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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9년 11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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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03쪽 | 473g | 148*210*30mm |
ISBN13 | 9788937490033 |
ISBN10 | 893749003X |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황석영 『철도원 삼대』 최종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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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의 날/예스24 X 난다] 가장 오래된 고백의 이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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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16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우린 청소년을 모델로 한 성장소설을 많이 만난다. 그들은 우리들이 거쳐 온 세계를 담고 있기에 쉽게 공감이 가고, 잘 읽힌다. 이 책도 처음 읽어나가다 보면 그런 이야기로 느껴진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는 내용이 담겨지고 서로의 관계를 그려내며 선생님들과의 만남이 그려진다. 그들의 삶이 보통의 학교생활과 진배없이 표현되고, 갈등과 아픔, 즐거움과 애틋함이 나타난다. 일상의 성장과정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읽어가다 보면 학교란 것이 이상한 공간에 와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게 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보통의 아이들과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러면서 글이 어려워져 버린다.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 넘어 이상한 밀도를 가진 이야기로 변모해 나간다. 아이들의 일상을 새롭게 재구성해야 하고, 아이들의 말 한 마디에 놀라움으로 응대해 나가야 한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불가해한 일들이 벌어지고, 선생과 학생의 관계도 다시 재조명을 해나가야 한다.
글 속에는 처음부터 가정이란 것이 등장하지 않는다. 부모가 없고 아이들의 얘기만 있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얘기가 있다.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하면서 많은 통제를 받고 있다. 일정한 시간에 그들이 만든 물품을 가지고 장마당 같은 곳에서 물건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제공되지만, 그들 스스로 무엇을 사고파는 행위를 할 수가 없다. 모든 언행과 삶이 학교의 지시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학교가 부모고 학교가 그들의 가정이 되는 것이다. 요즘의 경우로 생각한다면 기숙사에서 살고 있다고 여기면 될 듯하다. 집에 갈 수 없는 기숙사 생활, 아니 보호시설에 생활하는 아이들로 여기면 될 듯하다.
아이들은 서로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존재라는 사실을 모르면서 성장한다. 그리고 차츰 자신들의 존재에 대해 자각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런 자각이 학교생활과 선생님들의 표현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선생님들은 그들에게는 감시자요, 보호자의 역할을 한다. 주인공은 학생 중의 한 명이다. 비교적 언행이 분명한, 지각이 있는 학생으로 그려진다. 그는 주변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선생님의 역할을 인지하면서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을 궁구하면서 찾아간다. 선생님 주변을 서성이면서 선생님의 절대 권력 같은 것을 느끼면서 두려움까지 가진다.
결국 어떤 선생님에 의해 자신들이 어떠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그들에게 맡겨진 운명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그들은 사람들을 위해, 사람들의 장기를 위해 기증자로 키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장기를 기증하는 입장이 되면 기증을 하고 병원에서 회복을 기다리는 삶을 산다. 그럴 때 다른 한 가지 일은 간병사가 되는 일이다. 헤일셤이라는 공간에서 그들은 그렇게 어린 시절을 암묵적인 암담함 속에서 키워지고, 코티지란 곳으로 이동한다. 그곳으로 여행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들은 그곳에서 기증의 때를 기다리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병아리들이 사육장에서 길러진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란다. 그러면 더러는 고기를 인간에게 주기 위해서 죽임을 당하고, 더러는 계란을 낳아 인간에게 이롭게 한다. 그러다 결국 그들도 통닭의 길을 걷는다. 이 글 속에 나오는 아이들의 입장이 병아리와 같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그런 병아리들이 아이들이 되어, 그들의 생각을 풀어내고 있고, 그들이 만나는 상황을 불안함을 섞어 표현해 내고 있다. 암담한 이야기다. 줄기 세포를 이용한 복제 인간들의 양육과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다른 인간들을 살리기 위해 희생을 목적으로 사육되는 인간, 인륜에 위배되는 소설 속의 사고가 못내 역겹기도 하다.
이들의 구성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그들의 성생활을 장황하게 얘기한다. 그것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치환하여 표현하고 있다. 그들의 감정은, 지식은, 마음은 인간의 그것과 동일하게 만들어 놓고 그들의 존재 가치는 대리용 사육자로 만들어 놓은 인물 창조가 못내 마음에 안타깝게 다가온다. 그들은 성교도 한다. 하지만 아이를 가질 수는 없다. 또한 감정의 기복 같은 것이 여느 사람들과 다르다. 인성을 가진 로봇이라고 생각하면 이해를 할 수가 있을 듯하다. 그런데 인간들이 그들을 잘 사육하기 위해 그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성적 생활이다. 물론 그들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그렇게 즐긴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다른 것들에 관심을 가지지 않게 만들기 위한 사람들의 교묘한 우민 정책으로 보면 될 듯하다. 과거 나라가 혼란스러울 때 스포츠를 통해 민중들의 마음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던 것과 동일하게 생각하면 된다. 그들은 서로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조심스러운 행위를 가지게 된다. 그것은 병이 옮겨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이 자의적으로 행하는 듯이 이루어진다. 물론 그렇게 되어야 그들도 마취제의 역할이 되어 그들이 가진 역할을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도 내어 놓을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부하가 장수를 위하여 목숨을 내어 놓듯이 이들은 사람을 위하여 그들의 장기를 기증하면서 그들의 삶이 이루어져 간다. 그러다 장기가 온전히 훼손되면 죽을 수밖에 없다. 그 일을 위해서 사육되는 인간들, 참람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아마 앞으로 전개될 감정을 가진 기계의 인간을 위한 사용을 심각하게 고려한 저자의 생각이 아닐까 생각이 되어 진다.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보듬으면서, 그들의 처지를 인식하면서 병원에서, 혹은 그들의 특정 공간에서 처연한 삶을 살아간다. 그들이 인간으로서 본연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 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 부정직한 사회에 저항하는 그런 인식은 없다. 주어진 것을 묵묵히 받아드리면서 현실을 참람하게 인식하는 안타까움만 존재한다. 이것이 SF적인 성격이 가미된 이 소설의 한계라 여겨진다. 인간이 지닌 능력과 그 능력으로 교묘히 타인을 악업하고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행태가 못내 역겹게 그려진다.
