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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아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03월 19일 리뷰 총점7.2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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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03년 03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23g | 153*224*20mm
ISBN13 9788932013985
ISBN10 8932013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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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빈곤한 인간들

저자 소개 (1명)

소설가이자 번역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서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대에 등장한 젊은 작가 가운데에서도 그녀는 독특하다. 이화여대 화학과에 입학한 배수아는 국어 과목을 아주 싫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2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다는 자의식으로 인해 소설을 쓰게 됐다. 1993년 서점에서 단지 표지가 이쁘다는 이유로 우연히 집어든 문학잡지 [소설과 사상]에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이 당선되면서 ... 소설가이자 번역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서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대에 등장한 젊은 작가 가운데에서도 그녀는 독특하다. 이화여대 화학과에 입학한 배수아는 국어 과목을 아주 싫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2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다는 자의식으로 인해 소설을 쓰게 됐다. 1993년 서점에서 단지 표지가 이쁘다는 이유로 우연히 집어든 문학잡지 [소설과 사상]에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취미로 글을 쓴다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문학적 엄숙주의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그의 문장은 당혹스럽고 생경하며 파격적이다. 배수아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불온하고 불순한 이미지에 둘러싸여 있다. 한결같이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늦된 아이들이며 주로 스무살 안팎의 주변적 존재이다. 이들은 사회규범에 적응하지 못하고 진화를 거부하는 인물이며 '스스로 선택한' 이상한 인물이다. 이러한 인물들의 신세대적 일상을 파고들며 신세대적 일상에 숨어 있는 존재의 어둠과 불안, 삶의 이중적 풍경에 대한 감각적 묘사로 일관하다. 체험과 사실성이 강조되던 우리 문학사에서 배수아는 은폐된 존재의 어둠을 탐사하며 독특한 개성을 갖춘 신세대 작가로 성장해왔고, 이제는 미적 성숙의 단계를 완성해가고 있다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는 이지적이면서 자기 주장이 강한 문체를 통해 남녀관계의 속물성을 파헤치고, 독신녀의 시선을 통해 보여지는 경제ㆍ섹스ㆍ결혼관ㆍ자기세계에 대한 솔직하고 쿨한 느낌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 사람의 첫사랑』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사회로부터 버림받거나 스스로 추락중이다. 그들의 배후에는 일탈과 파격, 섬뜩한 비애가 차갑게 펼쳐져 있다. 세기말의 쓸쓸함과 밀봉된 희망, 피학적인 아픔이 한꺼번에 만져지는 작품이다.

『붉은 손 클럽』은 외형의 독특함을 넘어, 단자화된 관계에 상처받으면서도 결국 또 다시 사랑을 선택하는 인간의 심리, 사랑의 대상을 향한 비이성적 감성들, 일상에 물든 관계의 지리멸렬함을 포착해 내는 배수아의 섬세한 감성과 날카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배수아의 감각적이고, 이미지적인 글쓰기가 잘 나타나 있다. 『심야통신』은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녀 특유의 감각 더듬이로 포착하고 있는 창작집이다. 배수아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고 아무것에도 감동하지 않는 일상인의 내부에 꿈틀거리는 목마름과 허기를 이야기한다. 그녀는 후기 산업사회의 일련의 징후를 상징하고 허무주의적 인간형과 이미지와 기호로 점철된 우리 세대의 문제적인 서사 형식을 보여주면서 자기만의 자리, 자기만의 소설을 탄생시켰다.

『철수』는 인간 존재 안의 어둠과 생의 운명적인 폭력 속으로 더 한층 깊이 탐사해 들어가는 배수아 소설의 불온한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섬뜩한 생의 이면을 보아버린 자의 어둡고 서늘한 내면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이바나』는, 소설 속의 '나'가 외국 여행 중에 산 중고 자동차의 이름이다. 또, '그녀'로 불리는 이바나는 여행기를 편집하는 편집자에겐 신비의 여성이다. '이바나'는 어느 도시의 이름이기도 하고, 어느 지방에선 흔한 이름이기도 하다. 자신의 단편집 말미에, 배수아는 '나에게 제목이란 면상의 흉터와도 같아서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이 치명적이다. ...... 지금 나는 왜 모든 소설은 예외 없이 제목을 필요로 하는가 회의스럽다.' 고 말했다. 가장 짧은 제목이 가장 좋은 제목이라고도 했는데, 이 소설의 제목 '이바나'는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는 이 '이바나'는 내내 소설 속 화제의 중심인데 비해,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모두 뭉개져 있다. 나, K, B, 산나, Y...... '죽기 전까지는 대도시를 빠져나갈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이 견디는 불면의 밤을 섬뜩하게 그리고 있다.

