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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호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1월 30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 판매지수 36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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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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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6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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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18.89MB 파일/용량 안내
글자 수/페이지 수 약 2.7만자, 약 0.9만 단어, A4 약 17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ISBN13 9788932029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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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1959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경북대 독문학과를 졸업했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를 좋아했으나 그림 그리기의 꿈은 일찍이 버리고 숨을 쉬듯 시를 쓰다가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 6호에 「금호강」 「변비」 등을 발표하면서 시단에 나왔다. 2000년 김수영문학상과 동서문학상, 2008년 미당문학상, 2009년 대산문학상, 2010년 이상시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동시집 『저녁별』 『초록 토끼를 만... 1959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경북대 독문학과를 졸업했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를 좋아했으나 그림 그리기의 꿈은 일찍이 버리고 숨을 쉬듯 시를 쓰다가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 6호에 「금호강」 「변비」 등을 발표하면서 시단에 나왔다. 2000년 김수영문학상과 동서문학상, 2008년 미당문학상, 2009년 대산문학상, 2010년 이상시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동시집 『저녁별』 『초록 토끼를 만났다』와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 『붉은 눈, 동백』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분홍 나막신』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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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검은 역사의 한 장면에서 당겨지는
순수와 비순수의 길항을 통한 시적 긴장들

시, 쉽게 닿을 듯하지만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세계와의 대결
(이상시문학상, 대산문학상, 미당문학상, 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인 송찬호의 다섯번째 시집)


그때 난 온통 분홍이었다
다른 먼 세계에서
피를 가져오느라
내 몸은 멍들고 부풀어 있었다
_「복숭아」 부분

〈문학과지성 시인선〉 479번째 시집으로 송찬호의 다섯번째 시집 『분홍 나막신』이 출간되었다. 문명의 위력에 동화적 상상력을 동원해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2009) 이후 7년 만의 결실이다. 첫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와 두번째 시집 『10년 동안의 빈 의자』에서처럼 인습적이고 상투적인 형식에 맞서 대상을 불화와 충돌로써 새로운 차원으로 받아들이는 시인만의 새로운 상징과 미적 질서가 이끄는 가운데 세번째 시집 『붉은 눈, 동백』의 선명한 이미지가 세계와 만나 이뤄내는 존재에 대한 성찰은 좀더 깊어졌다. “내가 다스리는 나라에서/어찌 이런 맹랑한 게 태어날 수 있지?/복숭아나무가 미쳤군!”이라는 엄포 속에서도 “그래, 난 미친 복숭아 나무에서/태어난 털 없는 짐승 [……] 거친 이야기 한 토막 뗏목 삼아 흘러흘러 여기까지 왔다”(「복숭아」)고 으스대는 붉은 분홍의 몸집이 강렬하게 서로 다른 시들을 견인한다. “검은 밤 가족 드라마가 뜨겁게 타오른다/활활 타오르는 여자와 남자 사이에서/아동이 탄생하고/새로운 가족이 발명”(「불의 가족」)되는 그야말로 “시뻘건 화염 속에서” 사는 가족은 누구인가. 이 달뜬 분홍의 몸들은 시집 전체에 걸쳐 봄-여름-가을-겨울을 아우르며 세밀한 풍경들 속에 등장한다. “오너라, 더딘 봄이여/여기는/아시아의 맨 끝/서정의 박토”(「2월의 노래」), “언덕에는 지난여름 지독한 피부병을 앓은/버짐나무 몇 그루 서 있었고/[……]/따라서 다치고 지친 그들 몸이 쉬어가기에/언덕은 이미 지나치게 통속해져 있”(「붉은 돼지들」)으며, “냇가에 살얼음이 하얗게 떠 있던 늦가을 아침”(「화북(化北)을 지나며」)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렇게 다가온 “어느 해 겨울 선거에 패하고 흰 붕대를 하고 다닌 사람들 모습”(「눈사람」)은 누구의 모습인가. 시인이 여기 시들에 그려놓은 모습은 누구도 아니 ‘나’의 모습이 되어 아프게 공감을 일으킨다.

