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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따라. 기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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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 W. G. 제발트 선집-2

자연을 따라. 기초시

[ 양장 ]
W. G. 제발트 저/배수아 | 문학동네 | 2017년 02월 20일 | 원제 : Nach der natur 리뷰 총점9.5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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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7년 0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282g | 120*188*20mm
ISBN13 9788954644532
ISBN10 8954644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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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깊은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독일 작가 중 한 사람이다. 1944년 5월 18일 독일 남부 알고이 지역의 베르타흐에서 태어나, 프라이부르크와 스위스 프리부르에서 독문학과 영문학을 공부했다. 1966년 영국 맨체스터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그곳에서 어학을 가르쳤다. 1970년부터 노리치의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서 문예학을 가르치는 한편, 1973년 알프레트 되블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깊은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독일 작가 중 한 사람이다. 1944년 5월 18일 독일 남부 알고이 지역의 베르타흐에서 태어나, 프라이부르크와 스위스 프리부르에서 독문학과 영문학을 공부했다. 1966년 영국 맨체스터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그곳에서 어학을 가르쳤다. 1970년부터 노리치의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서 문예학을 가르치는 한편, 1973년 알프레트 되블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 독일 함부르크 대학에서 오스트리아문학에 관한 논문으로 교수자격을 취득한 뒤, 1988년 이스트앵글리아 대학 독일문학 교수로 임용되었고 이듬해 영국문학번역센터를 창립했다.

첫 산문시집 『자연을 따라. 기초시』(1988)를 출간한 뒤, 첫 장편소설 『현기증. 감정들』(1990)을 발표했다. 『현기증. 감정들』은 스탕달과 카프카에 화자 자신을 겹쳐넣고, 단테와 발저, 그릴파르처 등 이미 죽은 이들과 마주하는 환영에 사로잡혀 흘려다니는 일종의 여행 문학이다. 이 작품에서 보여준 제발트의 섬세하고 농밀한 언어는 경이롭고 독창적인 문학의 출현을 알리는 첫 신호였다.

뒤이어 『이민자들』(1992), 『토성의 고리』(1995) 등을 발표하며, 1990년대 후반 “오늘날에도 위대한 문학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몇 안 되는 작가”라는 수전 손택의 찬사와 함께 영어권 독자들에게 먼저 주목을 받았다. 한편 문학연구가로서 『불행의 기술』(1985), 『급진적 무대』(1988), 『섬뜩한 고향』(1991), 『공중전과 문학』(1999)을 발표했다. 1999년 『공중전과 문학』으로 문학연구가이자 비평가로서의 면모를 발휘하며 독일 사회의 민감한 반응과 거센 반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2001년 『아우스터리츠』를 발표해 다시 한번 열렬한 지지를 받았으나, 그해 12월 노리치 근처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노벨문학상 후보로 여러 번 거론된 바 있으며, 베를린 문학상, 북독일 문학상, 하인리히 뵐 문학상,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도서상, 하인리히 하이네 문학상, 요제프 브라이트바흐 문학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고, 사후에 브레멘 문학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등이 수여되었다.
소설가이자 번역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서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대에 등장한 젊은 작가 가운데에서도 그녀는 독특하다. 이화여대 화학과에 입학한 배수아는 국어 과목을 아주 싫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2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다는 자의식으로 인해 소설을 쓰게 됐다. 1993년 서점에서 단지 표지가 이쁘다는 이유로 우연히 집어든 문학잡지 [소설과 사상]에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이 당선되면서 ... 소설가이자 번역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서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대에 등장한 젊은 작가 가운데에서도 그녀는 독특하다. 이화여대 화학과에 입학한 배수아는 국어 과목을 아주 싫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2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다는 자의식으로 인해 소설을 쓰게 됐다. 1993년 서점에서 단지 표지가 이쁘다는 이유로 우연히 집어든 문학잡지 [소설과 사상]에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취미로 글을 쓴다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문학적 엄숙주의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그의 문장은 당혹스럽고 생경하며 파격적이다. 배수아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불온하고 불순한 이미지에 둘러싸여 있다. 한결같이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늦된 아이들이며 주로 스무살 안팎의 주변적 존재이다. 이들은 사회규범에 적응하지 못하고 진화를 거부하는 인물이며 '스스로 선택한' 이상한 인물이다. 이러한 인물들의 신세대적 일상을 파고들며 신세대적 일상에 숨어 있는 존재의 어둠과 불안, 삶의 이중적 풍경에 대한 감각적 묘사로 일관하다. 체험과 사실성이 강조되던 우리 문학사에서 배수아는 은폐된 존재의 어둠을 탐사하며 독특한 개성을 갖춘 신세대 작가로 성장해왔고, 이제는 미적 성숙의 단계를 완성해가고 있다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는 이지적이면서 자기 주장이 강한 문체를 통해 남녀관계의 속물성을 파헤치고, 독신녀의 시선을 통해 보여지는 경제ㆍ섹스ㆍ결혼관ㆍ자기세계에 대한 솔직하고 쿨한 느낌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 사람의 첫사랑』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사회로부터 버림받거나 스스로 추락중이다. 그들의 배후에는 일탈과 파격, 섬뜩한 비애가 차갑게 펼쳐져 있다. 세기말의 쓸쓸함과 밀봉된 희망, 피학적인 아픔이 한꺼번에 만져지는 작품이다.