이 외에도 『어느 하루가 다르다면, 그것은 왜일까』, 『뱀과 물』,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 『동물원 킨트』, 『이바나』,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당나귀들』, 『독학자』, 『훌』, 『에세이스트의 책상』, 『북쪽 거실』, 『올빼미의 없음』, 『서울의 낮은 언덕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등을 썼다. 산문집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창작집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그 사람의 첫사랑』 등과 장편소설 『랩소디 인 블루』, 『부주의한 사랑』, 『붉은손 클럽』 등이 있다. 또한 몸을 주제로 한 에세이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를 펴냈다.

역서로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프란츠 카프카의 『꿈』,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W. G. 제발트의 『현기증. 감정들』, 『자연을 따라. 기초시』,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의 골드문트』, 『데미안』 등으로 2003년 한국일보문학상, 2004년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사데크 헤다야트의 『눈먼 부엉이』,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프란츠 카프카의 『꿈』,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달걀과 닭』과 『G. H. 에 따른 수난』 등이 있다.

전통 소설의 인물과 이야기 중심에서 벗어나 어떻게 서술 자체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인 「무종」을 통해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였으며, ‘월요일 독서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독특한 문체와 색깔로 열혈 독자군을 거느려 왔던 그녀는 이제 사유하는 문장의 힘으로 새로운 독자들과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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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p. 199∼200
--- pp. 7∼9

줄거리

1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 전직 국립대학 교수인 ‘마’는 교통사고 후 장애를 겪고 전처와 이혼했다. 현재 엄청난 거구의 ‘돈경숙’과 재혼한 상태. 생활 능력을 상실한 마는 생계를 전적으로 돈경숙에서 의지하고 있다. 그가 즐기는 음식은 가쓰오부시 국물의 스키야키 요리.

2 만두, 소양 치즈
: 사고 이전의 마와 ‘박혜전’은 평범한 부부였다. 어느 날 박혜전이 집에 사들고 온 소의 위양이 들어간 만두를 먹고 마는 급채를 한다.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다가 퇴원 후 어느 날, 집 근처 이발소를 다녀오는 길에 마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3 모계 사회
: 오로지 돈과 허울 좋은 남자에게만 관심이 있는 돈경숙은 무능력한 마에게 폭언과 구타 등 히스테리를 부리기 일쑤다. 그녀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은 전남편과의 사이에 둔 아들 세원이다. 다섯 살 때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피해의식 속에 사로잡혀 있는 세원은 고등학교마저 중퇴한 채 하는 일 없이 엄아에게서 돈을 뜯어간다. 현재 세원은 수선집 딸 뚱땡이 부혜린과 몰래 사귀고 있는 중.

4 성(聖) 모녀
: 마와 돈경숙이 살고 있는 건물 1층에서 수선집을 열고 있는 ‘표현정’은 7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의 딸 부혜린과 함께 살고 있다. 젊었을 적 명동의 의상실에서 재봉사로 일하고 피팅 모델 일을 한 경력을 대단한 자부심으로 갖고 있는 표현정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는 것은 ‘돈.’ 그녀에게 돈은 곧 ‘권력’의 상징이며 인생에서 모든 불가능한 것들조차 해결해줄 수 있는 영원불변, 절대 가치, 그것이다. 어머니 밑에서 전전긍긍하는 부혜린은 독립해서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에 취직하라고 부추기는 남자친구 세원 때문에 걱정만 쌓여갈 따름이다.

5 지식인의 초상
: 타고난 웅변가 체질인 ‘백두연’은 마의 대학동기이다. 모호한 사상을 펼치며 스스로의 웅변과 장악력에 도취되는 타입이다. 그는 마와 이혼하고 서서히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박혜전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

6 눈의 여왕
: 백두연의 또 다른 대학 동창인 ‘음명애’는 눈에 띄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인스턴트 음식을 선호하는 여자이다. 그녀는 백두연을 어설픈 지식인 흉내를 내는 사기꾼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녀의 애인 ‘우균’은 서른 살의 룸펜으로 음명애에게 경제적으로 기생하고 있다. 음명애의 남성 취향은 대체로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채, 응석이 강하고 자존심과 고집이 센 반면 현실적으로 미숙한 학교 우등생인 동시에 사회의 열등생에 가깝다. 그런 그녀가 우균에게 절교를 선언하던 날, 지하철 벤치에서 한 남자애, 세원을 만나고 그와 거래를 한다. 세원은 새들을 잔뜩 키웠다는 그녀의 집에서 야릇하게 풍겨나오는 침묵을 느낀다. 한편 세원의 갑작스런 잠적에 걱정과 우울증이 심해진 부혜린은 자꾸만 체중이 불어나고, 그런 그녀를 엄마 표현정은 단 것으로 달랜다.