클래식Classic-말의 고전, 시의 고전 그리고 우리 시대의 ‘품격’

평론가 이재복은 ‘송찬호의 시에는 고전적인 품격이 내재해 있으며 이것은 말과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모색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어느 시인, 또 어떤 시에도 붙여볼 수 있는 말이겠지만 사실 이보다 더 송찬호를 분명하게 말하기 힘들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기교나 형식 논리의 차원을 넘어 의식과 대상, 발견과 탈은폐, 상징과 이미지 등 미학적인 차원을 아우르는 모색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철학의 차원에서만 혹은 문학적 차원에서만 다루어질 수 없는 ‘그 사이 세계’에서 긴장의 상태로 작동하는 송찬호의 언어 사용은 줄타기에 견줄 만하다. 시적 미학성은 그 세계의 미적 조건을 드러내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이때의 언어는 그것을 견딜 만한 미학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시의 미학성을 말하려 할 때 그것을 설명하기는 어렵고 다만 좋은 시를 만났을 때에야 우리는 그것을 깨달을 수 있다. 실험이 아닌 미적 완성에 도달하기 위해 미의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의 균형과 긴장을 유지하는 그의 시적 태도는 한 전형으로서 우리 시와 우리 시대의 품격을 증명한다. “새로운 시의 지평은 고전적인 미의 탐색을 통해 열린다는 이 역설은 송찬호에게 ‘맨드라미 즙이 문질러진 분홍 나막신’만큼 선명하다.”

님께서 새 나막신을 사 오셨다
나는 아이 좋아라
발톱을 깍고
발뒤꿈치와 복숭아뼈를 깍고
새 신에 발을 꼬옥 맞추었다

그리고 나는 짓찧어진
맨드라미 즙을
나막신 코에 문질렀다
발이 부르트고 피가 배어 나와도
이 춤을 멈출 수 없음을 예감하면서
님께서는 오직 사랑만을 발명하셨으니 _「분홍 나막신」 전문

말과 언어에 대한 깊이 있는 모색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상징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송찬호의 시 세계는 미에 대 한 고전적classical인 품격과 깊이를 지닌다. 어떤 개념이나 도구 없이 세계에 은폐된 의미를 발견하려는 고전적인 태도는 우리가 오랫동안 망각해왔거나 상실해버린 ‘미학으로서의 시’ 혹은 ‘시의 미적 정체성’의 문제를 환기한다. 그가 복원하려는 미학은 시의 미적 원리를 이루는 기본적인 조건이면서 미적 이상과 보편성을 실현하는 토대라는 점에서 인습화되고 고정화된 관념을 넘어 낯설게하기가 시의 기본 원리라 알고 있는 이들에게 전범이 될 만한 미학적 사건이다. _이재복(문학평론가)

검은 상징과 분홍빛 생기가 만드는 긴장과 여운 그리고 시 읽기의 즐거움

세상은 여전히 어지러웠네
화살은 멀리 날아가
피 흘리는 것들만 데려왔네
호숫가 언덕 한 송이 백합
누군가를 오래 기다렸다네
기다리다 기다리다
검어졌다네
_「검은 백합」 부분

송찬호 시의 가장 손꼽히는 특성은 시어의 신선함이다. 그 언어의 생동은 현란한 수사의 꾸밈이 아닌 날것으로 데려다 놓음으로써 그것들이 시 속에서 스스로 상징이되고 비유가 되는 움직임을 찾아게 한다. 시들의 제목, ‘장미’ ‘냉이꽃’ ‘상어’ ‘참새’ ‘튤립’를 보아도 그렇고, 시 속의 문장들도 마찬가지다. 언어를 도구화하지 않고 그것 스스로 놀 수 있는 판을 벌여준다. 익숙한 대상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인습화되고 낡은 발견이 아닌 새로운 발견을 선사한다.