『붉은 손 클럽』은 외형의 독특함을 넘어, 단자화된 관계에 상처받으면서도 결국 또 다시 사랑을 선택하는 인간의 심리, 사랑의 대상을 향한 비이성적 감성들, 일상에 물든 관계의 지리멸렬함을 포착해 내는 배수아의 섬세한 감성과 날카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배수아의 감각적이고, 이미지적인 글쓰기가 잘 나타나 있다. 『심야통신』은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녀 특유의 감각 더듬이로 포착하고 있는 창작집이다. 배수아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고 아무것에도 감동하지 않는 일상인의 내부에 꿈틀거리는 목마름과 허기를 이야기한다. 그녀는 후기 산업사회의 일련의 징후를 상징하고 허무주의적 인간형과 이미지와 기호로 점철된 우리 세대의 문제적인 서사 형식을 보여주면서 자기만의 자리, 자기만의 소설을 탄생시켰다.

『철수』는 인간 존재 안의 어둠과 생의 운명적인 폭력 속으로 더 한층 깊이 탐사해 들어가는 배수아 소설의 불온한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섬뜩한 생의 이면을 보아버린 자의 어둡고 서늘한 내면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이바나』는, 소설 속의 '나'가 외국 여행 중에 산 중고 자동차의 이름이다. 또, '그녀'로 불리는 이바나는 여행기를 편집하는 편집자에겐 신비의 여성이다. '이바나'는 어느 도시의 이름이기도 하고, 어느 지방에선 흔한 이름이기도 하다. 자신의 단편집 말미에, 배수아는 '나에게 제목이란 면상의 흉터와도 같아서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이 치명적이다. ...... 지금 나는 왜 모든 소설은 예외 없이 제목을 필요로 하는가 회의스럽다.' 고 말했다. 가장 짧은 제목이 가장 좋은 제목이라고도 했는데, 이 소설의 제목 '이바나'는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는 이 '이바나'는 내내 소설 속 화제의 중심인데 비해,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모두 뭉개져 있다. 나, K, B, 산나, Y...... '죽기 전까지는 대도시를 빠져나갈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이 견디는 불면의 밤을 섬뜩하게 그리고 있다.

이 외에도 『어느 하루가 다르다면, 그것은 왜일까』, 『뱀과 물』,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 『동물원 킨트』, 『이바나』,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당나귀들』, 『독학자』, 『훌』, 『에세이스트의 책상』, 『북쪽 거실』, 『올빼미의 없음』, 『서울의 낮은 언덕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등을 썼다. 산문집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창작집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그 사람의 첫사랑』 등과 장편소설 『랩소디 인 블루』, 『부주의한 사랑』, 『붉은손 클럽』 등이 있다. 또한 몸을 주제로 한 에세이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를 펴냈다.