7 두 마리 통통한 비둘기
: 막과 말리는 마와 박혜전 사이의 아들과 딸. 그들의 출장 탁아교사로 일하는 ‘진주’는 약혼자 ‘성도’와 둘만의 둥지를 갖기 위해 밤낮으로 돈을 번다. 허름한 부암동 골목에서 값싼 셋집을 구하러 다니던 중, 대학 시절 교수였던 ‘마’와 부딪친다. 예전의 모습은 온데 간 데 없고 입가로 줄줄 흘러내리는 침을 제어하지 못하는 그에게서 그녀는 도망치듯 떠나온다.

8 털 모델
: 특정한 직업 없이 자유기고가로 일하고 있는 성도는 대도시가 필요로 하는, 다양하고 비정형적인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기사를 위해 ‘털 모델’을 하는 한 여성을 만난다. 그녀의 최근 관심사는 ‘스키야키 식당 찾기’이다. 인터뷰 도중 우연히 부암동에 있는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이야기를 동시에 꺼내게 된다.

9 낯선 천국으로의 여행
: 진주와 성도의 친구인 배유은과 김요환은 9년 10개월 차 동거해온 딩크족 부부이다. 사랑하니까 결혼한다는 친구 진주를 결단코 이해하지 못하는 두 사람.

10 황견
: 배유은은 나태함은 부끄러움이고 곧 죄악이라고 생각하는 유형, 아이를 원함.
김요환은 겉멋 들린 인간. 출산과 양육에 반대.

11 강시
: ‘강시’라고 불리는 세탁소집 어린 딸 혜영이는 곧잘 어울려 노는 박혜전의 딸 말리에게 어른스러운 이야깃거리를 들려주며 이것저것 값나가는 것을 요구한다. 백동전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강시가 혜영이를 연필로 내려찍으려는 찰나, 말리의 탁아교사 진주가 이를 목격한다. 결국 강시는 사디스트인 아버지에게 끔찍한 구타를 당하고 응급실로 실려 간다.

12 검은 하루
: 혼외정사를 마친 남자와 여자. 슬슬 서로에게 싫증을 느끼기 시작한 이 둘은 얼룩진 셔츠를 강시네 세탁소에 맡기고 돌아서면서 검게 흐린 하늘에서 떨어지는 우박을 만난다. 지하방에서 뚜렷한 직업도 없이 독서와 편지쓰기 등으로 소일을 삼는 한 남자는 두 사람분의 식탁을 준비하고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 이야기를 건네며 검은 하루를 기념한다.

13 그런데, 먹을 것 좀 가지고 있어?
: 무직(無職)인 ‘노용’은 하루하루 버려진 음식들을 찾아서 그것으로 연명하는 인간. 그의 배다른 여동생 ‘준희’는 인간에게 과거의 태생은 절대적인 배경이며 인격이나 삶의 양식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 주체의 자각을 두려워하는 노용에게 그녀는 단지 망상증 환자일 뿐이다.

14 나는 그냥, 낙서할 뿐이다‥‥‥
: 노용과 준희, 그리고 노용의 과거 여자친구 ‘김지선’ 사이에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이들의 성장 배경이 드러난다.

15 콘트라베이스
: 성도는 김지선을 통해 노용을 소개받고 그를 인터뷰한다. 그의 목적은 자발적인 가난이나 관습에 구애받지 않는 삶의 형태를 취재하는 것. 극단적 나태함은 질병이고 범죄라고 생각하는 성도와 나름대로 가난을 누릴 권리를 주장하는 노용.

16 예비적 서문 - 슬픈 빈곤의 사회
: 어느 자선단체의 관리자 한과 계약을 맺고 빈곤에 대한 취재 글을 쓰는 성도는 여러 상황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빈곤에 의한 존재의 확인’을 목도한다.

17 오직 무참히 짓밟힌 인간
: 백두연의 삼촌은 전당포 주인(고리대금업자)이다. 그는 가난 때문에 편협한 지적 영역만을 체험한 자의식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 고집불통 인간이다. 그의 눈에 좋은 집안의 수혜자이자 지식인으로 비쳐지는 조카 백두연과 사고의 출발점이 다르다.