나는 천둥을 흙 속에 심어놓고
그게 무럭무럭 자라
담장의 장미처럼
붉게 타오르기를 바랐으나

천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로만 훌쩍 커
하늘로 돌아가버리고 말았다_「장미」 부분

또한 송찬호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걸 보며,

한참 거리를 쏘다니다
쇼윈도 거울 앞에 이르러
자신의 어깨가 조금 기우뚱한 걸 알아챈 것 같았다
그는 히죽 웃으며, 오른쪽 어깨 위의 귀신을 왼쪽 어깨로 옮겨 앉혔다_「귀신이 산다」 부분

누구도 보지 못한 진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분명 여자가 남자를 떠민 것 같았다
열차가 들어오고 있는 선로로,
삽시간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터져 나오는 울음 사이로 여자는
남자가 발을 헛디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잘못 본 것일까?_「여우털 목도리」 부분

대상을 발견하고, 말 앞에서 물러서며, 누구도 보지 못하는 것을 담아내는 이 시들이 담아내는 재미있는 풍속과 세상에 대한 재치 있는 반격은 리듬과 템포를 더해 무엇보다 잊고 있던 시 읽는 즐거움 되찾아줄 것이다. 그것이. 다시 한 번 송찬호 시집을 들어야 하는 이유다.

시인의 말

지난 6, 7년간 쓴 시들을 끄집어내
먼지를 털고 낯을 씻겨
다섯번째 시집으로 묶는다.
자정 너머 달리는, 심야 막차 풍경 같은
고단한 풍경의 시들이
이 시집에 실려 어디론가 흘러간다.

2016년 이른 봄
송찬호

시인의 산문

시를 쓰기 위해 어떤 대상에 다가갈 때, 그에게서 온기가 느껴질 때가 있다. 이미 다른 누군가의 시가 만지고 간 흔적인, 아직 그에 게 남아 있는 미열(微熱) 같은 것이 그것이다. 여기서 앞서 그에게 다녀간 시에 대해 잠깐 생각해본다. 시는 어느 낯선 존재의 소곤거림에 이끌렸으리라. 다가오는 시의 기척에 그도 몸을 뒤척이며 설레었으리라. 그런데 번번이 존재의 부름에 늦는 게으름을 접어 두고라도, 무딘 내 언어로는 그를 들뜨게 할 수 없으니. 그렇다면 내 시는 그의 언저리만 덥히다 가면 안 되나. 아니, 시로 호명되기 전의, 그의 본래의 꿈만 살짝 엿보다 가면 안 되나. 그렇게 망설이 는 사이, 그에게 남아 있던 온기도 다 날아가버리고, 내 시의 투정 에 조금 비뚤어져 있던 그의 모습이 본래의 자세로 되돌아간다.
검은 역사의 한 장면에서 당겨지는
순수와 비순수의 길항을 통한 시적 긴장들

시, 쉽게 닿을 듯하지만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세계와의 대결
(이상시문학상, 대산문학상, 미당문학상, 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인 송찬호의 다섯번째 시집)