역서로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프란츠 카프카의 『꿈』,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W. G. 제발트의 『현기증. 감정들』, 『자연을 따라. 기초시』,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의 골드문트』, 『데미안』 등으로 2003년 한국일보문학상, 2004년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사데크 헤다야트의 『눈먼 부엉이』,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프란츠 카프카의 『꿈』,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달걀과 닭』과 『G. H. 에 따른 수난』 등이 있다.

전통 소설의 인물과 이야기 중심에서 벗어나 어떻게 서술 자체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인 「무종」을 통해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였으며, ‘월요일 독서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독특한 문체와 색깔로 열혈 독자군을 거느려 왔던 그녀는 이제 사유하는 문장의 힘으로 새로운 독자들과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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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옮긴이의 말」중에서

출판사 리뷰

자연과 인간 사회의 불화, 자연의 끝 모르는 충동,
그 파괴의 자연사를 누구보다 예민하면서도 고통스럽게 느꼈던 인물들


『자연을 따라. 기초시』는 세 인물의 흔적을 따라가는 세 폭짜리 그림 형식을 취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 작품은 [이젠하임 제단화]로 알려진 독일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마티아스 그뤼네발트, 18세기 독일 자연과학자이며 의사로 비투스 베링의 캄차카 탐험에 동행한 게오르크 빌헬름 슈텔러, 그리고 빈프리트 게오르크 제발트 자신으로 엮어낸 문학의 세 폭 제단화다. 이들은 (이제는 세상에 없는 제발트 자신을 포함하여) 저마다 다른 시대와 공간에서 살다 갔지만, 작가는 이들 모두 공통적으로 자연과 인간 사회의 불화, 자연의 끝 모르는 충동, 그 파괴의 자연사를 예민하면서도 고통스럽게 감각했다는 사실에 이끌렸다. 그렇게 자신을 포함한 세 인물의 공통점을 은밀하게 겹쳐내고 그 아득하고도 희미한 실마리들을 직조하여 조심스러운 태도로 아름다운 시의 언어를 완성해냈다.

세상으로부터 숨은 화가 그뤼네발트

제1부 「알프스의 눈과 같이」에 등장하는 화가 마티아스 그뤼네발트(1455?~1528?)에 대해서는 생애는 물론이고 이름부터 출생지까지, 하나도 명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그는 사후 150년가량 거의 잊힌 예술가였다가, 독일 미술사가 잔다르트에 의해 1675년 미술사에 최초로 기록되었다. 그전까지 그뤼네발트의 대표작 [이젠하임 제단화]는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품으로 잘못 알려져 있었다. 제발트는 역사적으로 거의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화가 그뤼네발트의 흔적을, 작품들과 그 안에 숨겨진 화가의 자화상을 하나하나 따라가는 방식으로 추적한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다른 제발트 작품에서와 달리 시각 자료가 등장하지 않는다. 시각 자료의 누락은 독자들이 회화작품 자체가 아니라 그 작품을 해석하는 제발트 자신의 시선을 따라와주기를 바라는, 즉 이차적 감각 행위를 의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은 특히 참혹하게 리얼하여 강렬하고 격앙된 정서를 불러일으킨다고 하는 [이젠하임 제단화] 중 [십자가의 예수]의 작업 배경과 작품 자체를 묘사한 언어에 주목하게 된다. 성서 속 한 장면을 그린 이 작품에서 제발트가 응시하고 있는 것은, 당시의 사회적 상황들-한편으로는 전염병 때문에, 또 한편으로는 농민전쟁과 종교개혁이라는 변혁의 물결을 겪느라 사방에 죽음의 광란과 공포의 기운이 감돌던 지상의 풍경과 거기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다. 전염병의 공포에서는 간신히 벗어났지만 자신을 방어하는 법을 익히지 못한 채 혁명에 뛰어든 농민군들은, 곡식이 베어지듯이 학살을 당했고, 살아남은 자들은 눈알이 파이는 형벌을 받았다. 이 소식을 들은 그뤼네발트는 검은 천으로 눈을 가린다. 화자는 침묵하고 독자들에게는 암전이 찾아온다. 1525년 5월 18일의 일이다.

