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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엘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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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엘레나

김인숙 | 창비 | 2009년 10월 05일 리뷰 총점9.3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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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09년 10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26쪽 | 319g | 145*210*20mm
ISBN13 9788936437107
ISBN10 8936437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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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63년 서울 출생. 연세대 신방과를 졸업했다. 1983년 조선일보에 「상실의 계절」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함께 걷는 길』 『칼날과 사랑』 『유리 구두』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 『그 여자의 자서전』 『안녕, 엘레나』 『단 하루의 영원한 밤』, 장편소설 『핏줄』 『불꽃』 『79-80 겨울에서 봄 사이』 『긴 밤, 짧게 다가온 아침』 『그래서 너를 안는다』 『시드니 그 푸른 바다에 서다』 『... 1963년 서울 출생. 연세대 신방과를 졸업했다. 1983년 조선일보에 「상실의 계절」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함께 걷는 길』 『칼날과 사랑』 『유리 구두』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 『그 여자의 자서전』 『안녕, 엘레나』 『단 하루의 영원한 밤』, 장편소설 『핏줄』 『불꽃』 『79-80 겨울에서 봄 사이』 『긴 밤, 짧게 다가온 아침』 『그래서 너를 안는다』 『시드니 그 푸른 바다에 서다』 『먼 길』 『그늘, 깊은 곳』 『꽃의 기억』 『우연』 『봉지』 『소현』 『미칠 수 있겠니』 『모든 빛깔들의 밤』 『벚꽃의 우주』 등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수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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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1983년 스무살의 나이로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80년대에 이십대를 보낸 이들의 고민과 방황, 90년대를 대표하는 후일담 문학, 결혼을 둘러싼 여성문제와 가족문제, 그리고 삶과 존재에 대한 성찰까지 다양한 작품세계와 주제의식의 확장으로 우리 문단에서 확고한 위치를 다져온 작가 김인숙의 신작 소설집 『안녕, 엘레나』가 출간되었다. 발표 당시부터 호평을 받았던 빼어난 단편 7편이 수록된 이번 소설집에서는 영혼과 육신에 말이 되지 못한 아픔과 상처를 지닌 존재들이 살아가는 기형적인 삶을 한층 웅숭깊은 연민과 성찰로 보듬는 작가의 시선이 눈에 띈다. “피에 젖은 상실과 그것을 넘어가려는 고요한 긍정 사이에 김인숙의 소설이 그리는 초월적 꿈이 있다”(박범신)는 평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김인숙 소설의 미학과 주제의식을 한 쾌에 묶어내는 유효적절한 평이다.

부재하는 것들 침묵하는 것들 상처받은 것들

젊은시절 원양어선을 탔던, 표제작 「안녕, 엘레나」의 아버지는 자신이 부재한 동안의 어머니의 행실을 의심해 폭력을 일삼고, 결국 이혼한다.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 주인공 윤소망은 대학 졸업 후 직업도 없이, 하고 싶은 일조차 없는 무감한 삶을 살아간다. 그녀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몇달간 여행을 떠난다는 친구에게 원양어선을 타던 시절의 아버지가 낳았다는 이복동생 엘레나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친구는 각지를 돌면서 만나는 모든 엘레나들과 사진을 찍어서 이메일로 전송해온다. 그러나 친구가 여행을 떠나기 직전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실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동명의 사람과 심지어 동물의 사진이 쌓여만 간다.
「숨-악몽」의 아버지는 젊은시절 일찍이 어머니와 만나 쌍둥이 아들, 딸, 그리고 주인공을 낳고 병역을 기피하다가 할 수 없이 군에 끌려간다. 호적상 큰집 자식이던 쌍둥이를 미국으로 이민 보내고, 군에서 돌아와서 생계를 꾸려가면서도 늘 어딘지 허전한 듯한 삶을 살던 아버지는 자신이 물고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유난히 낚시에 집착한다. 아버지를 따라 낚시터에 갔다가 축대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는 늘 어머니가 앉아 있곤 하던 의자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는 아버지를 지켜보던 주인공은 제 손으로 아버지의 숨을 끊는다.
「안녕, 엘레나」와 「숨-악몽」의 아버지들은 공통적으로 과잉된 육체적 욕망을 품었으면서도 가정에 불성실하고 끝내 어머니를 내쫓거나 죽음으로 몰고가는 존재들이다. 현실의 아내와 가정을 온전히 지키지 못한 아버지와 남편은 스스로를 ‘잡놈’이라 이르며 ‘엘레나’라는 가상의, 혹은 미상의 여인에 대한 기형적인 사랑을 술주정처럼 늘어놓기도 한다. 수많은 가상의, 혹은 미상의 ‘엘레나’들은 현실의 아내만큼이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감내하고 무책임한 남자들을 향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엘레나…… 그것이 소였나, 사람이었나. 기억이 엉망진창이로군. 아무튼 엄청나게 살이 찐 여자였어. 그 몸을 타고 있으면 출렁출렁했거든. 근사했지. 참 좋은 여자였어. 얼마든지 절 타게 해줬거든. 내가 원하기만 했으면 평생토록 타고 있게 해줬을 거야. 제 이름도 엘레난데, 딸 이름도 엘레나라고 붙였어. 그 나라가 그래. 제 엄마 이름도 붙이고, 제 할머니 이름도 붙이고, 그래서 여기저기 엘레나야. 뭐, 어쩌겠어. 내가 거두지 못할 새끼면, 이름도 지 마음대로인 거지. 할 수 없잖아. 난 돌아가야 하니까. 내가 아무리 뱃놈에 잡놈이라도 그 정도는 알아. 돌아는 가야지. 돌아가서, 내 마누라 내 새끼들하고 지지고 볶으며 살아야지. 나도 그 정도는 안단 말이야. 물론 미안했지. 어떻게 미안하지 않을 수 있어. 항구에는 말이야,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이랑, 그 미안함 때문에 출렁거리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투성이야. 지 것 남의 것 가리지 않고 어린 새끼들을 끌어안고는, 술냄새가 푹푹 나는 입김을 그 어린것들의 귓불에 쏟아부어가면서 우는 거야. 그게 참 꼴같지 않긴 해. 울면서 한다는 소리가, 미안하다, 미안하다…… 내가 사람이어서 미안하다…… (「안녕, 엘레나」)