그때 난 온통 분홍이었다
다른 먼 세계에서
피를 가져오느라
내 몸은 멍들고 부풀어 있었다
_「복숭아」 부분

〈문학과지성 시인선〉 479번째 시집으로 송찬호의 다섯번째 시집 『분홍 나막신』이 출간되었다. 문명의 위력에 동화적 상상력을 동원해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2009) 이후 7년 만의 결실이다. 첫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1989)와 두번째 시집 『10년 동안의 빈 의자』(1994)에서처럼 인습적이고 상투적인 형식에 맞서 대상을 불화와 충돌로써 새로운 차원으로 받아들이는 시인만의 새로운 상징과 미적 질서가 이끄는 가운데 세번째 시집 『붉은 눈, 동백』(2000)의 선명한 이미지가 세계와 만나 이뤄내는 존재에 대한 성찰은 좀더 깊어졌다. “내가 다스리는 나라에서/어찌 이런 맹랑한 게 태어날 수 있지?/복숭아나무가 미쳤군!”이라는 엄포 속에서도 “그래, 난 미친 복숭아 나무에서/태어난 털 없는 짐승 [……] 거친 이야기 한 토막 뗏목 삼아 흘러흘러 여기까지 왔다”(「복숭아」)고 으스대는 붉은 분홍의 몸집이 강렬하게 서로 다른 시들을 견인한다. “검은 밤 가족 드라마가 뜨겁게 타오른다/활활 타오르는 여자와 남자 사이에서/아동이 탄생하고/새로운 가족이 발명”(「불의 가족」)되는 그야말로 “시뻘건 화염 속에서” 사는 가족은 누구인가. 이 달뜬 분홍의 몸들은 시집 전체에 걸쳐 봄-여름-가을-겨울을 아우르며 세밀한 풍경들 속에 등장한다. “오너라, 더딘 봄이여/여기는/아시아의 맨 끝/서정의 박토”(「2월의 노래」), “언덕에는 지난여름 지독한 피부병을 앓은/버짐나무 몇 그루 서 있었고/[……]/따라서 다치고 지친 그들 몸이 쉬어가기에/언덕은 이미 지나치게 통속해져 있”(「붉은 돼지들」)으며, “냇가에 살얼음이 하얗게 떠 있던 늦가을 아침”(「화북(化北)을 지나며」)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렇게 다가온 “어느 해 겨울 선거에 패하고 흰 붕대를 하고 다닌 사람들 모습”(「눈사람」)은 누구의 모습인가. 시인이 여기 시들에 그려놓은 모습은 누구도 아닌 ‘나’의 모습이 되어 아프게 공감을 일으킨다.

클래식Classic-말의 고전, 시의 고전 그리고 우리 시대의 ‘품격’

평론가 이재복은 ‘송찬호의 시에는 고전적인 품격이 내재해 있으며 이것은 말과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모색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어느 시인, 또 어떤 시에도 붙여볼 수 있는 말이겠지만 사실 이보다 더 송찬호를 분명하게 말하기 힘들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기교나 형식 논리의 차원을 넘어 의식과 대상, 발견과 탈은폐, 상징과 이미지 등 미학적인 차원을 아우르는 모색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철학의 차원에서만 혹은 문학적 차원에서만 다루어질 수 없는 ‘그 사이 세계’에서 긴장의 상태로 작동하는 송찬호의 언어 사용은 줄타기에 견줄 만하다. 시적 미학성은 그 세계의 미적 조건을 드러내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이때의 언어는 그것을 견딜 만한 미학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시의 미학성을 말하려 할 때 그것을 설명하기는 어렵고 다만 좋은 시를 만났을 때에야 우리는 그것을 깨달을 수 있다. 실험이 아닌 미적 완성에 도달하기 위해 미의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의 균형과 긴장을 유지하는 그의 시적 태도는 한 전형으로서 우리 시와 우리 시대의 품격을 증명한다. “새로운 시의 지평은 고전적인 미의 탐색을 통해 열린다는 이 역설은 송찬호에게 ‘맨드라미 즙이 문질러진 분홍 나막신’만큼 선명하다.”

님께서 새 나막신을 사 오셨다
나는 아이 좋아라
발톱을 깍고
발뒤꿈치와 복숭아뼈를 깎고
새 신에 발을 꼬옥 맞추었다

그리고 나는 짓찧어진
맨드라미 즙을
나막신 코에 문질렀다
발이 부르트고 피가 배어 나와도
이 춤을 멈출 수 없음을 예감하면서
님께서는 오직 사랑만을 발명하셨으니 _「분홍 나막신」 전문

말과 언어에 대한 깊이 있는 모색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상징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송찬호의 시 세계는 미에 대한 고전적classical인 품격과 깊이를 지닌다. 어떤 개념이나 도구 없이 세계에 은폐된 의미를 발견하려는 고전적인 태도는 우리가 오랫동안 망각해왔거나 상실해버린 ‘미학으로서의 시’ 혹은 ‘시의 미적 정체성’의 문제를 환기한다. 그가 복원하려는 미학은 시의 미적 원리를 이루는 기본적인 조건이면서 미적 이상과 보편성을 실현하는 토대라는 점에서 인습화되고 고정화된 관념을 넘어 낯설게하기가 시의 기본 원리라 알고 있는 이들에게 전범이 될 만한 미학적 사건이다. _이재복(문학평론가)