인구과잉의 도시를 떠난 의사 슈텔러

「시편」 139편의 구절을 제목으로 삼은 두번째 이야기 「그리고 내가 바다 끝에 가서 머물지라도」에 나오는 인물은 게오르크 빌헬름 슈텔러(1709~1746)로, 덴마크 출신의 러시아 탐험가 비투스 베링이 1733년부터 1743년까지 이끈 시베리아 캄차카반도 탐험에 동행한 독일인 의사이자 자연과학자다. 늘 먼 곳으로의 탐험을 꿈꿔왔던 성장기를 지나 우여곡절 끝에 캄차카반도에 가게 된 슈텔러는 현지의 생태와 환경 조사에 힘썼고, 토착민인 이텔멘인들과 자주 만나면서 그들의 풍습과 민속, 언어를 연구한다. 그곳에서 다시 길을 떠난 탐험대는 유럽 역사 최초로 알래스카 만에 닿게 되고, 슈텔러는 그곳에서도 식물과 동물, 기후와 지형을 관찰하는 한편 그곳 토착민들과 교류한다. 이들은 이후 러시아로 되돌아오던 중 훗날 베링 섬이라고 불리게 되는 무인도에서 좌초하고 만다. 대원들은 섬에서 스스로 땅굴을 파고 들어가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했다. 영양 결핍과 괴혈병, 추위와 습기, 절망과 질병으로 선장 베링을 비롯하여 다수의 희생자가 생긴다. 그들을 묻고 돌아온 슈텔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동부 시베리아 소수민족들이 러시아 정부에 반기를 들도록 선동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이었다.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기는 했지만, 이미 수많은 난관을 겪으면서 허약해져 있던 그의 육신은 곧 열병에 걸린다. 마지막 남은 최후의 안간힘으로 여정을 계속하던 그는 모스크바에서 2000킬로미터 떨어진 시베리아의 튜멘에서 서른일곱의 나이로 숨을 거둔다. 사회로부터, 문명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자신의 소명을 다했던 슈텔러에게서 제발트는 스스로의 또다른 자아를 발견한다. 일생 동안 여행자이며 연구자로 살아온 슈텔러와 마찬가지로 제발트 또한 자신의 모든 작품에서 여행자이며 연구자인 화자이기 때문이다.

떠나온 곳으로 되돌아간 작가 제발트

삼부작의 마지막 「어두운 밤이 전진한다」는 작가 자신과 생애가 일치하는 화자가 등장하는데, 제발트는 이 시편을 두고 일종의 “전후(戰後) 시대의 자연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에 걸맞게 이 이야기는 선사시대의 화석층을 관찰하면서 자기 자신이라는 한 인간의 기원에 대해 생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진 일화, 자신이 제2차세계대전 뉘른베르크 폭격 즈음에 잉태되어 종전 즈음에 태어났다는 화자의 고백은 잉태와 전쟁, 탄생과 파괴의 역사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정작 화자-저자는 성인이 될 때까지 태어나기 직전에 일어났던 전쟁과 학살에 대해 제대로 배운 바가 없었다. 전쟁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되어 있던 전후 독일, 그것도 외진 골짜기에서 자랐던 탓이다. 1966년 영국 맨체스터로 이주하고 나서야 비로소 전쟁이 사람들에게 실제의 상흔을 남겼음을, 그뤼네발트의 그림이 보여주는 질병의 색채가 그대로 현실임을 알게 되었고, 산업혁명과 자본주의가 남겨놓은 “죽어버린 신화의 강”을 처음으로 목격할 수 있었다. 그는 이제 전쟁과 자본의 흔적을 따라 걷고 헤매면서, 그 황량한 풍경 속에서 역사를 되불러낸다. 이 시의 마지막 편에서 화자는 자신이 태어난 독일로 떠나는 꿈을 꾼다. 뮌헨 알테 피나코테크 미술관에 있는 알브레히트 알트도르퍼의 [알렉산드로스 대전]을 보기 위해서다. [알렉산드로스 대전]은 기원전 334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대왕이 아나톨리아의 이소스 평원에서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삼세를 무찌른 대전투다. 화폭에는 ‘무한히 하찮은 인물들’이 필사적이고 치열하게 삶과 죽음의 난투를 펼치는 살육장 위, ‘웅장한 자연의 불가해한 아름다움’이 궁형으로 펼쳐진다. 화가는 이 전투 장면의 배경을 그릴 때 특이하게도 지도상의 남쪽을 위쪽으로 배치했다. 그래서 그림의 위로 지중해와 키프로스 섬이 보이고, 그 뒤로 홍해가, 오른편에는 이집트와 나일 델타가 있으며 가장 먼 곳에서 아프리카의 설산 봉우리가 희게 빛난다.

