 되어 있는 곳에 들어가서 자기가 원하는 수로 설정해 놓고 돌다가 다 되면 ‘알람음’이 울려 쉬라고 말해준다.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길면 머리카락을 자르는 장치도 있다. 자를 때마다 그 기계는 머리카락을 빨아들인다. 그러면 머리카락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우주복은 2겹이 붙어 있는데 2겹 사이에는 공기가 있어 필요할 때 쓰면 된다. 2겹 사이에 공기가 있어 더 따뜻하다. 우주선 안에서 머리를 감을 때 물이 공중에 떠다니면 기계가 고장 날 수 있다. 그래서 ‘특수샤워실’에서 머리를 감고 버튼을 누르면 물방울들이 빨아들여져 씻기도 편하고 기계도 고장 나지 않는다. 우주선에 세탁기가 있는데 조금의 물을 써서 흔들고 좋은 향수를 뿌리고 말려줘 옷에서 이상한 냄새도 안 나고 참 좋다.
책을 읽으며 ‘우주는 진공상태이니 의사소통을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때 괜한 걱정을 했다. 과학기술이 발전해서 우주선 안에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장치를 붙였다고 한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우주선 안에 공기가 가득 차게 할 수 있겠지?
사람들이 사는 곳이면 쓰레기는 꼭 만들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주로 쓰레기를 내보낸다. 점점 우주쓰레기가 많아져 문제가 되고 있다. 나는 실제로 우주쓰레기들을 본 적이 있다. 나와 내 동료들은 실제 우주쓰레기의 속도에 깜짝 놀랐었다. 그때 한 동료의 우주복을 우주쓰레기가 뚫어서 사망할 뻔했지만 기적적으로 다른 우주쓰레기가 그 우주쓰레기를 쳐서 살아날 수 있었다. 그 친구는 너무 놀라 우리가 우주 유영에 나설 때 착용하는 기저귀에 그만 실례를 하고 말았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는 과학 실험 또는 우주선 외부에 있는 장치를 수리할 때에는 산소를 공급해주고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주는 생명 유지 장치를 더욱 더 단단히 챙긴다. 지구에서는 우주쓰레기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주쓰레기가 총알보다 빠른 것을 모른다. 어떻게 하면 우주쓰레기를 없앨 수 있을까? 나는 우주선이 지구로 돌아오는 길에 촘촘한 그물을 펼쳐 내려오면서 우주쓰레기와 그물도 타게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하면 수많은 우주쓰레기가 줄어들 것이다. 별처럼 수많은 쓰레기들이 없어지겠지?
“우주쓰레기는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지구에서는 북쪽에 머리를 두고 자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잠을 잘 때 수면 공간 벽에 붙은 침낭 안에 묶여서 자기 때문에 내 머리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는지 나 자신도 모른다. 우주에서는 위아래가 없기 때문에 어떤 자세로도 잠을 잘 수 있어 흥미롭다. 잠을 잘 때는 헐렁하고 푹신한 옷 안에 들어가서 답답하지 않게 자면 좋겠다. 물론 이 옷은 벽에 답답하지 않게 붙어 있다.
내가 학생일 때는 하루하루가 바빴다. 하루가 모자를 정도였다. 대학생 때는 대학등록금을 번다고 매일 쪽잠을 자며 돈을 벌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에서 일에 치여 사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우주에서 보이는 지구는 너무 빨리 돌아요.”
이 말의 뜻은 행복은 의무라는 것을 전해주고 싶어서 한 말이다. 지구는 너무 아름답다! 그런데 지구는 누구보다 빨리 돈다. 지구 안에서는 느리기만 하지만 우주에서는 빨리 돈다. 지구에서는 힘들고 지치지만 우주에서는 아름답게 보인다. 우리는 우주에서의 모습처럼 행복해질 의무가 있다고 전해주고 싶다.
어릴 적 내 꿈은 내 몸이 2cm 늘어나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지금 그 곳에 와 있다. 요즘은 나라의 안보와 신약 개발 그리고 새로운 우주 기술 개발 관련 연구를 하느라 바빠서 운동을 못 했다. 뼈가 약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전에 체육실에서 로봇이 던져주는 공을 잡으며 재미있게 운동을 했다. 오랜만에 땀 흘리며 운동을 해서 근육량도 늘어나고 건강해진 기분이다. 역시 땀 흡수 기능이 뛰어난 특수 운동복 덕분에 상쾌하다.
“어? 내 다리가 길어졌다!”