검은 상징과 분홍빛 생기가 만드는 긴장과 여운 그리고 시 읽기의 즐거움

세상은 여전히 어지러웠네
화살은 멀리 날아가
피 흘리는 것들만 데려왔네
호숫가 언덕 한 송이 백합
누군가를 오래 기다렸다네
기다리다 기다리다
검어졌다네
_「검은 백합」 부분

송찬호 시의 가장 손꼽히는 특성은 시어의 신선함이다. 그 언어의 생동은 현란한 수사의 꾸밈이 아닌 날것으로 데려다 놓음으로써 그것들이 시 속에서 스스로 상징이 되고 비유가 되는 움직임을 찾아 가게 한다. 시들의 제목, ‘장미’ ‘냉이꽃’ ‘상어’ ‘참새’ ‘튤립’를 보아도 그렇고, 시 속의 문장들도 마찬가지다. 언어를 도구화하지 않고 그것 스스로 놀 수 있는 판을 벌여준다. 익숙한 대상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인습화되고 낡은 발견이 아닌 새로운 발견을 선사한다.

나는 천둥을 흙 속에 심어놓고
그게 무럭무럭 자라
담장의 장미처럼
붉게 타오르기를 바랐으나

천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로만 훌쩍 커
하늘로 돌아가버리고 말았다_「장미」 부분

또한 송찬호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걸 보며,

한참 거리를 쏘다니다
쇼윈도 거울 앞에 이르러
자신의 어깨가 조금 기우뚱한 걸 알아챈 것 같았다
그는 히죽 웃으며, 오른쪽 어깨 위의 귀신을 왼쪽 어깨로 옮겨 앉혔다_「귀신이 산다」 부분

누구도 보지 못한 진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분명 여자가 남자를 떠민 것 같았다
열차가 들어오고 있는 선로로,
삽시간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터져 나오는 울음 사이로 여자는
남자가 발을 헛디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잘못 본 것일까?_「여우털 목도리」 부분

대상을 발견하고, 말 앞에서 물러서며, 누구도 보지 못하는 것을 담아내는 이 시들이 담아내는 재미있는 풍속과 세상에 대한 재치 있는 반격은 리듬과 템포를 더해 무엇보다 잊고 있던 시 읽는 즐거움을 되찾아줄 것이다. 그것이 다시 한 번 송찬호 시집을 들어야 하는 이유다.

시인의 말

지난 6, 7년간 쓴 시들을 끄집어내
먼지를 털고 낯을 씻겨
다섯번째 시집으로 묶는다.
자정 너머 달리는, 심야 막차 풍경 같은
고단한 풍경의 시들이
이 시집에 실려 어디론가 흘러간다.

2016년 이른 봄
송찬호

시인의 산문

시를 쓰기 위해 어떤 대상에 다가갈 때, 그에게서 온기가 느껴질 때가 있다. 이미 다른 누군가의 시가 만지고 간 흔적인, 아직 그에 게 남아 있는 미열(微熱) 같은 것이 그것이다. 여기서 앞서 그에게 다녀간 시에 대해 잠깐 생각해본다. 시는 어느 낯선 존재의 소곤거림에 이끌렸으리라. 다가오는 시의 기척에 그도 몸을 뒤척이며 설레었으리라. 그런데 번번이 존재의 부름에 늦는 게으름을 접어 두고라도, 무딘 내 언어로는 그를 들뜨게 할 수 없으니. 그렇다면 내 시는 그의 언저리만 덥히다 가면 안 되나. 아니, 시로 호명되기 전의, 그의 본래의 꿈만 살짝 엿보다 가면 안 되나. 그렇게 망설이 는 사이, 그에게 남아 있던 온기도 다 날아가버리고, 내 시의 투정 에 조금 비뚤어져 있던 그의 모습이 본래의 자세로 되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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