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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6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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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28.26MB 파일/용량 안내
글자 수/페이지 수 약 2.2만자, 약 0.7만 단어, A4 약 14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ISBN13 9788932029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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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1948년 경북 고령에서 출생하여 6세 때 대구로 이주, 쭉 대구에서 살아오고 있다. 1971년 『현대시학』지 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 『투명한 속』 『김씨의 옆얼굴』 『우리 낯선 사람들』 『측백나무 울타리』 『금요일엔 먼데를 본다』 『녹』 『것들』 『상응』 『연애 간(間)』 등과 시선집 『유리 속의 폭풍』 『비밀』 『고추잠자리』 『부서진 활주로』 『환한 밤』 등이 있다. 대구문학상, 김수영문학상, 도천문학상, ... 1948년 경북 고령에서 출생하여 6세 때 대구로 이주, 쭉 대구에서 살아오고 있다. 1971년 『현대시학』지 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 『투명한 속』 『김씨의 옆얼굴』 『우리 낯선 사람들』 『측백나무 울타리』 『금요일엔 먼데를 본다』 『녹』 『것들』 『상응』 『연애 간(間)』 등과 시선집 『유리 속의 폭풍』 『비밀』 『고추잠자리』 『부서진 활주로』 『환한 밤』 등이 있다. 대구문학상, 김수영문학상, 도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김광협문학상, 대구시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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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현재로 돌아온 과거의 시간들
관찰자의 시선으로 되짚는 떠밀린 ‘기억’

이하석의 열번째 시집 『연애 間』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이하석은 1971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이래 40여 년 동안 서정시로 분류할 수 있는 시편들을 꾸준히 발표했다. 특히 지난 2011년 ‘서정시로 시의 정도(正道)’를 걷겠다는 뜻을 가진 ‘극(極)서정시’ 시리즈로 시집 『상응』을 출간한 바 있다. 『상응』은 시의 서정성을 되찾고, 내용이든 형식이든 독자에게 좀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시를 써야 한다는 그의 다짐과도 같았다. 이번 시집은 『상응』 이후 이하석이 내놓은 첫번째 신작이다. 4년여의 시간이 흐른 만큼, 그가 그리는 세계, 그리고 묘사, 표현은 더욱 깊어졌다.
이번 시집은 ‘기억’이라는 단어에서부터 풀어낸 명시들이 주를 이룬다. 문학평론가 김현은 이하석에 대해 “서정 시인으로서는 희귀하게 자기의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라고 평한 바 있는데, 감정이 과도하게 표출되지 않고 적당한 거리에서 무언가를 응시하는 관찰자로서의 ‘시선’이 이하석의 시가 가지는 중요한 특징이라는 것이다. 지나간 기억을 두고, 뜯어보고 지워보고 되살려보는 그의 작업물들은 관찰자로서의 이하석이 가장 잘 드러나는 지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미 지나간 과거이기에 더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하석은 ‘기억’이라는 단어를 소출함으로써 증명해낸 셈이다.

“모든 아름다운 시들이 그렇듯이 이하석의 시도 떨리는 전깃줄인 것이다. 날이 갈수록 오히려 ― 바람의 기억을 붙잡고 그는 흔들리고 있다.” (문학평론가 김주연)

깊은 어둠으로 되돌아온 옛 흔적,
끝내 지우지 못한 기억과 마주하다


이 책에서 화자는 끊임없이 과거의 기억이 남긴 흔적을 되짚는다.

저를 치대는
파도 때문에
언제나 뒤로
흔적을 남기지 못하는
떠밀린
기억들. (「배」 부분)

구름도
한 원인으로 비치지만,
그것도 이내
말라버려
묵은 천둥의 기억조차
오래 간직하지 못한 채
희미한 얼룩만 남긴다. (「비」 부분)

이미 지워진 기억은 그대로 잊힐 법도 하지만 화자는 끝내 기억의 흔적을 발견한다. “빨래들은 더러운 기억들이 증발하여 제 모든 올들이 맑게 느슨해진 상태를 선호한다”(「빨래」)며 시적 화자는 더러운 기억을 세탁하고 또 세탁한다. “아예 죽죽 그어서 새카맣게”(「최병소처럼, 지우기」) 지우고 또 지우지만 기억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기고야 만다. 그 기억의 얼룩 앞에 이 책의 시적 화자는 놓여 있다.