나는 어릴 때부터 우주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다. 유치원에서 별과 행성에 대해 프로젝트 수업을 하고 난 후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우주에 관한 책을 찾아서 몇 권이고 계속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우주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아신 부모님께서는 대전 시민천문대에 데리고 가 주셨고 달과 화성을 관측하고 왔었다. 지금도 우리 가족은 1년에 한 두 번은 대전 시민천문대에 가서 행성들과 달을 관측하곤 한다. 계절을 달리해서 가면 목성, 토성, 화성을 관측할 수 있는데 특히 실제로 본 토성의 띠는 정말 아름다웠다. 어릴 때 가진 우주에 대한 호기심은 지금까지 이어져 우주에 관한 책을 더 많이 읽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읽게 된 <어서와, 우주 화장실은 처음이지?> 라는 책은 나에게 우주인으로 생활하는 법을 알려준 고마운 책이다. 우주에서 이 닦는 법, 샤워하는 법, 물 마시는 법, 볼 일 보는 법 등에 대해서 알려준다. 우주는 아주 약한 중력 즉, ‘미소 중력’ 상태이기 때문에 우주에서의 특별한 화장실 사용법이 있다. 우주 화장실에는 세면대가 없어서 이를 닦을 땐 삼키는 치약을 사용해야 한다. 샤워는 씻어내지 않아도 되는 비눗물을 사용해 몸에 바른 후 수건으로 닦아낸다. 볼 일 볼 때는 고체 폐기물의 경우는 국제 우주 정거장에 있는 진공 흡읍기를 사용한 후, 고체 폐기물은 보관용기에 압축해서 담아 화물선(모듈)에 모아두었다가 지구 대기권에 진입할 때 불태워 없앤다. 액체 폐기물의 경우는 성별에 따라 색이 다른 소변 깔대기를 사용하고 배출된 액체 폐기물은 정화해서 마시는 물로 사용한다. 참, 우주에선 물은 마시는 것이 아니다. ‘먹는 것’ 이다. 왜냐하면 중력이 없는 우주에선 표면 장력 때문에 물도 방울처럼 허공을 떠다니게 되는데 이 방울을 젓가락을 사용해서 집어 먹는 것이다. 우주에서의 물은 맑고 투명한 오호와 비슷할 것 같다. Ooho(오호)는 영국 왕립 예술학교 학생들이 물병 대체품으로 개발한 ‘먹을 수 있는 물병’, ‘물 캡슐’ 같은 것이다. 화학적 원리는 원통형에 물과 알긴산염과 염화칼슘을 넣고 액체를 물 표면에 흘려주면 물 표면에 젤 형태의 얇은 막이 생겨 캡슐처럼 포장되는 원리이다, 모든 음료를 담을 수 있고 물통 자체를 먹는 것이기 때문에 쓰레기가 나오지 않고 환경호르몬 걱정도 없다. 너무 신기해서 유튜브를 보고 비슷하게 만들어서 먹어본 적이 있는데 미역 맛이 나는 아주 부드러운 젤리 같은 느낌이었다. 만약 우주에서 먹는 물도 오호와 비슷하다면 액체 폐기물을 정화해서 물로 마시는 것보다 오호를 충분히 들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우주 화장실 사용법 외에 우주인들의 생활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우주 비행사들은 헹구지 않아도 되는 샴푸로 머리를 감은 후, 중력이 약해 허공으로 뻗어 정신없어 보이는 머리카락은 모자나 머리띠로 고정시켜준다. 옷은 박테리아 번식이 어려운 천으로 만든 특수 속옷을 입고, 땀 흡수가 잘 되는 특수 운동복을 입는다. 그리고 우주인을 상상하면 생각나는 하얀 선외 활동용 우주복(에뮤)은 개인용 소형 우주선처럼 각종 조절 장치가 달려있어 우주유영을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주복이 하얀색인 이유는 한여름에 흰 옷을 입으면 어두운 색의 옷보다 태양열을 많이 반사해서 시원한 것처럼 하얀색이 우주 직사광선을 반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캠핑을 자주 가는 우리 가족에게도 우주인이 쓰는 치약, 샴푸, 특수 속옷은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인들은 이스프레소 기계로 축출한 커피를 마시고 우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 음식을 먹는다. 그리고 우주에서는 음식의 맛이 덜 느껴져서 우주인들은 음식에 각종 소스를 듬뿍 뿌려먹는다고 한다.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하는 내가 우주 정거장에 가면 매운 라면과 김치를 먹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우주에서의 신체에도 변화가 생긴다.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서는 우리 몸 안의 수분이 머리에 더 많이 모이게 되어 얼굴이 달처럼 붓게 되고, 중력의 압박을 받은 척추 원반은 커지면서 키도 함께 더 커지게 된다. 그리고 뼈를 만들고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조골세포와 파골세포의 불균형으로 뼈는 약해지고 근육양도 줄어들어 우주인들은 매일 운동으로 몸을 건강하게 지킨다. 잘 때는 벽에 고정되어 있는 침낭에 들어가 서서 잔다. 특히 지구의 중력 때문에 생기는 코 고는 현상이 미소 중력 상태인 우주에서는 없어진다고 하는 사실을 알고 나니 우리 아빠를 우주로 보내고 편하게 자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것들은 모두 미소 중력 상태인 우주에서 사람들이 적응하며 살아 갈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해 온 결과이다. 미소 중력 상태에서 내가 좋아하는 콜라를 마셔야 한다면 어떨까? 탄산의 기포들은 어떤 상태로 돌아다닐지 궁금하다. 갑자기 우리가 사는 곳이 미소 중력 상태라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가고 싶은 곳으로 이동하기 힘들 것이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들과의 피구게임, 배드민턴, 축구 같은 공놀이가 불가능할 것 같다. 롤러코스트도 못 탈 것이다. 하지만, 에베레스트 산에 쉽게 오를 수 있을 것 같고, 덤벨 들기는 백 개 이상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보드게임은 불가능하겠지만 또 중력이 약한 상태에서만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게임들도 만들어질 것이다.
중력이 있는 곳에 사는 우리가 중력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의 우리 몸의 변화를 연구하고, 거기에 맞게 살아 갈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정말 대단하다. 우주 여행이 실현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흥분되고 기대된다. 내가 만약 우주에 가게 된다면 여기에서 중력 거스르기 마술을 하듯이 우주선에서 중력 따르기 마술에 꼭 도전해 보고 싶다. 우주전용화폐로 환전해서 우주 여행을 떠날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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