첫번째 시는 그뤼네발트의 죽음으로 끝나며, 두번째 시는 슈텔러의 죽음으로 끝난다. 그리고 세번째 시는 벽에 걸린 알트도르퍼의 그림을 가리키면서 “죽음이 우리의 눈앞에 놓여 있다”라고 쓴 카프카를 인용하며 막이 내린다. 그뤼네발트와 슈텔러의 죽음, 그리고 얼마 후 도래할 작가 자신의 죽음은, 승리와 영광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파괴의 자연사’를 쌓아가는 인간 역사를 묘사한 알트도르퍼의 그림에 투영되고 있다. 이러한 죽음이라는 내용과 더불어, 이 세 편의 이야기시는 모두 흰 눈의 이미지로 끝난다. 초월과 형이상학, 그리고 세계의 ‘정지 상태’에 대한 상징으로서의 흰 눈.

이 모든 인물, 일화, 이미지를 써내려가고 죽음과 흰빛으로 마무리하면서 작가가 강조하고 싶은 바는 어쩌면 언젠가는 불가피하게 “소리없는 재앙”을 불러오게 될 맹목적인 자연, 그 자연과 인간의 불가피한 불화일지도 모른다. 모든 생명의 기초, 본래의 아름다움, 언젠가는 그 본래의 자유를 위해 인간 문명을 물리쳐버릴 자연이라는 유토피아. 그러나 동시에 파괴의 힘을 감각하고 고요 속으로 침잠했던 은둔의 인물들은 자연의 유토피아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 경험은 문학을 매개로 하여 다시 인간의 삶, 우리의 눈과 마주친다.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린 최후의 문장들: 삶, 사랑, 죽음, 물, 불, 선, 악. 다시 생명과 존재에 대한 물음. 이것이 우리 앞에 또다른 언어의 옷을 입고 도착한 제발트 최초의 물음표다.

[추천 글]

가장 볕이 잘 드는 순간에도 지하무덤의 서느런 공기가 스쳐지나가고, 가장 싸늘한 순간에도 어디선가 빛이 새어오는 문장들, 이야기들. 이 책 덕분에 우리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또다른 제발트를 발견한다.
_디 차이트

이 작은 책은 얼마나 강력한 마약인가. 그 마약을 흡입한다는 건 제발트가 이끄는 행렬을 따른다는 뜻이다. 책을 읽다보니 그런 충동에 휩싸였다. 그가 쓴 글을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
_패티 스미스

진지함 속에서 위대한 힘을 발휘하는 작품.
_J. M. 쿳시

첫번째 이야기를 다 읽기도 전에 기이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게 하는, 유類가 다른 작품.
_노이에 취리허 차이퉁

섬세하고 농밀할 뿐만 아니라 사물의 물성에 통달한 듯한 제발트의 언어는 한마디로 경이로움 그 자체다.
_수전 손택

제발트는 그 어떤 문학적 계보로도 섣불리 분류할 수 없는 독창적인 작가다. 우리는 그를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목소리로 기억할 것이다.
_더 뉴욕타임스 북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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