출판사 리뷰

90년대 등장한 일군의 작가들-김영하, 백민석, 정영문 등- 가운데 단연 그 독특한 소설 쓰기로 자신의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배수아의 소설은 흔히, 전통 문학사적 배경과 이데올로기를 비껴나 있는 다소 몽환적인 이미지, 건조함과 냉소로 가득한 문체로 특징 지워진다. 그 동안 그녀의 작품 속 인물들은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채 일탈과 방황, 비정상적 상황에 처한 신세대 개인들이 주를 이루었고 그들이 내뱉는 말과 몸짓 역시 어둡고 불온한 색깔을 입고서 파괴적이고 강한 이미지를 그려왔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하는 장편소설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문학과지성사, 2003)은 다르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이미지에 치중됐던 그녀의 오감이 이번에는 뚜렷하게 보이고 들이고 냄새 맡을 수 있는 삶의 실체에 집중돼 있다. 때문에 환상적 이미지가 강한 배수아식 소설에 길들여져 있던 독자들에게는 약간의 당혹스러움마저 던져줄 수 있다. 무엇보다 가난으로 얼룩진 일상, 그 병든 세계의 아픔을 직접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데서 배수아 이전의 소설들과는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이번 장편소설은 존재의 어둠과 불안이 잠식하는데 불가피한 요소인 ‘빈곤’을 주제로 무려 17개의 길고 짧은 에피소드가 연작소설의 형태를 띠고 펼쳐진다. 자칫 사건 전개와 등장인물 관계에 이렇다할 연관성이 없이 독립되어 보이지만, 부암동 허름한 골목길의 스키야키 식당 주변에 모여 살고 있는 인물들이 “빈곤에 무참히 짓밟힌” 존재의 비루함을 다양한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그 속엔 유식한 밥버러지(마), 허울 좋은 지식인(백두연, 음명애, 우균, 김요환), 돈을 절대가치로 삼는 가엾은 영혼(돈경숙, 표현정), 의식 없이 매일매일을 소비하는 아이들(세원, 털 모델)이 있다. 입가로 진득하게 번지는 침, 죽은 새가 남기고 간 베란다의 곰팡내와 왠지 모를 인물들이 뿜어내는 불안하고 음산한 기운은 전형적인 배수아의 소설로 읽게 하지만, ‘빈곤에 대한 보고서’를 위해 다양한 인간군상을 취재하는 성도의 입을 빌린 배수아의 목소리는 이전의 작품들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며 그녀의 생각을 읽으려는 독자에게는 (작가는 결코 의도하지 않은) 친절하게 비치기까지 한다. 메마르고 탁한 그러나 세련된 그녀의 문체는 여전하지만 인물의 외모와 성격을 낱낱이 묘사하고 하나의 주제를 놓고 대화로 집요하게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구성의 힘에서 조심스럽게 변형과 성숙의 맛을 익혀가는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를 짐작하게 한다.

어떤 시각으로 본다면 현재 빈곤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질 수도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말이다. 그것은 더 이상 보편적으로 중요한 화제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내 경우를 말한다면 좀 다르다. 나는 내가 지금까지 만났거나 혹은 직접 만자니 못한 사람에게서 빈곤을 읽었다. 가난을 겪은 사람이나 심지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서도 마찬가지이다. 그것 말고는 사람에게서 아무것도 읽은 것이 없다고 말할 수조차 있다. [……] 그러한 빈곤의 모습들은 이것을 쓰는 내내 나를 자극했다. 그러면서 은연중에 터무니없는 욕심을 갖고 있기도 했는데, 빈곤과 마찬가지로 이 원고를 영원히 끝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_「작가의 말」에서

제발 타인을 위해 살라는 둥, 사람의 목적을 자아 이외의 것에 돌려보라는 둥 하는 말은 하지 마라. 그런 설득력도 없고 상투적인 문장에는 아주 신물이 나니 말이야. 아마 나는 아주 타락하고 싶다거나 성적으로 천박해지고 싶다거나 이루 말할 수 없는 모욕을 받는 문란한 생활을 하고 싶은 그런 욕구가 있는지도 몰라. [‥‥‥] 그래, 나는 자유롭기를 원해. 나는 지적이지 않은 것을 도저히 참지 못하는 동시에 지적인 나 자신을 혐오해. 나는 거품이 많이 들어간 커피처럼 자극 없는 하루하루를 견딜 수 없을 때가 많아. _ 본문 중에서

경제적인 결핍으로 인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것이 빈곤이라고 한다면, 견해에 따라서 상당히 다르기는 하겠지만 내가 인터뷰했던 많은 다른 사람들은 그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 그래서 내 글은 빈곤이라는 주제를 지나치게 확대시켰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도 같다. 그러나 내가 인터뷰를 하는 동안 내내 빈곤은 너무 많은 얼굴과 가면을 쓰고 인터뷰어의 등 뒤에서 어깨 너머로 나를 보면서 미소를 흘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완성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을 가지고 있다. 빈곤은 스스로 범위를 확장해나가고 점점 빈곤 아닌 다른 것의 이름을 차용하거나 데카당한 가면을 쓰고 있기도 하면서 그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뒤를 쫓아가기가 힘에 부칠 정도였다. 나는 빈곤에 서서히 점령당하고 포로가 되어가는 자신을 느낀다. 결핍에서 유래된 온갖 부자연스러움이 이제는 친근하고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 이것이 극단적이고 왜곡된 시각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인정한다. _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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