욕망의 절제 없이 자식들을 싸지르고, 가출을 일삼으며 불성실한 남편의 궁극을 보여주는 「산너머 남촌에는」의 아버지는 아예 자식과 가정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방기한다. 열여덟에 시집와 열두번의 임신 끝에 여섯 자식을 둔 아흔살 먹은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남편이라는 자는 툭하면 가출해서 한참씩 집을 비우고, 돌아오면 그저 마누라 배를 타는 일이 전부여서 끊임없이 자식을 품게 만들어놓고 떠난다. 그러다 열두번째이자 살아 있는 자식 중 막내인 딸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남편은 타지에서 객사를 한다. 그러나 할머니는 남편의 죽음보다 뱃속에서, 혹은 낳자마자, 혹은 돌도 되기 전에 떠나간 생때같은 자식들의 죽음이 훨씬 더 가슴아팠다. 그렇게 세월 따라 할머니의 몸과 마음에는 구멍이 생긴다. 아비 없이 태어난 터라 유난히 마음이 가던 쉰살 남짓한 막내딸은 아들딸 남매를 두고 있는데, 그중 막내이자 둘째인 스무살짜리 딸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다. 팔자처럼 슬픔도 대물림되는지 자신과 같은 슬픔으로 손톱 끝이 닳도록 괴로워하던 막내딸을 보는 할머니의 억장이 무너진다.

소리내서 입밖으로 가슴 밖으로 슬픔을 말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개잡년’으로 칭하며 자식의 죄를 대신 떠안고 살아가기를 자청한 어머니가 등장하는 「조동옥, 파비안느」의 중심에는 브라질에서 날아온 편지 한 장이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살게 되고, 열여섯 나이에 아이를 낳고, 그 아이와 함께 사라진 어머니 탓에 얼결에 아버지 집으로 떠밀려가게 된다. 어린시절부터 흙속에 묻힌 무언가를 파내고 찾는 습성이 있던 주인공은 수령옹주의 묘지(墓誌)를 읽고, 원나라에 궁녀로 떠난 딸을 그리다 죽은 어머니의 슬픈 사연을 알게 된다. 홀연 떠났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과 함께 브라질에서 날아온 편지는 어머니가 그곳에서 지낸 십육년의 세월을 들려주고, 편지를 보낸 이는 정확히 어머니의 열여섯 먹은 자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수령옹주의 묘지를 해석하는 과정과, 어머니가 브라질에서 보낸 십육년이라는 세월, 그리고 그 편지를 보낸 또다른 어머니의 아이가 겹친다. 당사자인 어머니로부터는 속시원한 설명 없이, 서로에게 삭제된 십육년이라는 세월을 연결시켜주는 편지 한 장은 그러나 더 큰 궁금증을 남긴 채 땅에 묻힌다. 천년이 흐른 뒤에 해석된 수령옹주의 묘지처럼 누군가 천년 뒤 그 편지를 한글자씩 새겨 읽을지도 모른다는 짐작과 함께.

