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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7년 02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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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652쪽 | 185*235*35mm |
ISBN13 | 9791186499498 |
ISBN10 | 1186499494 |
2024년 4월 30일(화) 저녁 7시 30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024년 03월 18일 ~ 2024년 04월 30일
4월의 굿즈 :책가도 독서대/스마트폰 거치대/우양산/북 스토퍼/우드 센서 무드등
국내도서/외국도서/직배송 GIFT 5/7만원 이상, eBook/크레마 5만원 이상 구매 시 선착순 택1 증정 (포인트 차감)
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20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원래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대단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중학교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퇴마록’이라는 소설 때문이었다. 제목대로 귀신을 때려잡는 내용인데, 나름대로 세계의 각종 종교와 신화의 내용들이 버무려져서 단순한 귀신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소설을 읽는 듯한 지적 만족감도 주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홍수에 관한 이야기였다. 당시 사제가 되기를 희망할 정도로 성당에 열심히 나갔었는데, 성경에서 보던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온 세계에 다 있는 거였다. 그 때의 놀라움이란. 북유럽에도 있고, 중국에도 있고 심지어 고조선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헐... 그 시대에 인류가 다 한 동네에 살았던 거 아냐? 그 후손들이 곳곳으로 퍼지면서 다른 언어와 살짝 다른 버전으로 같은 이야기가 전래된 거 아냐?’라고 생각하게 됐다.
자연스레 학교에서 배우는 책의 내용에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연도와 관계없이 판게아같은 말들을 주워듣기도 하고 ‘신의 지문’, ‘한단고기’같은 책들을 읽으면서 나도 언젠가 슐리만처럼 허구인 줄 알았던 유적을 찾아내어 인류 신화의 기원을 밝히는 대업적을 남기겠다는 꿈에 부풀기도 했었다. 지금은 여차저차해서 좀 먼 길로 왔지만, 역사를 보는 관점이 하나의 국가나 대륙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 전지구적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은 지금까지도 품고 있다. 드디어 그런 관점에서 쓴 세계사 책이 나왔다. <대화로 풀고 세기로 엮은 대세세계사>다.
장점이 참 많은 책이다. 우선 제목에서 글의 서술 방식을 명확히 밝히고 있으니 책의 내용을 짐작하는데 도움이 된다. 보통의 역사책들은 대부분 특정 국가나 정부의 흥망성쇠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틀로 분석하곤 한다.(한국사 교과서가 그렇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에서 보듯 한 세기에 일어났던 전 세계의 일을 하나의 동일한 키워드로 분석하고 있다. 10세기에는 기존 세력의 분열과 봉건 체제의 성립이라는 틀로, 11세기의 정세를 중세온난기라는 키워드로 해석하는 식이다. 마치 섬처럼 동떨어져 있던 각 나라들의 이야기가 그들이 맺은 관계 속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말을 타고 초원 밖으로 사라졌던 기마민족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히잡을 쓴 채 가려졌던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번영이 모래 위로 드러난다.
덕분에 처음부터 공부 좀 해보자고 줄치고 메모하며 읽던 것을 나중에는 그마저도 잊고 수십 페이지를 내처 읽는 나를 한참 지나서야 깨달았다. 글의 문체가 딱딱한 문어체가 아니라 ‘대화로 풀고’라는 제목의 일부에서 알 수 있듯 구어체인 것도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책 소개에 세계사 4등급인 조카를 한 달만에 1등급으로 만들었다는데 절대 과장이 아닐 거란 확신이 든다.
우리 학교 도서관에도 이 책을 구입하고자 추진하고 있다.(사서없는 학교에서 유일한 국어교사의 권력 농단) 이런 류의 책을 읽어야 역사를 바라보는 편견을 없애는 데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뉴스들 때문에 강간범만 드글거린 것 같은 인도도 수많은 왕조가 명멸하면서 눈부신 문화를 이룩한 역사가 유구한 대륙이고, 지금은 후진국 취급하는 베트남에 과거에 우리 선조들의 나라보다 훨씬 국력이 센 왕조가 존재했다는 것도, 저 멀리 서쪽 유럽과 인도를 거쳐 중국까지 얽히는 장쾌한 규모의 역사도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을 갖기 위해 또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마련하는데 작가가 기울였을 노력과 발품에 경의를 표할 따름이다. 이런 선생님이 농구에 축구까지 즐기시니 그 학교 남학생들이 충성을 맹세할 법도 하다. 이런 봉건 영주. 책 페이지가 650쪽에 달하는 만큼 수록된 시각 자료들도 질이 높다. 앞선 내용을 코믹하고 재미나게 요약한 삽화는 물론, 작가가 세계 각지에서 직접 찍어 온(것으로 추정되는) 사진들은 현장의 생생함을 전달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이 책이 소멸된 나무의 가치 이상을 해야(p7)’한다는 저자의 겸손은 그야말로 겸손이라는 생각이다.
건의할 점이 딱 한가지 있다면, 각 세기의 서술이 끝날 때 주요 사건을 요약한 연표가 제시되는데 이걸 모두 이어붙인 걸 부록으로 제공했으면 참 좋았겠다 싶었다. 당장에 떼서 벽에다 붙여놨을텐데. 2쇄, 3쇄를 찍으시면 고려를 해 보시라고 여쭙고 싶다.
어쩄든, 현직 국어교사도, 현직 세계사교사도 교양을 쌓기 위해서든, 역사 공부의 재미를 느껴보기 위해서든, 세계사 점수를 올리기 위해서든 여러모로 추천하고 싶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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