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 불안 속에 빛나는 존재의미!
『존재와 시간』은 그리스시대부터 철학의 핵심과제였던 ‘존재’의 의미를 밝히는 것을 궁극목표로 삼고 있다. 그 수단으로서 하이데거는, 인간존재를 실존에 근거하여 분석하는 일을 이 저작의 주제로 삼았다. 그 사색의 근본적인 힘은 사람들을 매료한다. 그리고 목표의 전통적인 낡은 느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시점 및 인간분석의 신선함은, 새로운 철학을 바라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게다가 이 저작은 현대문명을 비판하는 측면도 가지고 있다. 『존재와 시간』에서 하이데거는, 주위에 마음을 뺏겨 자기도 모르는 새 타인의 지배 아래 들어가, 자신을 잃어버리고 획일적으로 변하는 인간상을 그려냈다. 그 안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과 직면하게 된다. 그러한 우리가 자기 자신을 되찾는 것은, 홀로 죽어가야 하는 고독하고 유한한 자신의 존재를 불안 속에서 자각했을 때이다. 하이데거는 주창한다.
“타인의 지배에 놓여 있는 일상세계로부터 떨어져 나온 유한하고 고독하며 불안으로 가득 찬 세계, 그곳이야말로 우리의 본디적인 세계이며 그곳에서 비로소 우리는 존재의미를 밝힐 수 있다.”
이 주장에서 문명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진하게 배어나온다. 이런 점이, 세계대전 이후 불안과 동요가 흘러넘치는 상황에서 유럽문명에 절망하던 사람들을 매료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과학이란 족쇄로부터의 해방, 인간 삶의 진리 탐구!
하이데거의 통찰력은 시대가 변할수록 그 위대함이 더욱 빛난다. 그는 앞으로 인류역사는 기술과 과학에 크게 의지하게 될 것으로 보았고, 그 눈부신 발전 이면에 웅크린 어두운 그림자를 꿰뚫어보았다. 그래서 그는 기술과 과학의 발전으로 이루어지는 인류역사의 ‘논리’를 밝히는 데 진력했다. 더 나아가 앞으로 인류가 누릴 삶의 문법과 문화의 논리는 무엇이며, 그것을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심했다. 그 결과 하이데거는 서구 형이상학이 기술과 과학의 토대임을 간파하고, 그 형이상학이 품고 있는 일면적, 일방적인 이성중심의 논리를 비판하며 그 근원의 구명을 시도했다.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인간의 삶을 과학의 족쇄로부터 해방시켜, 삶이 가진 다양한 차원과 풍부한 논리를 되살리고자 했다. 하이데거가 주목한 것은 ‘존재’와 ‘시간’의 관계다. 하이데거는 시간 속에서 형성하는 존재의 기운과 사건에 주목했으며, 이 둘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것에 가장 큰 관심을 두었다. 존재는 시간 속에서 주어지므로, 유일하고 변하지 않으며 모든 시대와 문화에 통용되는 존재는 없다. 단지 인간은 자신의 시간 속에서, 존재의 부름에 나름의 방법으로 대답하는 것일 뿐이다.
세계를 뒤흔든 사상계의 위대한 유산!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은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번개처럼 빠르게 퍼져, 당시 사상계의 형성을 순식간에 바꾸어버렸다. 그 뒤의 독일철학 동향을 논하자면 『존재와 시간』의 감화를 빼놓을 수 없다. 독일 사상계뿐만 아니라 유럽 전반, 나아가 미국과 아시아 등 전 세계에 널리 전해져 깊은 감명을 주었다.
『존재와 시간』은 사실 서론에서 예고된 전체의 전반부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미 발표되어 현존하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아직 보여주지 않은 사상을 약속하는 책으로서 존재해 왔다. 초판 이후 사반세기가 지났을 무렵, 하이데거는 이 미완성된 책에서 ‘미완’이라는 표시를 지울 결심을 표명했다. 이리하여 『존재와 시간』은 하나의 커다란 단편(斷片)으로 고정되었다.
단편으로서의 『존재와 시간』은 하이데거가 40년 동안 걸어간 사색의 길의 출발점으로서 기념비적인 책이다. 그리고 저자 자신이 『존재와 시간』을 이런 기념으로 여겼다. 그는 『존재와 시간』의 후반부를 쓰지는 않았지만, 더욱 깊어진 자신의 세계에서 얻은 사색의 경험을 바탕으로, 발표되지 않은 부분을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해 왔다. 이리하여 『존재와 시간』은 기념비적인 의미에서 다시 읽혀야 할 역사로서 오늘날에도 그 모습을 빛내고 있다.
현대철학의 장엄한 물음? 그 기념비적 명저!
하이데거는 “존재의 의미에 대한 물음은 『존재와 시간』이라는 논문에서, 철학 역사상 처음으로 분명한 물음으로서 설정되고 전개되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존재와 시간』이란, 한 권의 책을 가리키는 이름이 아니라, 사색에 부과된 임무를 일컫는 명칭이다.”라고도 말했다. 그렇다면 『존재와 시간』은 책으로서는 고정되었지만, 임무로서는 여전히 완료되지 않은 사태로 남아 있는 셈이다. 이 사태를 임무로 받아들이고 온 사상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하나하나의 작품에 영혼을 바치며 독자적인 환경을 개척한 이 강인한 사상가는 지금도 여전히 ‘길 위에 서’ 있다. 세상에 알려진 그 사색의 발걸음은, 확실히 현대철학의 장엄한 경관이라 불릴 만하다.
세계는 지금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세계화’라는 명목 아래 모든 민족과 역사?문화를 서양문명의 끈으로 하나로 묶고 있다. 이와 같은 획일화는 인류의 미래를 생각할 때 달가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전쟁과 환경재난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다양한문화와 역사의 ‘존재의 논리’에 관심을 돌려 앞으로의 인류역사를 이끌어갈 대안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은 그 첫걸음으로서 우리의 앞길을 인도해준다.