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추리소설의 거장 엘리스 피터스, 그녀는 기념되어야 한다!
엘리스 피터스 Ellis Peters는 1913년 영국의 시로프셔 주에서 태어난 세계적인 추리소설가이다. 화학실 조교와 약 조제사,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해군으로 참전하는 등 그녀가 쌓은 다양한 경험과 이력은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1963년 『죽음의 가면』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해, 1970년에는 '현대문학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치사와 함께 '마크 트웨인의 딸'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1977년 64세에 캐드펠 시리즈를 시작하여 81세에 20권 『캐드펠 수사의 참회』를 발표하면서 장장 18년 동안 20권의 캐드펠 시리즈를 집필하였다. '캐드펠 시리즈 The Brother Cadfael Mysteries'(전 20권)는 미국, 일본, 프랑스 등 22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어 전 세계 수천만 독자들을 매혹시킨 밀리언셀러이다. 1963년 미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에드거 앨런 포 상, 1981년 캐드펠 시리즈 제3권 『수도사의 두건』으로 영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주는 카르티에 다이아몬드 대거 상을 받았으며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대영제국훈장을 받기도 했다. 엘리스 피터스는 움베르토 에코로부터 '가장 뛰어난 현대 추리소설 작가'로 격찬받았으며, 그녀가 창조해낸 불세출의 인물 캐드펠은 『장미의 이름』의 윌리엄 수사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엘리스 피터스는 캐드펠 시리즈 제21권을 집필하던 중 1995년 생을 마쳤는데, 1998년 린지 데이비스, 피터 러브지, 스티븐 세일러 등 영미 최고의 역사추리소설가들이 그녀에게 바치는 추모소설집 『독살에의 초대』가 출간되어 그녀의 명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북하우스에서는 1997년 캐드펠 시리즈를 국내에 소개하면서 한국 독자에게 엘리스 피터스를 알려왔으며, 이번에 캐드펠 시리즈 전20권 완간과 함께 『독살에의 초대』 출간으로 역사추리소설이라는 추리소설의 새로운 대지로 독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이 시대 최고의 추리소설가 20명이 바치는 특별한 추모소설집, 『독살에의 초대』
『독살에의 초대』는 엘리스 피터스의 삶과 작품을 기리기 위해 영미 최고의 추리소설가 20명이 쓴 역사추리소설을 편집인 맥심 재커보우스키가 엮은 것이다. 맥심 재커보우스키는 런던에 위치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머더 원' 서점의 주인이자, 다양한 컬트 간행물의 작가이자 편집자로서 현대적 장르문학에 큰 공헌과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유명한 인물이다.
맥심 재커보우스키는 역사추리소설 분야에서 작업하고 있는 영국과 미국의 일류 추리작가들에게 그녀를 기리면서 새 작품을 써주도록 요청했다. 그리고 많은 작가들이 그녀에게 빚을 졌다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기꺼이 새로운 작품을 썼다.
『독살에의 초대』에 작품을 실은 작가들을 면면을 대충 살펴보면, 먼저 로마 제국을 배경으로 팔코 탐정을 등장시킨 '팔코 탐정' 시리즈 중 『은색 돼지들The Silver Pigs』로 작가협회 선정 '최고의 소설' 상(1989년)과 독자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의 저자에게 수상하는 CWA 대거 상(1989년)을 수상한 린지 데이비스 Lindsey Davis. 그녀는 엘리스 피터스 기념 역사추리소설 상(1999년)을 수상했으며, 시리즈 주인공인 팔콘은 가장 코믹한 탐정에게 수여하는 셜록 홈스 상을 받았고, 2000년 최고의 역사추리소설에 수여하는 헤로도투스 라이프타임 어치브먼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피터 러브지 Peter Lovesey의 추리소설들은 22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으며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그는 영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골드 대거 상(1992년)과 세 번의 실버 대거 상, 카르티에 다이아몬드 대거 상(2000년)을 수상하였다.
스티븐 세일러 Steven Saylor는 첫번째 단편 『의지는 나의 길A Will Is a Way』로, 미국 추리작가협회에서 그 해의 가장 우수한 데뷔작에 수여하는 로버트 엘 피셔 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로마시대를 배경으로 고르디아누스가 사건을 파헤쳐나가는 역사추리소설 '로마 서브 로사' 시리즈를 집필중이다.
피터 트레메인 Peter Tremayne은 저명한 켈트 연구학자인데, 7세기 아일랜드의 사법제도와 여성의 역할을 보여주기 위해 1993년 썼던 단편소설이 계기가 되어 '파이델마 수녀' 시리즈가 탄생하였다. 많은 비평가들은 파이델마 수녀가 캐드펠 수사의 뒤를 잇는 주인공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몇몇 작가들의 약력만 간략히 살펴보아도 얼마나 최고의 추리소설가들이 엘리스 피터스를 추모하면 자신의 작품들을 바쳤는지 알 수 있으며, 이는 역사추리소설계에서 엘리스 피터스의 명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입증하는 것이다.
역사와 추리가 절묘하게 조화된 역사추리소설, 형형색색 스무 편의 색다른 추리세계
역사추리소설은 실제 역사 속 인물들과 허구의 인물들이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살인사건에 얽혀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이는 마치 완벽하게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퍼즐 게임을 맞춰가는 것 같은 특별한 재미를 독자가 맛볼 수 있게끔 한다.
역사추리소설은 우리에게 먼 과거를 현재만큼이나 박진감 있고 공감을 느낄 수 있게끔 보여주면서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인물들을 창조한다. 그것은 역사 속 먼 인물들을 다른 견지에서 보게 해준다. 학문적 저술의 무미건조하고 현실감 없는 인물들이 아니라 우리 자신처럼 희망과 꿈과 정열과 두려움과 결점을 가진 살아 있는 남녀로서 말이다.
또 역사추리소설을 읽으면서 과거가 현재만큼이나 생생하게 그려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각각 스무편의 역사추리소설들은 독자들을 지금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상과 마찬가지로 인식가능한 역사 속 세상으로 데리고 갈 것이다.
『독살에의 초대』에 실린 스무 편의 작품들이 펼치고 있는 역사적 배경이나 사건은 아주 다양하다. 17, 8세기 영국, 케사르 시대의 로마, 1900년대 말의 오스트리아, 2000여년 전 나사렛 예수 당시의 갈릴리 등, 스무 편의 작품들이 저마다 고유한 재미와 독특한 분위기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실제 역사와 허구의 이야기와 긴장감 있는 추리라는 서로 다른 세계가 정교하게 맞물려 전개되는 역사추리소설이 지닌 고유의 멋과 향기에 독자는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