그밖에 평생 제 몫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쌍둥이 오빠와 아무런 열망 없이 홀로 늙어가는 여동생 사이에서 악착같이 살아온 여자(「어느 찬란한 오후」)나 아내와 딸을 외국으로 보내고 한달에 며칠씩은 공중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중년의 파일럿(「현기증」) 등의 인물들 역시 몸과 마음에 남은 상처의 흔적을 안으로 삭이는 존재들이다. 제 몫을 빼앗길세라 욕심껏 속물적인 욕망을 앞세워 살아왔지만 묵묵히 뒤처져 있는 쌍둥이 오빠와 동생의 모습에 가슴 뻐근해지고, 비행중 비행착오와 현기증을 뜻하는 버티고 현상으로 동료를 잃은 기억이 있는 그들은 온몸에 상처를 새겼으나 그것을 말로 표현하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한다.

이 세상에서 죽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입이 없는 것이라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입이 없으면 입보다 오히려 정직한 몸의 흔적이, 생명의 꿈틀거림이 존재의 흔적을 남길 것이라고. (…) 김인숙의 소설은 우리가 잃어버린 수많은 엘레나‘들’의 이야기들, 우리가 모른 척하고 있었던 수많은 파비안느‘들’의 이야기들을 풀어놓을 것이다. 그 남자들은 그 여자들을 버렸지만, 그 여자들도 지지 않고 못지않게 그 남자들을 버렸지만, 그들이 못다한 이야기들은 ‘소설’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누더기를 걸치고 언제든 우리 앞에 부활할 것이다. (정여울, 「‘입술’이 없는 존재의 상처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어머니를 저버린 불성실한 욕망의 화신 같은 아버지들, 자식의 아픔을 대신하고자 스스로를 희생한 어머니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기형적인 삶에 대한 환멸을 품을 수밖에 없었던 자식들은 인생에서 더없이 소중한 것을 눈앞에서 놓치고, 단란한 가정을 꾸려본 경험이 없으며, 무엇보다 자신의 고통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누군가와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대신 이들은 자신의 상처를 고유한 무늬로 삼아 정체성을 만들었고 그런 과정이 바로 김인숙 단편미학을 완성시켜주었다. 「조동옥, 파비안느」에서 브라질에서 편지를 보낸 아이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나 「안녕, 엘레나」에서 엘레나에 얽힌 사연을 그저 농담으로 치부해버리는 아버지의 진실 등, 말과 언어로 표현되지 못한 상처와 고통, 그리고 개개의 사연들은 서사적 긴장의 원동력이 되고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력으로 그 삭제된 공간을 채워넣도록 부추겨 미학적 감흥을 일으킨다.
김인숙의 소설들은 상처와 그로 인해 더욱 깊어진 존재의 심연을, 결코 따뜻하지만은 않은 현대적 가정과 인간관계의 다양한 층위를 각양각색의 스펙트럼으로 담아내 세련되고 섬세한 언어로 탄탄하게 축조해내는 데 성공했다.

추천평

김인숙의 소설을 읽다보면 속절없이 눈가가 젖어오는 일이 종종 있다. 젖은 눈가를 비비다가 민망해서 고개를 돌리면, 어느새 해맑게 웃고 있는 김인숙의 초상이 가깝게 다가온다. 만날 때마다 한결같이 볼 수 있었던, 환하면서 고요한 그 웃음이다. 김인숙을 만나면 늘 나를 종종 울리는 김인숙의 ‘소설’을 응대해야 할지, 아니면 소녀처럼 환히 웃고 있는 ‘일상 속의 김인숙’을 응대해야할지 몰라 잠시 망설이게 된다. 피에 젖은 상실과 그것을 넘어 가려는 고요한 긍정 사이에 김인숙의 소설이 그리는 초월적 꿈이 있다. 그것은 갈구이고 그리움이다. 그의 소설로 인해 내 눈이 젖는 것은 그러므로, 이야기에 내장된 끔직한 상실과 상처 때문이 아니라 그 너머, 어쩌면 소설에서부터 소설 바깥으로까지 아득히 뻗어나온 그리움 때문이다. 존재가 가진 결핍감의 원형을 이 정도의 품격으로, 섬세하면서도 클래식한 소설미학을 견지하며 그려내는 작가는 기실 한국문단에 그리 많지 않다.
박범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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