지우다 보면 지워진 건
쉬 어둠이 된다.
지울수록 더 선명하게 두드러지는
상처는
억지로 지우면서 낸 상처와 함께
없는 것으로 다루기
어렵다. (「최병소처럼, 지우기」 부분)

시적 화자의 기억 지우기는 「최병소처럼, 지우기」에 이르러 절정에 이른다. ‘긋기를 통해 내용을 지워가는 작업을 하는 화가’ 최병소처럼 시적 화자 역시 기억을 “죽죽 그어”버린다. 하지만 그어버린 기억들은 “어둠이” 되어 화자에게로 돌아온다. 억지로 지웠지만 “더 선명하게 두드러지는/상처”가 되어 남는다. 마치 연필로 신문지를 슥슥 그었을 때 신문지가 까맣게 변하는 것처럼 기억은 지울수록 “더 캄캄한 밤”이 되는 것이다. 지우려 했던 상처는 결국 더 깊은 상처를 남기고야 만다. 시의 마지막에 이르러 화자는 “까만/밤은/또 어떻게 지워버리지?”라는 말을 뱉어낸다. 깊은 어둠이 되어 돌아와버린 까만 밤을 지워야 하는 현실 앞에서 화자는 더욱 선명해진 기억과 지우기 작업의 실패를 마주하고, 이를 체념하는 듯한 어조로 받아들인다.

계절이 돌고 도는 자리,
누구나 그렇게 서 있겠지

문학평론가 오생근은 이하석을 두고 “ ‘나’를 말하거나 삼인칭의 그 누구를 말하더라도 내부의 시선으로 관조하듯이, 섬세하고 꼼꼼하게 관찰하는 개성”을 지녔다고 말한다. 앞서 문학평론가 김현의 말과도 일치하는 평인데, 내면으로 향한 관찰자의 시선은 시적 화자의 내면의 성숙으로 이어지고 이하석의 시어를 통해 흘러나온 성찰의 언어는 읽는 이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지난가을에 무성한 바람의 기억들 떨쳐버리고
망각의 비탈로 밀려났다고 여겼는데,
언제 기억 되찾았는지,
우리가 미처 발견하기도 전에,
문득 전신이 푸르스름해져 있다. (「나무」 부분)

망각의 비탈로 이미 밀려난 줄만 알았던 기억은 “우리가 미처 발견하기도 전에” 돌아왔다는 현실 앞에서 시는 새로운 전개를 맞이한다. 기억의 내용이 무엇이든 과거의 기억은 다시 화자와 함께 있다. 특히 시 「나무」는 이 시집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화자의 깨달음을 정확한 어조로 서술하고 있다.

나는 바로 보고 말해야겠다,
나무는 모든 계절의 끝머리쯤에서
망각되거나 의심되는 게 아님을,
언제나 그렇듯 나무가 선 그곳이
모든 계절의 출발점인 것을,
나도 그렇게 비탈에 서 있음을. (「나무」 부분)

“나는 바로 보고 말해야겠다”는 단호하면서 명확한 문장은 시인의 선언처럼 느껴지는데 “언제나 그렇듯” 계절은 돌고 돌고, 기억 역시 밀려 났다 다시 밀려온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중심에 화자도 “서 있음”을 말한다. 마치 나무가 그러하듯 말이다. “미처 발견하기도 전에” “전신이 푸르스름해”지는 봄의 모습처럼 자연스러운 계절의 순환은 비단 나무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님을 시적 화자는 절실히 깨닫고 있다. 기억을 가져본 자만이, 기억을 애써 지워본 기억을 가진 자만이 다다를 수 있는 성찰은 이하석의 간결하고 뚜렷한 언어와 만나면서 충분히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시집은 이 모든 과정을 보여주며 기억에 대한 이하석의 고민과 이해가 원숙의 경지에 다다랐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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