청소년의 성장 소설이되 성장소설의 의미를 벗어나 인간 문명의 괴리를 들춰보면서 미래의 인간들에 대한 암울한 상상을 하고 있다. 인간이 더러는 짐승들이 될 수 있음을 표현하면서 악한 인간들의 심성이 드러난다. 어찌 보면 잔인한 인간들의 삶이 타인들을 도구로 사용하는 정도까지 이르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경각심을 갖게 한다. 통찰의 지혜가 돋보이는 글이지만, 그 상상력에는 아픈 생각이 든다. 이런 일들은 인간들에겐 말하지 않아야 할 금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인간이 짐승이 되어 사는 일 같은 이런 현실은 저자의 가슴에만 있는 내용으로 머물게 하고 싶다. 인간들의 윤리가 그립게 만드는 책이다. 마음 답답하게 읽었다.
2005년부터 줄곧 기다려 오던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를 이제서야 읽었다. 번역되서 나오기까지 인간승리라 할만한 참으로 오랜 기다림이었다. 더불어 얼마전에는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SF스릴러 영화가 제작중이라는 반가운 소식까지 접할 수 있었다.(어쩌면 이미 나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잠시, 저자 "가즈오 이시구로"에 대해 소개하면, <남아있는 나날>로 영국 최대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한 일본계 영국작가. 이 책 <나를 보내지 마>는 2005년 영미권에서 발매되자마자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고 타임지 선정 역대 100대 영문소설에도 선정되었다. 가즈오 이시구로나 부커상에 대해 고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SF 영화로 제작된다는 사실이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지만, 사실 이 작품은 부커상 외에도 SF상에 주어지는 아서 C. 클라크상의 후보로도 노미네이트 되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많은 문학작품이 장르의 경계를 예사로 넘나드는 요즈음, 어떤 작품을 특정한 장르에 한정짓는건 무의미 할지도 모른다. 이 소설의 경우도 미스터리 소설이나, SF, 짙은 청춘의 향이 물씬 풍기는 청춘소설의 면모를 두루 갖춘 퓨전적인 맛이 있지만, 그렇다고 가즈오 이시구로라는 작가의 글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문학적인 정취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쉬운 것은 자세하게 내용을 소개할 수 없다는 점. 이야기하면 할수록 재미를 갉아먹는 죄인이 된다 내가. 가급적이면 출판사에서 제공한 내용 정보 또한 피하기를 권한다.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주인공은 "캐시"라는 이름의 30대의 여성. 제공자라 불리는 사람들을 돕는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는 그녀가, 어느 시골 마을의 "헤일셤"이라는 기숙 학교에서 동거동락해온 친구들과의 과거를 회상한다. 일반세상과는 고립된 이곳 헤일셤에서의 친구 루스나, 토미와의 달콤한 기억이나 그리운 추억들을 이야기해나간다. 읽어나가는 동안 고개를 드는 가장 큰 의문은, 이들은 왜 그런 곳에 있었던 것일까? 그것이 이 소설의 축이 되는 가장 큰 수수께끼다. 그 의문이 밝혀져 가는 과정이 어지간한 미스터리 소설 못지않은 큰 매력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인 추리소설처럼 본격적인 추리극이 벌어진다거나, 교묘한 화술로 진실을 가리는 기교를 부리는 것은 아니고, 그저 캐시의 입을 통해 지난 일들을 담담히 이야기 해 나갈 뿐이다.
조용히 수수께끼를 품고 있는 스토리는 시종 평온하고 정적이다. 그 수수께끼의 껍질을 저자는 조금씩 조금씩 모르는 사이에 벗겨내 간다. 어느 순간 그 진실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할 때, 지금껏 손을 꼭 잡고 끌고 다니던 것이 자신의 아이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처럼 그 무서운 전체상이 눈앞에 드러난다. SF적인 관점에서의 일종의 패러렐월드라 해도 좋고, 과학기술의 진보로 인해 생명의 존엄성이 손상받고 있는 현실에 대한 경고라 해도 좋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너무나 아름다운 청춘소설이다.
마치 단편소설처럼,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모두 떼어낸 것 같은 단촐한 모양을 하고 있으면서도, 폭넓은 독자층을 끌어 들일 수 있는 오락적인 요소까지 갖춘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취향에 상관없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되는 소설을 뽑는다면 이 소설을 단연 첫번째로 들고 싶다. 대단히 슬픈 이야기인 대신에 그 슬픔만큼 여기에 그려지는 희망은 순수하고 강렬하다. 캐시의 기억은, 나도 잊고 싶지 않다. 너덜너덜 눈물이 나오는 소설은 아니지만, 가슴 속이 흥건하게 젖는 소설. 다시 한번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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